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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포춘 님의 서재입니다.

길이 길이 기억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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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포춘
작품등록일 :
2022.06.01 22:06
최근연재일 :
2022.07.18 23:39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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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7,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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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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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화 -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

DUMMY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는 거야'


도망쳐 봤자 그곳도 전장이란 뉘앙스의 명대사.

한 해 전 고인이 되신 분이 생을 갈아 만든 작품에 나온 대사다.


그저 도망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고,

결국 운명은 마주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도망치면 안 된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많은 것으로부터 도망치며 살고 있다.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와 힘도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까.


당신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아 줄 사람이 있는가?

아니면 당신이 용기와 힘을 북돋아 줄 사람이라도?


다행히 지금 흉화에겐 길이와 복이가 있다.

다만 현암이란 그분에게는 없는 것 같다.


소밀에게 들은 이야기로 그린 그의 사정은 이러했다.


참고로 지금은 지정(至正)10년 서기 1350년이란다.

지원에서 지정으로 원나라 황제 토곤테무르가 연호를 바꾸었다 하는데.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고.


10년 전, 그러니까 지원(至元) 6년? 서기로 계산하면 1340년.


현암(玄暗)은 그의 도호였다.

그는 스물다섯 창창한 나이로 매화검수에 오른 화산파의 촉망 받는 후기지수였다.

굉장히 이른 나이에 매화검수에 올랐기에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장문인을 비롯한 장로들은 하나같이 그가 화산의 미래라며 치켜세워주었다.


문제는 서안에서 나타난 비천색마(卑賤色魔)란 공적 때문에 일어났다.

섬서를 대표하는 화산과 종남이 함께 토벌대를 꾸리기로 하였다.

종남이 진산제자와 속가제자를 함께 꾸려 가자 하였다.

속가제자의 안전이 명목이었다.

전체 무리를 이끈 건 현암이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비천색마의 숨겨진 거처를 발견.

토벌은 성공했다.


하지만 비천색마의 죽기 전 발악이 효과를 발휘했다.

비천한 이들만 노려서 붙은 별호의 반발인지 고귀한 신분을 노리고 준비했던 대량의 미혼약을 살포한 것이다.

다른 이들을 열심히 대피시켰지만 정작 비천색마에 가장 가까이에 있던 현암은 확실히 미약에 중독되고 만 것.

그리고 종남의 여성 속가제자가 함께 당했다고 한다.

소밀은 그 여성 속가제자의 이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녀는 비관하여 자살했다고 알려졌으며, 그 일가족까지 화산의 무공에 죽게 되어 종남은 화산에 그리고 현암에게 죄를 물었다고.

현암은 여인이 죽기 전 그녀를 책임지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죽어 억울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화산은 그녀의 죽음도 그의 책임이 아니었다고 강변했고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


종남은 일가족 살인에 관의 도움을 빌렸고 원나라 관리는 종남의 편을 들었단다.

그래서 현암은 어쩔 수 없이 화산에서 파산되었고 공적처럼 몰려 쫓기게 되었다.

종남을 제외한 다른 문파들의 협조가 미진해서 그는 강남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그의 행적은 거기서 끊겨 아직도 오리무중.


주점에 있던 개방의 오풍도 10년 전 그 때문에 파견이 되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 한다.

그가 겪은 사건의 진실을 완벽히 파악할 수는 없었다.

당사자에게 들어도 전모를 알지는 못하리라.


다만 사건에 구린내가 난다.

그에게 동기가 많이 부족하다.

사건에서 용의자는 가장 이득을 많이 얻는 이의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사건의 최종 이득은 화산과 경쟁하던 종남이 챙겼다.

화산의 미래를 묻어버림으로 자신들의 미래를 얻은 걸지도 모른다.


10년간 이곳에서 썩었을 그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그에게 낙원으로 향할, 싸워야 할 용기와 힘을 주려면 부딪히는 수밖에 없는 걸까?


그와 부딪힐 동기는 얻은 것 같다.

맞서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밤새 풍이 형에게 시달렸다.


먹다 남은 걸 주고, 먹고 싶다는 걸 더 시켜 준 순간 아우가 된 것.

사주는 사람이 형이라는 논리를 겨우 꺾어내서 받아낸 아우다.

당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토루 이야기 밖에 없었지만 나름 그는 좋은 청자였다.

그리고 아주 나쁜 화자였다.


"나 때는 말이야. 어? 위에서 시키면 어디든 가야 했다 이 말이야.

천리 길이고 뭐고 없어. 강북이고 강남이고 가라면 가는 거야.

여비? 거지한테 여비는 동냥으로 얻는 거라면서 몸만 보내는 거야.

다섯 절대자? 1황 4왕 5사?

생 만나 볼 일도 없을 사람들 이야기를 왜 궁금해 해?

현실을 살어. 현실을.

장주?

10년 전에는 고깃배 몇 척만 있는 깡촌이었지.

강절 항주까지 안 올라갈 성질 급한 무역상인들이 점점 모이더라고.

그래서 상항으로 조금씩 커 가고 있지.

앞으로 10년이면 저 앞에 섬도 확실히 변할 걸?

그 때 내가 여기에 있을 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게 사람이고 마을이고 천지인이라고 해서.

천문 지리 인사 이 세가지도 10년 주기설이란 게 있거든?

그러니까 내가 떠나면 좋은 일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 이거지.

열 다섯 살이라고 했지?

어떤 배움에 뜻을 뒀는지 몰라도 무림에서는 말이야.

한 우물만 파도 안되지만, 여러 군데 기웃거려도 안 된다 이 말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아 이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란 말이야.

시야를 넓게 가지면서 집중을 해야 잘 된다는 소리지.

고수는 서 푼 실력을 감춘다는 소리 들어봤지?

이게 어디서 나온 말이냐 하면.

······."


밤새 그는 떠들어댔다.


술에 취해 그가 뻗지 않았더라면 정말 새벽 내내 떠들었을 지 모른다.

술값으로 무려 은 1냥이 나왔다.

100만원을 술값으로 태운 셈.

술 안 먹던 현대에서는 받을 수 없던 계산서다.

달아 놨던 외상값을 같이 계산한 것 같지만 대범하게 넘어가기로 했다.

중요한 정보보다 흘러들어야 할 잡식이 더 많았던 게 문제.

혼잣말이 어떻게 더 가치가 높을 수 있을까.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 확실히 그는 꼰대다.

당장 15살인 흉화에게도 형이지만 현실에서도 형일 나이.

거기에 저 꼰대력으로 보았을 때 현실에서도 형 소리 들으려 했을 게 분명하다.

스스로 의형 소리 하면서 다니지는 않을 거라 믿고 싶은데 안 믿겨진다.

깨었을 때 확실히 당부를 받아 놓아야겠다.


술은 맛만 본 흉화와 포식하여 포만감을 만끽하던 길이, 복이.

우리는 퍽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함께 내려가니 잠을 언제 잤는지 모를 소밀이 상큼한 웃음으로 맞아주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네, 좋은 아침입니다. 잠은 주무시면서 일하시는 거지요?"

"호호, 걱정 해주셔서 감사하지만 단련된 몸이라서 말이죠."


팔을 들어 알통을 보여주는 모습이 깜찍했다.


"하핫, 아시는 신체 단련법이라도 배우고 싶군요."

"직업 상 비법 같은 거라서 말이죠. 연이 닿는다면 또 모르죠."

"인연이 닿기를 바랍니다. 비상약을 파는 곳을 좀 알려주시겠어요?"

"약 쓰실 일이 있나 보군요? 튼튼해 보이시는 데 말이죠?"

"튼튼하다고 안 다친답니까? 그리고 비상 시에 쓸 약을 찾는 거라서요."

"금창약 같은 곳을 사시려면 동네 약방 보다는 저희 가게에서 사시는 게 낫겠죠?

원체 바다 사나이들이 거칠어서 말이죠.

금창약을 비롯해서 외상약 만드는 데는 꽤 도가 텄답니다?"


해안가 주점은 만능 잡화점이다, 기록.


"설마 약 같은 것도 지으실 줄 아신다거나?"

"여기서 파는 건 다 만들 줄 알죠? 이제 후배들에게 넘긴 일들이라서 그렇지요."


일이 잘 풀리면 동료로 삼고 싶은 팔방미인이시군.

근데 은근슬쩍 질문 던지는 솜씨를 보건데, 정보 계통 쪽 분인가 싶다.

뭐 인재채용은 미래에 대한 장래가 중요한 게 아닐까?


찢어진 상처에 바르는 금창약과 깨끗한 붕대 따위를 사고 나서 주점을 떠났다.

풍형이 삼 결 개방도이니 입을 잘못 놀려 사달을 일으키지는 않을 거라 믿고서.


그러고 보니 따로 돈을 계속 안 받는 거 보면 어제 남겨 먹은 게 꽤 되나보다.

언제 돈 달라고 할 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듯.


'길이, 복이 밤새 뭐 했니?'

'번갈아서 밤 산책이요.'

'밤 바다!~ 밤 바다! 밤 바다.'


어느새 달이 차오르기 시작해서 밤도 그럭저럭 밝다.

바다는 퍽 예뻤으리라. 풍경 구경도 못하고 풍형 얼굴만 봤구나.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혼돈을 늘려야 한다는 기묘한 사명감.


거기에 도망치고 싶은 본심이 기웃댄다.

불의를 보고 피하고 싶은 마음.

실패하면 일어날 미래에 대한 불안.

영웅이 될 필요는 없다는 소시민의 태도.


거기에 길이와 복이가 기웃거렸다.


그래, 그저 도망친 곳에는 도망친 곳의 싸움이 기다릴 뿐이겠지.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으니,

현암님도 자신의 운명과 싸워야 해.

그리고 나도 현암님과 맞서야 하고.

위기라고 하나 둘 피해서 이루어 질 모험이란 건 없으니까.


'길아. 복아. 나 지켜줄 거지?'

'믿으세요!'

'으헤헤헤 나 쎄다!'


크흐흐흐.


자기가 세다며 복이가 아까 본 알통자세를 따라하려는 듯 앞 다리를 굽혀 근육을 보여준다.

외형은 거의 그대로인지라 단련된 근육 대신 귀여운 털뭉치만 보인다.

하지만 저 자신감은 확실히 내게 전해졌다.

동조하게 되었다.


'그래 길흉화복은 세다!'


죽기야 하겠는가.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라면 죽는 건 또 어떠한가.


이렇게 아름다운 날에,

아름다운 아이들과,

아름답게 싸우다,

아름답게 가는 게 아니겠는가!


일본 놈들의 비장한 죽음 따위가 아니다.

여기서 하루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고 있다.

그리 외치는 비장한 삶이다.


[레판토의 외팔이 : 무모한 도전에 반하겠소!

이런 아름다운 도전에 후원을 할 수 없다면 나의 업은 필요를 잃으리라.

도전은 아름다운 것이고 진실을 품은 도전은 빛나는 아름다움이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 없소.

오직 해야 하기에 했다는 긍지만이 중요하오.]


울컥하여 무엇도 떠올릴 수 없었다.

내 삶을 인정해주는 성좌님의 등장.

그 존재만으로 힘이 솟는다.


===


[레판토의 외팔이]에게서


과제 : <좋은 일을 하는 것의 보상은 절대 부족하지 않다>


진실을 품은 도전 자체에 보내는 응원가.

세상엔 결과가 중요하지 않은 과정이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는 이들이 이 성좌를 탄생시켰다.

그래도 기왕이면 살아남아 긍지를 품도록.


보상 : 용기 보정 + 결단력 상승.


===


상태창에 보이지 않을 보정 같다.

하지만 마음에는 영원히 남을 보상 같다.


풍차보다 거대할 은거고수에게 길이와 복이를 데리고 달려든다.

은거고수를 구원하기 위하여.

달려드는 것이 정의라 여기기 때문에.


작가의말

길이가 밥을 안 먹기 시작하네요.


도망치고 싶은 맘을 참으며 썼습니다.


모두 힘과 용기 가지시길.


주변의 도움이 있길 바랍니다.


7월 5일 수정 완료.


7월 6일 성좌의 후원과 과제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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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 흉신악살 +4 22.06.20 72 3 13쪽
30 30화 - 가장 중요한 시간 +2 22.06.19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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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 길이의 꿈 +4 22.06.16 61 3 11쪽
19 19화 - 선 사제지연 후 노변담화 22.06.16 61 2 10쪽
18 18화 - 우리 얘기 좀 해 22.06.16 65 3 10쪽
» 17화 -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 +4 22.06.15 65 3 11쪽
16 16화 - 급할수록 돌아가기 22.06.15 68 3 13쪽
15 15화 - 바다가 부른다 +4 22.06.14 67 2 13쪽
14 14화 - 복이의 달리기 22.06.14 59 2 10쪽
13 13화 - 혼돈공 파헤치기 +2 22.06.14 62 3 10쪽
12 12화 - 무림 핥기 +2 22.06.13 6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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