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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포춘 님의 서재입니다.

길이 길이 기억되리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무협

럭키포춘
작품등록일 :
2022.06.01 22:06
최근연재일 :
2022.07.18 23:39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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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6
추천수 :
110
글자수 :
207,617

작성
22.06.1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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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화 - 해 지는 토루

DUMMY

저 멀리 보이는 토루가 붉게 물들어 있다.

노란 빛깔 성벽이 붉은 빛과 섞여 정말 그럴듯한 빛깔을 뽐낸다.

흉화와 복이의 가슴이 뜨거워진다.


토루 안에 있는 길이를 살폈다.


"감독하러 나간 주박이는 원정 못 끼는 겁니까?"

"이거 모집이 언제까진 거에요?"

"대 씨, 등 씨, 원 씨는 가만히 있는데 손 씨는 왜 뻗대는 겁니까?"


뭉쳐 있는 사내들은 이번 원정에 대해 들은 것에 말을 보태고 있다.

저녁 밥 준비를 위해 나왔던 아낙네들이 물이 잘 안 떠진다며 투덜댄다.


"아니, 우물이 왜 이 모양인 거야?"

"아침엔 잘만 나오던 우물물이 왜 이래?"

"누가 몰래 잔뜩 퍼 간 거 아니야?"

"이거 준비했던 요리를 못 쓰게 생겼잖아."

"받아 놨던 물로 어떻게 하긴 해야겠네."


순간 길이에게 '불안하다!'는 감정을 담아 그들에게 전달하라 요청했다.


'알았다옹. 아구아구 불안하다옹. 아구아구 불안하다옹. 웅으으으으으아아아옹.'


길이의 진심 울음소리에 내가 다 불안해졌다.

어떤 소리인가 생각났다.

집 바깥에서 길냥이들이 영역 다툼할 때 울부짖었던 그 소리!

한 번도 외친 적 없던 울음을 길이가 여기서 운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뜻은 전해졌는지 아낙네들 눈이 흔들리는 게 보인다.

떨리는 손으로 부리나케 각자의 집안으로 향한다.


'그래 길이야 됐어.

일단 그렇게 비슷한 이야기 떠드는 아주머니들에게 불안의 사자후를 외쳐 줘.'


친절한 사람에 대한 보고가 없는 건 그만큼 차별이 심한 곳이었다는 증거 같다.

씁쓸함을 곱씹으며 왕 청하란 놈을 찾자.


이내 복이와 함께 들어선 토루는 아침에 고요했던 게 거짓말처럼 시장통같이 북적인다.


이 가운데 그 두꺼비를 찾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상태창을 마중물로 삼자.


'관'으로 계속 살핀 결과 정문 가장 안 쪽이 왕 씨 구역임을 알게 되었다.

토루 정문 기준, 왼쪽부터 손 대 왕 원 등 순으로 성씨들이 모여 있다.

흉화가 찾은 가장 가까운 왕 씨는 예쁘장한 아가씨였다.

흉화보다 두어 살 많아 보이는 왕미는 같은 또래 손시와 오랑캐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오랑캐 아니면 한족, 이렇게만 세상이 돌아간다는 건 납득할 수 없어."

"맞아, 맞아. 아무리 우리가 좁은 세계에 갇혀 산다고 해도 말이야!"

"오라버니들이 공부해도 당장 쓸 데도 없잖아."

"오랑캐들 다스리는 데 쓴다고 하던데?"

"흥, 경전 그 어디에도 사람을 그렇게 다루라는 이야긴 없었어.

공자나 맹자가 여기 와서 봤다면 불호령을 내렸을 걸!

곡학아세(曲學阿世) 말라고."

"에휴, 우리 둘이 이렇게 실컷 떠들어 뭐하겠니."

"당장 아버지나 오라버니들도 설득을 못하는 걸."

"그 설득의 말 저부터 들려주시겠어요?"


흉화는 두 아가씨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큰 덩치에 까무잡잡한 피부, 그리고 살짝 다른 얼굴형에 멈칫했던 그녀들.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 괜히 소리를 높여 그에게 말을 건네는 왕미.


"오랑캐도 사람이다.

한족이나 오랑캐나 별 다를 게 없다.

이런 이야기까지 들려주긴 무리 같아요.

그래도 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어요

나는 왕 미(王美), 얘는 손 시(孫施)에요."


손시는 자신의 소개를 뺏겼다 여겨 왕미를 살짝 흘겨보았다.


"대형(大兄), 앞으로 흉화(凶禍)라 불릴 녀석입니다.

혹시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이 더 있을까요?"


어머니 찾기가 미뤄지겠지만 이 기회를 놓치기엔 아쉬웠다.

생각을 바꿔 기회를 동시에 살려 보기로 했다.


"그 전에 어제 왕 씨 족장님네 가신 저희 어머니 소식을 아시는지요?"


나를 무리에 데려 갈지 손시와 조그맣게 떠들던 왕미는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비극의 주인공을 본 양 내게 떨리는 목소리로 위로를 건넨다.


"그 아침 아주머니였죠?

그분 아들이신지는 몰랐는데.

미안해요.

그, 그, 달에 한 번 씩 씨 족장 회의가 열리기 전에 산마루 초소를 우리 족장님이 호위들과 오른다고 들었어요.

아마 거기서 잘못 되셨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곳으로 달려가야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해졌다.

겨우 정신을 돌려 부탁을 했다.


"그 무리 소개 이따 저녁에라도 받고 싶은데 찾아갈 위치라도 짚어주시겠어요?"


씁쓸한 표정을 같이 짓던 손시가 자신의 씨족 구역의 한 집을 들어 알렸다.


"저기로 일 보고 와요. 왕미랑 오늘 같이 있을 것 같으니까."

"고맙습니다."


인사를 마친 나는 길이도 불러 함께 산마루로 달렸다.


'형아, 왜 불렀나옹?'


길이는 물음을 던진 후 이내 내 맘과 상황을 읽더니 위로를 건넨다.


'우리가 오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옹! 그리고 우리가 있다옹. 힘내자옹.'

'형아. 형아. 형아.'


복이는 괜히 머리로 내 다리를 비벼댔다.

냥이 때 하던 추억의 냄새 묻히기.


'그래 여기 인연 잘 매듭 지어보자.'


산마루까지는 생각보다 거리가 있었다.

아이들이 순간 순간 소환술을 곁들이며 나를 따라올 정도의 속도로 달렸는데도 족히 10분은 걸리는 거리였다.

일이 터지면 초소에서 토루로 어떻게 신호를 보낼까?

족히 10리는 되어 보이는 이 거리. 가시거리의 한계 아닌가?

불빛, 깃발, 연기를 위한 그 무엇도 보이지 않고, 사람이 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초소에 다다랐을 때는 길이 복이 형제 증명을 위한 고양이 걸음을 선보였다.

살금살금 걸어 초소에 있는 사내들의 눈길을 피해 주변을 살펴보았다.


'길아, 복아. 날 닮은 여성 분 시신을 찾아보자.


둘이 양 옆으로 나뉘어서 초소 위부터 아래까지 쭉 훑어 내려와 줘.

형아는 둘 시선을 번갈아가면서 특이한 게 있나 살펴볼게. 알았지?'


나무 뒤에 기댄 채 아이들의 시선으로 초소를 살폈다.

길이 복이 시선을 번갈아 갈 때마다 시야가 울렁였다.

초소는 그리 크지 않은 2층 크기의 작은 곳이었고,

금세 위에서 아래로 둘은 내려왔으며,

더 아래로 내려가서는 복이가 어머니를 비롯한 유골들이 모인 곳을 발견했다.

초소의 지하는 아니었고 초소에서 보일 법한 바위 옆 지하였다.


'복이 여길 어떻게 찾았어? 대단해.'


확실히 복이가 공간에 대한 감각이 남다른 것 같다.

초소에 있는 사내들을 정리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어머니의 시신을 편히 모시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여겨져 초소로 달려들며 외쳤다.


"어이!"

"응? 뭐야. 어디서 나타난 녀석이냐."


식상한 반응 내버려 두고 가장 짧은 거리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입구를 지키는 초소병은 둘.

아까 기리 보기로 살펴봤을 때 초소 안에 총 4명이 더 있어 6명이 한 조를 이뤄 지키며 교대를 하는 것 같다.

대답을 했던 왼쪽 덩치는 기대어 두었던 창을 들려 했으나 내 손이 더 빨랐다.

왼 손바닥으로 창을 바깥으로 내친 후, 접근한 운동량을 오른쪽 팔꿈치에 실어 관자놀이를 후려 갈겼다.


쩍.


한 방에 기절하는 것을 본 오른쪽 녀석이 눈동자를 굴렸다.


"저"


고민하는 순간 저항할 틈은 사라진 것이라고 내 발이 외쳤다.


퍼억, 파악.


목젖을 때려 당장 외침을 멈추고 관자놀이에 주먹을 먹여 기절.

주 무장은 쇠붙이가 확실히 달린 창.

사림 키 만한 길지 않은 창이다.

건물 안에서 쓰기엔 그렇게 좋은 무기 같지 않으니 후딱 달려들어 강해진 적수공권을 뽐내봐야겠다.


현실에선 남 한 번 때려본 적 없던 내가 여기선 맘 먹은 대로 움직이는 초고수!

만화나 영화에서 보던 액션이 훙화의 몸으로 펼쳐진다.

무협을 보며 상상했던 동작도 되리라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바깥에 일이 생겼는데도 파악을 못하고 1, 2층에 있던 넷.

그들은 그저 내 얼굴 구경만 하고 뻗어버렸다.


길이와 복이에게 맡겨볼까 고민도 했지만 손맛을 포기할 수 없었다.

길이가 가진 혼돈의 결같이 직접 보이지는 않아도 짚어지는 감이 있다.

어느 강도로 때리면 정신이 끊기겠다. 목숨이 끊기겠다.

그런 혼란의 정도를 몸이 배우고 있는 기분.

타격감과 더불어 그렇게 혼란을 만들어가는 것에서 묘한 충족감을 느꼈다.

몸으로 이루는 즐거움을 이제야 알게 됐다.

의식하지 않아도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 자체가 혼돈공의 영향 아닐까 한다.


녀석들을 한 데 모아 묶어 놓았다.

2층 구석에 두면 교대할 때 쯤 알게 되겠지.

그리고 아마 교대 인원이 여기에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거사 일이 언제일지 모르겠으니.


초소에 다행히 자루를 비롯한 천이 있었다.

직접 본 어머니의 시신은 작았다.

이 작은 몸으로 나같이 거대한 덩치를 키우셨구나.

입고 계신 게 없어 얼른 천으로 몸을 닦아드린 후 감싸드렸다.

절망한 표정을 짓고 눈을 뜨신 채 잠드셨는데, 고이 감겨 드렸다.

길이나 복이로부터 바라본 내 모습과 어머니의 모습을 비교해보았다.

빼닮았다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닮은 구석이 있기는 했다.

꽤 선명한 이목구비, 짙은 눈썹.

어머니는 미색이 고우셨지만, 그렇기에 일찍 떠나신 듯하다.

이건 핏 값을 좀 치러야 할 것 같다.


혹시나 해서 어머니의 시신에 '관'을 써 보았는데 설명에 살생부가 적혀 있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흉수와 소개인에 대한 이야기다.

왕 씨 족장만 족치면 되는 건가.

아비에게 했던 어설픈 추궁을 다른 이에게 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내가 풀고 싶어서 푸는 분노가 마음에 들었다.

진짜 친 어머니가 아니라는 이야기, 정 붙일 시간이 있었는지 물을 이가 없다는 게 다행 이다.


어머니를 잘 안고 다른 유골들을 담아 옮기기 전 준비를 마쳤다.

떠나기 전 괜한 걱정에 기절한 녀석들을 모두 '관'으로 살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행선지를 고민했다.


원주민 출신 분들이 슬슬 집으로 귀환할 것 같은 해의 기울기.

지금 그들의 감정을 부풀려 토루에 집합 시키는 게 맞는가?

토루 안의 불안은 충분히 무르익었는가?

왕미나 손시의 무리는 충분히 호응을 할 것인가?

이 세 개의 힘에 기리 보기의 마음 증폭이면 일이 일어날 것인가?


'형아, 와장창이야!'

'형아, 각이 맞다옹.'


결이 맞나 보다.

혼돈의 각도기 길이 복이와 함께라면 걱정이 없다.

굶주린 아이들을 이끌러 움직인다.

어머니를 끌어 안고서.


해가 진다.


작가의말

토루 편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6~7000자씩 써서 빨리 끊고 가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지만


공모전 분량을 맞출 수 있을 지 걱정이 들어 그렇게 못하고 있습니다.


후에 수정 시 묶어서 분량 조절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쓰고 싶은 내용은 다 쓰고 있는 듯 합니다.


길이 복이의 분량을 깽판 시에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월 3일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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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 흉신악살 +4 22.06.20 72 3 13쪽
30 30화 - 가장 중요한 시간 +2 22.06.19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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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 일타강사 운수사부 +2 22.06.16 66 2 15쪽
20 20화 - 길이의 꿈 +4 22.06.16 6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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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 우리 얘기 좀 해 22.06.16 6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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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 급할수록 돌아가기 22.06.15 68 3 13쪽
15 15화 - 바다가 부른다 +4 22.06.14 67 2 13쪽
14 14화 - 복이의 달리기 22.06.14 59 2 10쪽
13 13화 - 혼돈공 파헤치기 +2 22.06.14 62 3 10쪽
12 12화 - 무림 핥기 +2 22.06.13 69 2 10쪽
11 11화 - 길이의 뒷이야기 +6 22.06.13 74 3 12쪽
10 10화 - 와장창 끝나고 난 뒤 +4 22.06.12 76 2 12쪽
9 9화 - 드디어 와장창 토루 +4 22.06.12 76 3 16쪽
» 8화 - 해 지는 토루 +4 22.06.11 80 3 10쪽
7 7화 - 토루는 흔들흔들 +8 22.06.11 79 5 11쪽
6 6화 - 보기와 보물 +6 22.06.11 85 5 12쪽
5 5화 - 토루의 속살 +6 22.06.11 85 5 11쪽
4 4화 - 개봉과 토루의 아침 +6 22.06.11 93 5 13쪽
3 3화 - 토루의 새벽 +8 22.06.11 99 7 13쪽
2 2화 - 다시 태어나다 +4 22.06.11 142 7 15쪽
1 1화 - 고양이가 떠난 이유 +10 22.06.11 306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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