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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15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7.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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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드림 콘서트

DUMMY

“대박! 대박!”


숨이 목까지 찬 정훈이 방송국 문이 떨어질 듯 열어젖히며 뛰어 들어왔다.


바닥에 앉아 LP판을 닦고 있던 서리, 진희 그리고 유나가 똑같이 입을 동그랗게 벌린 채 정훈을 바라봤다. 정신을 차린 서리가 안경을 고쳐 잡고 입을 열었다.


“뭔데 그래?”


“그거 알아?”


정훈이 가쁜 숨을 크게 뱉으며 말했다.


“그거. 그거”


“그러니까. 그게 뭐?”


서리가 이제는 짜증난다는 듯 받아쳤다.


“드림 콘서트. 드림 콘서트를 한 대.”


“뭐? 드림 콘서트?”


생각지도 않게 진희가 반색하며 벌떡 일어났다.


“여기서?”


“에이. 설마.”


유나의 말을 무시하고 진희가 팔짝 팔짝 뛰었다. 이것은 정말 반전이었다. 어느 것에도 심드렁하던 우리의 진희가 드림 콘서트라는 말에 어린아이처럼 좋아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진짜? 진짜?”


“아, 아니. 여기는 아니고, 이지 시 공설운동장”


“무슨 드림 콘서트를 이지 시 공설운동장에서 해?”


서리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대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게. 우리 이사장님이 힘 좀 썼나봐. 방연과 학생들이 스텝으로 들어가고, 우리 방송국이 취재해서 교내 방송으로 내보낼 계획이래. 그 선배 누구라더라 방연과 이수영 선배랑 민지나 맞다 이수영하고 민지나 가 사회래. 이거 방연과 좀 띄워 보겠다는 이사장의 큰 그림 아냐?”


정훈이 숨도 쉬지 않고 따발총처럼 말했다.


“이수영이면 이번에 그 외국 영화제에서 상 받은 영화에 출연한 그 이수영? 신인인데 주연해서 말 많았잖아. 민지나 는 요즘 잘나가는 댄스 가수 아냐?”


서리가 무슨 연예지 기사를 읽듯이 줄줄 읊어 내려갔다.


“우와! 너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유나가 놀랍다는 듯 말하자 서리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진희는 이미 딴 세상에 가 있는 듯 황홀한 표정으로 유나가 보기에 황홀한 표정으로 닦고 있던 헝겊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자! 자! 공지할게 있다.”


방송국 문이 열리며 민준 선배와 정옥 선배가 들어왔다. 민준 선배 손에는 하얀색 A4 용지가 돌돌 말린 채 들려 있었다.


“지금 행정실에서 연락이 왔는데 열흘 뒤에 있는 드림 콘서트에서 우리 YJBS 방송국에서 취재를 맡기로 했다. 교내 행사가 아닌 큰 행사다 보니 많이 혼잡할 것이고, 또 이번 신입들은 처음 취재라 어느 정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금 여기 큐시트랑 공설 운동장 지도를 나눠 줄 테니 잘 파악하고 저녁에는 다 같이 현장에 한 번 가보도록 하자.”


“네!”


진희가 씩씩하게 대답하자 민준 선배가 당황했다.


“너 좋아하는 가수 있었어?”


유나가 은근한 목소리로 진희에게 물었다. 진희는 원래의 진희로 돌아간 듯 유나를 쓱 하고 돌아본 후 지나가버렸다.


“우리 진희 맞네. 난 또 진희가 바뀐 줄 알았네.”


유나는 무안함을 오버로 극복했다.


“무용과가 여기지?”


동글동글 말리듯 돌아가는 계단에서 유나가 헤매고 있었다.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며 강의실을 찾으러 두리번거렸다. 손에는 수첩과 볼펜을 들고 손목에 진희에게 받은 카메라를 하얀색 끈으로 짧게 매달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 계단 끝까지 올라가자 왼쪽으로 문이 나 있고 사방에 거울이 붙은 방이 나왔다.


“아, 끝까지 와 볼걸. 괜히 아래에서 왔다 갔다 했네.”


유나가 짧게 자신을 책망했다.


텅 빈 것 같은 강의실 구석에 한창 연습을 마친 듯 땀에 젖은 잘생길 것 같은 남자가 거울에 기대 앉아 있었다. 딱 봐도 오늘 취재해야 하는 ‘인상’ 이었다. 진희와 한 팀이 된 유나는 방송실을 나오는 순간 진희의 갑작스런 복통으로 혼자 올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 속상해하는 진희의 얼굴을 보며 뭐라 할 수도 없었고, 빡빡한 스케줄에 한 달에 한 번 학교에 나올까 말까 하는 아이돌 학생과의 인터뷰를 미룰 수도 없었다. 거기다 드림 콘서트가 코앞이라 무조건 강행해야 했다.


“유나야! 나는 글렀어.”


진희는 아픈 배를 부여잡고 유나의 손을 꼭 잡았다.


“우리 오빠 사진 예쁘게 찍어줘.”


진희의 입에서 우리 오빠라니. 진희는 HOT도 아니도 젝스키스도 아닌 ‘절대강자’ 그 중에서도 인상을 열렬히 사모하는 팬임에 틀림이 없었다. 알고 보면 진희나 나나 아주 단순한 이유로 여기 이지 예술대학교에 온 것인지도 모르는 거다.


“저기.”


유나가 낯설게 말을 건넸다.


흘러내린 땀 때문에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이 떨어지며 인상이 고개를 들었다. 각진 턱과 쌍꺼풀 없이 뚜렷한 눈은 남자다웠다. 눈썹은 문신이라도 한 듯 꼿꼿하고 짙었다. 태닝한 듯 구릿빛 피부는 뽀얗고 예쁜 다른 아이돌과 달리 야성미가 보였다. 역시 유나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아주 먼 스타일이었다.


‘진희랑 남자로 다툴 일은 없겠네.’


유나가 또 딴생각에 빠졌다.


“저. 교내 방송국에서 나오신 거죠?”


인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예의바른 말투가 마음에 들었다. 센 외모와는 달리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네. 안녕하세요.”


유나가 가능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다가갔다.


“아 저 방금 연습 좀 하느라. 앉으세요.”


인상이 구석의 테이블로 안내했다.


“네.”


유나는 초보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요즘 잘 지내셨어요?”


아차! 너무 자연스럽게 하려다 보니 오버했다는 것을 말을 뱉고 나서야 알았다.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짓던 인상은 웃으며 편하게 받아 주었다.


“네 잘 지냈어요.”


“학교가 서울에서는 거리가 있는 편인데 오시기 불편하지는 않으셨어요?”


전혀 상관없는 얘기를 하는 유나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매니저가 차로 데려다 줘서. 저는 뭐. 푹 자다 도착했죠.”


유나도 이상형과는 다르지만 배려심 많은 인상에게 빠져드는 것 같았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수첩을 펼쳐 선배들에게 검증받은 정상적인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인상과 같이 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진이한테 자랑해야지.’ 유나는 속으로 룰룰랄라 노래를 불렀다.


“인터뷰 어땠어?”


방송국 문을 열자마자 서리가 질문했다. 서리는 정훈과 래퍼 서노우 취재를 다녀온다고 했었다.


“진희가 갑자기 배가 아파서 혼자 갔다 오는 길이야. 너는 정훈이랑 괜찮았어?”


“개 짜증! 말도 마! 지가 무슨 랩을 한다고 내가 또 쟤 데리고 가면 진짜 사람이 아니다.”


정훈이가 눈을 흘기며 창가에 앉아 있었다. 처음 봤을 때 포동포동 하던 볼 살이 더 오른 것 같았다. 유나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쿡 거리며 물었다.


“크크크 쟤 무슨 랩 했는데?”


“몰라.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대뜸 보자마자 아~ 니가 니가 뭔데 이러는데. 내가 진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거 꾹 참았다니까.”


“알만 하다.”


“네가 랩에 대해 뭘 안다 그래?”


정말로 화가 난 정훈이 탁자에 의자를 쾅하고 소리 나게 밀어 붙인 후 방송국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지도 쪽 팔린 줄은 아나보네.”


진희가 초죽음이 된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의자에 앉자마자 탁자에 엎어져 누워버렸다.


“저주받은 장이야. 하필 이럴 때.”


진희는 진심으로 속상해했다.


“그래서 내가 사진 많이 찍어왔어.”


“전혀 위로가 안 돼.”


진희는 눈물을 쏟으며 엎드렸다. 진희의 등이 올라갔다 내려가며 흐느끼는 소리가 커졌다. 난감해진 서리와 유나가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인간적인 모습에 진희가 한결 가까워진 것 같았다.


유나는 상희에게 빌려 입은 꽉 붙는 정장이 불편했다. 가뜩이나 긴장되는데 옷까지 조이니 더 답답하고 식은땀이 났다. 공설 운동장 안으로 들어오니 입구가 너무 많았다. 분명히 지도를 보고 답사하면서 다 익혔다 생각했는데 역시 실전은 달랐다. 운동장 앞에는 버스까지 대절해서 타고 온 10대 팬들이 줄을 서서 아침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저리 많이 온 것을 보고 유나는 놀랐었다. 학교도 다 빠지고 왔을 텐데 유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복도 끝에 순백의 투피스를 입고 인형처럼 예쁘게 하고 온 진희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진희야!”


길을 찾았다는 반가움에 유나가 크게 이름을 불렀다. 진희는 얼어붙은 듯 유나에게 어색한 손짓을 보냈다.


“진희야! 뭐하고 있어?”


“나 또 속이 이상해.”


진희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솟구치고 있었다. 팔에 감긴 카메라를 떨면서 유나에게 넘기는 진희는 애처로울 정도였다.


“잘 부탁해.”


어기적대며 걸어가는 진희에게 유나가 소리쳐 물었다.


“어디가?”


“화장실. 흑흑”


‘진희에게는 불치병이 있구나.’ 유나는 안타까웠다. 길은 찾은 것 같은데 선배들과 서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대며 돌아다니다 출연자 대기실의 인상과 눈이 마주쳤다. 인상이 먼저 서리에게 손을 흔들며 아는 척을 했다. 이렇게 또 인맥이 생기나 보다. 유나는 친한 친구에게나 보내는 큰 웃음을 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뭐야. 벌써 친해진 거야?”


“아 깜짝이야. 언제 왔어?”


“한 시간 전에 와서 인터뷰 따고 있었지. 뭐하느라 이제 온 거야?”


서리가 따갑게 말했다.


“옷도 좀 빌려 입고, 좀 헤매느라. 헤헤”


유나가 웃으며 서리의 팔을 비볐다.


“옷은 왜 신경 써. 무대 올라갈 것도 아닌데. 늦었다. 얼른 들어가자. 맨 앞줄에 앉으면 된대.”


유나는 난생 처음으로 콘서트에 완 본 거라 더 긴장되었다. 색깔별로 풍선을 든 아이들이 줄을 맞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유나와 서리는 아이들 사이를 밀며 앞으로 나갔다. 거의 앞으로 나오자 맨 앞줄에 앉아 있던 많아야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유나의 앞을 막았다.


“야! 너 뭔데. 앞으로 와?”


어려보이지만 무서워 보이는 아이에게 유나는 깍듯한 존댓말로 조심스레 말했다.


“저 여기 취재 나왔어요.”


“여기는 우리 팬클럽이 먼저야. 내 앞에 서기만 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무서운 여자 아이에게 서리가 한마디 할 줄 알았는데 모르는 척 하며 반대쪽 앞으로 가버렸다. 실망한 유나가 슬금슬금 서리 옆으로 갔다.


“도망가는 거야? 나 버리고?”


“자고로 중딩 고딩은 맞서는 게 아니야.”


“그건 또 어디서 들은 거야?”


“몰라? 삶의 지혜. 쟤들은 눈이 있어도 뵈는 게 없는 애들이야. 피하는 게 상책.”


역시 서리는 모르는 게 없다. 유나는 서리의 말에 감동해서 팔짱을 끼고 딱 붙었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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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써클 22.12.08 14 0 9쪽
43 존의 비밀 22.11.24 21 0 9쪽
42 2학기의 시작 22.11.17 18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7 0 10쪽
40 차원의 문 22.11.03 17 0 9쪽
39 진실 22.10.27 15 0 9쪽
38 사라졌다! 22.10.24 16 0 10쪽
37 붉은 문 22.10.06 19 0 9쪽
36 삼각관계? 22.09.29 16 0 9쪽
35 비밀 회동 22.09.26 16 0 9쪽
34 살과의 전쟁 22.09.22 14 0 10쪽
33 우린 너무 달라요. 22.09.19 17 0 10쪽
32 어리석은 선택 22.09.15 19 0 10쪽
31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16 0 11쪽
30 끊어낸다는 것 22.09.01 20 0 9쪽
29 머니 22.08.29 20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24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4 0 11쪽
26 농가 22.08.18 24 0 10쪽
25 이상한 절 22.07.25 26 0 11쪽
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23 불편한 동거 22.07.18 26 0 10쪽
22 MT 2 22.07.14 20 0 10쪽
21 MT 22.07.11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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