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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포춘 님의 서재입니다.

길이 길이 기억되리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무협

럭키포춘
작품등록일 :
2022.06.01 22:06
최근연재일 :
2022.07.18 23:39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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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글자수 :
207,617

작성
22.06.1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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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2화 - 산은 내려가기 위해 오르는 것이다.

DUMMY

어느새 달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내일이면 동그랗게 보일 것이다.

기울었던 달이 차듯, 찬 달이 기울기도 한다.


노인은 시간에 의해 능력을 잃은 이들이고,

아픈 사람은 병에 의해 능력을 잃은 이들이다.

그 외에도 능력을 잃고서 의기소침한 인간들은 참 많다.


다시 할 수 있도록. 그 능력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능력이란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

원래 못하던 것이 아니라 하던 것을 하지 못하는 기분.

줬다 뺏는 것이란 말이다.


주어진 것의 소중함을 알던 길이는 이곳에서 진짜 등산이란 걸 해보고 싶었다.


산.

땅보다 높은 곳.

단순히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좋아했던 길이.


오를 수 있다는 능력이 좋았던 것도 같다.

이제 어디든 올라갈 수 있는 힘이 주어졌으니 다른 재미를 찾아야 한다.

길이는 흉화에게 말했다.


"형아. 저 여기 있는 산들을 알고 싶어요.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산을 타고 싶어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에도 올라보고 싶고요.

거기서 가장 유명한 산들을 다 올라보고도 싶어요.

소소한 동네 산들도 좋아요.


거기서 맞는 햇살과 바람.

구름과 비, 눈도.

그저 함께라면 조금 힘들더라도 다 좋아요.


높을 수록 좋아요.

더 오래 함께 내려올 수 있어서."


변신해서 육성으로 말까지 해서 설득력은 굉장했다.

길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들어줄 수 밖에 없는 부탁이었다.


"그래, 우리 등산가가 되자.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는 기도 더 잘 쌓일 거야.

사부님께 명산 소개도 받고 등산 계획도 짜서.

산행 하면서 공부하면 좋지 뭐.

여기서 할 수 있는 수련은 등산하면서도 가능한 거야."


흉화 모르게 선장에게 자신의 퇴직을 알리고 온 사부님은 아침 식사를 기다리시는 중이었다.

아침 공부와 수련을 시작한 지도 어느새 나흘 째.

길이의 바람은 그렇게 찾아왔다.

식사 거리 챙겨오면서 소밀 씨에게 상담 받아보면 좋겠지?


'복이야 너는 길이 의견이 어떻니?

산 타는 거 좋겠어?

복이는 뭐 하고 싶어?'


옆에서 묵묵히 듣던 복이가 역시 변신을 하더니 육성으로 말을 건넨다.


"형. 나는 친구가 사귀고 싶어.

세상에는 우리 같은 영혼 친구들이 분명 있겠지?

그런 친구들 만나러 돌아다니고 싶어.

산 가면 산에서도 찾고,

다른 데서 있으면 다른 데도 찾아갔으면 좋겠어.

형, 오빠 말고도 친구 사귀고 싶어!

더 이야기 많이 나누고 싶어!"

"친구를 사귀어도 같이 다니는 건 힘들지도 모르는 데 괜찮아?"

"그런 거 상관 없어. 그냥 사귀고 싶어!"


그냥에 담긴 여러 의미가 흉화의 마음을 흐트러트린다.


'"알았어. 이야기 나누어 보자. 둘 다 할 수 있을 거야."


이것도 사부님을 비롯해 상담을 요한다.

길이와 복이가 하고 싶은 게 분명히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뭐 어차피 혼돈 결 따라 온 행선지이다,

흉화는 아이들 하고 싶은 거 같이 하면 족하다 여겼다.

아직 스스로의 욕망과 마주하지 못한 그였다.

아, 내공 부자로서 맘껏 내공 쓰고 싶은 맘은 안 그였다.


고양이로 돌아와 길이가 말한다.


'밥 가지러 가면서 들어요 형.'

'그래 움직이자.'

'예전에 그러니까 여기로 오기 전에 비닐 막 뜯어먹은 거 기억하세요?'

'하, 밥은 안 먹으면서 비닐 씹던 거?

기억 나지.

어이가 없기도 했고 하지 말란 거 하는 거에도 웃겼고.

그렇게 엄마 젖이 그리웠을까 가슴 아프기도 했고.'


'몸이 막 그걸 원했으니까 한 거긴 하죠.

거기서 그리움이나 배고픔 같은 건 여기 와서 해결된 거 같아요.

그런데 하지 말란 거! 금기를 어기는 느낌은 못 느꼈어요.

그 금기 어기기를 하고 싶어요!'

'금기(禁忌). 터부(taboo). 흐음.'


여기 오기 전 금지된 모든 것을 풀어주고 자유롭게 행동했던 기억이 남아서 저런 걸 원하는 것 같다.

길이나 복이가 자유로운 건 상관 없다.


무림에서의 금기는 무얼까.

고인이 된 사부나 사문 욕 보이지 않기?

흡성대법 따위의 흡기술 익히지 않기?

채양보음, 채음보양 같은 거?

피로 하는 무공, 시체로 하는 무공?

뭐 여러 범죄 행위는 치워두자.

군이나 관과 엮이지 않는 것도 있다.

오지랖 부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긴 하지.


'그래 길이야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이자.

나쁜 짓만 안 하면 되겠지.'

'또 또 어머니들을 돕고 싶어요. 어미 고양이, 어미 개 등등 모든 어머니요.'

'응?'


거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니에 대한 복지를 하자는 이야기인가?

종을 불문하고?


'그러니까 어떤 도움? 구체적으로.'

'밥도 주고 약도 주고. 일하게도 해주고. 보호가 필요하면 보호도 해주고.'

'어. 다른 의미의 모국(母國)이라도 만들어야 할 이야기인 거 같은데.

일단 이게 굉장히 많은 손이 필요한 일인 건 알지?'

'네. 주변을 도와주는 것도 쉽지 않아요.'


할 수 있는 건 한다.

할 수 있으니까 한다.

해야 하니까 한다?


'우리의 17년을 여기에 전부 쏟아 부어도 될 지 모르겠지만.

길이가 원한다면 열심히 고민해볼게.


당장 하자고 하기엔 부족한 게 있거든. 제일 부족한 건 사람.

우리 셋. 사부님이 도와주신다면 넷.

이들로는 당장 시작도 쉽지 않을 거야.


그래도 그 뜻은 밝히는 게 좋을 거 같네.

우리 길이 대단해.'


주변에 도울 수 있는 것부터 돕자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흉화가 그리는 건 나라를 세우는 거대한 건국 이야기였다.


내려가기 위해 오르는 것처럼.

나눠주기 위해 오르는 것.

그것이 기회든 재화든 무엇이든.

그 무언가를 나눠주기 위해 올라야 할 것 같다.


얼마나 지속될 지 모르고, 성좌님이 어떻게 볼 지도 모르겠으나.

길이가 하고 싶다고 하니, 나도 덩달아 하고 싶어졌다.


원래 그렇게 모든 일이 시작되곤 하지 않을까?

다른 이의 꿈이 내 꿈이 되는 일.

원래 꿈이란 건, 좋은 꿈이란 건 널리 퍼지는 거니까.


힘든 어머니들이 없는 세상?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사실 모두가 행복한 세상 같은 이야기 같고.

현대에서도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것 같지만.

눈 앞에 있는 것들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도 할 수 있다면 족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와중에 벌이는 파괴와 혼란에 성좌님이 분명 만족하리라 여긴다.


[낫과 망치의 건국자 : 여성 동지들을 위한 나라!

힘을 보탤만 한 것 같군.

기다려 보게. 다른 동지들을 모아보지.]


[아톰 아빠 : 뭔가 멋진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 같군요. 건국 서사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아요. 부디 희극이 되길 기대할게요.

선계약이 될 지 또 배후성님과 상의 해야겠네.]


[가장 위대한 정복자 : 과정에서 피는 얼마나 흘리게 할 거에요?

물론 제가 원하는 건 피가 아니라 정복 그 자체!

나라를 세우는 데 정복이 빠질 수 있을까요?

어떤 것들을 정복할 지 기대하고 있을게요.]


[나일 캣맘 : 고양이를 비롯해 모든 어머니들의 나라.

모성의 여신으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확실히 공동 과제로 가야겠어요!]


[나라 잃은 이들의 잊힌 창업자 : 소외 받는 이들을 모아 나라 만드는 데는 저도 관심 있습니다.

이 혼란한 시국을 정리해주기 바랍니다.

도울 이들의 범주를 넓히길 바랍니다.]


여러 성좌들의 성원에 온갖 상념이 떠오르고 가라앉았다.

과제가 주어지고 수락하면 후퇴도 못한다.

하지만 행보에 의의를 부여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갔다.


깊은 고민 가운데 소밀과 마주했다.


"소밀님 식사는 조금 있다가 준비해주시고 상담 좀 가능할까요?"

"네, 물론입니다."


주방에 손짓을 한 소밀이 방으로 흉화를 안내했다.


"여기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시죠. 어떤 일이신가요?"


어떤 순서로 이야기를 꺼낼 지 고민하다 그냥 순서대로 꺼내기로 했다.


"산, 유령, 건국 관심 있으십니까?"

"네?"

"아차차. 너무 한꺼번에 말했군요. 하나씩 이야기 나누죠. 산에 대해 좀 아시는지요."

"큼. 질문이 좀 포괄적이신데 구체적으로 해주시겠어요?"

"등산을 좀 거하게 하려고 합니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려 하거든요.

중원 명산들에 대한 정보.

이 장주, 나아가 복건에서 오를만한 산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정리한 책자가 있을까요?"

"흠, 산에 대한 지리지 같은 게 필요하신 건가요?

어디에 어떤 산이 있다는 개괄적인 지리지가 있기는 합니다.

챙겨드리죠.

또 이 복건은 대부분이 산지와 구릉입니다.

북쪽에 무이 삼령[武夷 杉嶺]이 있고 거기 무이산(武夷山)이 유명하네요.

구화산(九華山)이 서쪽에 있기도 하구요.

당장 떠나실 만한 곳은 구화산이고,

후에 북쪽에 무이산이 좋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등산은 좋아하시나요?"

"일 하느라 바빠서 산행은 못 해 본 것 같군요."


"모실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귀신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누고자 하는데요.

귀신을 다루는 영매나 영매사에 대한 정보가 좀 있는지요?"

"흠 서안의 모산파가 가장 유명랍니다.

퇴마를 목적으로라면 도가나 불가의 문파들도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지요."

"사실 퇴마의 목적보다는 귀신이 어디에 있고, 어떤 곳에서 출몰하는 지 알려는 거라서 말이죠."

"제가 아는 바대로 말씀드리면 구천에 떠도는 혼은 대부분 원이나 한 때문에 남는 것이기에 좋은 경우가 드뭅니다.

그래서 참혹한 일이 일어났던 흉가같은 곳에 나타난다 하지요."


"답변 감사드립니다. 아까 건국 이야기를 드렸는데요,

서로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 그 때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하지요.

나중에 사부님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준비 된 아침을 들고 거처로 돌아가는 길.

흉화는 길이와 복이에게 조금 급하게 움직인 거 같다고 자백했다.

급할 수록 돌아가야 하고.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관계를 급하게 자꾸 맺다 보니 실수를 할 뻔 했다.


"식사가 좀 늦었구나."

"사부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희 산에 좀 가죠.

그리고 유령 좀 아십니까?

나라 세우는 데 함께 하실래요?"


흉화는 사부에게 거침없는 3연타를 날렸다.

소밀에게는 느껴졌던 거리감을 없애고 전력으로.

방금 한 다짐과 상반된 행동을 맘껏 저질러버렸다.

황당해 하는 사부를 뒤로 하고. 밥상을 피러 가는 흉화였다.

길이와 복이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엉덩이를 씰룩이며 뒤따를 뿐.


작가의말

버킷 리스트 짜다 급발진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전개할 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쓰다 보면 정해지겠죠.


길이도 계속 저 상태니 30편까지 달리기만 하겠습니다.


휴.


7월 4일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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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 묘묘단 100일 부흥회 +4 22.07.02 59 2 13쪽
33 33화 - 꼬마 유령 길이 복이 +4 22.06.22 72 3 14쪽
32 32화 - 북동풍이 분다 +4 22.06.22 63 2 10쪽
31 31화 - 흉신악살 +4 22.06.20 72 3 13쪽
30 30화 - 가장 중요한 시간 +2 22.06.19 58 2 12쪽
29 29화 - 풍문으로 들었소 +4 22.06.19 65 2 12쪽
28 28화 - 달달주의보 22.06.19 59 1 12쪽
27 27화 - 같이 눈사람 만들래? 22.06.18 61 1 10쪽
26 26화 - 소풍과 클리셰 +2 22.06.18 65 1 10쪽
25 25화 - 행복이 기연이다 22.06.18 59 1 11쪽
24 24화 - 호감작의 달인 +2 22.06.17 60 2 13쪽
23 23화 - 같은 꿈을 꾸다 in 무협 +2 22.06.17 63 2 10쪽
» 22화 - 산은 내려가기 위해 오르는 것이다. +4 22.06.17 62 3 11쪽
21 21화 - 일타강사 운수사부 +2 22.06.16 66 2 15쪽
20 20화 - 길이의 꿈 +4 22.06.16 61 3 11쪽
19 19화 - 선 사제지연 후 노변담화 22.06.16 61 2 10쪽
18 18화 - 우리 얘기 좀 해 22.06.16 64 3 10쪽
17 17화 -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 +4 22.06.15 64 3 11쪽
16 16화 - 급할수록 돌아가기 22.06.15 68 3 13쪽
15 15화 - 바다가 부른다 +4 22.06.14 67 2 13쪽
14 14화 - 복이의 달리기 22.06.14 59 2 10쪽
13 13화 - 혼돈공 파헤치기 +2 22.06.14 62 3 10쪽
12 12화 - 무림 핥기 +2 22.06.13 69 2 10쪽
11 11화 - 길이의 뒷이야기 +6 22.06.13 74 3 12쪽
10 10화 - 와장창 끝나고 난 뒤 +4 22.06.12 76 2 12쪽
9 9화 - 드디어 와장창 토루 +4 22.06.12 76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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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 보기와 보물 +6 22.06.11 8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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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 개봉과 토루의 아침 +6 22.06.11 93 5 13쪽
3 3화 - 토루의 새벽 +8 22.06.11 99 7 13쪽
2 2화 - 다시 태어나다 +4 22.06.11 142 7 15쪽
1 1화 - 고양이가 떠난 이유 +10 22.06.11 306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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