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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439,048
추천수 :
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4.07.10 15:53
조회
2,418
추천
88
글자
11쪽

제9장 흔적(3)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바다를 길게 가로막은 방파제가 늘어서 있는 자그마한 어촌마을. 마을의 한쪽으로 잘 가꾸어진 밭들 사이로 띄엄띄엄 목조 가옥들이 서있는 전형적인 일본 시골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한가로워 보이는 마을의 외곽, 외따로 떨어진 목조 가옥 앞에 벤이 한 대 멈춰 섰다.

“이모님, 이곳입니다. 어떠세요?”

운전석에서 내린 백곰이 차 앞으로 돌아가 차 문을 열어주자 이모와 자영이 내려서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집이 좀 낡았네. 이걸 세 얻은 건가?”

“네, 예전에 살던 사람들이 도시로 이사 가는 바람에 한 일 년 비어 있었다네요. 그래서 쉽게 구했습니다.”

“수고했네. 주변이 탁 트인 게 시원하니 좋아.”

이모가 주변을 둘러보며 맘에 들어 하자 백곰도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북쪽으로 센다이까지 쭉 올라가서 이모의 통장에서 비상금을 빼 낸 후 대포폰을 4개 구입했다. 그리고 다시 거꾸로 내려와 이곳 근처의 숙박업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백곰 홀로 뛰어다니며 이 집을 구했다. 여기가 백곰의 고향이지만 어려서 떠났기에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다만, 세월이 흘러도 변한 게 별로 없어서 백곰이 돌아다니기 편했다.

“주변에 집이 없어서 좋은 거 같아요.”

자영 역시 주변을 돌아보며 만족스러워했다. 농로를 따라 밭들 사이로 띄엄띄엄 집들이 있으니 서로 간섭받을 일도 없어보였다.

“그러게, 우리끼리 조용히 지낼 수 있겠지? 그런데 저기 밭은 왜 잡초만 자라고 있누?”

이모가 집 앞에 길게 자란 풀밭을 손짓으로 가리키자 백곰이 얼른 말을 받았다.

“저기부터 여기까지는 이 집에 딸린 겁니다. 농사를 지어도 된데요. 그러니 한가할 때 채소를 가꿔도 좋을 겁니다..”

“아하~ 잘 되었네. 안 그래도 장 보러 시내 나갈 일이 걱정이었는데 조금씩 키워 먹어야겠어.”

“하하하! 시장은 제가 틈틈이 봐 오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가구하고 가전제품이 들어 올 거예요.”

그때 집 안에서 휘가 문을 열고나오며 손짓을 했다.

“밖에 서 있지만 말고 집안 구경도 하시구려.”

휘의 등장에 자영의 표정이 더 환해졌다.

“어디 가셨나했더니 여기 계셨군요. 이모, 안으로 들어가죠.”

이모도 휘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휘만 보면 마음이 든든해지는 이모였다.

“그래, 들어가자. 아침부터 사라져서 걱정했더니 여기 있었구만.”

“네, 아침에 백곰이 나가기에 따라와서 주변을 좀 둘러봤습니다. 이모님 지내시기에 큰 불편은 없을 듯하네요.”

“나야 아무렴 어떤가. 자네들이 안전해야지.”

우루루 집안으로 들어서자 나름 넓은 내부가 좁아보였다. 자영이 2층으로 난 계단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아! 밖에서 보던 거와는 다르네요. 2층에도 방이 있나 봐요?”

“그렇소, 2층은 우리가 사용합시다. 이모님은 오르내리기 불편하실 거요.”

“그래요. 저는 좋아요. 예전부터 다락방을 갖고 싶었는데 잘 되었네요. 호호호!”

“좋다니 다행이오.”

휘의 입가에도 웃음이 매달렸다. 자영이 기뻐하는 모습에 자신 때문에 이리저리 도망 다녀야하는 두 사람에 대한 미안함이 조금 가시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넷이서 집안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하며 지낼 준비를 하는 동안 가전제품과 가구들이 차례로 배달되었다.

이모의 지시로 이리저리 배치를 하는 동안 휘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철저하게 외부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도록 휘 스스로 조심을 하는 것이다. 그들이 설치를 끝낸 후 사용설명까지 장황하게 떠들고 떠나자 어딘가에서 휘가 불쑥 나타났지만 이모나 자영은 이제는 당연한 듯 놀라지도 않았다.

그렇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준비하며 하루를 보낸 네 사람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그래, 자네는 돌아가겠다고?”

식사를 하며 이모가 백곰에게 물었다. 입안에 음식을 잔뜩 집어넣고 있던 백곰이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읍읍... 네 넵, 꿀꺽! 오 올라가야죠.”

“천천히 먹게...체하겠네.”

“하하하! 괜찮습니다. 이모님 음식솜씨가 너무 좋아서.”

“언제 출발하는가?”

“오늘은 자고 내일 가려고요.”

“그러게. 자네 방도 만들어놨는데 푹 자고 내일 출발해.”

“네. 히힛!”

백곰이 싱글벙글하며 반찬그릇으로 젓가락을 가져갔다. 방 배치를 하며 이모 방 옆에 빈방을 백곰이 따로 쓰도록 했는데 백곰의 머릿속에는 미연을 데려와 둘이서 오붓하게 지내는 상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밥 먹다가 왜 저리 바보처럼 실실 웃는 거요?”

그런 백곰을 보며 휘가 자영에게 물었다.

“호호홋! 딴 생각 하는 것 같은데요.”

“혹시? 저 놈이 올라갔다가 미연씨를 데려오는 거 아니요?”

“미연이가 풀려났다면 여기로 올 리가 없잖아요. 도망 다닐 필요가 없는데 여기 와서 뭐하겠어요? 그리고 경찰이 주시하고 있을 게 뻔 하니 여기 올 생각은 꿈도 못 꿀 걸요.”

“흠... 그렇군. 저놈 혼자 꿈꾸고 있구만. 허...”

“호호호!”

“그나저나 한국으로 돌아가기가 점점 어려워지는구려.”

“그러게 말이예요. 어쨌든 여기까지 도망 왔으니 당분간 숨죽이고 조용히 지내야겠어요.”

“그렇더라도 저 놈에게 한국으로 가는 방법을 계속 알아보라고 하시오. 지금 기댈 수 있는 놈은 저놈뿐이니.”

“그럴게요.”

백곰이 실실거리든 말든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약간은 흥분된 첫날밤을 맞이하게 된 네 사람이었다.

이층의 창을 열고 어두운 바깥을 내다보던 자영이 휘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가 휘의 옆에 걸터앉았다.

“꿈만 같아요.”

나지막한 자영의 목소리에 휘가 감았던 눈을 떴다.

“뭐가 말이요?”

“제가 여기까지 흘러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렇구려.”

휘가 생각해도 자영의 고단한 여정이 안타까웠다. 자신을 만나서 더 힘든 일을 겪는 건 아닌지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휘가 팔을 뻗어 침대 옆에 앉아있는 자영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자영이 기다렸다는 듯 가볍게 끌려오며 휘의 품으로 스며들었다.

“그래도 당신을 만나 행복해요.”

자영이 휘의 가슴을 손으로 더듬으며 달콤하게 속삭이자 휘가 자영을 꼭 안아주었다.

“나 역시 당신과 있을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라고해도 상관없소. 당신만 행복하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하오.”

휘가 자영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자신의 얼굴을 가져갔다. 자영의 얼굴은 이제 거의 예전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사랑하오.”

“하아~ 저도요. 사랑해요.”

휘의 입술이 자영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덮어갔다.

열려있는 창문 밖으로 시원한 바람을 타고 멀리 파도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어제 늦은 오후에 식당으로 찾아 온 미연을 데리고 이모와 자영이 살던 집으로 가서 자기네 집처럼 들어앉아있는 경찰들을 쫓아낸 혜영이 타쿠야를 불러 그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아무래도 미연이 혼자 집에 남아있게 하기에는 너무 불안하여 같이 지낸 것이다.

경찰이 무슨 짓을 했는지 집주인까지 나타나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는데 어차피 계약을 한 당사자가 혜영이므로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형사라는 자가 나타나 혜영이 실질적인 계약자이므로 거주자들의 신상을 밝히라고 압박했지만 식당일을 하는 아줌마에게 일하는 동안 지내라고 빌려준 것밖에 없다고 잡아 때니 형사도 어처구니없다는 듯 혀를 차며 돌아갔다.

어차피 경찰들도 이젠 알만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혜영과 미연이 더 이상 숨어 지낼 필요는 없었다. 자영과 휘의 정체만 드러나지 않으면 될 일이었기에 혜영과 미연은 거리낌 없이 행동하기로 했다.

오전에 경찰이 헤집어 놓은 집안 정리를 대충하고 셋이서 같이 식당으로 나왔다. 요 근래 걸핏하면 문 닫는 날이 많아서 식당을 찾는 손님이 많이 줄어들었다. 매상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았지만 어찌되었건 장사는 해야 했기에 오늘부터 정상영업을 하기로 하였다.

미연은 야쿠자들이 사고를 치는 바람에 오히려 자유의 몸이 되었다. 혜영이 마담에게 연락하여 너희들이 이미 미연을 팔아먹었으니 다시는 찾지 말라며 데리고 있기로 했다. 미연의 여권은 분실신고를 하여 재발급 받기로 하였으니 본인이 원한다면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문을 열고 점심장사를 어느 정도 끝낸 후 타쿠야는 집에 다녀온다며 나가고 미연과 둘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래도 손님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은 거 같아 다행이다. 문을 닫은 날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언니네 가게는 단골이 많잖아. 가끔 문 닫은 것도 사정을 알고 다 이해를 해 주는데 뭐.”

“이것아, 그럴수록 더 신경써야하는 거야.”

“호호~ 다 언니보고 오는 손님이잖아. 언니만 자리 지키고 있으면 망할 일은 없을 거야.”

“망할 일은 없다. 우리야 달랑 두 사람 먹고살면 되는데 뭐 악착같이 물고 늘어질 일이 있겠니. 편하게 살아야지.”

“그런 언니 성격이 부러워.”

“그나저나 자영이네는 잘 피했는지 모르겠네. 에휴~ 이제 걱정거리라고는 그것밖에 없다.”

“그러게. 전화를 못하니 너무 답답해.”

“저번에 경찰에서 조사받을 때 우리 전화번호로 통화내역까지 뽑는 거 같더라. 너 자영이랑 통화한 거 있지?”

“응. 가끔 했는데... 물어오면 어쩌지?”

“그 자영이 아니라고 해야지 뭐. 어쩌겠니. 오리발 있잖아.”

“오리발?”

“그래, 오리발. 호호홋!”

“참나, 언니는 웃음이 나와? 난 불안해 죽겠는데.”

“맘 편히 먹어. 술집에 있다 보면 다 가명 쓴다고 해. 가깝지는 않지만 아는 언니중에 자영이란 이름 사용하는 사람 있다고 해라. 그래 이참에 너랑 나랑 말을 맞추자. 누가 있을까? 아! 얼마 전에 요코하마로 간 수지 있지? 수지 본명이 자영이라고 하자. 이 자영.”

“응? 수지 본명이면 민경이 아냐? 호호호, 이 자영이라. 좋아 언니, 이 자영. 요코하마로 간 이 자영. 호호호!”

“경찰이 뭐라고 하던 우리는 우리끼리 말 맞춰서 억지라도 부려야지 어쩌겠니.”

“호호호, 언니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어쨌던 자영이가 무사해야 되는데...”

“그러게.”

“아! 손님이다. 어서 오...”

그때 손님이 들어오자 인사를 하려고 일어서던 혜영이 멈칫거리더니 미연을 향해 눈짓을 하며 작게 속삭였다.

“쉿! 미연아. 경찰이야.”

“응? ... ”

미연이 황급히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문을 닫았다. 혜영이 그런 미연을 보고 싱긋 웃으며 일어섰다.

“오늘은 왜 또 오셨어요?”

“흠흠... 오늘은 식사하러 왔는데 장사 하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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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제9장 흔적(1) +6 14.07.04 2,447 101 13쪽
62 제8장 상처(16) +6 14.07.02 2,683 101 13쪽
61 제8장 상처(15) +6 14.06.30 2,918 100 12쪽
60 제8장 상처(14) +2 14.06.28 2,708 112 12쪽
59 제8장 상처(13) +8 14.06.26 2,471 104 11쪽
58 제8장 상처(12) +10 14.06.24 2,538 102 13쪽
57 제8장 상처(11) +8 14.06.22 2,974 97 11쪽
56 제8장 상처(10) +4 14.06.20 2,958 100 14쪽
55 제8장 상처(9) +10 14.06.18 2,925 116 13쪽
54 제8장 상처(8) +7 14.06.16 3,023 99 10쪽
53 제8장 상처(7) +6 14.06.14 3,564 110 12쪽
52 제8장 상처(6) +2 14.06.13 3,418 101 12쪽
51 제8장 상처(5) +9 14.06.11 3,296 115 11쪽
50 제8장 상처(4) +6 14.06.10 3,630 126 13쪽
49 제8장 상처(3) +2 14.06.09 3,742 112 9쪽
48 제8장 상처(2) +8 14.06.05 3,322 101 11쪽
47 제8장 상처(1) +4 14.06.04 4,120 103 12쪽
46 제7장 천종(13) +10 14.06.03 4,338 188 12쪽
45 제7장 천종(12) +4 14.06.02 3,836 118 12쪽
44 제7장 천종(11) +6 14.05.31 4,117 119 12쪽
43 제7장 천종(10) +2 14.05.30 4,192 141 11쪽
42 제7장 천종(9) 14.05.29 4,072 144 14쪽
41 제7장 천종(8) 14.05.28 4,583 196 13쪽
40 제7장 천종(7) +4 14.05.27 3,731 114 12쪽
39 제7장 천종(6) 14.05.26 3,609 103 12쪽
38 제7장 천종(5) +5 14.05.25 3,923 108 10쪽
37 제7장 천종(4) 14.05.23 3,900 10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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