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우이성 님의 서재입니다.

신님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현대판타지

우이성
작품등록일 :
2021.05.01 19:57
최근연재일 :
2021.10.06 20:4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36
추천수 :
0
글자수 :
124,358

작성
21.05.08 07:44
조회
14
추천
0
글자
40쪽

step5.그날은 제가 바뀌었다는걸 처음 느꼈던 순간이었어요

DUMMY

정장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앞에서 상장을 수여받는 내가 있었다.


커다란 카메라 하나가 전교실에 영상을 보내고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순간 몸이 굳는 기분이들었다.


"위 학생은 평소의 솔선수범한 행실로 타 학생들의 귀감이 되었으며, 교육에 성실히 임하여 본교 학생들의 모범이되기에 이 상장을 수여합니다. 2ㅇㅇㅇ년. 6월 18일 천진중학교 교장 은정남."


모든사람들의 관심을 홀로받는 상태에서 예상치도 못한

인터뷰를 받게되었다.


"천진인상을 받게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17번째로 수상받게되셨는데 각오와 다짐부탁드립니다"


"천진인상을 받게되신 비결이 무엇일까요?"


수많은 질문들에 대답을 하던중 쉽게 흘려들을 수 없는 질문이 내귀에 들려왔다. 급기야 예의를 밥말아먹은듯한 질문들이 쏟아져나왔다.



"지연학생은 전부터 환 명예교사님과 친분을 가지고있다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지연학생은 2주전에 사유결석으로 한번 학교에 등교하지 않은적이 있었던 것이 맞나요?"


"지연학생. 명예교사와 하룻밤을 같이 보냈다는 제보가 있는데 사실인가요?"


"그게 무슨.."


"저번주 15일 야밤에도 명예교사이신 환선생님을 만났다는 제보가 사실입니까?"


"명예교사분과 지연학생이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고있는것은 아닌지 확인부탁드립니다."


"오늘 새벽에 지연학생이 급하게 산부인과에 방문하셨는데 무슨 연유로 방문하셨는지 말씀부탁드립니다"


점점 질문의 수위는 높아져만 갔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질문의 대홍수에 나는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입을 뻐끔뻐끔거리는 것외에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급기야..


"지연학생이 받은 천진인상이 명예교사에게 청탁한 결과라는 이야기에 대해서 해명부탁드립니다."


"학생과 선생의 관계가 합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산부인과에 갔다오신게 사실입니까? 홀로가신겁니까? 명예교사와 함께 가신겁니까?"


"교내의 부정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계십니까?"


"......"


하지도 않은 일들을 내가 한것마냥 꾸미고 부풀려서는 아주자극적인 기사의 하나로 만들어버렸고, 그 인터뷰는 전교실에 생중계로 송출되었으며 이것이 은지선생님이 꾸민 음모였다는 사실을 알게된순간 이미 늦어버렸다는 것에 후회하는것 밖에 내가 할수있는것은 없었다.


상을 받았음에도 변변찮은 박수하나 없는 시상식이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방송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조롱거리가 따라 붙었다. 교실을 나설때에도 화장실을 가거나 급식을 먹을때에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끈적하면서도 차가운 눈빛들이었다.


학생들의 괴롭힘은 환선생님을 만나기전보다 더욱 심해졌고, 반에서만 이루어졌던 괴롭힘이 학교전체로 바뀌게 되었다.


내가 그날 인터뷰에서 어중간한 대답을 한것이 이렇게 돌아왔을줄이야.. 하지만 후회한다고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다시 과거로 돌아왔을뿐인것이다.

바뀌었다고 착각했던것이다.

바뀐것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아무것도. 없 다 는 걸 알 고 있 었 는 데 .



자꾸만 시상식의 일들이 지금일어나고있는 일처럼 내 머릿속에서 반복되어가면서 느리게 더욱 느리게 흘러가면서 초고속 카메라로 본듯한 세상을 바라보고있었다.


무관심한 사람들과 나의 처지를 비웃은 사람들의 모습

검정일색의 카메라들이 단상에 있던 나를 향하고있었다

주변의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목소리


눈에 불이 들어간듯이 기자들이 열성을 내며 질문을 하고.

노트북에 급하게 타이핑하는 모습들.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은지선생님의 눈을 마주치자 조소를 짓는 모습에 경악하는 나자신을 발견했다.


몸은 굳어버렸고. 목소리는 나오지도 않았고. 나오지 않기를.바랐던 눈물이 내 눈앞을 가리기시작했다.



내가 질문에 제때 대답했더라면

들어서는 안되는 기자들의 질문들을 조리있게 넘어갔더라면 은지 선생님이 이런 일을 꾸미고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달랐을텐데...


역시.. 나는 아무것도 할수없었던걸까.

거미줄에 묶여 벗어나지 못하는 나비와 같이 나는 헤어나올 방법을 알지못했다.


그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 의해 움직여지는 누군가의 장난감. 자유를 빼앗긴. 길들여짐에 익숙해진 애완동물처럼 나의 운명을 다른사람의 손에 맡길수밖에 없어진 처지가 나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벗어나려해도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상처가 아물지않아 무의미 하다는걸 알면서도 쳇바퀴를 돌리지않으면 이 아픔을 참을수 없을거같아서..


밤길을 걷는 맹인과 같이 해메는 내 모습이 우리에 갇혀 무의미하게 쳇바퀴를 돌리는 햄스터와 겹쳐지는 듯이 느껴졌다.


찌는듯한 더위에 숨을 들이마셔본다.

머리가 어지럽고 쑤시는듯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눈이 감겨오는 몸을 주체하지못한체,


몸이 흔들리고 지면에 등이 닿았다는 감각과 더불어

그렇게 파랗던 하늘이 내눈에는 잿빛이되어 보였다.

시야를 가리는 물방울들을 끝으로 시야가 검게 변했다.






헉.. 헉... 헉.


꿈? 그게.. 꿈이었다고!?


단상에올라 받았던 상장의 질감도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흘렸던 땀방울도 전부 꿈이었던걸까??


너무 현실적이었던 이꿈은 내게 큰 혼란을 느끼게 만들었다.


김은지 선생님의 천사같은 미소와 달리 꿈에서처럼 그런 흉흉한 표정을 짓는 상황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몇번을 생각해도 의문이 지워지지않고 불안해지는 마음에 방금전의 꿈을 그저 꿈으로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꿈에서 깨어난 여운에 잠겨 심층의식에 잡혀있던 정신이 점차 돌아오기 시작하자, 달구었던 지면을 차갑게 식히듯한 바람이 느껴졌다.


고요한 적막.

열기가 식어버린 육신.

졸음을 날려버린 날선 검날같은 정신.


아침은 아직 멀었다는 듯이 3이라는 숫자를 가리키고있는 시계의 시침을 바라보면서 발로차버린듯이 널부러져있는 이불을 덮으려 몸을 움직였으나 온몸은 차갑게 굳어있었다.


이불을 온몸에 두르고 포근함에 몸을 맡기려했으나 생각대로 되지않는 상황에 인상을 찌뿌리며 몸을 일으켰다.


"잘못 모인걸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는다는걸 알면서도 눈시울을 붉히기 싫어 억지로라도 입을열었다.


"하긴.. 요즘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나봐."


1달넘게 당한 괴롭힘과 친구들의 배신, 엄마의 재혼과 선생님과의 만남, 새로운 친구와 알수없는 기현상까지....

생각해보면 힘들지 않은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정말.. 안좋은것들만 잔뜩 모여있었네..."


얼마전 환선생님에게 들었던 이야기중 이런 말이 생각났다.

'사람의 몸이라 부르는 이 몸의 뜻이 무엇이냐' 내가 대답하지 못하자. 몸은 '모음'이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에서 파생되었다고 알려주셨다.


모이고 모여서 몸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는 것일까? 하고 고민하던 내게 '몸은 스스로 모일수 있었을까?' 하며 물어보는 말에 나는 대답할수없었다.


이미 알고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기때문에.



내가 스스로 모일수있었다면, 과연 안좋은 모습들을 모으려고했을까? 잘나고 좋은 모습들만 모으려고 했을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 내가 스스로 모일 수 있었다 한다면 나는 어려운일들을 스스로 자초하는 멍청이일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수있는 일이었다.

해가 뜨고있을때를 낮. 해가 저물고 없을때를 밤.이라고 정한다고해서 해와 달을 내것이라고 말하지 않는것처럼


4계절과 360일과 12달과 24시간을 정했다고해서 날짜와 시간을 그리고 계절을 마음대로 바꿀수없는것처럼


알고있는것이다. 내가 멍청하다는 사실을...



정한다고해서 모인것이 아니었다.

찾았다고해서 가진것이 아닌것이다.

그저 주변을 더듬어서 보잘것없는 선을 그은것처럼


그너머에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을 돌려버리는 내가 정말 싫다.


생각한다고 그대로 될리가 없다는 사실을 외곡해버리는 내가 싫은 것이다.


내가 꾼 꿈이 일어날리가 없는 스트레스가 만들어낸 가짜라는 근거를 찾고있는 나를 발견할수있었다.





오늘 날짜가 며칠이지?


6월 18일이구나.


하아.. 다행이다. 아직 상을 받지않았구나.


그래. 상을 받는다고 나혼자 받을리없잖아.


그리고 유명인도 아니고 내가 인터뷰를 받을리는 없지.


전교내에 시상식이 방송될리가 없을거야.


아마도.




믿기지않아..


그많은 일들이 이틀이라는 시간속에 벌어졌는데도 오래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것같았다.


아파야하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않아서 차라리 꿈이라고 말하는게 더 현실감이 느껴지지않을까.


하지만 몸은 본능적으로 조심해야된다는 듯이 나에게 적신호의 경보를 울리고 있다.


나의 것이라 여겼던것들이 어느순간 사라지는 마법에 나는 무력한 자신을 탓하는 일상에 의문이 들었다


왜 똑같은 생각을 반복하면서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는걸까?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무언가에 방해를 받고있다는 느낌을 지울수없었다.


꿈에 대한 기억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모래시계의 모래들이 빠져나가듯이 느린듯 빠르게 내가 고민하던 근본을 빼앗아가려는 듯이 지워져갔다.


다시 그 고민을 떠올려보려고 하지만, 뜻대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기억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 불길하다 느꼈던 기분을 그저 우연으로 판단하고 잊어버려야하는가? 아니면 그것을 조금이라도 떠올리기위해 생각을 계속해야하는가..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내머릿속에서 부딪히며 확신이라고는 눈꼽만큼도없는내게 선택을 강요할때마다 혼란스러움이 나를 망설이게한다.


그러면서 처음생각했던 생각은 영화속 엔드롤에 올라가는 작은 글씨들처럼 읽기도 전에 사라져버렸고 전혀다른 방향의 생각들이 내머릿속을 채워나가기시작했다.



민주 옆에 있던 둘은 왜 나를 모질게 대하는걸까? 내가 둘의 입장이었다면 왜 괴롭혀야했을까 생각해보니 한가지 떠오르는것이 있었다.


나를 민주와 멀어지게 만드는것이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나는 왜 이런 상황에 처해야하는지 알고싶지않았다.

나의 사고는 그 원인에 대해 파해쳐야만한다는듯이 멈추지않고 추론을 멈추지않았다.


굳이 이런 생각을 계속해야만 하는가?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생각을 계속해야한다는 머릿속의 명령이 생각을 멈출수없게했다.



내가 민주와 멀어지는것이 득이 된다는것은 그 둘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런 상황을 바란다고 유추해볼수있었다.


강은지 선생님이 그러지는 않았을것이다.

그 둘과 같이 있는모습도 대화나누는 모습도 단한번도 본적이 없기에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면 민주와 접점이 있으면서 나와 민주가 떨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누구일까?

준우는... 아닐것이다.


그렇다고 민주가 나말고 다른 친구를 사귀었던 적이 없었는데..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는 말을 들었던것같다.


결국 남은것은 가족인데.. 내가 민주의 가족을 만난적은 한번도 없었다.. 아니. 단한번 새아빠와의 식사때 김가주님을 뵌적이 있었다.


나를 바라보던 불편한 시선을 생각하면 가장 가능성이 높다.


김가주님은 본교의 이사장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불가능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쉬웠을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굳이 나에게서 멀어지게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한참을 고민했지만. 단서라곤 하나도없는 상황에서 무엇이 옳은지 옳지않은지 판단할수있을리가 없었다..


다만, 한가지 알수있는것은 나를 민주에게서 멀어지게 만든 두 동급생은 나에게 악감정을 가지고있지 않았다. 가지고 있었더라면 민주의 곁에만 붙어있을게아니라 반애들을 모아 민주몰래 나를 괴롭혔을텐데. 그러지않았다.


내가 그 둘에게 나쁜일을 한적도 없었다. 이유가 있어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뿐인 이야기였다.


인정하고싶지는 않지만.. 민주와 그 둘에게 받은 괴롭힘보다 소문을 믿건 믿지않건 악의를 가지고 나를 괴롭힌 반애들의 괴롭힘이 더 악랄하고 잔인했다. 그 사실에 순수한 악의는 이리도 무서운 것이구나 하고 다시금 깨닫게되었다.


괴롭힘.. 악랄. 잔인... 악의. .. 악의? 악몽??


뭔지? 뭐였더라?? 무언가 잡힐듯 말듯.. 두루뭉실한... 꿈.


그래.. 꿈을 꿨어. 어떤.. 꿈이었지?


힘들고 괴로운 아프고 슬픈 그런 꿈이었다.


나는 울었어. 그리고 절망에 빠졌어.. 어째서?



"거의다 온거같은데.. 조금만. 더 생각하면 보일거같은데... 전혀모르겠어."



말해도 닿지않는다. 내가 설명을 잘못한걸까? 아니다 그것에 대해 아는게 없으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것이다.


내가 내말을 이해하지못한다니.. 바보같아.


외국에 가서 우리나라말을 쓰는것과 비슷하지않을까?

말이 통하지않을 사람에게 모국어를 사용하는 바보마냥 들어도 알지못하는 혼잣말을 내게 들려주고있는 나의 모습이 우습게 느껴졌다.


차라리 말이 통하지 않았다면 언어였다면.. 차라리 나았을텐데.. 답답함에 가슴이 욱신거릴 때마다 그런 생각은 더욱 깊어져갔다. 나는 고립되어있고 되어져가고있다.


이 고립을 벗어나기위해 내 말이 닿을수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알게되었을뿐이다.


결과가 모든것을 말해주는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를 보고 모든것을 판단하는것이 사람이다.


그안에 어떤 노력이 숨어있던 알수없고 그 숨겨진 노력을 찾아보려는 노력또한 힘들어하며 결국 결과만을 보게되니..

사람만큼이나 모순적인 존재는 찾아볼수없을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는 사실에 우울해지는 한편 누구나 그런다는 달콤한 핑계에 넘어가고싶은 충동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눈을 감은것은 도망치고싶다는 나의 잠재적의식이 발현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내가 바라던 상황과는 달리 눈을 감아도 나를 압박하는 시선들이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간단하고 간결한 말하나면 충분할 생각들이 무분별하게 내머릿속을 지나간다.


있는말 없는말을 지어내려 머리를 굴리는 나자신이 보인다.


인정해야겠다..


내가 민주와 두친구에대해 고민한것은 도망이었다고


그래.. 나는 이꿈을 생각하기싫어서 다른 생각을 하고있었던것이라고.


하지만 다시 마주보아야한다고.


안좋은 꿈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의미심장했다.


시상식날 무언가가 일어난다는 것을 암시하는듯했다.


설마하고 넘기기에는 만의하나에서 벌어질 리스크가 컸다.


고민과 걱정을 하게되는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그 불안감에.. 정신이 붕괴될것만같아 다른생각을 하지 않고서는 버티지 못할정도로 머릿속에 거대한 돌맹이가 들어있는것처럼 머리가 무겁고 무언가에 짓눌리는듯이 아팠다.





아.. 또다. 또 같은 꿈을 꾸고있었다.


잊어버린 꿈은 다시 현실과같은 생동감으로 나에게 다가와 내가 잊고있었던 기억을 되살아나게 했다.


그것은 달리말하면 겪었던 고통을 또다시 겪게된다는것을 미리알고도 벗어나지 못한다는것..


생각지도 못한순간에 찾아온 기억이 또다시 잊어버리려 할거라는 사실도. 잊어버리고나서 또다시 그 꿈을 기억하려고 할거라는 사실도.



"위 학생은 평소의 솔선수범한 행실로 타 학생들의 귀감이 되었으며, 교육에 성실히 임하여 본교 학생들의 모범이되기에 이 상장을 수여합니다. 2ㅇㅇㅇ년. 6월 18일 천진중학교 교장 은정남."


상장을 받기전에 단상앞의 교장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옆에서 상장의 내용일 읽고계신 교감선생님과 저멀리에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보이는 강은지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다.


강은지 선생님을 자세히 보니 내가 상장을 받는동안 기자들로 보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상을 받기전부터 이미 무언가가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이상황에서 벗어날수 있는 방법을 무의식중에 찾게 되었다.


그러나, 갑자기 꿈에 대한 기억이 돌어온것에 대한 당혹스러운 감정과 주변을 돌아보는데 정신이 팔린것때문인지 갑작스러운 인터뷰에 생각할 시간이 부족했던 나는 꿈속에서 보았던 상황과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되었다.



꿈에서 깨어난뒤로 나는 기자들이 날린 질문을 어떻게 대답해야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천진인상을 받게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17번째로 수상받게되셨는데 각오와 다짐부탁드립니다'


'천진인상을 받게되신 비결이 무엇일까요?'


총 세가지의 질문을 시작으로 머뭇거리던 나에게 황당한 질문들을 서슴지않고 질문해왔었다.


그렇다면 앞의 세 질문의 답변을 미리생각하고 선수를 쳐야되지 않을까? 그렇게 고민끝에 질문의 답변을 준비한 나는 학교에서 일어날 일을 걱정하며 잠에 들었는데....



같은꿈을 여러번 그것도 연속해서 꾸게될줄은 몰랐다.



"위 학생은 평소의 솔선수범한 행실로 타 학생들의 귀감이 되었으며, 교육에 성실히 임하여 본교 학생들의 모범이되기에 이 상장을 수여합니다. 2ㅇㅇㅇ년. 6월 18일 천진중학교 교장 은정남."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순간.



"천진인상을 받게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17번째로 수상받게되셨는데 각오와 다짐부탁드립니다"


"천진인상을 받게되신 비결이 무엇일까요?"


거의 동시라고 이야기할수있는 타이밍이었다.


마치.. 대답하지 못하는게 당연하다는걸 알면서 하는 질문이었던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동시에 내게 주어진 시간은 사라졌고 똑같은 결말에 도달했다.




내가 부족해서.. 미숙해서 일어난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랬어야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단순한 꿈이라 생각할수없는.. 받아들일수밖에 없는 현실일거란 사실이 더욱 내마음을 괴롭게했다.


그런 복잡한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교육에 성실히 임하여 본교 학생들의 모범이되기에 이 상장을 수여합니다. 2ㅇㅇㅇ년. 6월 18일 천진중학교 교장 은정남."



"천진인상을 받게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17번째로 수상받게되셨는데 각오와 다짐부탁드립니다"


"천진인상을 받게되신 비결이 무엇일까요?"



몸이 떨려왔다.

내가 확신했던 사실이 잘못되었다는 현실이 나를 절박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해야..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끝낼수있는걸까.?


어릴때 만든 꿈과 희망은 고물덩이가 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지듯이 나의 노력과 고민또한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지않을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어떻게해야되는지도 무엇을 해야되는지도


아무것도 떠오르지않아...


지금껏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진실조차 사실 내가 잘못알고있는것은 아닌가싶어 의심에 의심이 더해져 내정신을 갉아먹고있었다.


이렇게 혼란 스러움에도 더욱 괴로웠던것은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과 조롱 그리고 수많은 괴롭힘 보다도 그런 조롱과 비웃음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나를 마주보는것이었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싶지않아 시선을 돌려버리자..

주변을 보지 못하게되었다.


무관심을 바라게되었다.


그러나 내 바람은 불가능하기때문에 바람인것이다..

내 마음을 잠깐 스치고 지나가버렸다.


[위 학생은...........]

...


[위 학생은...........]

....


[위 학생은...........]

.....


반복되는 악몽에 눌리다 못해 짓밟힌듯한 감정이 한계에 도달했고, 그와 동시에 제어할수없는 감정이 폭발했다.



"그만해..."


"제발!!"


"그만하라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



"무슨 자격으로 나에게 이렇다 저렇다 하는건데!!"






하아..하아. 하아...



'왜..? 나를 괴롭히는데.??'


'내가 피해를 준적도 없는데..'


'누구를 괴롭힌것도 아닌데.'


'확실하지도 않은것을 가지고 나를 가지고노니까 재밌냐!!??'



소리없는 외침이 머릿속을 크게 울렸다.


입을 열면 눈물이 나올거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왜 나는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못하는거지?


내가 나자신을 원하는대로 만들수있었다면 이렇게 만들지는 않았을거야.


그래,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어진건... 울컥..




소리없는 세상에 홀로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분명 소리는 진동하고있을텐데도 내귀에는 아무것도 들려오지않는 그런 상황속에서 이전 꾸었던 꿈을 떠올리고있었다.


꿈에서 보았던 하얀옷을 입고있던 신을 부르던 그 모습이 나인것만 같아서..


꿈에서 보았던 하늘이 열리던 찬란함속에서 차마 입을 열지못했던 그녀의 모습이 나와 같아서..


나도 모르게 다가와 눈깜짝할 사이에 스며든 이슬비와 같이 내가 자각하지도 못한 감정이 쌓여. 넘쳐흐르는듯했다.



"왜! 왜!! 왜~!!!"



어째서 이런 감정이 모이게 되었을까?

나는 모엇이 모여서 만들어진것일까?

내가 왜 태어나야했을까?


그답을 찾아보려한다.



허공에 외치는 이 목소리가 닿지 않을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것은 어느 순간 태어나게 되어버린 나는 그답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가망이 보이는-내목소리를 듣는 누군가가 대답해줄-가능성에 걸었다.


하지만, 아무 응답도 없이 되돌아오는 메아리는 더이상 듣고싶지않아.


나를 이곳에서 꺼내줘!


아무나.. 아무라도 좋으니까...



대답좀 해줘....







기나긴 침묵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끝낼건가?]

한없이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이대로 바뀌는걸 포기할건가?]

나의 가슴을 깊숙히 찌르는 괴로운 말들이 내 두 귀를 막아도 선명히 들려왔다.



[움직이는것을 멈추고 도태되는 것을 기다릴건가?]

내가슴을 도려내듯 나긋나긋하지만 잔인한 말이 온몸에서 들려오는듯했다.


[끝내서도 포기해도 멈춰서도 안된다는걸 알지 않느냐.]

안다고 해서 뭐가 바뀌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되는건데..



[일어나라]

일어나라고? 내가.. 할수있을까?


[포기하지 말아라]

내몸을 감싸는 처음느끼는 기운에 나는 온몸에 힘이 넘쳐흐르는 것처럼 기운이 쏫아나는 듯했다.


[멈추지말고 나아가라]

내몸을 가득채우던 기운이 나를 뒤에서 거센바람보다 더한 힘으로 나를 밀기시작했다 그리고 나는보았다.



[너의 삶은 이제 시작되었을뿐이다.]


쩌저적.. 쨍그랑.


내가 보고있던 색안경같은 세상이 깨지고 보인 선명한 색을... 그리고 내가 지금껏해왔던 생각들이 얼마나 바보같은것이었는지..


명확한 이유가 없는 감정은 나에게 불필요하다는걸


눈을 돌리고 싶어질수록 주변을 봐야만 한다는것을


내가 완벽하지않다는것. 부족하다는것. 머릿속으로만 알고있던 사실이 비수가되어 내가슴을 찌르는 이고통은 차마 말로표현할 수없는.. 처음느끼는 감정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게임이 끝나지 않고서는 끝날때까지 계속 반복될거같았던 이 꿈과 함께 이 순간을 나는 결단코 잊지않을것이다.



나 정말 잘 하고있는걸까?


확신을 얻지못한 질문의 대답은 더이상 들려오지않았다.


그래서 꿈에서의 그녀는 물어보았는지도 모른다.

.

..

....

비록 그대답이 진정 원하는 답은 아니었을지라도...



잠자고 싶다.


꿈속에 묻히고싶다.

고통도 슬픔도 느껴지지않는 꿈속에서

깨어나고 싶지않다.


반복되는 괴로움가득한 꿈에서 벗어나.

새로운 등장인물을 만나고 모험을 하거나 여정을 떠나는 소설의 한페이지와 같은 일들을 느낄때마다. 그 꿈을 다시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상처, 눈물, 찢어지는 마음까지도 가려버릴수있는 꿈을 찾는 여정에서 이제는 나와야만 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되었다.


"일어나라"

"...."


"일어나지 않으면 각오하는게 좋을거다"

"5분만더.. "


"짐이 미리말했으니 후에 왈가왈부하지말거라"

"히야~!?"


비명아닌 비명소리와 함께. 몸이 들려진 지연이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기를 한참동안 하다가 힘이 빠졌는지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는 지연은 알게됬다.


자신이 일명 공주님안기로 환에게 안겨있다는것

자신이 열려있는 창문 밖에 잠옷차림을 보일지도 모른다는것

그리고 바람이 차다는것은 부수적인 문제였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지연은 결국 시선을 환과 마주치게되었다.


"..."

"..."


지연은 어색한 침묵속에서 자신을 감싸고있는 온기가 환의 것임을 인지하자마자 머리가 새하얗게 되는 감각을 경험하게 되었다.


"..내려 .주세요..."

얼굴이 홍당무처럼 익어버린 지연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순순이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


"뭔가.. 미안하구나."


이렇게 특별한듯 특별하지 않은 하루가 또 다시 시작되었다.




"오늘은 역지사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고한다. 역지사지가 무엇인지 알고있느냐?"

"상대방을 생각한다.. 아닌가요?"


"중요한게 빠져있구나. 정확히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행동하는것을 역지사지라고 한단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행동해서 행동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의미는 있다."

"..네?"


"상대방을 잘알게되면 상대방이 어떤행동을 할지 예상할수있고 그에 따라 대처할수있지. 알기전에는 어렵지만 들었다면 금방 깨닫게 될거다."


"네가 말하는 식으로 설명하자면 남들이 보기에 네가 더 가치있는 사람이 된다는거다."


"환.. 아니..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니? 네 부족한 모습에서 바뀌면 네가 좋을일이지 왜 짐에게 물어보는것이냐.?"


이상한 녀석이구나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는 선생님의 모습에 없던 한숨도 한가득 나올거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왜 물어봤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연? 듣고 있는건가?"


".네!?"


"역시 안되겠군. 과제다. 과제를 주마"


"왜요? 안돼요! 또 어떤걸 시키려고요!!"


"수업을 잘들었다면 이럴일도없었다."

"하지만.."


"뭔말이 이렇게 많은지.. 걱정말거라 짐이 너의 나태한습관을 뜯어고쳐주겠다."

상큼한 미소와 달리 쌀벌하게 느껴지는 말에 몸을 오돌오돌 떠는 지연에게 환은 덤덤히 말을 이어나갔다.


"받아라."

"네,."

이건.. 5만원권 한장인데.. 이걸로 뭘...

"뭘해야 되냐고 묻고싶겠지"


".."

"간단하다 오늘 학교가 끝난이후 친구들과 놀고 먹고오면 된다."


"친구..들이요?"

"그래. 윤수정이라는 아이랑 어울리는것도 나쁘지 않다만. 이번기회에 다른 애들과도 어울려봐야하지 않겠느냐"


"간단하다면서요.."


"이게 어렵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거냐?"

"아니.."


"음... "

"그게.."


"흐음..."

"그러니까...."


"정 그렇다면.. 어쩔ㅅ.."

"..해볼께요. 친구들이랑 놀고먹는거."


"뭐라고.?"

"해본다고요! 친구들이랑! 놀고먹는거!"


"그래. 잘생각했다."

"..."


"그럼 공부는 마무리하고 어서 아침을 먹자꾸나~"

"네.."






하아.. 내가 어쩌다가 이런일이.. 귀신에 홀린것도 아니고

식사를 마치고 등교길에 한숨만 푹푹 내쉬며 교실로 들어가려는데. 교외게시판에 붙여진 교내일정에 천진인 상장수여식이 눈에 들어왔다.


자.랑.스.러.운. 천.진.인.상. 수.상.자. 김.지.연.


하하하하....


내이름이 게시판에 박제된다는것이.. 이렇게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끼고보니. 상을 받는다고 플랭카드 걸어놓는 것에 의해 당사자가 느끼는 부담감또한 이해 할수있을것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그 당사자가 나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걸까...


천진인상이 대단하다고 듣기는 들었지만.. 플랭카드에 화관이 쫙 깔리고 귀빈이 올때만 깔리는 레드카펫에 운동장은 주차장으로 변모해 있었다.


천진인상이 무엇인지 머릿속을 더듬어보니 천진인상은 천진학교의 명예교사에게 가르침을 받고 명예교사의 추천을 받은자 혹은 그에 준하는 자에게 수상하는 상이라고 했었던거 같은데..


설마 환. 아저씨가. 명예교사일줄은 생각도못해봤다

명예교사는 도시전설속의 존재로만 야금야금 알려져왔었기에 더욱그랬다.


환 아저.. 아니 선생님은 평소에도 일반인은 아닐거같은 오우라를 품고있었다고 할까.. 뭔가 느껴지는게 달라보였지만. 명예교사는 안어울리는거같아. 미소도 별로없고.. 그냥 무표정한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겠다고 했을때 웃는 미소가.... 헙. 아니,, 나 뭐하고있는거지!? 정신차려야되! 귀신이야.. 귀신이라구....'


나는 민망함을 감추기위해 교실까지 그냥 뛰었다.

교실 뒷문으로 들어오는 나를 반갑게 맞아준것은 렌즈없는 뿔테안경을 낀 윤수정이었다.


"주말 잘 지냈어?"

"응. 잘지냈어. 너는?"


"어제 열심히 비축분을 만들었다는거 아니겠어~ 번쩍하고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거든. 한번 들어볼래? 실은.."

오늘따라 주변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날이 선듯한 분위기.

질투라는듯한 시선들과 웅성거리는 목소리들 그리고 그 모든것이 조용해지게 만드는 것은 은지선생님의 등장이었다


"지연아. 따라오렴"

미소를 짓고있는 은지선생님의 표정에서 아주 잠깐.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나는 보았다. 뱀이 사냥감을 집어삼키기전에 입맛을 다시는듯한 표정을..


그런 꿈을 꾸지 않았더라면 나는 보지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식하고있는 나에게는 꿈과같은 상황이 벌어질것을 알리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반의 소란스러움의 원인은 천진인 상을 받는다는것을 직접적으로 퍼뜨리고다닌 강은지 선생님의 그 가벼운입때문이지만. 내가 상을 받기도 전에 우리반에 소문을 퍼뜨려버린것에 다른의도가 숨어있는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게 만들었다.


시청각실에 들어서자.

양복을 갖춰입은 많은사람들이 보였다. 꿈에서와 같이..


은지선생님은 카메라를 들고있는 사람들 틈에 들어가 대화를 나누고있었고, 방송위원으로 보이는 학생이 나에게 입장순서 및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리허설을 진행하기앞서 옷매무새를 단정히 할것 등등의 담백하면서도 당연한것들속에서 나는 알맹이가 빠져있다는것을 느꼈다.


은지 선생님은 내가 조용히 선생님을 관찰하고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긴.. 오늘 이곳에 오기전에 지금과 똑같은 꿈을 꾸지않았더라면 주변을 경계하는일도없이 함정에 빠져 허우적댔을거다.


하지만 갑작스런 질문도 위압적인 분위기도 한번 겪었던일과 다름없는 나는 은지선생님을 비롯한 주위의 불편한 기대를 과감하게 부숴버리기로 결단했다.


나를 구해주었던 환선생님을 위해서라도.






번갈아가면 천진재단의 이사장을 맡고있는 가문중 하나 최씨가문의 가주가 최근 재혼을 하게되었다는 사실이 큰 화재가 되었다.


그에따라 차가운 냉혈안이라고까지 불리던 그의 마음을 녹인 부인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으며, 그 부인이 데리고온 딸에 대해서는 이미 뜨거운 감자와 다름이 없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화제의 주인공이 천진재단의 핵심이라 불리는 명예교사의 추천을 받아 천진인상을 수상하게 되었으니 그누가 궁금하지 않고 베길쏘냐..


물론 나는 저널리즘에 충실한 기자로서 과거에 한번도 없었던 큰관심속에 벌어지는 일들을 취재하고자 왔으나


수많은 기자들은 물론 정계와 재계에서 내노라 하는 귀인들이 이 자리를 빛냈기에 마른침을 삼키며 겨우 구석지에 자리를 잡을수있었으나. 질의응답의 기회는 없을것이라는게 자명한 사실이었다.


상장수여식이 끝나자마자 수많은 질문들이 그녀를 덥칠것이다. 이쪽물을 10년먹어도 익숙해지지않는 폭격과도 같은 질문세례는 기자들뿐만아니라 정계와 재계의 뒷공작이 있지않고서는 절대 일어날수없는 불문율이었다. 도대체 누구에게 찍힌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가녀린 희생양처럼 보였지만. 그누구도 도와줄수없는 혼자서 헤쳐나갈수밖에없는 상황이다.


흑암에 삼켜지는 작은 불빛마냥 불안하게 흔들리는 모습과는 반대로 찬란하게 불타오르는 눈이 변화를 암시하는듯했다.



상장을 받는 모습그리고 그것을 읽는 사감과 스포트라이트를 켜며 사진을 찍는 기자들 그리고 박수치는 수많는 사람들속에서 당당하게서있는 그녀에게 예상대로 질문이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숙해주시기바랍니다."



"저는 저를 축하하러 이자리까지 자리하여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먼저 드릴까합니다."


"천진인상이라는 과분한 상을 받음에 있어 많은 소리와 소문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그에 대해 상세히 알려드려 많은 오해들을 푸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축하하러온것이 아닌 다른 목적을 지닌 자들의 말을 저리 간단히 막아버리다니..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저는 명예교사분과 올해 처음 만나게되었습니다. 천진학교에서 벌어진 집단따돌림과 교내폭력에 고민하던 저를 도와주신것이 환 명예교사님이셨습니다."


"제가 천진인상을 받은것에 대하여 여러 부정이 있다는 의혹도 이해하는 바입니다. 학생들에게 괴롭힘당하며, 선생님들의 무관심속에 있는 제가 어떻게 이런 귀한 상을 받을수있는지 의문이 드실지도모릅니다"


"저는 명예교사님의 도움을 받아 홀로 이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이 기회가 오해가 아닌 진실을 알릴수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다음의 몇가지를 말씀드리고 소감을 마치려합니다"


수상소감자의 충격발언에 충격을 받은 기자들이 분위기에 물들어 얼어버렸고, 어느세 시청각실에 모여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말하기만을 기다렸다.



"저는 배움의 자유가 있는 이나라에서 참된 역사란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그리고 진실을 알았습니다. 어떤상황에 처할지라도 진실은 밝혀진다는 사실말입니다."


"명예교사님께서는 많은 일들을 해오셨고, 저는 그분을 도우며 이 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롭기만합니다."


"앞으로 명예교사님과 함께 많은 것을 배우며 이바지할수있는 위인이 되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많은분들께서 아직 부족한 모습이지만 앞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을 반드시 잊지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당돌하면서도 생기있게 빛나는 모습에 모든 사람들이 감탄했을것이라 믿어의심치않았다.


점점 많아지는 박수소리와 함께 떠나가는 저 학생의 이름이 무엇인가?


천진재단의 기대주 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타이핑하고있던 기자는 앞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날것이라는 사실에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고비를 넘겼다.



나의 발언에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씹고있는 강은지 선생님은 급기야 모두를 뒤로한채 빠른걸음으로 시청각실을 나갔다.


힘이 빠지는 듯했지만.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시상식을 마무리지을수있었다.


교실로 돌아오는 길 많은 학생들이 지나가는 나를보고 대단하다는말을 해왔다. 조소나 조롱을 듣지않으면 충분하다 생각했지만. 마음은 그게아니었던모양..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


반 교실로 들어서자. 반갑지만 직접움직이지못해 불편하다는 표정을 짓는 민주와 그런 민주를 둘러쌓고는 구멍을 뚫어버릴듯한 눈빛을 보내는 미경과 은주.


그외의 나머지 학생들은 대부분 나의 눈치를 보며 눈을 돌렸다.


물론 그 대부분에 윤수정은 포함되지않았지만.

"오늘 정말 대단하더라. 내가 그자리에 있었으면 엄청 떨렸을텐데.. 역시 천진인상을 받는사람은 틀린건가?"


나는 수정이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민주가 있는곳으로 걸어가 손을 뻗었다.


"잡기싫으면 내가 쳤던것처럼 너도 내손을 치우면되. 하지만, 내손을 잡는다면 과거의 일은 서로 없던일로 하는거야. 어떻게 할래?"


민주의 앞을 가로막는 미경과 은주를 보고 싸늘하게 웃었다.


"난 너희 둘한테 물은적없어."


그말에 몸을 움찔 떨고 뒤로 물러나려는 둘을 가볍게 제치고 지연은 민주의 정면에 섰다.


민주는 지연이의 손을 마주잡고


"가자."


눈을 마주치며 본 미소에 나는 내가 정답을 맞췄다고 확신했다.



"오늘수업은 여기까지다"


교실밖까지 울려퍼지는 환선생님의 목소리를 뒤로한채 민주와 함께 학교를 빠져나갔다.




민주와 지연이가 손을 잡고나간 그순간 나를 비롯해 많은 학생들은 시간이 멈춘것처럼 어떤소리도 내지못한채..


선생님의 종례말씀을 듣고나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일어날리 없다고 생각했던 상황에 경악을 금치못하고 교실에서 떠나지못했다.


위이잉~


주머니에서 진동을 울리는 핸드폰을 열자 방금전 나갔던 지연이의 문자가 있었다.


|오후4시 학교앞에서 모이자|


|알았어~~|

"알.. 았. 어... 됐다!"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린 미경이와 주변을 둘러보고있는 은주를 뒤로한채 교실을 나서자. 얼마지나지않아 그 둘을 제외한 모두가 교실밖에 있는 모습을 볼수있었다.







[재미있게 돌아가고있군]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나도 한번 알고싶은데?]


시청각실에서 급하게 도망쳐나온 강은지와 은지를 뒤에서 조종하러했던 이둘을 뒤에서 몰래지켜보고있는 존재가 있었다.



[..또 네놈이냐.]


[호호. 네놈이라니.. 나에게 순이라는 이름이 있다는걸 잊어버린거야 환?]



[매정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을지도]

[....]



[저놈들은 직접 처리할거다 건드리는 순간.. 알겠나?]


[물론이지 나도 선이라는걸 지킨다고]




"어떻게 된거예요!! 확실히 된다고 말했잖아요!!!"

"진정하세요"


"어떻게 진정할수가있어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됬는지 아세요? 학교전체가 난리가 나게 생겼다고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을 뒤집을 수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이미 저희둘은 한배를 탄 동료거 아닙니까? 저도... 헉!! 뭐야!? 끄아아악!!!!"


[이런놈이 네 하수인이라니 네놈도 한물간거아닌가?]

[그걸 또 기억해주고있었어? 나 정말 감동받았어]


[미*놈]


[너때문에 내가 환이한테 미움받아버렸잖아 이걸 어떻게 책임질거야?]

"그게무슨... 아아아악!!!!!"


미소지으며 자신의 수하를 5등분 내버리는 모습에 환은 한숨을 내쉬었고, 그광경을 끝까지 지켜보게된 은지는 다리에 힘이 풀린체로 온몸을 떨고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사.. 살려주세요!!"


[얘는 어떻게 할거야?]

은지를 없는 사람취급하며 환에게 묻는 순의 모습이 은지를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잘못했어요!! 제가 되지도 않는 욕심을 품어서 그랬던 거예요.. 이번 한번만 그랬던 거예요 살려주세요!!!"


[한버어언..?? 한번이 어렵지 두번은 너무 쉽지않나? 환. 얘 나한테 주라 내가 이뻐해줄께]

"히이이익!!!!"


쿵. 쿵.. 쿵. 쿵..

[짐이 친히 경고하였던걸 무시한게 무척 불경하나 이곳에서 살육을 벌이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자비를 배풀어주마]

"..정말인가요."


[그.대.신.]

오싹..


[이곳에서 죽은듯이 조용히 살아야될것이다. 그렇지 않겠다면..]


[내 장난감이 되는거야~]

입맛을 다시며 다가오는 순의 마지막 한마디를 끝으로 혼절하듯이 쓰러져버린 은지를 뒤로 한채 둘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집에 들러 교복을 갈아입은후에 모이기로했다.


당연히 내가 도착한곳은 저택이 아니었다.


이사하게되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줄 알았는데 다시 돌아와버렸다.. 내가 살던 그건물이 맞는지 햇갈릴정도로 외관이 많이 변했다. 아. 물론 내관도 엄청 바뀌었다.


호텔처럼 탈바꿈된 건물을 보고 돈있으면 안되는게 없다는 말은 이럴때 쓰라고 있다는 걸 느끼게된다..



우우웅..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오늘은 일이 있어 늦게 돌아갈것같으니 늦게까지 놀다오거라. 수상 축하한다.|

누가 보냈는지 단번에 알법한 문자에 광대가 올라갔다.


|알겠어요~|

"알. 겠. 어. 요~ 감.사.합.니.다.. ... 아니야.. 이건 지우자"


떡볶이를 먹어도 걱정없게 검은청색 면티에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 기다리고 있는 둘이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기다리고있었다. 어색하다는게 멀리서도 느껴질정도로..


오늘은 내가 상을 받은것을 축하하는 자리가 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는 의미가 더 크기때문에 나는 둘을 같은 자리에 앉혀보았는데 잘못된 판단이었다..


"혹시 둘이 싸운적 있어?"

"..."

"..."


"뭐 때문에 싸웠는데?"

"..."

"..."


"정말.. 사이좋게 지내야지. 서로 마주보기도하고."


서로 눈을 마주보자마자 고개를 돌려버릴정도로 사이가 좋다는 사실만은 알게되었다...


그래도 떡볶이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서로의 오해를 어느정도 풀어갈수있었던거같다.


"여기 떡볶이 너무 맛있는거같아. 특히 바싹거리는 튀김이.."

"아니지. 여기는 튀김보다는 오뎅이.."


"튀김이지!"

"아냐 오뎅이야!"


"튀김!"

"오뎅!"


"튀김!!"

"오뎅!!"


"얘들아. 그냥 둘다 맛있다는걸로 하면.."

""안돼!!""


합이 잘맞는거 보면 의외로 서로 잘맞는게 아닐까?

내 중재에도 멈추지않은 결과, 오뎅파 민주가 이겼다.


그러고보니 조용했던 민주가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적이 있었던가? 얄밉게 웃는 저 미소를 나는 처음본거 같았다 역시 바뀐거같아.


수정이는 민주에게 논리로 저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수없는지 입을 뻐끔뻐끔거리며 노려보는데..


이상황이 너무나 좋아서 미소가 멈추지 않는다.


물론.. 둘이 서로 친해지려면 꽤나 시간이 걸릴것같았지만, 이렇게 셋이서 놀수있게 되었다는것에 만족하기로했다.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야지~

그렇게 생각하던 내게 큰시련이 닥쳤다.



. 민주가 말했다.


"나.. 집에서 쫓겨났어. 말안듣는 년은 필요없다고해서... 너희집에서 신세좀 져도 될까?"


. 내가 대답했다.


"뭐라고!?"


작가의말

비축분 1개밖에 안남았네요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님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step6.아무리 찾고 두드려도. 바뀌지 않아도. 흔들리지않을거예요. 21.10.06 12 0 39쪽
» step5.그날은 제가 바뀌었다는걸 처음 느꼈던 순간이었어요 21.05.08 15 0 40쪽
5 step4.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건 아니었어요. 21.05.01 19 0 41쪽
4 step3.하지만 그 것은 저만의 것이 아니라는걸 알게되었으니까요 21.05.01 18 0 41쪽
3 step2.아셨더라면, 그때처럼.. 또 혼자두시지 않으셨겠죠. 21.05.01 18 0 39쪽
2 step1.제가 신님을 처음 만났을때 했던 말을 21.05.01 16 0 35쪽
1 step0. 신님 기억하고 계신가요? 21.05.01 39 0 3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