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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포춘 님의 서재입니다.

길이 길이 기억되리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무협

럭키포춘
작품등록일 :
2022.06.01 22:06
최근연재일 :
2022.07.18 23:39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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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글자수 :
207,617

작성
22.06.1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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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화 - 길이의 꿈

DUMMY

길이는 11일 전,

그러니까 형아가 오기 전,

여기서 있던 15년도 더 전,

무지개별 건너기 직전의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마 다시 무지개별로 떠날 때나 그땐 그랬지 하고 잊을 수 있지 않을까?


무지개별로 건너기 직전의 상황은 이랬다.


온몸이 움직여지지 않아 무기력했다.

그런데 또 통증은 느껴져서 몸이 벌레들에게 물어 뜯기는 듯 했다.

아프지 않은 데가 없어서 그저 숨만 거칠게 몰아쉬었다.

아빠한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참고 참았던 게 터져버려서 민망했다.

열심히 참았던 게 부끄럽게 많이 아파했다.

좀 더 견딜 수 있을 거 같아서 아쉬웠다.

밥이 도저히 안 들어가서 억울했다.

잠만 자서 지루했다.

아빠가 자꾸 울어서 슬펐다.

아빠가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무서웠다.

아빠가 날 바라보지 않으면 외로웠다.

말을 할 수 없다는 게 참 답답했다.


그래서 바람을 가졌다.

그 바람이 닿았는지 무지개별 관리자님이 내 울음을 들어주셨다.

이해하지 못할 계약 이야기를 하시긴 했지만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원.


그 때 없던 힘 쥐어 짜 했던 느릿한 꾹꾹이.

엄마 젖이 먹고 싶어요.

그래서 맘껏 먹을 수 있는 힘이 주어진 것 같다.


사랑 듬뿍 받았던 그 때가 그리워요.

형의 애정이 더 진해졌고 연결고리까지 생겼다.


힘찬 발걸음 가지던 그 때로 가고 싶어요.

영체는 전성기 시절 자태 그대로.

꾹꾹 눌러볼 수 있는 물리력도 가진 것 같다.


크릉크릉크릉.

고통도 행복도 아닌 그저 그르렁거림으로 표현했던 그 마지막 순간.


그 순간 이곳, 형이 말하는 무림의 세계로 오게 된 것이다.


온 순간 바람이 다 이루어졌다.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다.


아플 구석이 사라진 영혼의 몸!

특별한 힘에 의해 아플 수도 있겠지만 평소에 아플 일은 없을 거다!


그래서 호흡도 사라졌다.

아, 기라는 걸 모을 수 있으니 습관을 버리지 말라는 충고가 머리에 남아있다.


이제 더 이상 참을 거리가 사라진 게 아닐까?

부끄러워할 실수도 없을 것이다.


뭐든 얼마든 견딜 수 있는 힘이 다시 주어졌다.


뭐든 입으로 주워 넣을 수 있는 힘이 주어졌다!

강제로 와구와구가 가능하다.


잠 안 자도 되는 몸이라 지루할 일 없이 돌아다닐 수 있겠다.


형아가 계속 웃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영원히 함께 할 반려라는 끈도 생겼다.

헤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다니 참 좋다.

이렇게 셋은 외로울 걱정은 이제 안 해도 될 거 같다.


그리고 말하는 걸 넘어서 의사 소통이 자유롭게 된다고 한다.


당시 바랐던 모든 것들이 이루어졌고,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바랄 만큼 부족한 것이 없다.


그런데 부러움 하나가 생기긴 했다.


새로 생긴 사부님이란 존재에게 쏟는 아버지의 애정이 눈에 들어온 것.

저 애정의 순환에 동참하고 싶어졌다.

그런 열렬한 마음이 생겨났다.


어떻게 하면 함께할 수 있을까 고민을 시작한 길이.

무공을 배우기 위한 사부님이었지?

고수라고 불리는 힘 쎈 사부.

아마 형아도 힘이 쎄지려고 사부님께 배우는 것이다.


그럼 자신도 함께 무공을 배우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양이의 몸으로 배우는 무공은 형과 제대로 된 유대를 쌓을 수 없어!

그렇게 단정짓고는 어떻게 하면 사람의 몸을 따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더 이상 길이만의 꿈이 아니게 되었다 여겨 복이를 불렀다.


'복아 우리 저 사부님한테 같이 무공 배워보자. 쎄지면 좋은 게 많아.'

'좋아? 알았어. 배우자. 근데 어떻게?'


나의 바람이 이루어진 건 실로 극적이어서 어떻게 다시 이루어지는 지는 알 수 없다.

똑같이 울며 바라볼까?


'같이 무지개별을 향해 울면서 바라볼까?'

'무공을 배우게 해주세요. 사람 모습으로 변하게 해주세요?'

'응, 사람 모습으로 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빌어보자. 시작!'


"애애애애옹!~~~"

"으아아아아옹!~"


하늘 보고 새벽에 육성으로 울부짖는 아이들이었다.

다행히 조용하라 방 안에서 소리는 없었다.

다만 무지개별의 반응도 없는 것 같았다.


'잉 이제 안 되나? 어떻게 하지?'

'복이가 울음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형, 나 나 뭔가 알 거 같아.

그, 그 나랑 오빠는 그 자유 도깨비, 자유 영혼이라고 했잖아.

아무 거나 해도 된다고 했어!

그래서 우리가 밥도 먹고 맴매도 하고 우다다도 하잖아?

사람 몸도 가졌다가 안 가졌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허당이지만 엉뚱한 복이가 한 건 해냈다!


'둘이서 이것저것 해볼까? 되는 거 같으면 공유하기로 하고.'


할 게 생겨 좋은지 복이는 끙끙 대면서도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전설의 고향 구미호 널뛰듯 허공으로 뛰었다 바닥을 구르기도 했다.


길이는 오두방정 떨지 않고 본인의 마음을 살폈다.

잠깐이라도 사람이 되고 싶어!

사람이란 뭘까? 사람의 형태는 왜 그런 걸까?

그렇게 스스로의 화두에 빠져들었다.


외공의 복이, 내공의 길이로 나뉘는 가운데 시간은 흘렀다.


새벽의 어스름이 슬슬 물러나려 움찔움찔 하는 그 때!

이 때 이 때 이 때!

길이도 복이도 동시에 깨달음을 얻었다.


길이의 깨달음.

형아와 동조했을 때의 그 느낌을 살려 강렬하게 바라면 마음이 움직이고 절로 몸이 변한다는 사실.

물론 본질은 변하지 않기에 바람이 멈추면 본래의 형태로 돌아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쉬운 길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복이의 깨달음은 이랬다.

해봤어?

이것저것 다 해보는 와중에 드디어 얻어 걸린 것!

사람처럼 뒷발로 선 후 두 손 모아 위로 기지개를 켠 순간 변신이 되었다.

인(人) 변신!

긴장이 풀리고 계속 있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면 풀리는 것 같았다.


일정 이상 긴장을 계속 해야 하는 외공 변신.

길이는 변하고 싶다는 바람의 유무가 중요했지만 내력이 계속 소모되는 것이 있었다.


외공은 내력이 아니라 근육과 함께 정신력을 쓰는 것.

내공은 내력과 정신력을 쓰는 방식으로 구분이 가능했다.


어찌 되었든 두 분야의 변신술을 창조, 혹은 발견해 낸 길이 복이.

기뻐하며 서로의 기술을 공유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변신 시작!


길이의 외형은 이랬다.

키는 7척, 무려 175cm에 가까운 키!

고동색 머리에 뱅갈 무늬를 형상화 했는지 검은 머리칼이 브릿지처럼 있다.

꾸안꾸, 깔끔하게 그루밍으로만 꾸며진 동글 바가지 머리이다.

이목구비는 고양이 때의 잘생김이 그대로 묻어 나와 선명하고 큼직한 이목구비!

초롱초롱한 눈매와 날카로운 턱선이 참 멋지다!

탄탄한 마른 근육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잘 큰 아역배우는 이렇게 생겼을 것 같다는 전형의 외모로 길이는 변신에 성공했다.

이 멋진 걸 당장 길흉화복만 본다는 게 실로 안타깝게 여겨질 미모였다.


그렇다면 복이는 어떻게 변했느냐.

일단 키는 평소 아담한 그대로인지 6척(150cm)이 미처 안 될 거 같은 작달막하다.

평소 털 색과 같은 은회색 사자 머리가 허리까지 찰랑댄다.

소녀보다 소년이 보이는 인상.

떙그랗게 커다란 눈은 살짝 낮은 코와 더불어 자기주장을 한다.

장난 잘 칠 것 같은 웃상으로 눈가와 입가가 올라가 있다.

사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건 원추형 뿔이 이마 한 가운데 박혀있다는 것.

눈이 원체 커 눈동자 만한 크기의 뿔인 셈인데.

아직 작은 크기의 뿔인데도 불구하고 이마 한가운데서 존재감을 뽐냈다.

아름답게 긴 머리칼과 큰 눈이 아니었다면 뿔만 보였을지도 모른다.

길이보다 근육량은 확실히 적어 보인다.

그래도 꽉 차 보이는 근육이다.

정말 단단해 보이는 몸!

누가 보면 체대 나온 고양이인 줄 알 것 같다.


두 귀여운 미소년 미소녀가 서로를 보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여러 움직임을 해본다.

어제 보았던 강렬한 움직임을 떠올려가며.

사부와 흉화가 펼친 1식경(30분) 가량의 몸짓은 그들의 뇌리에 확실히 각인 되었다.

그래서 마음을 먹으면 절로 떠올랐다.


그 둘은 지칠 때까지 그 처절한 몸짓을 아름다운 몸짓이 되도록 움직였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구석이 보일 때 즈음 지치고 기가 빨려 고양이로 돌아간 둘.

길이는 늘 취하던 골뱅이 말린 자세로 몸을 돌돌 말아 쉬기 시작했다.

복이는 그런 자세를 취할 겨를도 없었는지 뿔을 바닥에 폭 박은 고양이 자세로 멍을 때렸다.


그렇게 둘은 흉화 모르게 새로운 힘을 갖게 되었다.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묘혼, 묘귀.

물론 흉화 일어나면 바로 알리며 서로 공유할 경험이지만.


길이는 그렇게 꿈을 스스로 이루어 냈다.

소중한 경험 하나를 또 하나 쌓아가 살아가는 길이였다.


[나일 캣맘 : 여차하면 인간 변신을 과제로 내줄까 했는데.

금세 스스로 성공하다니!

정말로 기뻐!

사실 업은 많이 쌓고만 있어도 존재에 여러가지 이로움을 주거든?

운을 트이게 해 세계가 스스로 돕게 한달까?

악업을 엄청나게 쌓은 인간이 당장 잘 나가는 이유랄까?

어찌되었든! 장하다 장해.

아 나일에서 묘인으로 돌아다니던 때가 그립구나.

이렇게 후원 잔뜩 했으니까 좋을 거야! 애들아 행복하자!]


'우왕. 형아 없어도 우리한테 과제가 올 수 있구나?'

'신기해! 재밌어! 우앙!'

'캣맘님 고마워요. 힘낼게요.'

'고맙고맙!'


경험에 경험을 더하여 더 즐거운 길이와 복이.

가슴에 자신감이라는 비료가 뿌려지는 순간이었다.


***


[비밀교단의 명존 : 어떻게 이렇게 영지주의(靈智主義)에 걸맞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지요?

저 끝도 없는 지식을 향한 열정!

자율성마저 사랑스럽군요.

셋으로 기회를 분산한 것부터 감탄이 나옵니다.

역시 존경할만한 탐구자십니다!


슬슬 저도 참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말이지요.

제 참가자가 일 겪으면서 저희 구역으로 바로 보낼까 했다가 우리 무지개님 거 보고 맘이 변했지 뭡니까.

기연 파트를 좀 변형해서 콩고물을 나눠드릴 테니 남쪽에서 조우 잠깐 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보니까 자리 펴고 무공 배우는 때가 이어질 거 같은데.

동반 기연으로 하면 서로 인과도 아끼고 이래저래 장점이 많지 않겠습니까?

저는 무지개님 도전자들의 팬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말이죠.

제 도전자에게도 돕게 말해 놓을 테니 서로 돕고 서로 과제를 깨 나간다.


윈윈(win-win) 얼마나 좋습니까?

바라는 거 크게 없으니 교학상장(敎學相長) 하게 도와주시죠, 네?"


[무지개별의 관리자 : 그게 더 재밌다면야?]


그러나 [무지개별 관리자]는 업이 정말 많은 건지 기획과 표현에서 거침이 없었다.

그 업 씀씀이에 놀란 [비밀교단의 명존]은 업이 모자라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도전자와 계약도 하지 못했는데 과투자를 하기엔 믿음이 부족했다.

결국 매몰비용이라 여기고 양해를 구하며 도망을 선택.

결국 당장은 업만 뜯긴 채 물러나게 되었다.


도전자 없는 찐따는 광광 울었다.


그리고 무지개 별 관리자는 나름 거창한 선물 마련에 성공했다.

도전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한껏 기대를 갖게 하는 선물을.


작가의말

언제 길이 상태가 나빠질지 몰라 노심초사한 가운데에 쓰는 글입니다.


길이 복이가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다면 얼마나 더 귀여웠을 지 상상하기 힘듭니다.


무지개별에선 그렇게 멋진 모습 맘껏 뽐내며 지내길.


7월 7일 문단과 성좌들의 대화를 수정했고 성좌 후원을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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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 길이의 꿈 +4 22.06.16 6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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