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럭키포춘 님의 서재입니다.

길이 길이 기억되리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무협

럭키포춘
작품등록일 :
2022.06.01 22:06
최근연재일 :
2022.07.18 23:39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839
추천수 :
110
글자수 :
207,617

작성
22.06.14 12:09
조회
59
추천
2
글자
10쪽

14화 - 복이의 달리기

DUMMY

하남(河南) 강북(江北) 행성(行省)

개봉(开封)


거지에게 3일장이란 호사일 것이다.

물론 전대 방주가 거식에게 바라지 않았을 것은 분명하다.

발인까지 마치고 방주로 옹립된 거식.


방주에게 방도들이 모여 욕을 하고 침을 뱉는 전통.

거지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친목을 도모하던 유서 깊은 행사였다.

그러나 거식은 그 전통과 규율을 깨며 이리 외쳤다.


"욕 먹는 것을 거부하겠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욕을 들어도 참을 수 있는 인내심이 아닙니다.

되려 욕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조직의 힘입니다.

방도 한 명 한 명이 모여 제대로 무리의 힘을 갖추었을 때

개방의 전성기가 열릴 것입니다!"


"와!~"


규율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장로들.

그리고 드물게 강박적 성실함을 지녔던 이들은 거식의 취임사를 반기지 않았다.

진짜 거지가 점차 사라진다 여겼다.

그러나 도무지 딴지 걸기 힘든 흐름에 참는 수밖에 없었다.


거식은 심복들에게 각자의 지령을 내렸다.


"냉혈마녀 작업 얼른 마무리 짓도록.

여론만 살짝 건드리면 되니 쉬울 게야.

권왕 공작에서 필요한 게 뭐라고?

우리에게 남는 가장 큰 자원은 사람과 시간이라고.

갈아 넣어서 결과를 만들어 내란 말이야."


그렇게 개방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강절(江浙) 행성(行省)

장주(漳州) 북동(北東), 대지토루(大地土楼)


하루가 더 지나 이곳에 온 지 3일째가 되었다.

길흉화복 트리오는 할 일을 대충 마무리 짓고 있었다.

이제 토루 터에서 잘 하고 있나 근처를 돌며 감시하는 정도가 전부일 정도.


식량 양산에는 길이가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전에 흉화는 직파법을 개선해 최소한 씨앗을 땅에 심게 하려고 했다.

물 많은 곳에 지은 새 토루 근처에서 모내기 하는 법을 전수할까도 했고.

땅 돌려가며 쉬게 하면서 휴경 때 심을 토끼풀이나 순무, 콩을 찾으려 했고.

이 근처서 키울 물소 비슷한 소를 찾기도 했다.

근데 그건 그냥 글로 정리해 남겨주어도 될 정도로 명쾌했다.


길이가 혼돈의 결로 일을 냈다.

혼돈이 가장 커지는 지점이 바로 식량이 폭발하는 지점이었던 것.

키울만한 짐승들이 아주 많이 사는 곳을 찾아냈다.

주변에서 식량을 여러 가지 방식(물리와 강제)로 구하러 올 것이기에,

그리고 여기서도 갈등이 봉합 되지 않았더라면 자체 피바다가 열릴 것이었기에.

식량이 적어도 혼란, 많아도 혼란이 일 상황이었다.


이 정도 짐승에 흉화가 알려준 지침이 조금의 영향이라도 있다면,

거기에 착취의 사슬만 끊어지면 서로 어느 시기까지는 하하호호 지낼 수 있으리라 여겨지는 수준에는 도달했다.


토루 터는 대지 토루 서쪽 구룡강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짓기로 했다.

하천 바로 옆에 짓는 것은 아니고 물길을 살펴서 우물 터부터 잡고 터를 다진다고.

거기서 객가와 원주민 장정들이 땀과 피를 조금 흘려가며 열심히 토루를 만들고 있다.

함께 지내고자 하는 원주민들이 퍽 많아서 규모 자체는 근방에서 제일 큰 토루가 될 거란다.

길이가 짚어 준 사냥터도 근방에 있어 위치는 참 좋았다.

부실 공사 안 하도록 가서 감시하는 게 흉화에게 주어진 일이다.


두 집단에게 최대한의 성의를 받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떠나기 전 날까지 최대한 귀금속을 모으기로 결의 되었기 때문.

포목이랑 곡식 따위의 현물로 준다는 걸 말리느라 고생했다.


그래서 바깥사람들은 가축 치러, 토루 지으러 분주하고,

안사람들은 금붙이를 비롯해 정리를 한다고들 난리다.

일주일 간 장이 열린 셈이라 아이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길이는 이렇게 일이 벌어지는 동안 차분하게 내 옆을 지키며 하나라도 배우려 했다.

그리고 복이는 시야의 끝자락에서 쉬지 않고 우다다를 펼쳤다.

지금 안 뛰면 어떻게 될 것처럼 뛰어 다니는 복이.

그걸 그저 지켜보던 흉화는 없던 힘도 샘솟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힘차게 일들을 해치워 나갔다.


사실 복이는 길이 오빠에게 물리력 강화를 위한 실험을 명 받았다.

우다다를 훈련 삼아 뛰고 있는 것이었다.


거리보다 중요한 건 속도와 지속성.

복이도 이렇게 길게 오래 꾸준히 달려 본 적이 없었다.

달릴수록 달리는 요령이 붙었다.

다른 고양이과 맹수들 뺨 때리려는 듯 기록이 자꾸 좋아졌다.

더 빨리 달리려 할 때 심장 근처가 간지러우면서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경험했다.


형아에게 물었다면 경공을 배웠다니,

신법으로 몸이 가벼워진 거 아니냐니 무공 뽕에 취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우리 우직한 복이는 물음도 다 던져두고 오직 달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작은 집. 항상 숨어 지내던 나날.

겁나게 만드는 하나하나.

그렇게 만들어진 겁나는 세상.

늘 구석에 숨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지칠 때까지 달려보는 작은 소원을 기약 없이 미루어졌다.

가끔 보던 바깥 풍경 해바라기도 무서워지기 시작해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답답함에 앵앵 울어도, 잠깐 레이져와 놀 수 있을 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괴로움, 외로움이 뭉쳐갔다.

헤어볼 토하듯 토해낼 수 없어 안타까운 그 응어리.

이곳에 오기 전까지 뱉어내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은 한껏 토해내고 있다.

달리면 달릴수록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가벼워진다.


복이가 달리면서 생기는 흙먼지 탓에 내 주변에 용오름이라도 생긴 것 같이 바람이 분다.

질풍의 복이라고 불러주어도 좋겠다.

육체가 없어 육체적으로는 지침이 없는 복이.


그러나 정신은 한계를 갖고 있었다.

살짝 지쳐 걸음을 세우던 복이.

그제야 주변의 풍광이 눈으로 쏟아진다.


평생 맛보지 못했던 싱그러움.

눈이 시릴 푸르름.

서늘한 가운데 푹신하게 밟히는 감촉.

코를 향해 뿜어지는 청량함.

귓가를 간지럽히는 새소리까지.

복이는 난생처음 느끼는 자연의 힘에 순간 압도당했다.

전율하던 복이는 새소리에 답하려는 듯 새된 소리로 외쳤다!


"이야아아아아아옹!"


길이와 흉화는 복이의 고성에 화들짝 놀랐다가, 감정을 섞은 후 미소를 머금었다.


'길이 넌 알았니? 저런 자연의 맛?'

'복이한테 뺏긴 기분이에요. 그래도 기분 좋아요.'

'사실 난 알고, 또 좋아했던 거였는데. 잊고 지냈지, 뭐야.

이제 같이 맘껏 누리자.

자연 하나는 어디랑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맑은 중국 땅이니까.'


공장 없는 중국을 위해 문명을 파괴해야 하는지 살짝 고민한 흉화는 머리를 젓고 일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복이는 재충전 된 마음으로 다시 힘차게 주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소통한 자연이 힘을 불어넣었는지 복이의 이마가 움찔거렸다.

순간 이마가 간지러워진 복이였으나 달리기의 희열로 넘겨버렸다.


그렇게 복이의 이마에는 도깨비를 상징하는 작은 뿔이 솟았다.

복이는 확실히 귀혼(鬼魂). 도깨비의 혼이었다.

그렇게 고양이 도깨비 혼령(猫鬼)으로 확실히 다시 태어났다.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달리기에 심취한 복이.

일직선으로 달리는 게 살짝 지루해졌는지 갈지자를 그리며 술취한 듯 뛰어다닌다.

속도를 내면서 저리 달리니 아까의 용오름이 아닌 먼지구름이 일었다.

흉화는 먼지 맡는 이도 없으니 실컷 놀게 내버려 두었다.

다만 일꾼들은 흉화 주변에 이는 바람과 먼지구름에 괴상망측한 일이라며 수군거렸다.


곁에서 걷던 길이는 기어코 참아내지 못하고 복이에게 달려가 함께 우다다를 시작했다.

동력이 떨어져가나 싶던 복이도 다시 완충된 모습으로 둘의 술래잡기로 이어졌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어다니는 기리 보기의 모습에 달리고 싶은 마음을 발견했다.


'길이야 복이야 나도 같이 뛰자!'


그렇게 셋은 주변 사람들이 미친놈처럼 쳐다 보는 것에 신경도 쓰지 않고서 지칠 떄까지 토루 짓는 터를 빙글빙글 맴돌았다.

그렇게 흉화는 바람을 부리며 지치지 않는 심폐를 지녔다는 명성을 떨치게 된다.


뛰는 동안 복이의 비법 전수가 있었다.

내공을 보내 몸을 가볍게 하는 법.

내공을 보내 다리에 힘을 더 주어 속도를 더 내는 방법.

신법과 경공의 원형에 가까운 것 같다.

어찌되었든 효율적인 것은 다음에 찾더라도 당장 쓸 수 있는 건 이득이다!


옛날에 게임을 할 때 효율을 따진다고 스킬 배우기를 스킵하고.

모았다 한꺼번에 찍는 등 별의별 짓을 다했었던 게 떠오른다.

무협 게임에서도 기본공 안 배우고 넘기고.

스킬창을 예쁘게 만들겠다며 효율적이고 강한 것들만 추려 익혔던 그런 추억.

현실에선 그런 거 없다.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우는 것이 옳다!


문득 중출일에 대한 색다른 활용이 떠올랐다.

길이와 복이는 체력을 소모하는 게 아니라 정신력을 소모해 달리는 것 같다.

그러니 내공을 좀 쓰더라도 나는 달리고 싶다는 마음의 중출일을 스스로에게 쓴다면?

정신력 대신 내공을 좀 더 소모해 오래 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당장 길이와 복이에게 알려주었더니, 금세 성공시켜 보였다.


'형아 효율이 좋거나 하진 않아도 충분히 더 달릴 수 있겠어요!'

'형! 형! 근데 형도 이렇게 오래 달릴 수 있어? 우리만 달려?'


그렇다. 복이가 아주 날카로운 지적을 날렸다.

지금 내 체력은 명백히 길이 복이의 정신력보다 낮다.

그러니까 함께 달린다고 가정하면 무조건 내가 먼저 지친다는 사실.

거기에 내공까지 쓸 일이란.

나중에 먼 거리로 심부름 시킬 때나 쓸 방법이었네.


'길아 복아 뭐든 배우고 익히면 좋은 거야.

길이 복이도 이렇게 신기하고 재밌는 거 배우면 형 가르쳐 줘, 알았지?'

'네.'

'응!'


그렇게 신나게 달린 복이 덕에 경신법과 그 응용을 익히게 된 길흉화복 일행이었다.


'맞다, 복이 너 이마에 뿔 났다?'

'앵?'


이내 이마를 짚더니 자그마하게 난 뿔을 긁는 복이.


'간지러워?'

'아니 몰랐을 땐 괜찮았는데 아니까 신경 쓰여!'

'귀여워 복이야. 복주머니 같은 복뿔 하자.'


관으로 살펴보니 능력치가 전부 2성으로 뛴 복이.

우리 중 최강자가 된 것 같다.


역시 강함 따윈 아랑곳 않고 뿔을 긁적이는 복이.

복이의 뿔은 확실히 아기 도깨비 뿔 같았다.

작은 원추를 그리며 커 나갈 뿔에 우리의 미래를 빈다.

냉큼 달려가 뿔을 만져주었다.


그렇게 복이의 뿔은 자주 비벼질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작가의말

복이가 도깨비 방망이로 글 나와라 뚝딱 해줫으면 합니다.


아니 길이 오빠 나아라 뚝딱!


7월 3일 수정 완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길이 길이 기억되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장기 휴재! 22.07.28 22 0 -
공지 7월 7일 수정 일단락. +2 22.07.01 74 0 -
공지 길이의 모험을 응원해주십쇼. 22.06.14 52 0 -
38 38화 - 무언가 시작되는 외침 +2 22.07.18 33 1 14쪽
37 37화 - 엄마 냥이를 부탁해 +4 22.07.18 24 2 13쪽
36 36화 - 길이길이 1차 총회 +6 22.07.06 46 3 16쪽
35 35화 - 킁킁이 코인 떡상 +6 22.07.03 52 2 13쪽
34 34화 - 묘묘단 100일 부흥회 +4 22.07.02 59 2 13쪽
33 33화 - 꼬마 유령 길이 복이 +4 22.06.22 72 3 14쪽
32 32화 - 북동풍이 분다 +4 22.06.22 63 2 10쪽
31 31화 - 흉신악살 +4 22.06.20 72 3 13쪽
30 30화 - 가장 중요한 시간 +2 22.06.19 58 2 12쪽
29 29화 - 풍문으로 들었소 +4 22.06.19 65 2 12쪽
28 28화 - 달달주의보 22.06.19 59 1 12쪽
27 27화 - 같이 눈사람 만들래? 22.06.18 62 1 10쪽
26 26화 - 소풍과 클리셰 +2 22.06.18 65 1 10쪽
25 25화 - 행복이 기연이다 22.06.18 60 1 11쪽
24 24화 - 호감작의 달인 +2 22.06.17 60 2 13쪽
23 23화 - 같은 꿈을 꾸다 in 무협 +2 22.06.17 63 2 10쪽
22 22화 - 산은 내려가기 위해 오르는 것이다. +4 22.06.17 62 3 11쪽
21 21화 - 일타강사 운수사부 +2 22.06.16 66 2 15쪽
20 20화 - 길이의 꿈 +4 22.06.16 61 3 11쪽
19 19화 - 선 사제지연 후 노변담화 22.06.16 61 2 10쪽
18 18화 - 우리 얘기 좀 해 22.06.16 65 3 10쪽
17 17화 -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 +4 22.06.15 65 3 11쪽
16 16화 - 급할수록 돌아가기 22.06.15 68 3 13쪽
15 15화 - 바다가 부른다 +4 22.06.14 67 2 13쪽
» 14화 - 복이의 달리기 22.06.14 60 2 10쪽
13 13화 - 혼돈공 파헤치기 +2 22.06.14 62 3 10쪽
12 12화 - 무림 핥기 +2 22.06.13 69 2 10쪽
11 11화 - 길이의 뒷이야기 +6 22.06.13 74 3 12쪽
10 10화 - 와장창 끝나고 난 뒤 +4 22.06.12 76 2 12쪽
9 9화 - 드디어 와장창 토루 +4 22.06.12 76 3 16쪽
8 8화 - 해 지는 토루 +4 22.06.11 80 3 10쪽
7 7화 - 토루는 흔들흔들 +8 22.06.11 79 5 11쪽
6 6화 - 보기와 보물 +6 22.06.11 85 5 12쪽
5 5화 - 토루의 속살 +6 22.06.11 85 5 11쪽
4 4화 - 개봉과 토루의 아침 +6 22.06.11 93 5 13쪽
3 3화 - 토루의 새벽 +8 22.06.11 99 7 13쪽
2 2화 - 다시 태어나다 +4 22.06.11 142 7 15쪽
1 1화 - 고양이가 떠난 이유 +10 22.06.11 306 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