- 작가의말
<시작하면서>
벌써 10여 년이 되어가나 봅니다.
처음 이 글을 문피아에 연재했을 때가 말입니다.
나름 그 어떤 글보다 <쓰는 재미>를 흠뻑 맛보며 신나게 썼던 글입니다. 시종일관 가볍고 유쾌한 진행 속에 해학과 풍자를 더했거든요.
그때의 제목은 지금과 달랐는데, 기억하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출판 트랜드와 맞지 않아서 속칭 ‘빠꾸’ 당했고, 1권을 연재한 것으로 접어야 했던 아픔이 있는 글입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당시에는 문피아에 1권 분량을 연재로 공개하고, 출판사에서는 그 결과를 반영해서 편집회의를 거쳐 원고를 받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결론은 문피아에서의 반응도 ‘그닥’ 이었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그래서 진행을 멈추었고, 2년 쯤 뒤에 모 사이트에서 유료 연재로 다시 선보였던 적이 있습니다. 2권 분량을 연재했는데, 역시 반응이 영 ‘잼병’이었지요.
다른 글을 써서 책이 시중에 나왔고, 늘 마감에 쫓기며 연결권을 쓰고 있던 때라 더 이상 유료 연재에 매달릴 수 없었습니다. 한 달 연재 수입이 담뱃값으로도 부족했으니까요.
형편없는 수입에 발이 묶여서 출판사에 누를 끼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과감히 연중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비겁한 변명이고, 실은 내 자신이 더 이상 이 글을 끌고 나갈 의욕을 상실해서였습니다. 독자의 호응이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바닥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그만큼 나의 유머 감각이 독자에게는 ‘끔찍’했던 모양입니다. 아니면 형편없는 글이었던 것이지요.
유료 결재하고 보신 몇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는 것 인정합니다.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한 명이라도 유료 결재한 독자가 있다면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써서 보여 드려야 하는 게 작가로서의 교과서적인 양심이자 자세이겠지요.
그러나 현실은……
아무튼 낯 뜨거운 짓을 저질러 놓은 뒤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 유료 연재를 했던 지가 어언 팔 년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그냥 휴지통에 버렸어야 할 글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내 파일 한 구석에 묵묵히 꿍쳐 두고 있었던 것은 딱 한 가지 이유 밖에 없습니다.
‘내가 이 글을 좋아한다’는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글이, 신나서 쓴 글이 팔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너 혼자 노세요’ 하고 독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글이라면 그때는 정말 버리렵니다.
팔 년간의 짝사랑을 포기하고 돌아서야만 하는 모태솔로의 찢어지는 가슴이 되겠지요.
하지만 처음 이 글을 쓸 때나 지금이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사랑 받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자, 그러면 독자 분들의 심판대에 다시 한 번 서 보겠습니다.
눈 질끈 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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