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편의점으로 힐링 할게요> 표지가 완성되었습니다. 그에 대한 특집으로 단편을 집필해보았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
“촬영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업계 정점이라는 마도공학화가의 지시에 따라 잠시 자세를 취한 우리들은 화가의 작업이 끝나자 자세를 풀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울프람 고생했어요. 자 여기요.”
‘덧 없는 처연한 표정을 지어주세요.’ 라는 주문을 받은 아일라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나에게 스포츠 드링크를 건넸다.
“음. ···헌데.”
“울프람은 제일 앞에 있었죠? 자세를 유지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뭐였더라. ‘누가 봐도 악역 같은 표정을 지어주세요!’ 같은 지시사항이었나요?”
“그렇지. 그런데.”
“앗,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음. 네프티도 수고했다.”
내가 말을 이어나가기 전 네프티가 불쑥 끼어 들어와서 웃으며 경례를 하고는 빙글빙글 웃었다.
얘는 ‘평소의 네씨처럼 해주세요.’ 라는 지시사항을 받았던가.
“이거 시급 따로 편성 되는 거 맞죠? 예? 맞지 않습니까?”
“···그런 걸로 알고 있다. 나중에 이브에게 청구하도록.”
“옙!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그러고보니 루디카 선배님이 안 보이는건 아쉽습니다.”
“암살자니까 말이다. 그런데···.”
“선배님! 저, 저 두둥실 날고 있지 않았나요? 어, 어떻게 날았지? 어떻게?”
“······.”
내가 뭐라고 하기 전에 ‘하늘 위로 뭔가 신비하게 나는 듯 한 느낌’을 주문받은 병아리가 재잘거렸다.
밀푀유 폰 사브레.
곰곰히 생각하면 닭도 못 나는데 병아리가 날고 있다는 건 신가한 기분이긴 할 거다.
“기분 탓이에요.”
“···네?”
“기분 탓이에요. 밀푀유 폰 사브레.”
“···기분 탓?”
“그래요. 기분 탓.”
“그, ···그렇군요.”
병아리의 질문에 답을 해 준 건 내가 아니라 학생회장이었다.
이브는 당사자가 납득 못 할 설명을 마치고는 이쪽을 바라봤다.
“울프람. 수고 많았습니다.”
“음. 너도 고생했다.”
“아뇨. 뭘요.”
이브 폰 로엔그린은 ‘앉아서 깔보는 듯 한’ 표정을 지어달라고 주문을 받았던가.
“그나저나 이브.”
“완성본 봤나요? 이 그림. 생각보다 엄청 여러군데 뿌려서 제프린을 알리는 용도로 쓰일 예정이에요. 정말 잘 나왔죠?”
“팜플렛 커버인가?”
“네. 맞아요. 다음 학기 홍보용 포스터로 들어갈 거에요.”
“그러면 내가 아니라 학생회장인 네가 제일 앞에 서는게 맞지 않나?”
“저는 제일 앞은 좀 부끄러워서요. 뻔뻔하지 못해서.”
그럼 나는? 나는 괜찮고?
아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그나저나 정말 엄청 잘 나왔죠? 그렇죠?”
“그야 업계 최고니까. 음. 아니 근데 말이다. 이브···.”
내가 뭐라 되묻기 전에, 녀석들은 서로서로 모여 얼굴을 마주하고는 꺄꺄 떠들기 시작했다.
“앗. 이브님 고생 하셨어요!”
“네프티도 수고 많았어요.”
“···나쁘지 않은 기획안이네요. 병아리도 그렇게 생각하죠?”
“네? 네에···. 울프람 선배님과 한 폭 안에 들어가다니···. 후후. 가족사진 같아요!”
이거, 다들 내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
쯧. 일단 황실 혈통을 켜고.
【정말 멋진 그림이다만, 편의점과는 관계없지 않나?】
“······.”
“······.”
“······.”
“······.”
누구도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누구야 이거 발주 넣은 녀석.
나는 편의점 홍보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해서 나왔는데.
어서 나와. 짜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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