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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드럼 더 드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133
추천수 :
17
글자수 :
227,543

작성
22.07.0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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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인연

DUMMY

화장실에서 나온 유나가 자신있게 앞니를 보이며 말했다.


“그런데 오.......빠 저 궁금한게 있는데요. ”


유나 입에서 오빠란 말이 간신히 떨어졌다.


“영웅선배가 위험한 사람인가요? 디 게 착해 보이는데.......”


태준이 손에 든 책을 내려놓았다.


"역시 머리 나쁘네. 그 머리로 수석은 어떻게 한 거지?"


"그거 어떻게 알았어요?"


유나가 발끈했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아마"


"아 진짜 쪽팔려. "


유나가 얼굴을 찡그리자 태준이 이상한 듯 쳐다봤다. 엉덩이를 톡톡 털고 일어난 유나가 태준 앞에 마주 섰다.


"그럼 오빠님은 책 보세요. 저도 보던 책 마저 볼게요."


태준이 빙긋 웃더니 일어나 보던 책을 제자리에 꽂았다.


“밥 먹자!"


'이게 웬~ 횡재'


"아침도 안 먹었더니 배고프네. 가자!"


"네."


유나가 갑자기 예쁜 목소리로 대답하자 당황한 태준이 계단에서 넘어질 뻔 했다. 휘청대는 태준의 팔을 유나가 빠르게 잡으며 외쳤다.


“나이스 캐치!”


식겁한 표정의 태준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괜찮아요?”


“어, 응. 고, 고맙다.”


고맙다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은 듯 어색하게 말하며 잡고 있던 유나의 손을 조용히 떨쳐냈다. 살짝 기분이 나쁘기는 했지만 창피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좋게 해석하며 따라 나왔다.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밖으로 나오니 옆에 선 태준의 얼굴이 더 환하게 보였다.


"잘 생겼다."


'헐~ 나 오늘 왜이러니.'


유나가 자기 입을 손으로 때렸다. 진짜 속마음과 말이 똑같이 나오면 어떡해.


"뭐?"


눈치 없는 태준은 못 들었나보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유나가 둘러댔다.


"아, 아니. 눈부시다고요."


갑자기 눈앞이 까매지더니 태준의 커다란 손이 유나의 귀에 닿았다.


“이러면 눈이 덜 부시지”


선글라스를 무심히 씌어준 후 툭하고 던지는 말투에서 애정을 느낀 것은 유나의 착각만일까?


‘안 돼! 안 돼! 또 반하지 말자!’


유나가 마음을 다잡았다. 이렇게 계속 반하고 다니면 상대는 모르겠지만 남자관계가 너무 복잡해진다. 유나가 도리질을 했다. 태준은 유나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애정 어린 시선을 유나가 느끼기에 그렇다는 거다. 애정 어린 시선을 계속 보내더니 급기야는 귀여워 죽겠다는 듯 노란색 폭실 폭실한 파마 머리를 쓱하고 쓰다듬었다. 물론 태준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일 수 있겠지만 유나는 지금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유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 예쁘게 하고 올 걸'


하필이면 제일 구질구질한 회색 트레이닝복 차림에 뭘 믿고 그러는지 비비만 가볍게 바르고 나온 자신을 원망했다.


"오늘 메뉴가 뭘까?"


태준이 중얼거렸다.


"참 너 기숙사 살지?"


"응? 아, 네"


멍하니 있던 유나는 갑작스런 질문에 깜짝 놀랐다.


"나는 기숙사 안 들어갔거든. 뭐 핑계야 만들면 되니까. 요 아래 농가하나 빌렸어. 좋잖아. 운치 있고, 마음대로 술 마셔도 되고, 자유롭고"


지난 번 놀러갔던 민서 선배 집이 떠올랐다.


'이 오빠도 무지 부자인가보다'


갑자기 태준이 멀게 느껴졌다.


‘드라마에서 보면 평범한 아니 평범 보다 많이 힘들게 사는 여자 주인공들이 재벌 남자친구 만나 막 사랑을 꽃피우잖아. 나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없지. 아! 또 이상한 생각! 반하지 말자! 반하지 말자!’


유나가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태준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유나의 행동에 팔짱을 끼고 감상했다.


“왜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유나가 곁눈질로 태준에게 물었다.


“너 좀 웃기다. 그래서 수석이구나! 웃겨서.”


‘뭐래?’


유나가 심통 나서 맞받아치려는데 갑자기 태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야. 둘이 친한 거야?”


언제 왔는지 태준의 어깨에 영웅의 손이 둘러져 있었다.


“아! 선배님 안녕하세요?”


유나가 90도로 인사했다.


“둘이 친해?”


영웅이 다시 물어봤다.


“아니. 아니에요. 도서관에서 오늘 처음 봤어요.”


“아, 그렇구나!”


영웅이 태준에게 얼굴을 향한 채 대답했다.


“어디 가던 중이야? 급한 일 아니면 태준이는 나랑 얘기 좀 했으면 하는데.”


“밥 먹으러. 아니. 아니 급한 일 아니에요.”


유나가 같이 밥 먹으러 가자 말하려다 그런 눈치가 아닌 것 같아 얼른 말을 돌렸다.


“선배님 그럼 저는 용무가 급해 이만 가보겠습니다.”


유나의 뜬금없는 말에 태준도 영웅도 웃음을 터뜨렸다. 유나가 황급히 뒤돌아서 가자 영웅이 태준에게 두른 팔을 내렸다.


“쓸데없는 얘기한 거 아니지?”


“무슨 얘기?”


“하하하 그러게. 밥이나 먹으러 갈까?”


영웅이 태준에게 친근하게 말했다.


“배가 안고파졌어. 먼저 간다.”


태준은 오른손을 번쩍 들어 흔들며 유유히 가버렸다. 영웅은 그런 뒷모습을 싸늘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유나는 오늘도 혹시나 하고 도서관을 기웃거렸다. 손에는 지난번에 씌어준 선글라스가 들려있었다. 그날 돌려준다는 게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그대로 가져와 버렸다. 물론 일부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였다.


핑계 삼아 도서관으로 왔는데, 여전히 사람 냄새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지난번 태준을 만난 그 자리를 기웃거리다가 포기하고 그날 읽다 만 책을 마저 꺼내 들었다. 아무도 없는 도서관에서 공포소설을 읽고 있으니, 자꾸 소리의 얼굴이 보이는 것도 같고, '유나야~' 하는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안되겠다.'


으스스 돋아 오르는 소름에 책을 덮고 벌떡 일어났다. 수업이 한 시간 정도 남아 그냥 돌아가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학교 산책이라도 하려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 입구에 서서 하늘을 쳐다봤다. 구름이 드문드문 찍힌 파란 하늘 한가운데 뜨거운 태양을 쳐다보니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유리벽에 반사된 햇빛을 손으로 막으려다 들고 있던 선글라스를 썼다.


“산책하다 일사병 걸리는 거 아냐?”


걷기도 전인데 벌써 등에 땀이 흥건하게 배었다. 도서관을 따라 돌아 들어가니 작은 숲이 보였다. 도서관 밖으로 보이던 산과 연결되어 있는 듯싶었다. 나무가 울창하니 햇빛을 막아줘서 시원한 그늘이 져있었다. 당연히 발걸음이 나무 그늘로 향하고 안으로 들어오자 정말 언제 햇빛이 쨍쨍했나 싶게 바람까지 솔솔 불어왔다. 운동을 끔찍이 싫어했는데 나이 들어 그런지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걷는 게 즐거웠다. 건강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이제 그만 앉고 싶다 생각이 들자 거짓말처럼 커다란 등나무 아래에 평상이 보였다. 아빠가 봤으면 고기 구워먹기 딱 좋다 할 만한 장소였다. 살짝 진 오르막을 올라오니 평상 구석에 누워 자고 있는 태준이 보였다.


코까지 골며 푹 잠든 태준을 보니 유나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어떻게 놀려줄까 하다 소리 나지 않게 다가갔다. 살랑살랑 얼굴에 내려온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렸다. 손가락을 들어 콧잔등을 만지려다 반대편 손으로 내려가는 손가락을 얼른 잡았다.


‘이건 아니지. 그만!’


스스로를 다독이며 머리에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들고 다시 다가갔다. 자기에게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선글라스를 씌어줄려고 했는데, 일어나는 태준과 코를 부딪쳤다.


"악"


"아~ 괜찮아?"


태준이 유나의 얼굴을 잡고 가까이 바라봤다.


나뭇잎 사이로 내려오는 햇살을 받은 태준의 얼굴을 바로 눈앞에서 꿈결처럼 바라봤다.


'운명이구나!'


유나의 몽롱한 표정에도 아랑곳없이 태준의 커다란 손이 유나의 코를 훔쳤다.


"코피 나는 거 아냐?"


퍼뜩 정신을 차린 유나가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코피를 닦아냈다.


'아, 인생 왜 이러냐? 이런 순간에 코피가 뭐니, 코피가..."


태준이 진심으로 걱정하며 유나의 얼굴을 살피자 더 창피해져서 고개를 돌리고, 물티슈를 말아서 코에 찔러 넣었다.


"귀엽다."


"누구? 나?"


태준이 유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한다.


"여기 너랑 나 말고 또 누가 있어?"


"아~~"


코에 꽂힌 물티슈를 쏙 빼서 가방에 넣고, 유나는 부끄러운 듯 발치만 바라봤다.


"저기, 이거..."


유나가 선글라스를 내밀었다.


"아, 맞다. 어디 갔나 했었네."


'잉? 나한테 씌어준 거 잊어버렸나?'


선글라스를 쓰고 긴 다리를 쭉 내밀고 앉은 태준은 오늘도 셔츠의 단추를 반쯤 풀어 가슴팍이 훤히 보였다.


"저.. 오...빠"


"응?"


가슴팍을 보며, 얘기해서 그런지 쓱 돌아보는 태준이 어쩐지 어색하게 보였다.


"저... 그런데..."


"뭐?"


유나는 손으로 태준의 가슴을 가리키며,


"왜 자꾸 단추를 풀고 다녀?"


"자랑 하려고."


"뭐?"


"요즘 운동 좀 하거든. 앞마당에 벤치프레스도 갖다 놨고, 운동했으니 자랑해야지"


팔굽혀펴기 시늉을 하며 가슴 근육을 더 펌핑했다.


"아~~"


태준이 몇 개 남지 않은 단추를 풀어 가슴을 더 보였다.


"한 번 만져볼래?"


대답도 듣지 않고 유나의 손을 가져다 자신의 속살에 갖다 댔다.


"아니...요!"


유나가 질색을 하며, 일어났다.


"아... 강의실에서 봐요. 방송국 잠깐 들러야 해서 먼저 갈게요."


허둥대며 인사하자 태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그대로 누워 손을 흔들었다.


바람에 살랑이는 옷자락에 벌어진 가슴이 유나의 마음에 콕 박혀 들어왔다. 다시 한 번 흘겨 보며 유나는 천천히 가능한 천천히 걸어 나갔다. 들어올 때와는 달리 나갈 때의 바람은 후끈한 더운 열기를 뿜어냈다.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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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써클 22.12.08 14 0 9쪽
43 존의 비밀 22.11.24 21 0 9쪽
42 2학기의 시작 22.11.17 18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8 0 10쪽
40 차원의 문 22.11.03 17 0 9쪽
39 진실 22.10.27 16 0 9쪽
38 사라졌다! 22.10.24 16 0 10쪽
37 붉은 문 22.10.06 20 0 9쪽
36 삼각관계? 22.09.29 16 0 9쪽
35 비밀 회동 22.09.26 17 0 9쪽
34 살과의 전쟁 22.09.22 16 0 10쪽
33 우린 너무 달라요. 22.09.19 18 0 10쪽
32 어리석은 선택 22.09.15 19 0 10쪽
31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18 0 11쪽
30 끊어낸다는 것 22.09.01 21 0 9쪽
29 머니 22.08.29 20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24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4 0 11쪽
26 농가 22.08.18 24 0 10쪽
25 이상한 절 22.07.25 26 0 11쪽
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23 불편한 동거 22.07.18 27 0 10쪽
22 MT 2 22.07.14 20 0 10쪽
21 MT 22.07.11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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