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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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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20.01.09 20:27
조회
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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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글자
11쪽

58화: 정신 차리기 전에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58화: 정신 차리기 전에 (1)


[잠깐, 여길 치면 어떻게 된다고? 어디 관동군?]


[이 지역, 아니, 흑하에 있는 관동군이 곤란해진다고. 지금 마점산 장군과 대치하고 있는 자식들 말이야.]


대성은 자신이 지목한 장소를 단검으로 여러 번 짚었다.


그리고는 비행장에서 가져온 군사 문서 중 하나를 지도 위에 올려놓았다.


[한 번 봐봐. 한형이라면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뭔지 알 수 있을 거야. 지겹도록 작성해봤을 테니까.]


[종이와 매번 씨름해본 건 군수 창고에 틀어박혀 있을 때가 마지막인데. 아무래도 내 옛 보직과 관련 있나 보군. 어디 보자.]


한세걸은 관동군의 혈흔이 남은 문서의 표지를 조심스럽게 넘겼다. 그는 곧 대성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흠, 방금 네가 그 말을 왜 했는지 알겠어. 그러니까, 병참 부대부터 먼저 치시겠다?]


[제아무리 강력한 군대라 해도 보급 못 받으면 끝이잖아? 말라 죽는 거야 순식간이지.]


[그래, 태준이 네 말이 맞아. 조상님들이 여러 번 교훈을 주셨지.]


[이젠 관동군이 그 역할을 하게 될 거야.]


[그러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그나저나 이 자식들 자네 동포들을 얼마나 쥐어짠 거야? 얼마나 쥐어짰으면 이만큼씩이나···]


[수틀리면 소나무에 들어있는 기름까지 갖고 오라고 난리 칠 놈들인데 뭐.]


대성이 부대별 보급 현황이 적힌 문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쨌든 간에 그 자식들 혹한기, 아니, 월동(越冬)준비만 열심히 했더라. 새해는 어떻게든 집에서 보내고 싶어하는 것 같더라고.]


[내년까지 끌어봐야 하등 좋을 것 없으니까. 우리한테 발목 잡혀 있는 상황 자체가 손해일 테니.]


[나도 한형이랑 같은 생각이야. 분명 만주에 발이 묶이는 걸 원치 않을 테지. 나름대로 큰 꿈 갖고 사는 놈들인데.]


[그럼 우리는 그들이 원치 않는 방향대로 일을 진행하면 되겠네. 놈들의 진격을 최대한 늦추는 식으로 말이야.]


[그 이상도 해야지.]


대성이 말했다. 그러자 한세걸이 물었다.


[근데 태준이. 진짜 괜찮겠나?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괜히 무리했다간-]


[거참 괜찮다니까 그러네. 서서 잘 정도만 아니면 그만이지 뭐. 내가 괜히 소대원들 고기 많이 먹이라고 했을까 봐.]


대성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흘렀다.


[누누이 말하지만, 이 작전은 관동군이 제정신 차리기 전에 시작해야 해. 아까 형이 말했지? 강대국은 강대국이라고.]


[그랬지.]


[딱 쉴 만큼만 쉬고 바로 출발할게. 소대원들도 그리 오래 쉬고 싶어 하진 않을 거야.]


대성이 회의실에 있던 특전소대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대원들은 간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구태여 작전 회의에 참석할 필요가 없었다.


험난한 여정을 겪었던 만큼, 마음 편히 쉬면 그만이었다. 그들은 그럴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숙소로 돌아간 소대원은 아무도 없었다. 피곤한 기색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저 강한 열망만을 보일 뿐이었다.


두 번째 승리에 대한 열망이었다.


[알았어. 떠날 준비 되면 말해. 혹시 더 필요한 거 있어?]


[하나 있긴 해.]


대성이 말했다.


***


[소대장님. 소대원 총원 복귀했습니다.]


[보고해라.]


[예.]


야심한 시각.


관동군 병참 기지는 정적에 잠겨 있었다.


정찰 임무를 맡았던 소대원은 전등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철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경계 체계는 비행장과 얼추 비슷합니다. 다만···]


[철문 앞에 붙박이로 붙어있는 놈들이 있다는 거지.]


대성이 말했다.


병참 기지는 비행장과 달리 광활한 벌판 위에 자리 잡고 있지 않았다. 칼로 썰린 것마냥 반듯하게 깎인 절벽을 등지고 있었다.


관동군은 이러한 지형적 특징을 나름대로 잘 활용한 것 같았다.


이름 모를 누군가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군수 물자는 절벽을 파서 만든 동굴 속에 보관되어 있었다.


[전쟁에 필요한 물자는 저 안에 보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물품을 보관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괜찮아. 오전에 자네들 쉴 동안 나랑 보급병이 대강 파악해뒀어.]


[아··· 어떻게든 잠을 이겨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쉬지 말라고 했는데 쉰 것도 아니잖아. 잠에 취한 상태에서 싸우지 않으려면 짬짬이 휴식 취해줘야지. 사람이 잠을 안 자고 살 순 없잖아. 안 그래?]


[그렇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대원이 눈인사를 가볍게 건네며 말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다급한 손짓으로 철문 쪽을 여러 번 가리켰다.


[아···! 이것부터 말했어야 했는데. 그 수면 관련해서 특이사항이 하나 있었습니다.]


[특이사항?]


[그렇습니다. 그, 철문 쪽에 있는 병사들 말입니다. 교대를 거의 안 합니다.]


[교대를 거의 안 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대성이 물었다.


그러자 소대원이 품속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는 대성에게 조심스럽게 건네주었다.


[한 번 펴보십시오. 저희 대원 중에 그림 잘 그리던 놈 기억하십니까?]


[지금 자네 옆에 있잖아.]


[아··· 걔가 그린 그림입니다. 계속 같은 놈을 보는 것 같아서 한 번 그림으로 그려봤다고 합니다.]


[얼굴을 그린 거야?]


[아닙니다. 얼굴로 판단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계급장을 그렸답니다. 종이를 보시면 계급장 밑에 시간대가 적혀 있을 겁니다.]


소대원이 말했다.


대성은 그림을 찬찬히 살폈다.


‘계급장이 시간대 상관없이 거의 다 같잖아? 기억을 더듬어보자. 빨간 바탕에 노란색 별 하나면··· 이등병?’


이내 대성은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혹시 잘못된 거라도?]


소대원이 불안한 표정으로 묻자 대성은 안심하라는 표시로 손을 내저었다.


상식을 벗어난 적의 행태는 웃음거리로 삼기에 손색이 없었다.


[나는 대원들 같은 상식인과 함께해서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대장님?]


[한 가지 물어보지. 계급장 그릴 때 병사들 얼굴도 봤나?]


대성이 물었다. 그러자 그림을 그렸던 대원이 대답했다.


[예.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감시탑에 있는 병사들과 달리 거의 움직이지 않았거든요.]


[그럴 수밖에 없지. 괜히 잘못 움직였다간 먼지 나게 두들겨 맞을 테니. 창고를 지키는 병사들은 부대에서 계급이 가장 낮은 녀석들이야.]


병참 부대는 비행장보다 한술 더 뜨는 곳이었다.


병참 부대에 근무하는 고참병들은 앉지도 못하고 주변의 눈도 못 피하는 곳에서 경계서기를 원치 않았다.


그들은 안락한 장소를 원했다. 자유롭게 눈을 붙이고 담요로 몸을 감쌀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하지만 하급자들과 이런 장소를 공유할 생각은 없었다.


감시탑과 통신실은 먼저 입대한 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정신력이 약하고 군기가 덜 잡힌 신병들은 베테랑들의 휴식 공간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다.


그들은 혹독한 환경에서 몇 시간이고 수련해야만 했다. 모진 수련을 견뎌내지 않고서는 천황의 자랑스러운 군인이 될 수 없었다.


감시탑에 올라선 고참병은 목석처럼 서 있는 신병을 한 번 돌아본 뒤 담요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리고는 신병들이 빨리 깨달음을 얻길 바라며 눈을 감았다.


***


[감시탑 경계병 상태 확인.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좋아. 진입한다.]


대성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소대원들은 부대 안으로 진입했다. 그들은 어둠이 드리운 곳을 통로 삼아 빠르게 창고 쪽으로 다가갔다.


[창고 경계병 발견.]


[상태 확인해.]


[창고 경계병 상태 확인. 감시탑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습니다.]


[사격 준비.]


소대원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돌격소총을 들어 올렸다.


얼굴 여기저기에 멍이 든 병참 부대 신병들은 위태롭게 흔들리는 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동 없이 감시탑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마치 돌부처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돌부처와 같은 아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받을 만큼 돌려주겠다는 독기 어린 마음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러나 악순환이 반복되는 일은 없었다.


[사격 개시.]


경계병 처리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창고를 지키던 신병들은 문자 그대로 돌부처가 된 채 땅바닥에 얼굴을 박았고, 이내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겨졌다.


그사이 다른 소대원들은 감시탑으로 접근했고, 대성은 통신실로 들어갔다.


-피융!-


-쿵!-


[이놈들도 대단하다 정말. 이럴 거면 그냥 집에서 편히 자다 죽지, 군대는 뭐하러 들어왔대? 진짜 사람 패러 들어왔나.]


[끌려왔을지도 모르지.]


[지금까지 이런 자식들 하나 감당 못 해서 그 수모를 당했단 말이야? 못난 조상들이다. 못난 조상들이야.]


[지금부터 잘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그나저나 소대장님. 어째 상황이 저번하고 똑같이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직 소식을 접하지 못한 걸까요?]


소대원이 통신 장비의 선을 끊으며 물었다. 그러자 대성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소식은 우리가 이동하는 동안 충분히 접한 것 같다.]


그는 죽은 통신병 옆에 있는 군사 문서를 소대원에게 보여주었다.


[단지 파악을 못 했을 뿐. 딱히 할 생각도 없어 보이고.]


[병영 내 갈등이 의심되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이걸 사고로 규정했단 말입니까?]


소대원은 황당했는지 문서를 몇 번이고 다시 훑어보았다.


[제 동기 말마따나 참 대단한 놈들이군요. 원인 불명의 사고라니. 원인 불명으로 죽은 사람은 모두 머리에 구멍이 뚫려 있는 모양입니다.]


[높으신 분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지. 녀석들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긴 했을 거야. 하지만 대대적으로 떠벌리기 싫었던 거지.]


[자존심 때문에요? 괜히 망신만 당할까 봐?]


[그렇다고 봐야지. 별로 본받을 만한 문화는 아니야. 이게 버릇이 되면 굉장히 안 좋거든. 나중에는 뭐든지 감추려고 들 거야. 절대 배우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창고 열쇠는 찾았나?]


[못 찾았습니다. 죽은 놈 옷도 들춰보고 서랍도 다 열어봤는데, 열쇠는커녕 열쇠같이 생겨먹은 것도 없었습니다.]


[그럼 여기 더 있을 필요 없겠군.]


대성은 말을 마치기 무섭게 통신실 출입문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바로 나가십니까?]


[자네들도 따라와. 문서는 일 다 끝나고 시간 남으면 챙기도록 해. 어차피 중요한 문서는 다 똑같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병사들한테 단체로 경례 받던 놈들. 걔들 어디로 들어갔는지 기억하지?]


[예.]


[거기로 간다. 그리고 가는 길에 다른 대원들한테 전해. 이번에는 무기부터 먼저 쓰라고.]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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