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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포춘 님의 서재입니다.

길이 길이 기억되리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무협

럭키포춘
작품등록일 :
2022.06.01 22:06
최근연재일 :
2022.07.18 23:39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834
추천수 :
110
글자수 :
207,617

작성
22.06.16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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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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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8화 - 우리 얘기 좀 해

DUMMY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뿜어내는 길흉화복.

모두 그를 무의식적으로 피한다.


부둣가에 도착했다.

때마침 그가 탄 배가 오고 있다.

마음을 다잡으며 그가 내리길 기다렸다.


선장이 무어라 당부를 하고 먼저 떠난다.

갑판장으로 보이는 이가 또 무어라 당부를 하고 배를 지킨다.

다행히 그는 배를 내리는 인원에 있다.


흉화의 시선을 눈치 챈 그가 다가왔다.

속으로 관을 외쳐 현암이란 이름을 확인.

다가오는 그를 마주했다.


"계속 지켜보던데 무슨 용무요. 나를 아시오?"

"할 말이 있습니다."

"선자불래(善者不來) 내자불선(來者不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자리를 옮기는 현암.

대화를 하든 싸우든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야 했다.

둘은 해안을 따라 걸어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다다랐다.


제대로 대화 나누는 법을 잊은 것일까?

현암은 불문곡직(不問曲直) 주먹을 뻗으며 전투를 시작했다.

다행히 그에게 검은 쥐어지지 않았고 수준을 제대로 짐작하지 못한 듯하다.

눈에 보이는 빠르기의 주먹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함정이었다.

순식간에 바뀐 경로.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게 궤적이 흔들렸다.

난생 처음 보는 궤적에 종착점을 떠올리지 못한 뇌는 오류를 일으키는 듯했다.


'찾아올 혼란은 혼돈공이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구!'


귓가에 이상한 게 들리는 기분을 뒤로 하고 차분히 온몸을 뒤로 빼 날렸다.

그보다 하수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효율 따윈 버리고 효과만을 바라봤다.


체력 싸움이 되어도 좋다.

내력 싸움이 되면 오히려 좋아.

일단 내력 싸움이 되면 말 할 시간도 생기지 않을까?

몸 붙이고 내력 싸움 하는 도중에는 안되겠지만 그 전에 투닥투닥 할 때는 되지 않을까?

임의로 죽이고 싶어도 못 죽일 수 있다.

또 길이 복이 배터리가 큰 힘이 될 것이다.

내력을 많이 못 쌓았을 수도 있지.

배에서 10년.

운기조식 할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큰 동작으로 피하기 시작하자 특별한 초식 없이 단순한 투로로 다가오던 그의 속도가 올랐다.

동영상 배속 올리듯 갑자기 빨라진 몸짓은 분명 내공의 힘이 가미된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아직은 감당할 수 있는 속도였다.


뒤로 뛰고,

옆으로 구르고,

앞으로 뒤로 구르고,

바짝 엎드렸다가,

재빨리 일어나 피한다.


컸던 동작을 다시 안정적으로 바꾼다.

배속이 되고 다시 큰 동작으로 바뀐다.

다시 큰 동작을 적응해 적당한 동작으로.


이게 말로만 듣던 버피인가 뭔가 그거냐?

땀이 줄줄 나기 시작한다.

무산소와 유산소가 결합된 생존 운동.

내가 녹은 체력만큼 상대도 녹았으면 하는데.

안 될 거야 아마.


당장 길과 복이는 응원을 보낼 뿐이었다.

약속하기를 첫 회피가 성공하고 이후 반복되는 경우에는 당장의 개입 없이 일단 응원만 하기로 했다.

개입할 경우 전면전으로 전환.

되려 힘 조절 못 한 우리나 그로 인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여겼기 때문.


그가 이성을 잃으면 피해는 내가 본다.

도저히 말할 짬을 낼 수가 없다.

몇 분이 흘렀는지 어느 순간 시간의 흐름도 잊었다.


뱃일과 내공 수련으로 더 강해지신 거 아닐까?

뱃사람을 위한 권법도 창안하시고 말이야.

평소에도 저랬는지 표정 하나 변함 없이 기계처럼 같은 과정을 반복 중이다.

그게 흉화를 줘 털어버리는 동작들이라는 게 문제일 뿐.

그래도 최적화에 성공해 버틸 만하다고 여겨지면 또 단계가 오른다.

일부러 저러는 걸까.


자기도 당황하며 변속을 하는 걸까?

표정 변화가 전혀 없어 당황하는 게 전혀 드러나지 않는 걸까?

그건 그거대로 소름이 돋는다.


오늘이 10일인 걸로 아는데, 열흘 간 굴러서 붙은 체력이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물론 주어진 체력이 더 강했다는 건 안 비밀.


꽤나 오래 이어진 무반격 회피에서 그는 전혀 뜻을 읽지 못한 걸까.

지친 기색도 없이 성실하게 펼치는 주먹질에 어떠한 경건함마저 비친다.

아직, 아직까지는 괜찮다.

떨어지는 체력의 정도도 지속 가능한 정도이다.

그저 빠르기만 한 동작은 내가 좀 더 빠르게 움직이려고 노력만 하면 어떻게든 피하는 게 가능하다.

면을 넘어서 범위를 공격하는 듯한 것들도 이제 적응해서 위험한 지역을 벗어나는 식으로 피한다.

대규모 광역 공격만 아니면 어떻게든 피할 수 있는 경지까지는 올랐다!


고수들의 영역은 작은 차이, 그 틈을 파고들 수 있는 집중력과 기를 다루는 세밀함에서 차이가 난다고 봤었다.

그러니까 무협지에서 말이다.

다른 격투 만화나 소설에서도 나오던 이야기들이니까.

그리고 피하는 데 익숙해져 이렇게 사고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게 바람직한 현상 아니겠는가.

좀 더 몸의 여유가 주어지면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려가는 체력을 보조할 내공이 투입되어야겠다.

일단 내 심장 어림을 어루만져 근육이 매끄럽게 움직이도록 전신에 내공칠을 좀 해주었다.

기름 바른 기계처럼 잘 움직이더라.

물론 실제 기계에 기름칠을 해 본 적은 없다.


아! 이렇게 내공 운용을 하다 보니까 우리 중출일 심법이 떠올랐다.

원체 위협적이어서 도저히 쓸 짬이 안 났는데 말은 못해도 이건 생각만으로 발동이 되는 거였네.

길이 복이에게도 전달했다.


'자기 우리 얘기 좀 해.'


뭔가 말하기 꺼려지면서도 피할 수 없는 대화의 시간이 다가오는 듯하다.

저 문장 어느 구석에 그렇게 꺼림칙함이 감도는 거지?

인류가 쌓아올린 문화의 힘이리라.

효과가 있는지 주먹에 힘이 좀 빠진 느낌이 든다.

물론 맞으면 뼈와 살이 분리될 것 같은 물리력은 그대로인 걸로 보이지만.

눈빛이 좀 죽었다.

'죽인다'에서 '죽여 말여'로 전환된 것이 기색에서 느껴진다.

그 틈을 타 외쳤다.


"우리 얘기 좀 해!"


누군가 이 외침을 들었다면 결혼 10년차 부부가 부부싸움 하다 나온 말로 들었을 법했다.

그만큼 절실함이 묻어 나왔다.

이건 생존 본능과 중출일의 절묘한 조화가 아닐 수 없었다.

이거에 반응 안 하면 마모된 인간성에 회의를 품고 줄행랑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일순 멈춘 현암.


"허어. 허어."


그 틈을 타 못했던 호흡을 잔뜩 해서 폐에 산소를 공급해주었다.

혹시 모를 2차전을 위하여, 그리고 원활한 대화를 위하여.

그는 호흡을 다스린 건지 흐트러지지 않은 건지 모르게 멀쩡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별의별 군데서 고수의 풍모가 느껴진다.


"얘기를 하고 싶다는 뜻은 전해졌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게지?

그리고 주변에서 느껴지는 그 묘한 존재감, 시선.

그걸 먼저 말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대화가 안 될 것이야."


어느 정도 떨어져 있다 여겼는데도 인식을 했나 보다.

아까 심법 쓰느라 들킨 것도 같다.


"먼저 저를 지켜주는 수호령, 수호도깨비가 둘 있습니다.

길과 복으로 부르고 있지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으나, 중요한 건 저희는 당장 적의가 없었다는 겁니다.

배에서도 탐색을 하던 와중에 조우한 일이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사연 있는 분으로 보여 사정을 좀 알아보았습니다."


사연이란 단어에 반응을 한 상대.

그래도 대화의 끈은 이어졌다.


"소문을 들은 바로는 왠지 종남이 의심스럽더군요.

관의 개입도 껄끄럽고 당장 이득을 본 곳이 그곳밖에 없어서 말이지요."

"10년 동안 도망친 것에 대해 후회를 했다.

그 때 사문과 함께 싸웠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지.

그저 상처를 덮고, 그 상처를 피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 사문에도 내게도 미안하다."

"때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여겨집니다.

맞설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세월이 가져다 준 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제가 일말의 도움이라도 되었다면 다행이구요."

"말을 그럴듯하게 하는 재주가 있는 녀석이군.

알고 있겠지만 현암(玄暗)이라 한다.

파문 당했을지라도 버릴 수 없는 것은 이 이름과 그 자부심이었다."

"흉화(凶禍)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소속 같은 건 없는 강호초출이고 이제 열다섯 입니다."

"핏덩이였군.

몸이 날래던데 누구에게 사사를 받았는지 물어도 되겠는가?"

"스승님은 없습니다.

날 때 받은 몸으로 이리저리 굴릴 뿐이지요.

집 근처서 구한 고대의 심법이 있긴 한데 이걸로 내공을 쌓지는 또 않았습니다."

"큼, 그리 내밀한 이야기까지 바란 건 아니었네만."

"이 정도로 굴렀는데 모른체 하시리라 여기진 않습니다.

구배지례라도 드릴 터이니 제 사부님이 되어주십시오."


현암은 무릎을 꿇고 절을 하려는 흉화를 말렸다.


"아직 내 마음을 정한 것이 아니"


손을 뿌리치고 절을 시작한 흉화.


"1배요!"


길이와 복이는 아까 죽을 듯이 싸우던 이들이 아웅다웅 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하다.


"마음의 준비가"


다시 뿌리치며


"2배요!"


2배에서 멈추면 아니 되기에 지켜보는 현암.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구배지례의 구배는 단순히 숫자를 뜻하는 게 아닐세. 에휴."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로 움직인다 여긴 현암은 기이한 자신의 팔자를 탓했다.

마지막 삼배는 조용히 그리고 제대로 현암에게 올린 뒤 흉화가 말했다.


"사부님이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스승님이 더 편하시겠는지요?"

흉화는 어제 당한 강제 호형호제를 강제 사제지연으로 승화시켰다.

그렇게 오늘 한 명의 은거고수가 강제로 은거를 깨고 강호로 나섰다.


정말로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었고,

얘기를 하면 갈등이 풀린다고 한다.


문제가 있다면 대화가 필요한 게 아닐까?


길이와 복이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아직은 어색한 사제를 쫄래쫄래 뒤따랐다.


[레판토의 외팔이 : 역시 선행은 그 자체로 보상이오.

<좋은 일을 하는 것의 보상은 절대 부족하지 않다>의 완료를 알리는 바.

이제 샘솟는 용기 그리고 결단을 내릴 힘이 그대의 삶과 함께 하오.

필시 원래 있던 힘에 보탬이 되어 용감해졌을 테지.


과제를 통해 빛나는 순간을 함께 해 기쁘오.

앞으로도 이런 선행들을 놓치지 마시오.

그대의 명예가 더 빛나도록 도울 테니.]


사부님을 맞이하게 한 용기는 과연 보상으로 얻은 용기였을지 궁금했다.

그렇게 얼굴에 용기와 결단이란 거죽을 덧 씌운 흉화 경이었다.

종복은 아니고 반려로 숨쉬는 길이와 복이의 심장도 튼튼해진 듯했다.


작가의말

19일 날 제출이 되는 게 맞는 지 문득 걱정이 되는군요.

제출이 되지 않는다면 하루 네 편을 써야 하는.

후 뭐 써야죠.

별 수 있나요.


금식 12시간을 넘어서 걱정만 늘어가는 새벽입니다.


잠도 잘 못 이루고 걱정하며 글을 씁니다.


대화가 필요한 이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7월 5일 문단 수정 완료.


7월 6일 과제 보상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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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 산은 내려가기 위해 오르는 것이다. +4 22.06.17 62 3 11쪽
21 21화 - 일타강사 운수사부 +2 22.06.16 66 2 15쪽
20 20화 - 길이의 꿈 +4 22.06.16 61 3 11쪽
19 19화 - 선 사제지연 후 노변담화 22.06.16 61 2 10쪽
» 18화 - 우리 얘기 좀 해 22.06.16 65 3 10쪽
17 17화 -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 +4 22.06.15 64 3 11쪽
16 16화 - 급할수록 돌아가기 22.06.15 68 3 13쪽
15 15화 - 바다가 부른다 +4 22.06.14 67 2 13쪽
14 14화 - 복이의 달리기 22.06.14 59 2 10쪽
13 13화 - 혼돈공 파헤치기 +2 22.06.14 62 3 10쪽
12 12화 - 무림 핥기 +2 22.06.13 69 2 10쪽
11 11화 - 길이의 뒷이야기 +6 22.06.13 74 3 12쪽
10 10화 - 와장창 끝나고 난 뒤 +4 22.06.12 7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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