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신지님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의 후계자가 된 무림맹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신지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0
최근연재일 :
2024.05.08 10:08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01
추천수 :
1
글자수 :
27,128

작성
24.05.08 10:05
조회
9
추천
0
글자
12쪽

제4화. 산 넘어 산.

DUMMY

그날 저녁.

송영운은 불쑥 원의달을 찾았다. 원의달은 그의 방문을 예상했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권했다.


“중요한 표물입니다. 이걸 사릉현 무림맹지부에 전달하면 됩니다.”


송영운은 나지막하게 말하며 작은 상자를 건넸다. 볼품없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원의달은 그걸 보자 바싹 긴장했다.


“알겠습니다.”


원의달은 표물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이미 송가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표국주로부터 이 부분을 지시받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조심스럽게 받았다.


“운송료는 그곳에서 지급할 겁니다.”

“예.”


원의달은 상자를 받아 꼼꼼하게 살폈다. 단단히 밀봉된 상태였고, 글씨를 쓴 종이를 덕지덕지 붙여 놓았다. 누군가 고의로 뜯었다면 들통날 게 분명했다. 매우 귀중한 표물이라 확신했다.


“쟁자수와 말, 마차는 이곳에 두고 가시지요.”

“그럼, 잘 부탁합니다.”


사릉현은 화용현 북쪽에 위치했다. 사릉현 무림맹지부에 표물을 전달하고 돌아와 말과 마차를 이끌고 하준표국으로 돌아가는 게 효율적이었다.


다음 날 아침.

원의달은 나를 포함한 열 명의 표사를 호출했다.


“사릉현에 표물을 전달하러 간다. 곧 출발할 테니, 단단히 준비하도록.”

“예.”


원의달의 명령에 표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거 느낌이 좋지 않은데.”


모현수가 미간을 찌푸리고 짐을 꾸리며 중얼거렸다. 이곳으로 오면서 그와 매우 친해졌기에 바로 물었다.


“왜 그리 생각합니까?”

“그곳엔 무림맹지부가 있으니까. 원 당주의 심각한 표정을 보았을 때, 무림맹지부에 귀한 표물을 전달하러 가는 걸세. 저런 표정 오랜만에 보는군.”

“사릉현에 무림맹지부가 있다고요?”


내가 무림맹주 시절 사릉현지부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사릉현은 호북성 남부에 위치한 현으로 호남성과 경계지대였다.


“설마 호남성엔 지부가 아예 없습니까?”

“당연하지. 이 사람아, 다 알면서 왜 그런 표정인가?”


한숨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그간 원의달·모현수와 대화했고, 무림맹이 전격적으로 장강 이남에서 지부를 철수시켰다는 걸 알았다.


그걸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아직 내 의식은 과거 무림맹주시절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이젠 하급표사 강소진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마음먹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어쩌면 이 표물이 인형삼이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난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표물에 욕심을 보이다니.


“조심하게.”

“예.”

“딱 내년까지만 표사하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어째 불길하네.”


모현수는 등을 두드리며 내 곁을 떠났다. 난 허리에 찬 도를 뽑아 가만히 살폈다. 대장간에서 만든 평범한 도. 제법 단단했지만, 과연 고강한 무인을 만났을 때 도움이 될까? 일단 내 경험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무림 생활이 쉽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내가 전생에서 살아온 생은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편안한 길이었다. 어쩌면 이번 생의 무림 생활이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를 행하고, 악을 징계하자.’


하루에 몇 번이나 이걸 되새기고 다짐하는지 몰랐다. 지옥대제의 절기를 익히는 과정에서 분명 악에 물들 것이다. 그래서 절대악이 되지 않으려고 매일 같이 이런 다짐을 했다. 그것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출발.”


원의달의 명령에 난 도를 허리에 차고, 그 뒤를 따랐다. 시내를 벗어나자, 우린 빠르게 경공술을 펼쳤다. 원의달은 초조한 표정으로 주위를 경계하며 달렸다.


낮엔 달리고, 어두워지면 곧바로 객잔을 찾아 들어갔다. 잠도 이교대로 나누어 자면서 경계를 취했다. 모현수는 원의달이 이렇게까지 긴장한 건 처음 본다며 걱정을 늘어놓았다.


“이제 하루만 가면 사릉현이니까, 문제없을 겁니다.”


그를 안심시키는 말을 건넸지만, 내 머릿속엔 이미 비상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그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전생이었다면 함정을 파서 역으로 적들을 처치한다든가? 정공법을 선택해 물리치든가? 선택지가 단순했다. 그 당시 나와 무림맹 정예는 무림최강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삼류였다. 다만 무공을 아주 깊은 경지까지 이해했고, 적은 내공이지만, 매우 순수하고 강력하니 상황에 따라 일류 수준의 무위를 발휘할 수 있다. 단, 적이 방심했을 때.


‘젠장할. 살아남기도 쉽지 않군. 이래서 악마가 따라오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지난 생이 참으로 축복받은 생이었어.’


난 잡생각을 떨치고 가부좌를 튼 후, 명상에 잠겼다. 적이 이곳을 기습할 가능성이 있기에 운기조식은 금물이었다. 지옥혈혼도의 초식을 차분하게 머릿속으로 그렸고, 가상의 적과 대련했다.


가상수련은 조화경에 오르면서 가능해진 수련방식이었다. 단순히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가상의 적을 내면에 만들어 비무를 펼쳤기에, 실제 비무 효과가 있었다.


그렇게 지옥혈혼도법은 점차 내 몸에 익숙해졌다. 무사히 아침을 맞으며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오후에 사릉현에 도착할 테니, 얼추 위험한 상황은 넘긴 것 같다.


아침을 일찍 먹은 우리는 사릉현을 향해 출발했다. 원의달은 나와 같은 생각인지, 표정이 한결 밝아진 상태였다.


“멈춰라.”


팍. 파르르르.

붉은색 창이 날아와 관도에 꽂혔다. 이곳은 인적이 드물었지만, 넓은 길이었고 해가 중천에 떠 있었기에 매우 의아했다. 아무리 호남성 무림이 개판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표물을 털어간단 말인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림의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으음, 흑혈창黑血槍.”


원의달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모현수에게 들은 바 있는 무인이었다. 흑혈창은 흑혈낭인黑血浪人 종후種厚의 무기였다. 실제로 그는 도를 주로 사용했는데, 흑혈창은 이렇게 자신을 알리는 용도로 사용했다.


덕분에 무림인들은 흑혈창이 그의 주무기로 착각하곤 했다. 비쩍 마르고 강팍한 얼굴의 중년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원 당주. 내놓게. 그럼, 목숨은 빼앗지 않을 테니까.”

“종 선배. 표사에게 표물은 생명이오. 이걸 순순히 내놓는다면 누가 하준표국에게 표물을 맡기겠소?”

“기어이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겠다?”


종후는 냉소를 치고는 기이한 소리를 냈다.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듣기 싫은 고음이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십여 명의 흑의무인이 등장했다. 표정, 복장을 보니 한 곳에 소속된 무인이 아닌 낭인으로 보였다.


“흑혈랑들까지. 아이고, 꼼짝없이 죽었구나.”


모현수의 입에서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난 가만히 도의 손잡이를 잡고 전투에 대비했다. 그때 원의달이 내게 전음을 날렸다.


-내가 신호를 보내면 표물을 들고 사릉현 무림맹지부로 달려라. 네가 경공술이 가장 빠르니, 어쩌면 사릉현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 것이다. 그간 내가 저들을 붙잡아 놓으마. 표물을 내어준다고 저놈들이 우릴 살려줄 리 없어. 무림맹 무인을 데려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백주대낮에 관도에서 표물을 빼앗는 놈들이었다. 증거인멸을 위해 살인멸구할 가능성이 컸다.


순간 어떻게 이걸 알았을까? 하는 의문이 일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떨쳐냈다. 이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 의문은 살아남은 후에 해결하면 되었다.


내공을 끌어올려 경공술을 펼칠 준비를 마쳤을 때, 원의달이 작은 상자가 담긴 주머니를 내게 던지면서 종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어 표사들과 흑혈랑과의 전투가 이어졌다.


난 그대로 몸을 솟구쳐 사릉현으로 내달렸다. 지옥대제의 환탄섬은 굉장한 경신술이었다. 순식간에 싸우는 현장을 벗어났다.


‘이상한데.’


종후는 아니더라도 몇 놈은 쫓아오리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아무도 쫓아오지 않았다. 의아했지만, 난 전속력으로 달렸다.


***


한편.


“그만.”


종후는 우렁찬 목소리로 명령했고, 그의 명령에 흑혈랑들은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무슨 뜻이오?”

“하준표국과 적대시하지 않겠다는 뜻이지.”

“표물을 빼앗으면 하준표국과 적이오.”

“나도 어쩔 수 없었네. 더 싸울 텐가?”


종후가 흉측한 눈빛을 번뜩이며 물었다. 원의달은 가만히 표사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모두 여기서 전투를 멈추길 간절하게 희망하고 있었다. 끝까지 싸운다면 몰살될 확률이 높았다. 원의달도 종후를 이긴다고 자신하지 못했다. 아니 패배할 가능성이 더 컸다.


“저 앞에 누가 있소?”

“호남성 서부 절대자.”

“설마 무릉검살茂陵劍殺?”


종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의달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어쩐지 종후가 강소진을 추격할 생각도 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무릉검살茂陵劍殺 사마웅沙摩雄.

사마웅은 호남성 서부 무릉만 일대의 최고수였다. 무림맹이 호남성에서 철수하면서 그는 무릉만을 넘어 호남성 최고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나도 어쩔 수 없었네. 표국주에게 잘 말해주게.”

“표국주께서는 분명 종 선배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오.”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자네들까지 모두 죽이긴 싫으니까. 내 역할은 여기까지. 가자.”


종후는 그대로 몸을 날렸고, 흑혈랑들은 그를 따라 몸을 날렸다. 거센 피바람이 불 거 같았던 관도는 정적이 흘렀다.


“아이고, 십년감수했네.”


모현수는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었기에, 기쁨에 겨운 나머지 눈물마저 찔끔 흘렀다.


다른 표사들도 서로 안부를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귀중한 표물을 빼앗겼으니, 분명 문책을 당할 테지만, 그래도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나았다.


“당주님. 소진이는 괜찮을 겁니다.”

“그래야 할 텐데.”

“무릉검살이 설마 소진이를 죽이겠습니까? 아마 단 일 합에 제압할 텐데요.”


원의달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릉검살 같은 고수는 하급무인이나 하급표사를 죽이지 않는다. 격이 떨어지기 때문이었고, 모현수의 말대로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그를 자극하거나 모욕한다면 그땐 정말 지옥을 맛보고 죽임을 당할 것이다.


원의달은 노발대발하는 표국주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그래도 표사를 모두 살렸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 표사마저 잃었다면, 표물에 대해 배상하고 죽은 표사 가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하고, 새로 표사를 뽑아야 해서 자금이 배로 든다.


지금은 표물에 대한 배상만 생각하면 된다. 원의달은 그래도 걱정되었는지, 사릉현이 있는 북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쪽으로 몸을 날리지 못했다.


자칫 무릉검살의 신경을 건드리면 강소진을 비롯한 표사들이 모두 몰살될 수 있었다. 그저 무릉검살이 표물만 강탈하고, 강소진은 살려주길 간절하게 바랐다.


***


환탄섬을 펼쳐 달리던 나는 강력한 존재감을 느끼고 멈춰야 했다.


‘초고수. 상대할 수 없는 자다.’


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런 고수를 상대로 경공술을 펼쳐 도주할 수 없다. 그가 더 빠른 경공술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크고, 가까이 따라와 지풍이나 검기를 날린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테니까.


내가 삼류라서 더욱 그렇다. 이런 고수가 날리는 지풍에 그대로 목숨이 날아갈 것이다.


“으음. 이거 신기한 놈이로군.”


그는 가만히 나를 살피며 뜻 모를 말을 뱉어냈다. 나도 그를 살폈다. 가만히 살피던 나는 그가 누군지 깨달았다.


‘이자는 무릉검살 사마웅이 아닌가?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구나.’


앞이 깜깜해졌다. 지금 내 실력은 흑혈낭인도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 그보다 수준이 아득하게 높은 무릉검살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어찌해야 하는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의 후계자가 된 무림맹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 제5화. 숨겨진 비화. 24.05.08 21 0 14쪽
» 제4화. 산 넘어 산. 24.05.08 9 0 12쪽
3 제3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다. 24.05.08 9 0 11쪽
2 제2화. 표사 강소진姜紹眞. 24.05.08 26 1 13쪽
1 제1화. 십전무제十全武帝 담의혁潭義爀. 24.05.08 36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