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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포춘 님의 서재입니다.

길이 길이 기억되리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무협

럭키포춘
작품등록일 :
2022.06.01 22:06
최근연재일 :
2022.07.18 23:39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838
추천수 :
110
글자수 :
207,617

작성
22.06.1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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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7화 - 같이 눈사람 만들래?

DUMMY

흉화는 이야기를 볼 때 늘 느꼈다.


아니 거기서 이야기만 좀 했어도.

서로 소통만 제대로 했어도!

저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저 친구는 흑화하지 않았을 텐데.

서로 이어졌을 텐데!

무수히 많은 IF를 만든 '이야기를 했더라면.'


사실 살아보니 알겠더라.

이야기를 하기가 참 쉽지 않다고.

우리는 쉽게 말하지 못한다.

말하고 소통하는 것도 능력이다.

말할 수 있는 순간, 그 타이밍을 잡는 것 역시 능력.


결정적인 것은 말한다고 해도, 소통한다고 해도.

상황이 쉽게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말로만, 소통으로만 해결이 되었다면 세상은 훨씬 아름다웠겠지.


그리고 앞의 이유로 말을, 소통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


그렇게 악순환은 계속 되고. 맨 처음으로 돌아간다.

아니 저기서 이야기를 했어야지! 소통만 했더라면.


그 슬픈 쌍곡선은 만나지 못한다.


하지만 복이는 쌍곡선을 그리지 않았다.

평행선도 아니다.

복이는 새 친구와 분명히 만날 것이다.

길이도 그걸 반겨줄 게 분명하다.


복이와 웅덩이에서 다시 만났을 때.

길이도 연락이 왔다.


'형 여기도 새로 생긴 물웅덩이가 있어요.'

'서로 탐색 시작하자.

뭔가 발견하는 쪽이 따로 연락을 주기로 하고.'

'네. 뭐라도 찾으면 연락 드릴게요.'

'그래. 이따 봐.'


'형 저기 물 웅덩이 한 가운데서 날 부른다?

도와달라고 자꾸 울어.'

'얼른 가 보지 않고 뭐해.

형은 근처로 이동한 다음에 눈으로 같이 볼게.'


복이가 접근한 못은 살얼음이 얼어 얊디 얊은 빙판을 이루고 있었다.

이 동네에 얼음이 언 것은 둘째 치고 저 차디찬 곳에서 복이를 부른다는 거지?

뭐 신령한 존재를 부르는 것이니 이해는 된다.

도대체 무엇인지가 궁금할 뿐.


유체화 상태를 적극 이용한 복이.

이내 못의 중심부에서 얼음에 갇힌 토끼를 발견했다.


토끼?

새하얗고 동그란 검정 눈. 귀는 토끼임을 알아볼 정도로의 중간 크기.

얼음에 갇혀 동그랗게 뜬 눈으로 복이에게 외친다.


'살려줘!

도와줘!'


공포에 빠져 불안해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보인다.


'길이야 너도 그 웅덩이 좀 살펴볼래?

거기도 얼음 껴 있고 안에 뭐가 있니?'

'빛나는 갈색 털을 가진 토끼가 절 보며 말하고 있어요.

같이 보아요.'


시선을 옮기자 길이의 말대로 고운 토끼가 얼음 속에서 길이를 바라보고 있다.


'고양이님 혹시 하얀 토끼 못 보셨나요?

제 동생이랑 행복하려고 소원을 빌었는데 이렇게 떨어져 버리고 말았어요.

제 동생은 하얀 토끼인데, 킁킁이라고 해요.

무지개별에서 같이 떨어졌는데 마지막에 그분이 그러셨거든요.

업이 모자라니 한 명은 희생해야겠다고.

여기서 다시 빌면 될 거라고 하셨는데.

킁킁이가 빌어버릴까봐 걱정되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무턱대고 제가 먼저 희생해도 될까요?

같이 빌면 어떻게 되죠? 아아아···.'


길이로부터 들은 아이의 사연은 굉장했다.

길이가 소원을 빈 경우랑 흡사한 거 같은데 결과가 전혀 다르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 이루어지는 소원이라니.


이번 소원 행사로 그분의 본질을 엿본 듯하다.

그저 길이를 비롯한 우리가 운이 좋았던 게 아닐까.


'길이야 킁킁이 여기 있다고 안심하라고 전해줄래.

이야기 전해준다고 해 줘. 이름이 뭐라니?

복이야 경험 쏴 줄 테니까 킁킁이란 아이한테 갈색 토끼 이야기 좀 전해줘.'


그렇게 정신 없는 경험 교환이 끝나고 길이에게서 먼저 답이 왔다.


'사나(死那)라고 하네요?

중국서 살던 애완묘였다고 해요.'


정신없는 가운데 복이가 킁킁이에게 말을 다 전했는지 킁킁이의 대답이 들린다.


'누나가 있어요?

근처에 있다구요?

희생이라니요?

그런 소리 못 들었는데?

어. 어. 어. 안 된다고 해주세요.

누나 없이 여기서 어떻게 살겠어요.

아무리 제가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지만.

누나 대신 행복하게 사는 건 싫다구요. 흑흑.'


그리고 길이로부터 킁킁이의 소식을 들은 사나는 길이에게 킁킁이를 부탁했다.


'우리 킁킁이 사고뭉치에 덜렁이지만 착한 아이에요.

남한테 피해도 안 끼치려고 애쓰는 아이구요.

부모님이랑 일찍 헤어져서 저만 엄청 따랐어요.

외로움이 많은 아이니까 곁에서 좀 있어주셔요.

미지를 향해 먼저 떠나는 거라고 전해주시구요.

사실 이 냉기가 제 능력인 것 같거든요.

점점 더 강해져서 더 버티다간 누군가 다칠 것 같아요.

킁킁이가 다치면 안되잖아요?

갇힌 지 3일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요.

킁킁이에게 나중에 천천히 웃으며 만나자고 전해주세요.'


길이와 나, 복이가 함께 보는 가운데 사나는 떠나버리고 말았다.

얼음에 갇혀있던 사나는 원래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덩그러니 남은 얼음.

업이 부족하다 하더니 정말 인과 없이 사라진 것인가?


길이는 어떻게 했는지 얼음을 들고 내게 귀환했다.

특별한 기운이 깃들어서 가져올 수 있었을까?

다른 물건을 가져올 수 있는지 나중에 확인해보기로 하자.


그리고 복이는 얼음이 사라져 물 위로 떠오르고 있는 킁킁이와 함께했다.

킁킁이는 넋을 잃고 멍하니 있었다.

길이나 복이 같은 영혼 상태의 토끼 같았는데 자신의 상태가 변한 것이 사나의 덕인 것을 인지해서 저렇게 충격을 받았나 보다.


복이에게 위로를 보내라 눈치를 주었다.

'크, 크킁아. 같이 눈사람 만들래?'


탁.


이마를 짚고 만 흉화. 길이도 어안이 벙벙해 어리둥절해 했다.

그리고 킁킁이는 그 말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 어? 왜 울어? 어 안되는데.'


친구를 단 한 마리 혹은 명도 사귀어 본 적 없던 복이는 혼란에 빠졌다.

길이는 복이를 달래야 할 지 킁킁이를 달래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했고.

흉화는 우는 토끼 당근 하나 더 주는 심정으로 킁킁이에게 다가갔다.

기를 두르고 쓰다듬기를 시도했는데 성공했다.


아마 사나가 킁킁이에게 눈사람 만들자고 언젠가 한 번은 말했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유명 애니메이션 대사 중 하나잖아.

중국에서도 본 가정들이 있었는데 이 아이들도 봤나 보군.

사나가 킁킁이에게 약속을 했는데 못 지켰고.

복이가 킁킁이에게 대신 전달했다고 여겨서 울음이 터진 거지.

아, 흉화의 추리는 실로 날카로웠다.


그건 그거고 통곡을 하는 킁킁이를 쓰다듬는데 반응이 있는 것 같다.

길이나 복이 쓰다듬던 두 눈 사이 두개골을 긁어주니 울음이 좀 줄어들었다.

복이는 울린 것이 미안한 지 킁킁이에게 다가오지도 멀어지지도 못하고 전전긍긍.

길이는 흉화가 킁킁이에게 붙자, 복이에게 다가가 스킨십을 하며 위로를 시도 중이다.


그렇게 서로를 위하고 달래주는 보듬기 시간이 흘렀다.

마음의 추위도 실제로 바깥의 온도도 조금은 풀린 가운데 킁킁이가 말했다.


'응. 눈사람 같이 만들자. 사나 누나가 내려준 눈 다 녹기 전에.'


역시 사나처럼 상황을 얼추 파악은 하고 있었나 보다.

정신 없어서 표현을 못 했을 뿐.


복이가 그 응답에 환하게 웃음 지으며 답했다.


'눈사람!'


킁킁이는 토끼의 형태로 어설프게 눈을 뒷발로 굴렸다.

복이는 고양이 형태로 눈을 굴려보더니 이내 사람 형태로 변신.

놀란 킁킁이를 옆에 두고 사람 손으로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


'이게 더 편한 게 있네? 신기해. 신기해.'

'어···어떻게?'

'나중에 가르쳐줄게. 눈사람부터 만들어. 녹겠다.'


보송보송한 눈사람이 아니라 얼음에 가까워지는 살짝 녹은 눈사람이 그렇게 하나 만들어졌다.

당근 코도 없었고, 일어나 말을 건네지도 않았지만 둘은 기뻐했다.


'빨리 눈토끼도 하나 만들면 안될까?'

'이번엔 우리도 도와줄게.'


흉화와 길이도 합세해 사나를 닮은 토끼를 흙과 섞어 만들어 주었다.

킁킁이는 눈물 맺힌 눈으로 웃으며 인사를 보냈다.


'사나 누나 안녕. 나중에 꼭 만나.'


부디 그분이 무지개별 재입장은 받아주셨기를 바란다.

사나가 사라진 장면을 보면 장담할 수 없겠지만.


'킁킁아 그래서.

길이, 복이, 그리고 나 흉화까지 같이 다니는 3인조야.

너도 함께 다닐래?

사나 누나의 바람이니까.

그리고 나도 행복을 바랐으니까.'

'응. 같이 다니게 해줘.'


대답을 듣는 순간 킁킁이와 나 사이에 연결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혼돈으로 연결된 건가?

오랜만에 상태창 관을 열었다.



===


>상태창 - 관(觀)


이름 : 킁킁이


종류 : 묘혼(卯魂)


나이 : 1


설명 : 성좌의 시험을 통과한 토끼 영혼.


<사나(死那)의 부탁 특성>


남은 수명 : ∞ 년*

*시험 통과로 수명의 한계가 없어졌다.


배후성(背後星) : 무지개별 관리자


전용 특성 : 자유 혼령 (전설)

-이승이나 저승의 규제에서 자유로운 상태의 혼령


전용 무공 :

[사나(死那)의 부탁* 2성(成)]

*시험의 동반자가 희생하며 남긴 부탁이 어떤 공능을 갖게 되었다.

인연의 끈을 강제로 연결, 혼돈으로 함께 한다.


성흔 :

[혼돈의 얼음* 3성(成)]

-온도를 낮춰 혼돈의 지점을 만든다. 물 분자와 열 에너지를 보다 쉽게 다룬다.

*사나의 힘이 더해져 보다 강하게 통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종합 능력치 :

[정신력 1.6성(星)*],

[물리력 0.4성(星)*],

[내공 2성(星)*]

*본래 가진 능력치에 사나의 능력치가 더해졌다.

정신력은 시련을 통해 0.2 더 성장.


===


킁킁아 사나가 네게 많은 것을 남겨주고 갔다.

분명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자!

앞으로 재밌게 모험을 떠나자.

얼마나 연결 된 건지는 차차 알아보구.


'나는 형아라고 부르고, 길이는 형으로 부르고, 복이는 친구로 지내자.

보니까 나이도 같더라!'

'반가워 친구!'

'그래 반가워.

반가워요, 형들?'

'헤헤, 반갑네.'

'사나의 마지막 흔적인 저 얼음 킁킁이가 계속 얼리면서 가지고 다닐래?'

'좋아요. 함께 모험을 떠나면 좋겠어요.'


그렇게 새 친구 킁킁이를 반겼다.

둥둥 떠다니는 얼음을 어떻게 하면 안 보이게 할 수 있을까 고민 해 본다.

고작 작은 토끼 한 마리 들어갈 둥근 얼음이 공중에 떠 있다.


다시 지는 해가 얼음을 통과, 거대한 빛으로 퍼져 그들에게 드리웠다.

시리게 따뜻해 넷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복이가 글 안에서 외로워 해 새 친구를 만들어 줬습니다.


친구들만으로도 무림 정복이 될 지도 모르겠군요.


우당탕을 떼서 다행일지도.


19일은 오타 수정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글 쓰는 것 만큼 수정을 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띄어쓰기나 비문을 줄이고 글을 마치고 싶네요.


길이는 다행히 자고 있습니다.


7월 7일 문단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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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 달달주의보 22.06.19 59 1 12쪽
» 27화 - 같이 눈사람 만들래? 22.06.18 62 1 10쪽
26 26화 - 소풍과 클리셰 +2 22.06.18 65 1 10쪽
25 25화 - 행복이 기연이다 22.06.18 6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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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 일타강사 운수사부 +2 22.06.16 66 2 15쪽
20 20화 - 길이의 꿈 +4 22.06.16 61 3 11쪽
19 19화 - 선 사제지연 후 노변담화 22.06.16 61 2 10쪽
18 18화 - 우리 얘기 좀 해 22.06.16 65 3 10쪽
17 17화 -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 +4 22.06.15 65 3 11쪽
16 16화 - 급할수록 돌아가기 22.06.15 68 3 13쪽
15 15화 - 바다가 부른다 +4 22.06.14 67 2 13쪽
14 14화 - 복이의 달리기 22.06.14 5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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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 무림 핥기 +2 22.06.13 69 2 10쪽
11 11화 - 길이의 뒷이야기 +6 22.06.13 74 3 12쪽
10 10화 - 와장창 끝나고 난 뒤 +4 22.06.12 7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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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 토루의 새벽 +8 22.06.11 99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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