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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성 님의 서재입니다.

신님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현대판타지

우이성
작품등록일 :
2021.05.01 19:57
최근연재일 :
2021.10.06 20:45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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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추천수 :
0
글자수 :
124,358

작성
21.05.0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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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1쪽

step4.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건 아니었어요.

DUMMY

저는 죄인입니다.


너무나 어리석어서 저의 욕심으로 일을 그릇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입이 열이어도 할말이 없사오나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

..

...


내가 큰 죄를 저지르고 벌을 받게된 그 날을 떠올려본다.


무수히 많은 이들이 모여있는 그곳에서 홀로 무릎을 꿇은체 그 보좌를 감히 올려다볼 엄두조차 내지못하여 죽은자와 같이 엎드려 얼굴이 바닥에 닿은 내게 말씀하신 말씀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너는 땅으로 내려가. 사람의 육신을 입고. 너의 부족한것이 무엇인가 깨닫게될것이며. 일 천년동안 네가 할일을 알게 할 것이다.]


[가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모든것을 잊어버린채 살게되었던 나날이었다.


처음 땅에 내려왔을때 10살도 체 되지않는 어린몸으로 어딘지 모르는 산길을 방황하고있었다.


하늘에서는 별볼일없다고 느꼈던 들짐승들의 울음소리조차도 내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헐덕거리는 숨소리도 온몸에 맺히는 땀방울도 나뭇가지에 쓸린팔과 다리. 모든것이 다 새로웠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걸음보다 급한 마음에 발이 꼬여 넘어진 나는 크게 울었다.

"으아아아앙~!!"


서러웠고 억울했고 너무 힘들었다. 어떻게 해야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속에서 모든 감정이 무너진뚝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같이 쏟아져나왔다.


울음을 멈추려했지만 몸이 어려서였을까 아무리 눈물을 닦아도 멈추지않았고 눈물을 닦아내면 잠깐멈췄던 울음소리를 다시 내었다


근처에서 수풀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깜짝놀라 소리가 나는곳을 보니 한 노인이 나뭇가지가 가득 묶여있는 지개를 등에 매고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으며 내게 다가왔다


노인은 강한억양의 말투로 물었다.

"뭐여? 아야 니기부모 어디갔어야??"


"...으아아아앙!!"


"에잉... 쯧쯧쯧.. 아야! 따라아라"


무슨말을 하는지 잘 알아들을수 없었지만 따라오라는 손짓은 알수있었다. 그때의 내가 쫄래쫄래 따라갔었다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잘모르겠다.


그렇게 혼자 산을 헤매던 나를 발견한 노부부 둘이 나를 길러주었다 나는 친부모를 섬기듯이 예를 다했고 둘은 내게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알려주었다.


노부부의 뒤를 따라 나무를 하고 나물을 캐고 과일을 주웠다.

노부부는 능숙한 솜씨로 노루나 토끼 그리고 근처의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아오기도했다.


뒤에서 작은짐만 지던 나는 조금씩 익숙해져갔고, 나중이 되어서는 혼자서 노부부의 일을 대신할수있을정도로 능숙해졌다. 그렇게 먹고 자고 어느덧 건장한 청년의 몸이 되었다.


과거 어린아이의 몸으로 나무를 하러 산을 타던중 우연찮게 작은 씨앗 하나를 보게되었다.


그 씨앗은 보석같았고, 맑게 빛나는 진주같이 아름다웠다.

집으로 돌아가 기쁜마음으로 호주머니 속에 숨겨두고 내밭에 심었더니 자라 나무가 되었고 이 나무가 커다랗게 자라 하늘에 닿을 무렵인 청년의 때에 여자아이를 보았다.


당시에는 이 여자아이가 하늘에서 직분을 맡은 선녀라는 사실을 모를때였다. 무슨말인가 하면. 직무유기 상습범인 선녀라는 말이다.


선녀는 매번 해가 가장 높은곳에 떳을때 집근처에 있던 계곡으로 내려와서는 근처에 숨겨놓았는지 눈에 띄지않는 옷을 입고 마을로 들어갔다.그리고 얼마지나지않아 다시 나무근처로 돌아와 하늘로 올라가는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하루는 선녀의 뒤를 따라가게되었다. 산에서 내려가면 보이는 작은마을에 사람이 가장많이 모이는 시장마당 근처에 따라가보니 많은사람들이 선녀의 노랫소리를 듣기위해 모여들었고 얼떨결에 나도 그 목소리를 듣게되었다.


천상의 목소리였다. 신이 내리지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느낄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때 듣게된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집에 돌아와서도 뇌내에서 잊혀지지않았다.


...

내 임은 어디로갔나.

산으로 갔나 바다로갔나.


내 임이여 내 임이여

씨앗 심어 나무되니

내가 찾던 임이 여기있구나.




문득 내가 줍게된 씨앗을 심어보자는 마음으로 넓은 밭한가운데에 씨앗을 심었던 이유가 선녀의 노랫소리를 듣기위해서는 아니었는지 생각할만큼 아름다운 노랫가락이 멈췄다.


웅성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사이에서 등을돌려 올곧은 시선으로 나를 한참 바라보는 어린 그녀의 모습에 급하게 집을 향해 달렸던곳이다.



그리고 깊은 숨을 내쉬며 현관문을 닫았다.

다행히 선녀가 뒤쫓아오지는 못한것같았다.


안심하고 내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노부부와 마주쳤다.

"들어온게냐? 할말이 있다 따라오거라"


진지하고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뜻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되었다.


"옛날 옛적에 환국이라 하는 나라가 있었단다. 환인께서는 하늘에서 오셔서 자신의 말을 전할 사자를 세웠으나 그 사자들은 자신을 환인이라 말하며 등을 지고야 말았단다."


"환인께서는 하늘로 돌아가셨고, 온세상에 저주를 내리시니 서로를 미워하고 빼앗고 죽이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게하셨단다"


"그로인해 12개의 영토가 나라가 되었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전쟁의 시대가 도래하였단다."


"이 할애비는 선비국의 장수였단다. 이미 한참 예전의 애기지만 곧 또다시 커다란 전쟁이 일어나게될것이다."


"내 이검을 너에게 주마. 선비국으로 가면 그 검이 너를 지켜줄게다."

이 말을 끝으로 나는 곧장 과거 선비국이라고 불렸던 곳 지금의 중국땅으로 갔다.


경비에게 붙잡혀 목숨의 위협을 느꼈지만, 검집을 본 장군이 나에게 도움을 주어 군대에서 일백명의 군대를 거느리는 장수로서 전쟁에 나설수있었다.


전쟁은 말로 형언할수없을정도로 잔인했고 끔찍했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져야만하는것인지 몇번이고 나 자신에게 되물었다. 그렇게하지않고서는 제정신으로 있을수없을정도로 괴롭고 힘든 나날이었다.


동료가 눈앞에서 죽어나가고 핏물이 튀기고 비명같은 기합을 내지르며 무기를 휘둘렀다.


다행이라고 해야될까? 나는 전쟁에 있어 특출나다는 말이 부족할정도로 탁월했다.


벡명을 거느리는 병사에서 전군의 지휘를 맡는 장군까지 엄청난 신분상승이었는지 모른다. 지금시대로 치면 총사령관이 된 겪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피를 양분으로 올라온 이자리를 나는 좋아하지않았다.


하루라도 속히 이 전쟁을 끝내고자 화친을 바랐으나 돌아온것은 부하의 잘린 목뿐이었다.


압도적인 우리들의 병사를 앞에두고 고작 왕권하나 지키고자미련하게 자신의 명을 제촉하는 사람들을 보며 더욱 명예에대한 미련을 버리게되었다.


나는 최전선에 앞장서 싸웠다. 하루라도 빨리 이 악몽을 종결시키기위해. 그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었고, 덩달아 아군의 사기는 갈수록 올라만갔다.


그렇게 피폐한 전시속에서 전쟁이 거의 다 끝이 났음을 알게되었다. 수많은 군세들의 병장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성소리 그리고는 검에 묻은 피를 닦고, 옷을 빨고, 아무맛도 느껴지지않는 식량을 꼭꼭 씹어먹으며 또 다른 전장을 기다렸다.


마지막 전쟁. 이것으로 모든것이 끝난다.

그런 마음으로 싸워왔고 내 생각이 결실되기까지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결단을 해야됬다.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기위해서 많은 생명을 끊어야만 되었고 그 결정적인 기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일망타진할수있는 기회가 온것이었다.


또 다시 무수히 많은 사람이 쓰러질것이고, 피를 취할것이며, 원한이 더욱 늘어날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치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나를 믿고 따라온 이들을 위해. 나는 명령을 내렸다. 이번이 제발 마지막이기를 바라며 나는 다시 검을 굳게 잡고 전장으로 나아갔다.


적들은 마치 불에 달려드는 나방떼와 같이 자신의 목숨을 일절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달려들었다.


보급로를 끊었기에 자존심만 가득한 그들에게 남은 전략은 돌격 뿐이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에게조차 병장기를 쥐어주는 그모습에 치가 떨릴정도였다.


나는 그들에게 3번이나 항복 권고를 하였고, 그들은 무시했다. 그러고는 스스로 자신들의 아이들의 목을 치고서 달려들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내가 겪은 이 마지막전쟁은 적들의 자멸이라는 형태로 끝이 났다. 이럴줄 알았더라면 포위하지 않았어야했던건지.. 둥글게 성을 둘러쌓지 않았더라면 피해가 막심할뻔했으니 사실 알았더라해도 변하는것은 없었을것이다.


심지어 돌격한 적군들의 공격도 무용지물에 가까웠으니 아군들이 쏘아내는 화살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갔고 적군들은 칼을 1번도 제대로 휘둘러보지못한체 쓰러져갔다.


성문을 열고 아군들이 성을 정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왔다. 나는 포로들이 잡혀있는 곳으로 가면서 부하들에게 성안의 시체들을 전부 성 밖으로 끌어내라는 명령을 내렸고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시체의 산으로 이룩하였다.


나는 말을 타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100명이상의 호위와 함께 궁전같이 휘황찬란한 성으로 들어서자 성주로 보이는 자와 그의 씨족들 그리고 성에서 살아남은 모든자들이 손발이 묶여진채 포로되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 가장 요란한 수레가 하나 있었으니 이곳의 성주였던 자이다.


"자네가 총책임자인가? 나는 이곳의 성주다! 무엇을 바라나 재물인가? 여자인가? 아니면 성주라는 명예인가? 나를 풀어준다면 무엇이라도 너에게 안겨주도록하겠다."


정말이지.. 머리가 비었다면 차라리 조용히할것을. 그랬더라면 반은 갔을터인데...


"치워라"

시장통 과 같이 시끄러운소리들을 뒤로한채 지금은 테라스 라고 불리는 용도의 방으로 들어갔다.


성을 둘러싸고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전령이 호각을 크게 3번 불자 한참멀리 떨어져있는 내게도 들릴정도로 큰 함성소리가 울려퍼졌다.


드디어 끝이났다. 죽지않고 살아남았다. 그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그러나 잃어버린 동료들을 생각하며 울고있는 이들을 생각하여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잃어버린것들을 도로 채우려는듯이 주변마을에 쳐들어가 약탈을 서슴지않았다. 내가 할수있는것은 목숨을 취하려는 이들을 막고 벌하는것 뿐이었다.


수많은 시체들이 쌓인 태산에 불을 넣으라 명했다.

성으로 부터 성곽밖의 동.서.남.북에서조차 불타는 모습이 보이게하였고 이로 더불어 전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참혹한것인지를 나의 가슴속에 간직한체 절대로 이 마음을 잊지않으리라 하늘에 맹세하였다.


추수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전쟁으로부터 시간이 흘러 벌써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이 다 되었다.눈이 거세게 내리며 온몸이 얼어붙을듯한 그곳에서 행군도중에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게되었다.


자세히 보니 넝마처럼 보잘것없는 천을 두르고 있었고 눈에서는 생기를 잃어버린듯한 흐릿한 눈동자가 보였지만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래 그 때 보았던 선녀와 같이.


그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러왔다.

누군가를 간절히 부르는 듯한 모습에 무슨말을 하는지 들어보려하였으나 너무나도 작은 목소리가 거센 바람에 뭍혀 들리지않았다.


신님~ 신님~~ ...


신님~ 신님~~ 제소원을 들어주세요.


부디 돌아갈수있도록 도와주세요


눈을 감고있던 그녀의 눈이 떠지고는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는것이 아닌가.. 전쟁터에서 또다시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생긋 웃으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찾..았 다."


이말을 끝으로 기절해보린 그녀를 업고 내가 신세지고 있는 나라의 본진으로 돌아가게되었다.



"정말 아무것도 받지 않게다는건가?"

왕도 그주위의 신하들도 전부 그런 나를 기이하게 여겼으나, 나는 전쟁이 끝나는 즉시 군을 나왔다. 대단한 전공도 그에따른 포상도 나는 받지않기로했다.


사람들의 피를 흘려서 얻은것은 내목숨 하나로 족하다고 여겼기때문이다. 그런 나를 지척에서 따라오고있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구냐!"

도망치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보였지만 쫓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던것일까? 그뒤로 계속해서 따라오는 여자아이를 떠나게 하지못한것은 그때보았던 생기없는 눈빛때문일까

결국, 선녀로 보이는 여자아이를 데려가기로했다.







오랜만이구나 그날을 떠올린것은.

이미 많은 세월이 지나버렸음에도 그때의 피와 병장기의 냄새가 잊혀지지 않는것을 보니 아직도 내 마음 깊숙한 곳에 맹세는 지켜지고있는 모양이었다.


지금 지연은 이사를 준비하고있을터였다. 혼자서 어렵지는 않을까? 준우라는 아이가 주는 상처에 괴로워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겨내지 못한다면 나아갈수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 아픔이 일찍 아물기를 바랐다.


토요일 정오에 약속한 장소를 향해 나아가자 포근한 분위기를 품기고있은 한 여인이 기다리고있었다.


연분홍빛의 양산을 들고, 프릴이 가볍게 달린 흰색블라우스에 흰고 밝은 분홍색 메인에 스커트 끝단이 제비꽃으로 데코레이션된 플레어 스커트에 연분홍의 구두를 신은 그녀는 환이 다가오는것을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귀를 가리는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내리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도 빛나는 이 여인의 모습은 학교에서 끝나지않았는지 곱게 단장한듯한 모습을 훓어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상당했다. 환에게 오는 시선도 별반 다르지않았으나 중요한것은 이런 사소한것이 아니었다.


"오셨어요?"


나와 식사를 같이 하게될 이 여인과 관련있어보이는 그녀석의 하수인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아하.. 그렇구나. 혹시 가고싶은 가게가 있으실가요?"


"딱히 없다."


"그럼 제가 맛있는 곳을 찾아놨는데 거기로가요"


"알겠다"



지나가던 중 강은지라는 이 여인은 자유분방함을 가장한 철두철미함으로 무장한듯 했다.


힘들어하는 할머니의 짐을 대신옮겨드리는가 하면, 길을 잃은 남자아이의 어미를 찾아주는가하면,, 마카롱가게에 멈춰 간절한듯 바라보는 저 모습까지도 의도되어있다는 사실을 모르는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와 연관되어있을 존재에대한 정보를 위해 묵인하기로했다.


그렇게 오랜시간 식당 근처의 공원을 열심히 돌고 나서야

들어간 식당은 공원 바로옆에 있던 이태리식 레스토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종업원이 2층의 전망이 좋은 창가쪽으로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벌써 해가 지고 노을이 보이는 시간이 되었음에도 미소를 잃지않는 여인의 모습을 보며 감탄할 따름이었다. 마치 천성이 이러하다고 대다수가 착각할만큼..


"아. 감사합니다."


의자를 뒤로 옮기자 자연스럽게 앉으며 미소짓는 모습을 보며 정신차리지 못하는 머저리 하나가 입을 열었다.


"주..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스테이크보다는 파스타를 메인으로하는 이 레스토랑의 메뉴판을 보고있는데 목소리가 들였다. 로제파스타가 나오는 b코스를 종업원이 강력추천하는듯한 눈치였다.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세상을 다얻은듯이 기뻐하는 모습을보고 한심하다는생각보다도 나를 불편하게 하지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주문을 마치고 나서도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저 모습에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저러다 사고를 치는건 아닐지...


주문 나온후에도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눈에 거슬렸다.

이 여인과 눈이 마주치자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에 눈살이 찌뿌려졌다.


"필요하신게 있을까요?"


"그럼, 스테이크 소스를 조금만 더 가져다 주시겠어요? 조금 적은거 같아서요"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저런걸 고혹적이라고 하던가.. 아무튼 저 아이는 이제 이루어질수없는 사랑에 잠을 이루지 못하겠구나...


1분도 채 되지않아 소스를 담은 접시가 테이블에 올려졌다.


"고마워요"


"제가 편히 드실수있도록 도와드릴께요."


"정말요?"


환하게 미소짓는 저 안쓰러운 아이와 전혀 끝날기미가 보이지않는 상황에 하는 수 없이 말을 꺼냈다.


"왜 그렇게까지 해주려는지 모르겠구나"


그제서야 움찔거리는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전혀 납듯하지 못한듯한 눈빛을 감추지못했다. 그러더니 나를 무시하는게 아닌가..


"믿겨지시나요? 저도 첫눈에 반한다는건 드라마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거짓말 아니에요 정말로 좋아하거든요 정말 기품있으시고 목소리도 좋으시고 외모는 말하것도 없으시잖아요"


가만히 있으려했더니만..


[도가 지나치구나]


백년노장의 기백에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며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기절해버린 저 종업원을 뒤로한채 환은 밖으로 나갔다.


생판모르는 사람을 무시하고 상황파악도 못한 죄라 생각하기로했다는 듯이 메모지에 남긴 연락처를 식당 사장에게 넘기고는 공원으로 나가자. 급하게 따라나온 지은은 미안하다는 듯이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될줄은 몰라서.. 정말 죄송해요."


쓸데없는 말을.

차라리 밥만 먹었더라면 반은 갔을터인데.


"아무것도 모르는거같아 한번만 말해주겠어. 지금잡은 동아줄이 썩은 동아줄이라는 사실 말이다."


미안하다 말하며 품평하는듯한 눈빛을 읽은 환은 겉과 속이 다른 말에 화가나 뒤도 돌아보지 않은체 자리를 파하고는


'지연이는 괜찮을까? 어서 가봐야겠다.'


혹시나 울고있을 그녀를 생각하며 급히 달려갔다.


이미 밤이 깊었고, 지연은 자고있을것이라 생각한 그는 달리던 발을 멈추고는 어제 있었던일을 떠올렸다.



'어떻게.. 어떻게 그렇수있어요!!!'


'정말로.. 내 편이 생긴거. 같아서.. 엄청 행복했는데...'



'..니가 아끼는 아이가 힘들어할때 영웅처럼 등장하면 얼마나좋아? 너없이는 살수없게말이야'


'그 아이도 그.때.처.럼. 떠나보낼건가? 네 마음에 솔직해지지그래?'



빌어먹을.... 녀석이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는바람에 지연이를 아프게해서 가라앉을때까지 함부로갈수도없는 노릇이고..


오늘만난 여인은 배후에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듯하고...


그녀에 대한 단서는 하나도 없으니..


하아... 총체적 난국이구나.


항상 사사건건 장난을 치는 그녀석을 떠올리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환의 걱정과는 달리 힘든일에 상처를 입어 피폐해진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입장에서는 더욱 난감한 일이 벌어지고있었으니.. 이미 자정이 넘었음에도 자지못하고 밖에 나와있는 상황으로 인해 그녀 또한 한숨을 내쉬고있었다.


하아...


솔직히 말해보려고한다.

사실 이사라는건 그냥 전에살던 집에서 쓸만한 물건들만 옮기고 나머지는 근처에서 새로 산다는걸로 알고있는데.. 내가 아는 이사와 너무나도 다른 지금 이 상황에 나는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처음 내 짐을 옮겼을때 너무나 넓은 내방에 놀랐고, 이 방에 양질의 가구를 가득 채워야주겠다는 새아빠의 말에 두번놀랐다. 그리고 사양하지 말라면서 백화점에 끌려와서 자정넘게 있을줄은 몰랐으니 총.세번이었다.


허허 웃으며 뭐든지 말만하라는 새아빠와 그걸 또 좋다고 하는 엄마.. 그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것은 나 뿐인거 같은 그런기분마저들었다.


가격이 얼마나될까 싶어서 가격표를 보니 0이 기본 7,8개가 붙어있는게 아닌가... 내가 피곤해서 잘못봤나 싶어서 눈을 비비고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지만 0이 줄어드는 일은 없었다.


내가 빵집에서 빵을 한아름안아들고 돌아가도 만원이 안되는데 내가 만번을 빵집에 갖다와도 남을 만큼 커다란 돈이 왔다갔다하니..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것 같았다.


아무튼 내방을 채우기위해 필요한 가구는 대략35개정도.. 거의 전에 살던 원룸을 10개이상 붙여놓은 넓이가 고작 내방이라는 사실에 놀라기보다 차라리 무덤덤해지기로했다.


"지연아 아래로 내려가보자"

"또요??"


지금까지 본 가구 카탈로그만 수십장이 넘어갔다.. 그중에서 내가 지금까지 고른것은 침대. 책상. 소파. 책장. 수납장. 서랍. 그리고 침대옆에 놓인다는 스텐드까지.. 7개나 골랐는데 아직도 한참 모자라단다...


최소10개는 더 고르라는 말에.. 쓰러질뻔한걸 겨우 버티고있는 상황이었다.


"저녁을 아직도 못먹었군."


아무리 백화점 명품점이라(시람이 없다)고는 하지만, 기다란 테이블까지 깔아놓고 호텔에나 나올법한 셰프요리로 보이는것들이 가득 올라와져있는 이상황이 이상하다는것쯤은 알수있었다.


"맛있게먹으렴"

"네"


만일 내가 너무 태연하게 대답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사실 너무 지쳐서 놀랄힘도 없어진거다. 이렇게 있다가는 진이 다 삐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있는머리 없는 머리를 다 동원해서 혜안을 떠올렸다.


"지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네.. 엄마 피곤하지 않아?"

"아니 괜찮아. 이정도는 엄마도 거뜬하단다"


눈을 한번감고 말하면 된다.이제 지쳐서 돌아가고싶다고. 그렇게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면 내 말을 들어 줄 것이다. 그 사실을 나는 분명히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입밖으로 꺼내는 것과 그저 생각만하고 머릿속에 담아두는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도 오늘 이사하느라 많이 힘들었잖아"


거짓말을 하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숨기고 감추고 포장하여 외곡하였기 때문에 거짓말과 다름없게 느껴질 뿐인 일이다.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요?"


거짓말과 거짓말이 내 머릿속에서 부딪히고 자꾸만 입에 담으려던 말이 젓가락으로 짚은 좁쌀과 같이 빠져나가려한다.


"엄마는 평소에도 잘 자지않으면서 이번처럼 큰일이 생기면 항상 무리하시는거 아시죠?"


자꾸만 나 자신을 지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짓말을 합당화시키려는 나 자신이 자꾸만 싫어져간다. 그럼에도 내가 다른사람이 될 수 있는것은 아니라는 사실또한 분명하기에 자신의 못난 부분만 보게 만드는 마음의 거울을 부숴버렸다.


"엄마. 나 어릴때처럼 엄마가 힘들어하는거 보기는 싫어.."


그래. 지금 나는 엄마의 착한 딸을 연기하고있는거야


"오늘은 이사도 했고, 주말은 내일도 있으니까 이제 들어가쉬자. 괜찮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이말들은 분명 거짓말일거야. 엄마를 생각한다는 말도, 새아빠를 아빠라고부르며 친근하게 이야기하는것도 거짓말. 내가 이곳에 와서 들떠 있는것도 거짓일테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입에 담기도 너무 어려워 한마디도 뱉지 못하는 생각들을 계속해서 곱씹지는 않을테니까.


"아빠랑 엄마랑 같이 돌아가려고했는데,(찡긋) 어린 저는 먼저 들어가볼께요"


내말에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가볍게 주억거리는 새 아빠가 엄마를 에스코트하며 내게 사용인을 한명 붙여주었다.


"지연이는 생각이 깊군요"

그런 내게 이런 말들은 가슴에 박혀 빠지지않는 차갑고 서늘한 비수와 다를바 없었다.



그렇게 빠져나오자 방금전까지 붙어있던 경호원이 보이질 않는다. 어디로갔는지 찾아보려다 이내 그만두었다.


처음 저택같은 집에 들어갔을때 느꼈던 이질감. 그리고 쑥덕거리는 목소리. 그것들을 조합해본다면 크게 고민하지않아도 그이유를 알수있었다. 이른바 텃세라는 이야기다.


어떻게 사람이라는게 이렇게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걸까.. 내가 느끼는 서운한 마음을 나는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모두가 나에게 이런 모습만 보여주었다면 나는 진작에 지쳐버렸을것이다.


혼자서 길을 천천히 걷던 중.

큰대로에서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소방차.. 그래 한번 가볼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나를 도와주었던 사람의 흔적을 찾아서. 힘없는 다리를 들어올렸다.




"아이고 힘들다.. 이번에도 장난전화라니. 이러다 진짜 불나는데에는 가지도 못할텐데... 그러면 사유서 제출하라면서 깜지처럼 쓰는건 고사하고.. 소방 장비예산 안그래도 적은데 더 줄어버리면 큰일나는.... 어? 지연이 아니니? 언제부터 들었니..??"


"힘들다부터요"


"아하하.. 다 들었구나. 그보다 오늘은 어쩐일이니? 알바??"


"아니요.... 괜찮아요."


"그러고보니 머리잘랐니? 뭔가 달라보이는데?"


"아니요.. 머리는 안잘랐고, 새아빠가... 생겼어요."


"아... 미안하다 내가 너무 무신경했네.. 생각해보니 손님이 왔는데 계속 서있게 만들었네 어서들어와 먹을것도 줄테니까 잠깐만 앉아서 기다리고있어"


표정이 수시로 바뀌는 아저씨는 내 생명의 은인이다.

부서져버린 아파트에 몸을 던져 나를 구해준 사람이었기에 그리고 나를 위한다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기때문에 싫지않은 사람이다.


아저씨는 내 오른팔에 화상을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있다. 나는 그런 아저씨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절대로 지워지지않는 상처를 입힌 가해자라며 나를 신경써주는 그 행동들이 때때로 나를 힘들게 하는데 지금이 그랬다.


나를 구해준 뒤 처음 만났을때 나의 화상을 보고는 어린나이에 이런 상처를 남기게 만들어 미안하다며 울먹이는 아저씨를 보며 나 자신의 주변환경과 비교할때마다 나는 결정을 해야했다. 아저씨가 너무착한 사람일뿐이라는 생각과 내 주변 사람들이 심각하게 이상하다는 생각중 하나가 사실이고 거짓이라는 결정을 말이다. 이둘이 내 머릿속을 괴롭게 만든다.


미안하다는 말. 태어나서 가족에게 들어본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내 심장을 까맣게 태우는것 같았다.


미안하다는 말 듣고 싶지 않았는데..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이미 지나간일을 잡고있어도 변하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던 선생님은.. 목소리가 듣고싶다...







그것좀 갔다주고와~


아니 내가 왜 갔다줘야되는데? 지금 하루지났어. 새벽인데 꼭가야되??


뭐? 니가 먹는 밥이 누구한테서 나오는줄 알아? 빨리 가서 갔다주고와.


알았다고...


엄마의 잔소리에 마지못해 가는 데 소방소 정면에 아버지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내 또래 여학생인거같은데? 자세히보니 요즘 시끄러운 소문의 주인공 김지연이었다.


소문만 들으면 천하의 쌍년이었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 정말 그 소문이 사실이었나? 하고 다시한번 생각해보게된다. 뭐.. 나랑은 상관없을테지만.... 아니.. 이제 상관있는건가?




아저씨.


전단지알바 시켜주셔서 감사했어요.



다음에도요? 그럼 저야 감사하죠.


야근 때문에 힘드실텐데.. 몸조심하셔야죠.


그럼 먼저 가볼께요 안녕히계세요~



학교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표정들이었다.

항상 웃음기없는 굳은 듯한 표정밖에 본적 없었는데.. 원래 그런 애인줄알았는데 이런 모습을 보게 되니까.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내가 잘못한것마냥...



아버지


어 우리딸 왔어? 도시락이네? 힘들면 안가져와도 됬는데


아니거든 그냥 산책하는 김에 갔다주려고온거 뿐이거든.


우리딸 착하네 완전 공주야 공주


공주라고 하지말라니까? 나 이제 어린애 아니라고 그보다.. 쟤 아는사이야?


지연이 말하는거니?


응, 쟤 언제부터 알고지냈던거야?


음... 지연이네 집에 불이나서 소방차로 달려간게 벌써 5년됬고 이렇게 친해지기까지 1년걸렸으니까 4년이려나?


그런거 물어본게아니라... 뭐? 집에 불이났다고??


그렇지? 5년이나 지났지만, 그보다 지연이 엄청 착한 아이야. 혼자 돈버시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니께 생신선물 사드리겠다고 알바찾아다니던 학생이었어,


미성년은 알바거의 못하니까 내가 도와줬거든 그러니까 우리 공주님도 친구해달라고해봐 분명 좋아할거야. 혼자만 있으면 재미없잖아?


아니거든? 나도 친구많거든?


정말??


자꾸 놀리지말라니까!!


퍽.퍽.퍽..


흥 나 갈거야!


김지연.. 그래 다음에 보면 말 걸어봐야겠다.

그러면 알수있겠지. 소문대로인지 아닌지



다음날이 되었다.

아무리 일어나보려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엄마의 등짝스메시를 맞고서야 밖을 나섰다.


시간은 이미 등교시간을 앞둔 가운데 나는 전속력으로 교문을 향해 달려나갔다.


간신히 교문을 넘어 학교에 들어간 나는 급하게 교실 문을 열어저쳤다.


문을 열자마자 보게된 소란에 짜증이 일었다.

민주라는 이사장딸과 그옆에 붙은 둘과 주변 패거리들이 여느때와 같이 지연이를 괴롭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지연이 엄청 착한아이야.. 친구해달라면 좋아할거야'


항상 무뚝뚝한 표정. 세상 참 재미없게산다고 생각했다.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거라 생각했었는데.. 마음이 달아오르는걸 주체할수없을것같다.


"야! 너희들 지금 뭐하는거야? 한사람 붙잡고 괴롭히니까 재밌냐!?"


그녀의 큰 목소리와 비장한 눈빛에 기가 죽은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민주옆의 둘이 입을 열려는 순간에 선생님이 들어왔다.


"수업시작할테니 책을 펴도록."



지루했던 수업이 끝나고 하교시간이 될때까지 교실은 고요한 적막을 이루었다. 키가 크고 운동을 잘한다는 이야기도 적지않게 들려왔던 그녀에게 덤벼오는 간큰 여학생들은 존재하지 않았기때문이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말라고 한것은 좋았으나, 발끈해서 나선것은 잘못했다고.. 덕분에 친구해달라는 말은 꺼낼수도 없게 되었다고.


그렇게 후회하고 있던 그녀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쉽게도 그녀가 생각하던 지연이는 아니었다.




"너!!"


"갑자기 너라니 취급이 너무 심한거 아닙니까?"



"잘 될거라고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들은 척도 안하는건데!?"


"저런.. 뭔가 문제가 발생한 모양인데.... 그걸 감히! 저한테 책임을 물생각인가요??"


"아니... 그런게아니라....."


"저에게 다른 계획이 있습니다 더 확실하고 완벽한 계획을"


"어떻게해야하나요?"



"어렵지않습니다. 그저 ... 하면 됩니다 간단하죠?"




그녀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것은 어두운곳에서 음모를 꾸미는 목소리가 분명하다고.. 그러나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에게있어 이말들은 전혀 이해할수없는 암호와 다름이 없었다.


"이제는 더이상 돌이킬수없을지도 몰라"


"그에게 말하면 내 신변정도는 보호해줄수있을지도 모르지만,내동생은 어떻게 되는거지.?"


그러나 한가지 알수있는것은 자신에게 들리는 이목소리의 주인은 지금 엄청 괴로워하고있다는 것이었다.


협박인가? 내가 도와야될까? 들렸던 그녀의 말에 대한 생각을 잊어야된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면서도 그 말을 곱씹고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되?"


"이럴려고 선생님이 된게 아니었는데"


"그래.. 이렇게 되면 어쩔수없어... 어쩔수없는거야"


또각.. 또각.. 또각..



그녀는 들킬까봐 급하게 도망치듯이 집으로 돌아갔지만, 자꾸만 잊혀지지않는 그 절박한 목소리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화장실이랑 욕실이 따로 있다고? 학교가 끝나고 돌아온곳은 과거의 내집이 아니었다.. 내가 아는 사람 하나없는 따뜻한 온기는 커녕 살얼음판같은 집이었다. 여기는 내가 알던 곳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해야했다.


오늘 보았던 민주의 태도는 나를 놀라게 했다.

그동안 내 시야가 좁았던걸까..

아무래도 민주곁에 있는 둘을 치워야겠어



"너는..


인기척에 몸을 돌리자 눈을 마주치지도 않으려는듯 분한 얼굴로 나를 보는 은설이 있었다.


저번에 집사가 금지옥엽 외동딸이라고 말한걸 생각하면 알만했다. 그 어떤 불편함도 없었던 사람이기에 저런 행동을 보이는건 당연한 거라고. 내가 새엄마의 딸로 오개된 이후 나와 저 애는 친해질 수 없는 그런 입장이라고 생각했다.


이 어색함이 줄어드는데에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그렇게생각하며 욕실에 들어갔다.



욕조속의 너무나 따뜻했다

차가운 시선들을 보내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를 감싸주는것만 같았다.


상처에 익숙해졌다 하더라도 아프지않은것은 아니다.

아니라고 말해도 아무도 들어주지않는 그런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겪었으니 덜 아플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라는 이야기다.


아는것이 없다면 무시당해야만할까?

혼자 동떨어져있는것만 같았다.

그들은 내앞에 울타리를 치고는 넘어가려고하면 날카로운 말로 나를 찌르고 차가운시선으로 나를 밀어냈다.


차라리 그걸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은설이라는 아이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저들의 이중적인 태도가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들어갔다.


무엇이 그리도 잘못되었던걸까?

이것이 정녕 나의 행복이 아닌 다른이의 행복만을 바란이의 말로란말인가. 그렇다면 나의 모습은 하나의 희극일지도 모른다.


괴롭고 힘들어도 사람들을 볼때는 웃는다.

나의 비극을 보며 경쾌한 희극을 보듯이 웃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광대와 같이 굴레에서 벗어나지못한체 주인공을 괴롭혔던 악녀같이 움직이는 하나의 배역과 같이 정해져있는것마냥 아무도 알아주지않은체 끝이날까?


울었다

이 눈물이 비웃음거리가 될지라도 울음을 멈출수없었다. 이 눈물만이 내가 할수있는 유일한 표현인것만 같았으니까


괴롭다

물속에 잠긴것도 아닌데 숨이 막혔다. 차라리 물속에 잠겨있었더라면 이렇게 괴롭지는 않았을텐데


물속에 숨을 머금은채 속으로 들어갔다.

숨이 막히는 괴로움이 또다른 괴로움을 씻어내주길 바라며..


이대로 내입에서 떠오르는 기포가 사라질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면 끝이 오는 것일까? 끝이오면 편안해질수있을까? 즐거워할수있을까? 행복해질수있을까?


그래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며 노력없는 결과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를뿐이었다.


끝없는 비명이 전신을 울렸다. 온몸이 아픔을 호소했다. 하지만, 내가 해줄수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 방으로 돌아가는길. 은설이 왜 나를 보고 분한 마음을 품었는지 알수있었다.



은설아가씨의 방을 빼앗았다며?


어떻게. 그럴수가있데요??


가주님께서 좋게봐주시니까 눈에 보이는게 없는건아닐까요?


쉬잇!


안타깝지만 다들었다.

보다시피. 나는 여기서도 나쁜 년이 되었나보다.


침대에 얼굴을 파묻어 보지만.. 나를 나쁘게 말하는 목소리는 내 뇌내에 박히듯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누군가를 위해 다른이를 깍아내린다니.. 그것만큼 모순된 행위가 있을까?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더라도 있지도 않은 악감정을 일방적으로 부딪히는것 만큼 부당한것은 없을것이다.


그래서 눈을 감았다. 나를 나쁘게 말하는 목소리가 사라지길 바라며






포근하고 부드러운 이불을 커튼마냥 걷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와 넓은 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내눈은 넓은 방 구석지에 정리되어있는 내 추억어린 이삿짐들을 바라보며 넓은 방속에 내것은 이것뿐이라는것을 위로하듯이 울뻔했다.


시종인은 찾아오지않았다. 그리고 내옷을 갈아입혀준다던 말도 거짓말인듯이 그 누구도 내게오지않았다. 나는 혼자 씻고 입고 식당을 향해 홀로 걸어나갔다.


학교보다도 심각한 비아냥과 수근거림이 들렸고 역겨운 시선들이 내몸을 흝었다.


어째서 내가 이런곳에서 까지 이런 취급을 받아야하는건지 답답한 마음도 들었지만 행복해 하시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숨을 가다듬고 식당을 향해 나아갔다.



어제와 같이 또 다시 홀로 밖을 나섰다



아가씨 들어가시죠


새아빠와 엄마가 함께 모이는 장소앞에 떡하니 대기하고있는 모습에 기가찼다. 내가 계속해서 부탁해도 아가씨라는 칭호를 버릴 생각은 없어보였다.


식당을 지나기전에 있는 정원에 들어서자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끝난줄 알았던 악몽은 지금부터 시작인 모양이다.

무엇이 이토록 나를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사람의 무관심보다 더욱 추악한 질투가 내 눈에는 선명히 보이는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당하기전에 먼저 움직이기로 결단했다.


"아빠 말씀드릴게 있어요"

"무슨일이니?"


그들의 눈에는 내가 아무런 노력도 없이 얻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환.선생님이라면 이렇게 말했을지도모른다 종이 주인의 것을 탐내면 사형이라고. 고작 부산물에 욕심이 들어 나를 깍아 내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부산물을 신경도 못쓰게 만들어버리면 된다.


"제가 처음 이사온 날부터 아무도 저에게 오지 않다라고요 많이 미움받은것같아 마음이 아파요"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픔은 도저히 익숙해질수없나보다 한마디 한마디 입을 열때마다 가슴이 찔리듯 괴로운걸 보면..


"그게 무슨소리니? 너를 미워한다니??"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조용히 버티고있으면 해결될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희망적인 관측에 불과했고 상황은 악화되기 일수였다. 나와 준호와의 관계처럼


"아빠, 저는 그렇게 큰방을 원하지 않았어요. 그방이 은설이의 방이라는걸 알았다면 저는 빼앗지 않았을거예요"


그러니 말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안에 울려퍼진 비명을 누가 알아주기는 할까? 내가 말하지않으면 아무도 모를것이다.


"어제 시중을 들어준다는 분들은 오늘도 보이지도 않았고, 저를 경호해주시려고 붙여준 호위도 어느순간 모습을 감추더라고요."


그러나 비명을 그냥 지르기만 한다면 소음과 다르지 않을것이다. 내가 있는 이곳에는 모두가 설득해야되는 상대임을 고려해야했다. 내가 어째서 이럴수밖에 없었는지 반박 할수없도록 말해야했다.


"이렇게 미움받을줄 알았다면 은설이의 방에서 자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제서야 자신들의 잘못을 인지한 그들은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과연 나를 두려워했을까? 아니다. 가주인 새아빠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사실이 두려운것이다.


식탁에 앉아있던 엄마는 내가 이런일들을 당했다는 것에 믿을 수없다는 모습이었다. 그런 엄마를 보고있던 새아빠또한 비슷한 반응이었다.


슬픈 사실이지만, 새아빠의 엄마에 대한 애정과 나에대한 관심의 크기에 따라 일의 경중이 달라질 것은 분명해보였다. 그때가 된다면 알 수 있을것이다. 새아빠가 말로만 나에게 호감을 보인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지연아..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니?"


나는 쐬기를 박았다. 학교에서의 일만으로도 벅찬 나에게 집안에서의 일이 자꾸만 터진다면 아무것도 할수없는 상황이 될것이다.


"아빠. 학교근처에 집하나를 마련해주시겠어요? 저도 엄마와 같이 있고싶지만. 많이 힘들어요"



"알았다. 내가 내일까지 준비를 마칠테니 오늘까지만 그곳에서 자거라. 그리고 은설아. 식사를 마치고 내 서재로 들어오거라"

"네 아빠"

"네 가주님"

그 순간 둘의 희비가 엇갈렸다. 누가 희인지 누가 비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수있었다.






달빛속에서 은은하데 빛나는 정원을 바라보면서 줄리엣의 흉내를 내보았다.


"당신은 어째서..."

테라스에서 손을 올곧게 뻗다가 다시 팔을 내리고는

그저 웃었다.


천진인 상 수상은 다음주로 미뤄졌다.

학교축제도 얼마남지않았다. 물론 그전에 중간고사가 기다리고있었다. 방과후활동을 해보는것도 나쁘지않지만 시험기한이 끝난후에 해보면좋겠다. 꿈에대한것은 어떻게 해야될까.

소설에서는 여유롭게해쳐나가는데..


나 지금 잘하고있는걸까?


바보같이 움직이면 끝나지 않을것이다.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불에타버리는듯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사라지지않을 상처 그 각인이 남겨져 끝없는 고통에 몸부림을 칠때에도 잊을 수 없는것


모두가 눈에는 보이지않는 하지만 분명히 있는.

나의 모든것을 파해쳐지는듯한 시선. 수치심을 느낀데도 멈추지않을 감정.


나에대한 잘못된 소문또한 더 넓게 더 오래 퍼지게될것이라는 확신. 그로인해 더 힘들어질것이라는 느낌. 그럼에도 버리지 않는것.


이렇게 이전과의 상황이 너무나도 판이하게 달라져 손바닥뒤집듯 바뀌는 태도에 불쾌한 감정을 느껴도 드러내지않으려는이유.



그러나 더이상.. 사랑하고싶다. 생각하고 싶지않다고 말하면서도 같은길을 걸어간다.



나는 도대체 무얼을 하고있는거지 어떻게 해야되는거지 항상 몇번이고 앞으로 나아가지만 무엇을 어떻게해야되는지 내가 지금 옳바른방향으로 가고있는지 혹 잘못하고있는것은 아닌지 알수가 없다는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그래서 그만두려고 하면, 나 자신의 무력함을 절감하면서 포기하고싶지는 않아 한다.


위로 쉽게 올라갈수없는 장벽들이 있음을 알면서도 많은것들을 희생해야된다고 강요하는 그러한 상황속에서도 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주변환경이 그리고 나 자신이 넌 안된다고 할수없다고 말하는것만 같았다.


나의 삶의 방식이 잘못되었다 지탄받고, 무시당하고, 차라리아무것도 생각하지말고 그저 겉만 번지르르한 인형으로 남으라는 듯이 자꾸만 나를 유혹해온다.


힘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도 행복할것이라고 나는 힘을 포기해버린 닭과 같이 결국 나 자신을 가두려고하는것 날 사랑하지 않는것이다.


이런걸 싫다고 말하지 못한다는게 살아있다고 할수있을까?

이런것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게 그렇게 못마땅한 일인가?


부족한것은 사실이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것이라는것은 안일하고 바보같은 생각이다.


결국 변한다. 변할때 함께 변하지않으면 뒤쳐지는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괴로워하며 눈물흘려가며 앞으로 나아가는것은 다른사람들을 위해 온인류를 위한다는 그러한 숭고한 정신에서 나오는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나아지기위해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나를 사랑하기때문에 나를 괴롭게한다 말했던 사람이있다

그렇게 몇번이고 몇번이고 나에게 말했던 그사람은 결국 나를 떠나갔다. 말뿐인 사랑이었던것이다.


사전적의미로도 사랑이란 그 대상 혹은 물질 또는 개념을 소중히 여기고 아낀다고 나와있는데 어째서 나는 아낌을 받은적이 없는것일까.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힘들다 어렵다 불가능할거같다 무슨이유를 붙여서라도 나를 몰아붙이는 타협적인 생각들. 이것들을 계속해서 받아들이면 나는 인형이되는것이다.


아무런생각도 행동도 할수없는 인형.

그저 다른사람이 쓰고 버리는 소모품.

그러나 더욱 괴로운 진실은 그 선택은 지금껏 내가 해왔다는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어째서 나는 이대로 멈추려할까 나는 왜 더 나아가질않으려고 하는걸까. 두렵기때문이다. 그리고 힘든게 더이상 싫은거다 사랑한다는 말은 꿀보다 달아서 그 달콤함에 영원히 빠져있고싶은것이다.




나는 바뀌고싶다, 빛나고싶다, 행복해지고싶다,




사랑을.. 하고싶다.










[미안하다 너무 늦었구나.]









아..







그렇구나...







나는 이미





사랑을 하고있었구나.






"보고싶었어요"









[나도 그렇다.]







내 말이 잘 전해지지않는다 해도 상관없을 만큼 좋아하고있었나보다..










[지연아 미안하다.]




미안하다는말에 심장이 저려오는걸보면.


작가의말

좋은글을 적고싶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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