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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의 유토피아, 글세상 문피아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의 소통, 도서출판 청어람

도 서 명 : 운터바움 4권 완결

저 자 명 : 이상혁

출 간 일 : 2011년 7월 20일

나를 제거할 자, 그를 다스리는 한 권의 책.

찾아 찢으라, 그리하지 않으면 나는 불타리.

세계의 근거, 그 자체인 거대한 나무, 바움.

그 아래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의 세상, 운터바움.

윈델은 신탁에 따라 바움을 파괴할 책을 찾아 떠나고

맨 처음 그의 손이 책에 닿는 순간 운명이 격변한다.

십 년을 모신 주인이자 친구, 세베리아를 비롯

세상 모든 것이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린 상황에서

윈델은 존재의 증명을 위하여 운명과 싸우기 시작한다!

나무의 파괴자‘엠베르크’란 무엇인가?

모두가 잊어버린‘나’는 대체 누구인가?

「데로드앤드데블랑」, 「 카르마마스터」의 뒤를잇는

이상혁 작가의 정통 판타지 대작!

「운터바움-신들의 파괴자」

이상혁 판타지 장편소설 『운터바움-신들의 파괴자』제4권

Chapter 19 치료사 엔스헤드

세베리아가 눈뜬 것은 천장창 남쪽 네 번째 칸에 달이 닿았을 때였다.

식은땀에 온몸이 흠뻑 젖었다. 축 늘어진 몸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온몸을 따듯하게 데워오는 빛에 마음까지 편해졌다.

눈을 돌렸다. 빛은 한 더미 모닥불에서 비롯됐다. 아른거리는 붉은 불꽃 너머에 윈델이 천 쪼가리를 끌어안고 잠든 모습이 보였다.

엠베르크는 윈델의 곁에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저건 자는 건지 깨 있는 건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다시 윈델을 보았다. 지금까지 함께 오며 늘 아무렇지도 않게 불을 피우고 잠자리를 살펴주었다. 적의 호의였기에 기분 나빠 거절하려 했지만, 어느샌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정말 세심했다. 어느 때는 마음을 읽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바로 가지고 왔고, 혼자 있고 싶을 때는 미리 눈치채고 자리를 피해주었다.

세베리아는 더 이상 윈델의 말을‘거짓말’취급할 수 없었다.

오늘 꾼 꿈. 그곳에서 윈델은 단순한 악당이 되어 있었다.

이 세계를 파괴하려 드는 그 악당을 상대로 세베리아는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꿈에서 깨어난 지금 그 꿈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새삼 피부에 와 닿았다. 딱 좋은 거리에서 온화하게 타오르는 모닥불과 습기를 막기 위한 마른 나뭇잎으로 만든 침대에서

잠든 자신을 발견한 순간…….

귓전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세베리아는 일단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어떻게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수풀을 헤치고 나무를 돌아갔다. 달빛에 의지해 습기 많은 땅을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정말 여기는 물이 많구나…….”

세베리아는 발목까지 잠기는 습지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바움 아래의 세계, 운터바움은 외곽으로 갈수록 건조해지고, 중앙부로 올수록 습해졌다. 이렇게 발목이 푹푹 빠질 정도는 아니어도 중심부에서는 물이 부족한 경우는 없었다.

“바움의 축복… 일까?”

물소리가 멀지 않았다. 세베리아는 커다랗게 놓여 있는 바위 한 덩이를 돌아서 걸었다. 바윗등에 자란 나무에 집채만 한 돌덩이는 둘로 쪼개져 있었다. 뿌리가 흡사 바느질이라도 한 듯 바위를 몇 겹으로 드나들고, 곳곳에는 이끼가 푹신하게 덮여 있었다.

암석이라는 거친 무기질을 숲이 정복한 것이다.

물소리가 들려온 곳은 바위 바로 곁이었다. 폭이 수십 미터는 족히 될 법한 개천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 물살이 제법 보였지만 그렇다고 휩쓸려 갈 정도는 아니었다. 간간이 수면으로 드러난 돌이나 더미 진 부러진 가지 등이 개울의 흐름을 방해해 특히 잔잔한 곳도 몇 군데쯤 눈에 띄었다.

달빛에도 바닥까지 비출 정도로 맑은 개천을 발견하자마자 세베리아는 우선 무릎을 꿇고 목을 축였다. 명치 언저리에 얹혀 있던 어둑하던 것이 단번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Chapter 19 치료사 엔스헤드

Chapter 20 이별

Chapter 21 관리자 미르쥬크

Chapter 22 시간이 흐르는 의미

Chapter 23 바벨탑

Chapter 24 바움이 꿈꾼 세계, 인간이 꿈꾸는 세계

epi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