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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포춘 님의 서재입니다.

길이 길이 기억되리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무협

럭키포춘
작품등록일 :
2022.06.01 22:06
최근연재일 :
2022.07.18 23:39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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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2
추천수 :
110
글자수 :
207,617

작성
22.06.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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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화 - 토루의 속살

DUMMY

'형형형형~'


형이란 발음에서 뭔가 꽂힌 구석이 있는지 복이가 흥얼거린다.

흉화는 그 고운 소리에 마음을 다스렸다.

아이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런 모습도 이제는 마지막일 터.

정신을 집중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히영, 이 발음이 편한 것 같앙. 히영. 히영.'

'길이 너 끝 발음만 안 좋은 거 아니었니? 갑자기 왜?'

'한 동안만 이렇게 부를게영. 아직 히영이란 말이 어색히영.'


장난을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형형형 형형형형~.'


오늘도 길이 복이는 즐겁다.

무거운 흉화의 맘을 가볍게 해 준다.

복이가 챙겨 온 죽간을 당장 해석하기엔 무리고 일단 방에 쟁여 놓고 움직이자.


이제 이 집 많은 토루에서 '엄마를 찾아라'를 펼쳐야 한다.

단서는 '왕 씨 족장'

왕 씨 집성 구역을 찾고, 거기서 족장의 행선지,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보자.

엄마의 이름, 끼뚀? 이게 무슨 뜻인지 먼저 주변에 물어봐야겠다.

그런데 이 이름을 알고 데려갔을 것 같지 않은 게 서글프다.


'길이, 복이 출동이다.

둘 다 양 옆으로 흩어져서 '왕 씨'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찾는 거야 알았지?'

'넹!'


그런데 아까 아침에 바깥이 조용하더니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조용하다.

무슨 행사가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어머니를 어떤 목적으로 데려갔는지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다.

관련이 있는 건 아니겠지?


아이들은 흩어졌고 흉화는 정면.

토루의 우물을 비롯한 건물이 뭐 하는 데인지 살펴볼 것이다.

거대한 토루라 그런 지 족히 몇 백 가구는 살 것 같다.

예전은 4인 1가구 그 이상이었으니 수천 명이 사는 곳이라는 건가?


당장 우물에 사람이 없다.

마당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가운데 건물은 위패가 모셔진 사당으로 보이네.

'왕', '대', 나머지 세 글자의 한자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에서 안 떠오르는 거 보면 확실하게 기억한 한자가 아닌 게 분명.

내 기억에서도 안 떠오르는 게 이상하다. 흠. 누가 알 사람 없을까?


'히영아, 내가 읽어줄까앙?'


"으응?"


육성으로 물음이 터질 만큼 길이의 한자 읽기는 뜬금없었다.


'길이 어떻게 읽을 줄 아는 거야?'

'히영아가 여기 건너 오기 전까지 15년 동안 내가 그 몸을 움직였지옹.'


두둥둥. 환생자의 비밀은 길이 돌려 막기였단 말인가?

빙의가 아니라 환생으로 처리하려고 이렇게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러면 길이에게도 환생자의 메리트가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길이나 복이한테 상태창(관)을 안 써봤다.

애들 오면 바로 써 봐야겠다.

지피지기부터 해야 한다.

지기를 완벽하게 하지 못한 잘못이다.


'히영 그래서 왕(王), 대(大), 손(孫), 등(鄧), 원(袁)이 다옹!'


거창한 성씨들이라는 느낌.

인물들이 떠오르는 성씨라는 점이 대단하다.

어찌 되었든 이 다섯 성씨가 모인 토루.


그 중에 왕 씨가 흉악한 짓을 종종 저지르는 데 다른 씨족들이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될까?

이미 밑바닥에서 소문이 퍼지는 걸 방치하는 순간 전부 다 아는 사실이란 것.

이들의 의식 밑바닥에 깔린 오랑캐에 대한 차별이 사건 해결에 큰 벽이 될 것 같다.

아니,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면 뭐 다 뒤엎어버리는 수 밖에 없지만.

뒤집어도 계획적으로 깔끔하게 뒤엎고 싶은 것은 그 성미와 아직 버리지 못한 이성인가.


'형형형 여기 여기 사람들이 몰려 있어!'

'히영 여기에서도 사람들이 모이고 있어용.'

보니까 각 성씨끼리 씨족장 거처 근처로 모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셋이 의사 소통이 공유가 된다는 점은 아주 강력한 치트키가 아닐 수 없다.


'길이야 거기는 어디 성씨야?'

'원이다옹.'

'복이는?'

'응. 응. 송?'


공유가 되어도 늦은 아이가 있지만 그래도 점점 자랄 게 분명하다!

흉화가 시선을 공유해 확인하니 '손 씨'라는 명패 앞에 사내들이 줄을 서고 있다.


'대, 왕, 등이 남았네. 쭈욱 원을 그리면서 돌아보자. 형아는 마당을 통과해서 갈게.'


재빨리 달려 확인한 가운데.

계단에서 마침 그를 확인하고는 올려 보내야 하나 마나 고민하는 덩치가 있었다.


"이름이 대형? 맞나? 넌 좀 애매한데."

"뭐가 애매하신데요?"

"나이, 출신, 부모 전부 애매하단 말이지."

"어머니를 아세요?"

"끙. 중간에 낀 것도 다 네 복인 게지. 그냥 올라가라. 씨족장 회의 결과 통보다."


족장 회의란 정보가 나왔다.

그리고 올라갈 수 있게 되었지만 기분은 더러웠다.

운명이란 말로 사람들을 강제하는 더러운 기운을 느꼈다.

계단을 오르니 역시 각 층의 방마다 사람들이 그득 그득 차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랑캐와 객가족의 구분은 생김새로 대충 다 되는 듯하다.

흉화처럼 혼혈은 생김새가 티가 날 경우 이 자리에 있지 못하는지 영 보이지 않는다.

물론 여기는 '대 씨' 모임이지.

그를 알고 있는 어른들이 있는지, 궁시렁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쟤는 어디라고 여길 올라오는 거야?"

"문지기는 뭐한 거고?"

"저 놈 애비 술만 퍼 마셔서 숙소 바깥으로 뺄 때부터 알아 봤네."


2층을 지나 3층을 올라가는 찰나 결국 자리에서 쫓겨날 수 밖에 없었다.

흉화에게 별 말 하지 않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런 이들조차 제대로 된 시선을 건네지는 않았지.

중요한 사항이 뭔 지는 하나도 전해 듣지 못한 채 다시 마당으로 쫓겨 나왔다.

아까 그 덩치 문지기는 말도 없이 그저 먼 곳만 쳐다보고 있다.

토루의 폐쇄성이 내부에서도 강하게 적용된다는 걸 알았다.


연습을 할 겸 길이와 복이의 시선을 공유해보았다.

양쪽 모니터에 화면을 띄운 기분이다.

왼 눈 모니터엔 길이의 시선이, 오른 눈 모니터엔 복이의 시선이.

길이는 5층 중요한 방에 거의 다 왔는지 상석이 어딘지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복이의 시선이 특이하다.

5층으로 올라간 게 아니라 어두컴컴한 곳에 있는 게 아닌가?

그래도 토루는 나름 창이 있는 편이다.

아래층은 창문이 없지만 중앙 광장으로 채광이 되는 편이라 아주 어두운 곳은 없는데?

복이의 탐험을 내버려 두고 일단 길이 상황부터 마무리 짓기로 했다.


'길이야 어디 성씨?'

'여기가 왕 씨다옹!'


복이의 대탐험을 멈추게 하지 않고 혼자 즐기게 내버려 두고 길이에게 집중했다.

한 가운데 상석에는 노인이 앉아 있다.

단정하게 속발을 했고, 눈썹과 머리카락이 잘 정돈 된 모습이다.

눈썹과 머리가 모두 잿빛으로 세었는데 옷과 더불어 한몸 같다.

눈썹이 길게 늘어져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 알 수 없다.

허리가 꼿꼿한 것이 노인의 몸 같지 않게 옹골찬 감이 있다.

그 노인 주위의 어르신들도 다 같이 퍽 단정하고 말끔하게 차려 입었다.

족장 회의를 단순히 통보하기만 하는 자리는 아닌 듯 하다.

가장들로 보이는 이들이 둘레를 모두 감쌌을 무렵, 상석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족장 회의 통보를 겸한 왕 씨 회의를 시작하지.

일단 족장 회의에서는 이번에 산적들이 늘었다고 했네."

"진짜 산적 말입니까?"

"하하, 가짜 산적이라도 있단 말인가? 바보 같은 물음 삼가게."

"각 성씨마다 자경대를 100명씩 뽑아서 토벌에 나서기로 했네."

"이번엔 전리품 놓치는 거 없이 확실하게 가는 거지요?"

"놓치는 건 자네들 탓이고, 분배 받아 오는 것이 내 몫 아니겠는가?"

"이번에 챙겨간 년은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요?"

"청하 자네가 잘 챙겨준 덕분에 이번에 1할은 더 챙겨올 수 있게 되었지."

"아들 놈만 아니었어도 진즉 바칠 수 있었을 터인데 말이지요."

"출퇴근 하는 명물 유녀가 사라져서 참 아쉽습니다."

"그래요, 그래."

"때가 어지러우니 예비 차원에서 초행자 비율을 절반까지 늘리겠네."

"신출내기 객가들이 많이 생기겠군요."

"객가인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피가 묻어야 객가인입니다!"

"······"


일단 청하란 늙은이 얼굴 기억해 놨다.

성씨가 다 왕 씨니까 이름이 청하라기 보다는 자나 호 같은 게 청하가 아닐까 하는데,

이름이랑 전혀 안 어울리는 두꺼비 형상의 녀석이 청하라 불리다니.

용서할 수 없지만, 더 용서할 수 없게 되었다.


대화를 듣는 내내 삼합회 조폭들 정기 회동을 듣는 게 아닐까 헷갈렸다.

산적은 분명 오랑캐라 부르는 민간인들이 분명해 보인다.

단순한 화전민일지도 모른다. 산적일지라도 문제는 많다.

근데 전리품 취급이라니.

노에 사냥을 하는 이슬람인들, 성기사들이 이랬을까?

아니면 아프리카 대륙 송가이 사람들이 이랬나?

고대 중국도 장난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낀다.


정확히 어느 때 즈음인지 아직 가늠이 안 된다.

물론 중국에 노예가 사라진 게 근대라는 건 기억하고 있다.

토루가 송 이후였다는 거만 확실히 기억나는데 범위가 너무 넓다.

객가인의 가입 조건이 피를 묻히는 거라니.

빼박 조폭이다.


그냥 성씨 같고 같이 살면 객가인이 아닌가 보다.

공동체 내에서 특별한 일을 할 수 있어야 같은 씨족 취급인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배타성, 정당화. 집단 이기주의인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엄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넋이라도 달래려면 시신을 찾아 장례라도 치러드려야겠다.


그리고 이놈의 토루 공동체 좀 갈아엎어야겠다.


이 토루들은 보통 잘 돌아갔을 것이다.

결국 현대까지 이런 놈들이 승리해 살아남았다는 게 역겨워서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순박한 동조인이 있을 수 있지만 순수한 머리가 이런 공동체를 굴릴 순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 흙탕물에서 맑은 마음을 가지고 견디고 있는 우두머리가 있을까?


흉화 혼자 몇 백 명과 아웅다웅 싸움박질을 할 건 아니다.

이걸 뒤흔들려면 아래 위 동시 공략이 필요할 것 같다.


왕 씨와 대척점에 있는 성씨는?


이 토루와 다투고 있는 다른 토루는 없을까?


[무지개별 관리자 : 좋아요. 이런 깽판엔 과제가 제격이지.

와장창을 바라는 이들이 많네.

공동 과제 들어간다. 당연히 받을 거지?]


===


[무지개별 관리자],

[나일 캣맘],

[낫과 망치의 건국자],

[신의 채찍],

[아톰 아빠]에게서.


과제 : <토루 혁명>


토루를 뒤엎어 봅시다.

다섯 성좌의 일치된 의견은 이것 하나입니다.

얻는 업보만큼 보상이 주어질 겁니다.


보상 : 업으로 인한 매력 보정.


===


'제가 하려는 일을 과제로 주실 수도 있군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히영 이제 뭘 할까요?

어디로 갈까요?'


복이가 뭘 찾았는지 같이 지켜볼까?


스윽.


길이가 어느새 흉화의 옆으로 와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곁을 찾았다.


'응?'


기대 온 길이에게서 온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무게감도 살짝?

길이도 물리력을 쓰게 되는 건가?

수단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오자마자 지내고 있는 지역 공동체를 뒤엎어야 하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흉화는 더 이상 못 참아!

안 참아!


작가의말

비문 지적 받습니다.


7월 2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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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 묘묘단 100일 부흥회 +4 22.07.02 59 2 13쪽
33 33화 - 꼬마 유령 길이 복이 +4 22.06.22 72 3 14쪽
32 32화 - 북동풍이 분다 +4 22.06.22 63 2 10쪽
31 31화 - 흉신악살 +4 22.06.20 72 3 13쪽
30 30화 - 가장 중요한 시간 +2 22.06.19 58 2 12쪽
29 29화 - 풍문으로 들었소 +4 22.06.19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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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 같이 눈사람 만들래? 22.06.18 61 1 10쪽
26 26화 - 소풍과 클리셰 +2 22.06.18 65 1 10쪽
25 25화 - 행복이 기연이다 22.06.18 59 1 11쪽
24 24화 - 호감작의 달인 +2 22.06.17 6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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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 산은 내려가기 위해 오르는 것이다. +4 22.06.17 61 3 11쪽
21 21화 - 일타강사 운수사부 +2 22.06.16 66 2 15쪽
20 20화 - 길이의 꿈 +4 22.06.16 61 3 11쪽
19 19화 - 선 사제지연 후 노변담화 22.06.16 61 2 10쪽
18 18화 - 우리 얘기 좀 해 22.06.16 6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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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 급할수록 돌아가기 22.06.15 68 3 13쪽
15 15화 - 바다가 부른다 +4 22.06.14 67 2 13쪽
14 14화 - 복이의 달리기 22.06.14 59 2 10쪽
13 13화 - 혼돈공 파헤치기 +2 22.06.14 6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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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 다시 태어나다 +4 22.06.11 142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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