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의 소통, 도서출판 청어람
도 서 명 : 내 귀에 해설이 들려 5권
저 자 명 : 설경구
출 간 일 : 2020년 8월 20일
ISBN : 979-11-04-92239-8
청력 이상으로 은퇴를 결심한 야구선수 박건.
어느 날 갑자기
귓가에 독설가 이용운의 해설이 들려오는데…….
-너, 내 해설이 들리냐?
-유감스럽게도 들리네요.
-유감? 내가 널 최고의 야구선수로 만들어주마.
-이제 그만 승천하시죠.
환장(?)의 파트너가 된 박건과 이용운.
그들의 콜라보가 시작된다.
설경구 장편소설 『내 귀에 해설이 들려』 제5권
1. 제1장
“하늘이 후배를 돕는구나.”
이용운이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박건이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날파리 없는데요.”
날파리 떼는커녕 날파리가 한 마리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박건이 대답하자, 이용운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네?”
“내가 보기엔 우주의 기운이 후배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 같다.”
“대체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박건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질문하자, 이용운이 대답
했다.
“내가 아까 아쉽다고 그랬잖아.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모인 김에 좀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는데, 마침 손태민이 후배에게 그 기회를 제공해 줬지.”
“9회 초에 타이런 우즈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한 거 말인가요?”
“맞다. 나중에 손태민에게 비싼 밥 한 번 사라.”
“제가 왜요?”
거의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탓에 박건은 속이 쓰렸다.
그런데 승리를 눈앞에서 날린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팀의 마무리투수 손태민에게 비싼 밥을 사고 싶은 마음?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다.
또, 비싼 밥을 살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때, 이용운이 덧붙였다.
“손태민 덕분에 후배가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찾아왔거든.”
박건이 두 눈을 껌벅였다.
방금 이용운이 꺼낸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워서였다.
“제가 마운드에 오른다고요?”
“그래.”
“언제요?”
“Right now.”
“……?”
“설마 Right now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이용운이 한심하단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박건이 발끈해서 대답했다.
“저도 그 정도는 압니다.”
“그런데?”
“네?”
“안 기뻐?”
‘이게 기뻐할 일인가?’
박건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미 마운드를 떠난 지 오래였다.
그리고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한 후,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지금 시점에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것.
과연 기뻐할 만한 일인지 박건은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용운의 생각은 달랐다.
“아까도 말했듯이 하늘이 후배에게 주신 기회다.”
“왜 기회란 겁니까?”
“후배가 이 시점에 마운드에 올라가서 호투를 펼치면 어떻게 될까?”
목차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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