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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포춘 님의 서재입니다.

길이 길이 기억되리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무협

럭키포춘
작품등록일 :
2022.06.01 22:06
최근연재일 :
2022.07.18 23:39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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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6
추천수 :
110
글자수 :
207,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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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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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6화 - 소풍과 클리셰

DUMMY

소풍 가는 날.

잠 못 이루다가 뒤늦게 잠들어서는 늦은 줄 알았는데!

눈 떠 보니 딱 출발할 시간이었던 적.

이 신기한 경험을 겪은 이들이 꽤 많을 것이다.

흉화가 여기서 다시 겪게 되었다.


생체시계란 놀라워서 정말 필요할 때 반드시 발동하고는 한다.

야생성, 본능이 많이 남은 이들은 더욱 그러할 테고.

좀 더 진화한 이들은 잃었을 그 능력.


어찌 되었든 흉화는 때마침 깨어났다.


'길이 복이 밤에 잘 지냈어?'


녀석들의 주변으로 기가 빨리는 게 느껴진다.


'너희 밤새 그거 연습했구나! 좀 쉬지 그랬어.'

'잘 때도 하게 형아도 연습해요.'

'맞아 맞아. 모아서 형아 줘!'


흐흐. 맞는 소리다.

근데 정순한 기가 좋으니 뭐니 그런 거.

길흉화복에겐 적용이 안 되나 보다.

그냥 늘어나기만 하는 심단전.


'그래 열심히 모으자. 우린 기 부자다!'

'하핫.'

'냥냥.'


걸으며 모으는 연습을 하며 사부님께 향했다.


"사부님 기침하셨는지요?"

"살펴 본 주역으로 산통점을 쳐 보고 있었다.

더듬더듬 해석해 보는데 맞는지 확신할 수가 없구나.

간(☶)과 진(☳)이 나와 산뢰이(山雷頤)라는 점괘가 나왔다.

위험이 있고 때를 기다리면 길하다고 하는데.

옆 산 산행에 위험은 또 무어고 길하다는 건 또 무언지 가늠이 되지 않는구나."

"조심하시고 잘 이겨내시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주역 공부를 매일 아침 실습으로 갈음하시지 마시고 저랑 같이 배우도록 하지요?

주점에 가서 식사를 하고 움직이면 되겠습니다.

따로 필요한 것은 없겠지요?"

"도시락도 그쪽에서 챙긴다면서?

이 야트막한 옆 산을 오르고 내리는데 무어가 필요하겠느냐.

즐거운 마음으로 가자."


문득 점괘가 떠오른 흉화였다.

운수 선생이 길흉화복을 몰고 주점으로 걸음을 옮기자 산천 초목이 떨었다.

기분 좋은 떨림이었다.


'그나저나 기를 그렇게 빨아들이면서 다니면 기감이 뛰어난 이에게 경계를 살 수 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삼가도록 하려무나.'


셋은 고개를 끄덕였고 사부님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달리면서도 할만하다! 즐겁게 따라갔다.

이 속도면 1년 걸리던 1갑자 내공을 자는 시간 포함해서 4달 좀 넘으면 얻을 수 있다!

거기에 셋이서 돌려 막으면 3갑자. 그리고 1명이 쓰고 2명이 모으면 무한 동력?

내공의 총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안정성은 올라가리라.

그리고 본래 갖고 있던 별의 내공은 별개라서 더 무섭다.


주점에는 속도를 높인 덕에 금세 도착했다.

이제 주점이라고 표현하기엔 뭐하다.

소밀씨네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다종다양한 것들을 파는 곳.

이제 잡화점이라고 표현할 것이다.

기다림이 즐거웠는지 문 앞에서 웃으며 기다리던 소밀 씨.


"소밀 씨 좋은 아침입니다. 이제 소밀 소저라고 불러도 될까요?"

"좋은 아침입니다. 편하게 부르시지요. 운수 님도 반갑습니다."

"식사 후 도시락을 챙겨 출발토록 하지요."


사부님이 대화를 이끌기 시작, 조용히 따랐다.


'길이 복이 먹고 싶은 건?'

'물고기!'

'저도요.'

'날 거? 익힌 거?'

'둘 다!'

'저도요'


의견 없는 듯 하지만 까다로운 요구를 모두 따라 하는 길이다.


"생선 요리 날 것과 익힌 것 모두 준비해 주시겠습니까?"

"숙수에게 전하도록 하지요."


왁자지껄 아침 식사가 끝나고 일행은 즐겁게 산으로 향했다.

앞서가는 사부님, 그 뒤를 나란히 서 따르는 흉화와 소밀 소저.

길이 복이는 자유분방하게 주변을 뛰놀며 따랐다.


"오를 곳은 저 옆의 산으로 정했습니다.

뒷산은 살짝 더 높기는 한데 비교가 무색하기도 하고.

저희 거처와 너무 가까워서 느낌이 살지 않아서요.

괜찮으시죠?"


"네, 괜찮습니다.

저 옆 산도 한 번도 오르진 못했지만 보기는 많이 본 산이지요.

이름이 아마 강산(康山)일 것입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산인가 보다.

뒷산 옆 산 같은 봉우리에서 뻗어 나온 것이나 다름없어 둘 다 강산이라 부른단다.

예전 관악산 크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대략 200장인가? 600m 가량.

여기서 산의 높이를 어떻게 부르는 지 모르겠네.

어쨌든 정말 등산하기 딱 좋은 높이?

물론 등산로 따위 없는 험준한 자연 그 자체이긴 하다.


그리 빠르지 않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훈훈한 겨울의 날씨를 뽐내는 기후를 즐겼다.

확실히 여긴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의 아열대 날씨답다.


"소밀 소저는 여기서 지내시면서 눈 구경 해보신 적 있나요?"


아이들도 집 안에만 있느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눈.

병원이나 이사 갈 때 눈 온 적은 확실히 없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정도로 추우면 애들을 데리고 나가지 않았고.

그래서 덩달아 시선이 소밀의 입가로 향했다.

사부님의 등 뒤로도 궁금한 기색이 읽힌다.


"아쉽게도 본 적이 없네요.

태어난 곳도 더웠던 곳이라 눈 자체를 구경해 본 적 없다고 할까요?"

"경험 하나가 없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오.

부디 좋은 경험으로 눈을 마주할 수 있길 바라겠소."

"응원 고맙습니다.

근데 산에서 제법 찬 바람이 부는군요.

포근했던 기분이 단숨에 사그라들고 있어요."

"강산 주변이 원래 이렇게 음기가 강한가요?

단순한 찬 바람이 아닌 거 같은데요?"

"사흘 전부터 강산 오른 편 봉우리만 추워졌다는 특이한 날씨 소문이 있긴 했지요.

심마니들의 푸념으로만 들었는데 경험해보니 정말 기이하군요."

"어찌 저희 집 뒷산 쪽으로 편안하게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이 기묘한 사건에 개입하여 모험을 떠나보시겠습니까?"


사부님의 도발적인 제안에 소밀 님은 단박에 낚이고 말았다.

"사건을 추리하고 궁구하는 것은 제 장기 중 하나지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기필코 밝혀내고 말겠습니다!"


갑분 추리소설로 장르가 바뀌는 듯했다.

하지만 이곳은 무협의 세계.

단순 살인 사건 같은 것은 아니리라.

그리고 날씨가 바뀔 정도의 일이란 건 단순한 일이 아닐 테니까.


산의 초입은 쌀쌀한 날씨 정도만이 우릴 반겼다.

조금 오르자 날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정상은 먹구름으로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쌀쌀하지는 않으세요? 제 옷이라도 좀 걸치시겠어요?"

"흠. 아직 그 정도 추위는 아닙니다.

평소와 비교했을 때 추운 감이 있어서 힘들긴 하군요."

"맞아요. 눈 내리지 않는 날씨에서만 지내셨으니 이 정도 날씨에 고생하실 법 하죠.

저는 이거 보다 훨씬 추위도 경험해서 괜찮답니다.

좀 덮으세요."


그 말과 함께 겉옷을 벗어 주었다.

그래도 겨울인지라 겉옷과 안에 입는 옷으로 나뉘어져 있어 건네주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덩치도 커서 건네기에 딱 적당한 크기였다.


"따뜻하네요. 고마워요."

"별말씀을. 제 부탁 때문에 함께 하시게 된 건데요.

힘들어서도 아니고 추위로 고생하시면 안되죠."


사부님은 기감을 널리 퍼뜨리며 걸리는 것이 있나 꾸준히 확인 중이신 거 같다.


'길이 복이. 뭔가 있을 거 같아. 혼돈의 결 발동해서 주변 좀 살펴줘!'

'알겠어요.'

'응응!'


"사부님 제 능력을 좀 써서 문제의 근원을 찾아보겠습니다.

잠시 흩어지도록 하지요?

소밀 소저 잠시 사부님과 함께 이동하시겠습니까?"

"네, 그리 하죠. 그래도 얻으신 정보는 공유 부탁 드릴게요."

"물론이죠. 이따 모여서 나누어야 할 겁니다.

점심 때 모여서 식사와 함께 나누죠."


길흉화복 삼인방은 등고선 따라 산등성이를 훑으며 결 찾기를 나섰고.

운수 사부와 소밀 소저는 정상부터 찍고 거기서부터 살펴 내려오려 한다.


'형. 가슴이 이상해. 간질간질 해.'

'응? 복아 뭐라고?'


복이의 시선을 살펴보니 물이 고인 곳이 보인다.

원래 여기에 호수가 있었나?

주변의 수풀을 보면 물가에서 자라는 것들이 아니다.

잠겨 있는 나무를 보건대 물이 고인지 얼마 안 된 것이다.


'길이는 좀 더 살펴봐.'

'네.'


궁금증을 안고 복이에게 합류했다.


==


"생각보다 잘 따라오시는군.

힘들지는 않소?"

"후. 후. 네. 견딜만합니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은 거죠?"

"이 속도로 가면 1다경도 남지 않았소.

다만 이 앞의 산마루가 아니라 이 너머 산마루에서 상황을 알게 될 것 같단 말이지."

"아, 저 뒤에 작게 튀어나온 부분이 산마루인 건가요?

확실히 앞의 마루가 가장 높은 곳이 아니네요."

"힘낼게요. 주변에 뭐 특별히 다른 것은 없나요?"


"갑작스레 추위가 닥쳤는지 얼어 죽어가는 나무들이 보이오.

아직 완전히 죽지는 않은 걸로 봐서는 며칠 지나지 않은 것 같고.

정상으로 갈수록 기감에 뭔가 잡히는 것도 같은데.

정상으로 가니 잡힐 듯 다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소."

"후우. 후우. 올라가면, 제가 열심히, 살필게요."

"조금만 힘내시오. 다 왔소."


을씨년스러운 산마루에는 별 볼게 없었다.

되려 휑한 모습이 이상할 정도로.


"저쪽 산마루로 가는 거요.

내리막길 조심하시고."

"네, 조심하··· 어어어!"


굴러 떨어지는 소밀을 잡으러 운수가 이동했으나 실패했다.

기이한 흡입력이 있는지 그녀는 빨려들어가듯 마루와 마루 사이 산골로 빠지고 있었다.

기이한 산골짜기는 정오에 가까운 시간대에도 시커먼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

그녀가 다치지 않는지 지켜보며 최대한 곁에 붙어서 쫓는 그.

그녀가 골짜기에 빠지듯 구르는 것은 확실히 일반적인 자연현상이 아니었다.

산골짜기에는 골 따라 갈라진 땅이 있었고 그 구덩이에 소밀은 쏙 빠져버리고 말았다.


"어쩔 수 없군."


중간부터 정신을 잃은 소밀을 걱정하며 운수는 뛰어내릴 수 밖에 없었다.

깊은 어둠 속으로.


작가의말

10시간, 4편 도전은 무리수 같지만 그래도 최대한 써 봅니다.


19일이 되기 전 29화 30편을 모두 올려보도록.


다 쳐내고 달립니다.


길이는 다행히 아직 자고 있습니다.


7월 7일 문단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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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 북동풍이 분다 +4 22.06.22 63 2 10쪽
31 31화 - 흉신악살 +4 22.06.20 72 3 13쪽
30 30화 - 가장 중요한 시간 +2 22.06.19 58 2 12쪽
29 29화 - 풍문으로 들었소 +4 22.06.19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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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화 - 소풍과 클리셰 +2 22.06.18 6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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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 일타강사 운수사부 +2 22.06.16 66 2 15쪽
20 20화 - 길이의 꿈 +4 22.06.16 61 3 11쪽
19 19화 - 선 사제지연 후 노변담화 22.06.16 61 2 10쪽
18 18화 - 우리 얘기 좀 해 22.06.16 64 3 10쪽
17 17화 -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 +4 22.06.15 64 3 11쪽
16 16화 - 급할수록 돌아가기 22.06.15 67 3 13쪽
15 15화 - 바다가 부른다 +4 22.06.14 67 2 13쪽
14 14화 - 복이의 달리기 22.06.14 59 2 10쪽
13 13화 - 혼돈공 파헤치기 +2 22.06.14 62 3 10쪽
12 12화 - 무림 핥기 +2 22.06.13 6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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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 다시 태어나다 +4 22.06.11 141 7 15쪽
1 1화 - 고양이가 떠난 이유 +10 22.06.11 305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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