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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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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2.05.19 16:42
최근연재일 :
2024.04.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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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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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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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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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YJBS

DUMMY

기숙사 방으로 들어온 유나는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연일 수 있겠지만 명수 선배도 그렇고 소리 언니 친구들도 갑자기 사라졌다. 교칙을 위반하면 사라진다.


“에이 설마.”


괜히 혼자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과 조금은 무서운 마음에 유나는 애써 지우려 했다.


“뭘 그리 혼자 중얼거리고 있어?”


혼자 있는 줄 알았던 유나는 깜짝 놀랐다. 2층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난 소리 언니가 막 자다 깬 얼굴로 물어봤다.


“어, 언니 학교 안 갔어요?”


“몸이 좀 안 좋아서.”


순간 유나는 긴장했다. ‘또?’라는 생각에 소리의 눈을 바로 볼 수 없었다.


“지금은 괜찮아.”


유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소리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무슨 일 있어?”


“언니 소식 못 들었어요?”


“무슨 소식?”


“언니네 과에서 사고가 있었다던데....”


유나는 바로 말하지 못했다.


“무슨 사고?”


“그게..... 저도 잘은 몰라서..... 언니 어제 친구들한테 한번 물어보세요.”


유나는 아니길 바라면서 소리를 살짝 떠보았다.


“있다 하지 뭐. 배고프다. 뭐 먹을 거 좀 없니?”


“가서 밥 먹어요.”


소리의 친구들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실망한 유나는 대충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딱히 할 게 없어 빈둥대며 걷다보니 학교 안까지 와버렸다. 처음에는 화려한 건물에 반해 보기만 해도 행복할 것 같았는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우습다. 자꾸 보다 보니 그냥 다 그랬다. 살이라도 빼자는 마음으로 계속 걷는데, 카페테리아 건물 1층 구석에 ‘YJBS에서 새로운 얼굴을 찾습니다!’ 라는 작은 대자보가 보였다. ‘저걸 보라고 붙였는지.........' 하라니까 형식상 그냥 붙여놓은 것 같다 라 생각하며 지나치려는데 맨 아래 아주 작게 적힌 ’매달 진행비로 20만원씩 지급‘이란 글귀가 눈에 확 하고 들어왔다.


“20만원? 대박!”


유나의 머릿속은 이미 20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것들로 가득했다. 그 돈이면 하디스에서 프리스코 버거를 몇 개나 먹을 수 있는 거야? 맞다 이지 시에 2000원 삼겹살집도 있었는데........ 아직 가지지 않은 돈이었지만 유나는 벌써부터 입 안 가득 침이 고였다.


“이거 어디서 지원하는 거야?”


대자보를 아무리 살펴봐도 지원방법이 나와 있지 않았다. 다급함에 뒷면까지 들쳐보고 있는데 싸한 느낌이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고개를 돌린 유나는 아래를 내려다 봐야 했다. 150 될까 하는 작은 키에 동글동글한 얼굴형과는 달리 날카로운 눈매의 여자가 유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원하게?”


대뜸 반말이었다.


“네, 뭐.”


“왜?”


“아니, 저 그냥 궁금해서.”


“흥”


여자는 같잖은 표정으로 유나 쏘아보며 뱉듯이 말했다.


“그런데, 저기 왜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하죠?”


“눈치도 없네.”


착하디 착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유나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누구세요?”


“눈치가 정말 없네. 딱 봐도 몰라? 저기 관계자지.”


“아? 아.”


눈치 없는 유나는 그제야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인사했다.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는 알아?”


“뭐, 동아리 아닌가요?”


“동아리 같은 소리 한다. Y.J.B.S. 한 번 띄워봐.”


“네? 뭘?”


“센스 하고는. 딱 봐도 약자잖아.”


“아? 아. 네. 와이”


“이”


“제이”


“지”


“비”


“브로드캐스팅”


“에스”


“스테이션”


“아? 아. 네”


“이름이 뭐야?”


“저는 진유나라고 합니다.”


“무슨과?”


“네, 방송 연예과 입니다.”


“뭐?”


“방송 연예과 입니다.”


“생긴 거랑 다르네.”


“네, 다들 문창과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그치. 그러네. 좋아. 요기 옆에 보면 창문 보이지?”


유나는 여자의 손가락을 따라 보이는 녹색의 작은 창을 봤다. 봤으니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가 칭찬했다.


“그래 거기. 잘 찾네. 내일 면접이니까. 9시까지 이력서 들고 와.”


여자가 손을 흔들며 가자 유나는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무서운 언니들과 살다보니 몸이 저절로 반응했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생각하다 문득 정신이 차려졌다.


“나 지금 뭐 한 거지? YJBS면 대학 방송국 아냐?”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방송 연예 과에 이어 이제는 학교 방송국까지 지원하고 있다니 지금까지 살아온 유나의 인생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는 것 같았다. 시험도 보지 않았는데 합격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어슬렁 어슬렁 교내 방송국 복도로 들어온 유나는 아직도 이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이력서라는 것을 써보기는 했으나 고등학교 졸업 외에는 딱히 쓸 게 없었다.


“너도 여기 지원 한 거야?”


왠지 불길한 목소리다. 아니나 다를까 눈꽃이 여기 왜 있는지. 유나는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


“여기야. 여기!”


또 익숙한 목소리였다. 막걸리 대신 이력서를 든 서리가 시원하게 웃으며 유나의 팔을 잡았다.


“너도 지원한 거야?”


놀란 유나가 물었다. 어느새 눈꽃도 새초롬한 표정으로 옆으로 왔다.


“별걸 다하네.”


“쟤 누구니?”


서리가 날 선 눈빛으로 눈꽃을 봤다. 유나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한 마음에 가슴을 펴고 눈꽃을 똑바로 쳐다봤다.


“너도 별 거 다하네.”


“뭐래.”


서리의 눈빛에 주눅이 들었는지 눈꽃이 팽하고 돌아서서 가버렸다.


‘야호!’


묵은 변이 내려가듯 속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교내 방송국에 들어가는 게 운명처럼 느껴졌다.


“웃기는 애네.”


완전한 내편이다.


“서리야! 완전 고마워.”


“뭐래. 어떻게 알고 지원한거야? 난 선배땜에 억지로 끌려왔는데.”


“지나가다가 우연히 봤어. 선배가 여기 있구나.”


“정옥 선배라고. 재밌어.”


서리는 안경을 한번 쓸어 올리며 예의 그 냉정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일을 맡겨도 확실하게 잘할 것처럼 생겼다. 유나는 부러운 마음으로 서리의 얼굴을 본 후 심호흡을 하고 방송국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오세요.”


지난번에 들었던 그 여자 목소리다.


“안녕하세요.”


유나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는 작은 방이었다. 문을 열면 정면에 녹색 셀로판으로 밖을 가린 큰 창이 보였고, 문과 나란히 녹음 부스가 있었다. 창문 앞 커다란 책상에는 5명 정도의 선배들이 문을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LP판이 빼곡히 꽂혀있는 책장이 숨 막힐 듯 벽을 채우고 있었다. 이런 면접은 처음이라 유나는 숨을 쉬기 힘들었다. 티비에서 보던 회사 면접이 딱 이런 분위기일 것 같았다. 5명의 선배 앞에는 의자가 하나 놓여 청문회라도 온 듯 했다. 오롯이 혼자 받아야 할 질문을 가늠할 수도 없었다.


“여기 앉아요.”


지난번에 본 여자는 심사위원은 아닌 듯 옆에서 친절히 안내했다. 갑자기 존댓말을 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유나를 기억하는지 자그마한 여자는 살짝 윙크까지 해보였다. 소름이 돋은 유나는 덕분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진유나 학생 먼저 우리부터 소개할게요.”


제일 나이 들어 보이는 정장차림의 남자가 말했다. 학생이라기보다 교수님에 가까운 외모였다.


“나는 현재 키아이비에스 성우로 있는 방송국 1기 윤세진 이야. 이 잘생긴 남자는 음악과 이정수 다들 천재라 부르는데 끈기가 없어. 예비역이라 이번에 복학해서 거의 새내기지.”


정장차림의 세진 선배는 키가 목 하나는 더 큰 하얀색 폴로 티셔츠의 남자를 가리켰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까무잡잡한 피부가 아랍인을 연상 시키는 외모였다.


“여기는 신창이. 이번에 애니메이션 대회에 당당히 대상을 차지한 아주 실력 있는 예비역. 여기도 2학년 복학생. 정수랑 친구야.”


동글동글 밤톨처럼 생긴 남자 선배는 까만 얼굴에 장난기가 많아 보였다. 키는 작았지만 대상이라 그런지 옆의 정수 선배보다 커 보였다. 대상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그저 그런 외모였을 텐데 유나는 속물이라 그런지 창이 선배가 더 매력 있었다. 까딱하고 인사하는 모습도 자신감 있어 보였다.


“여기는 나이는 제일 들어 보이지만 현 방송국 국장이자 여기 막내 민준이”


새치가 있어 희끗희끗한 머리에 몸은 마르다 못해 종이 인형 같았다. 가녀다란 팔로 손을 흔드는데 꺾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마지막으로 내 친구 봉구. 현재 개그맨인데 여기 객원이라 가끔씩 라디오 게스트로 불러.”


봉구라는 이름답게 구수한 외모의 선배는 캐릭터를 잡았는지 한복 같은 옷을 입고 머리도 앞가르마를 타고 있었다.


“안녕. 난 봉구야. 개콘에서 나 본 적 있지?”


“아, 네. 반갑습니다.”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모른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아! 그리고 여기 정옥이는 우리 방송국에 없어서는 안 되는 아나운서이자 작가. 혼자서 많은 것을 해내는 슈퍼우먼이지.”


‘아! 저분이 서리가 말한 정옥 선배구나.’


‘가만 그럼 현재 방송국은 여기 있는 사람이 다 라는 거야? 그게 말이 돼?’


유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윤세진 선배는 바로 말했다.


"합격! 내일부터 8시까지 나와요.”




이지 예술 대학교. 처음 들어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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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NEW 15시간 전 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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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상희 23.02.09 13 0 10쪽
47 다시 찾은 거기. 23.01.12 14 0 10쪽
46 그날 이후 22.12.22 14 0 9쪽
45 로맨스 22.12.15 17 0 9쪽
44 써클 22.12.08 14 0 9쪽
43 존의 비밀 22.11.24 21 0 9쪽
42 2학기의 시작 22.11.17 18 0 9쪽
41 이. 사. 장 22.11.10 17 0 10쪽
40 차원의 문 22.11.03 17 0 9쪽
39 진실 22.10.27 14 0 9쪽
38 사라졌다! 22.10.24 16 0 10쪽
37 붉은 문 22.10.06 19 0 9쪽
36 삼각관계? 22.09.29 16 0 9쪽
35 비밀 회동 22.09.26 16 0 9쪽
34 살과의 전쟁 22.09.22 14 0 10쪽
33 우린 너무 달라요. 22.09.19 17 0 10쪽
32 어리석은 선택 22.09.15 19 0 10쪽
31 요즘사람 나중사람 22.09.08 16 0 11쪽
30 끊어낸다는 것 22.09.01 20 0 9쪽
29 머니 22.08.29 20 0 10쪽
28 이사장과의 우연한 만남 22.08.25 22 0 10쪽
27 태준과 영웅 22.08.22 23 0 11쪽
26 농가 22.08.18 23 0 10쪽
25 이상한 절 22.07.25 26 0 11쪽
24 프로 민폐녀 22.07.21 20 0 11쪽
23 불편한 동거 22.07.18 26 0 10쪽
22 MT 2 22.07.14 20 0 10쪽
21 MT 22.07.11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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