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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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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19.12.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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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글자
12쪽

54화: 날개를 꺾어라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54화: 날개를 꺾어라 (1)


총을 든 교육생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긴장되나?]


대성이 물었다.


교육생들은 부인하지 않았다.


사실이었으니까.


멀지 않은 곳에 ‘관동군 비행장’이 있었다.


햇빛이 산줄기를 타고 내려올 때는 하늘을 가르는 굉음을 어렴풋이 들을 수 있었고, 별빛이 초원을 비출 때는 비행장에서 흘러나오는 조명을 흐릿하게 볼 수 있었다.


‘전투식량’이라 이름 붙인 통조림들이 삼분의 일가량 줄어든 이후에는 일장기가 선명하게 박힌 전투기의 이착륙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


그렇게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던 목표가 실체를 갖춰갈수록 교육생, 아니, ‘제1 특전소대원’들의 이동시간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리고 ‘표적’이 조준경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순간.


제1 특전소대는 이동을 멈추었다.


[1, 2분대장.]


[예, 소대장님.]


[어떤 것 같나?]


[가지가 촘촘한 덤불들이 많습니다. 적의 시선을 피하기 용이한 환경으로 보입니다.]


[그것뿐인가?]


[아닙니다. 더 있습니다. 바위나 나무 밑동 같은 장애물도 별로 없는 편입니다. 저희는 시야를 확보하기 쉽겠지요.]


[······]


[게다가 이곳은 산줄기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비상 상황 발생 시 퇴로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상입니다.]


분대장들이 말했다.


대성은 분대장들의 의견에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았다. 소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분대장들의 눈은 정확했다.


그들이 고른 장소는 적의 감시망을 피하며 머물기에 더없이 좋은 지형이었다.


[나머지 소대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른 의견 없나?]


[예, 없습니다. 저희도 분대장 의견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나도 같은 생각이었으니까. 그럼 바로 시작하지. 경계병 눈에 띄지 않게 주의해서 움직이도록. 소대 총원, 배치 붙어.]


[배치 붙어···!]


소대원들은 이름 모를 1차 대전 참전국에서 흘러들어온 야전삽을 들고 간이 위장 참호를 건설했다. 위장 참호는 특전소대가 작전 기간 머물게 될 임시 숙영지였다.


그렇게 작전 지역에서의 첫째 날이 지나갔다.


***


본격적인 작전은 다음 날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관동군 막사가 아직 어둠에 잠겨 있는 가운데, 대성은 분대장들과 함께 소대 보급 상태를 점검하고 대원들을 소집했다.


[소대원들은 모두 잘 들어라. 지금부터 적의 정보를 수집한다. 정보가 충분히 모이기 전까진 움직이지 않을 거야. 이유는 다들 잘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좋다. 그럼 먼저 인원을 나누고 임무를 부여하도록 하겠다.]


대성은 분대를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조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 조가 수행할 임무를 부여했다.


[3조와 4조는 경계병을 맡는다. 적들이 몇 시간 근무하는지, 교대는 언제 하는지, 야간 근무 상태가 어느 수준인지 전부 파악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5조와 6조는 적의 동선을 파악한다. 놈들이 어디서 식사하는지, 어느 건물에서 근무하고 어느 건물에서 잠을 자는지 꼼꼼히 관찰하도록.]


소대원들은 임무를 받음과 동시에 움직였다.


임무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비행장에 주둔한 관동군 병사들의 행동을 열심히 관찰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관동군 병사들이 기지개를 피며 침구류를 정리하는 사이, 소대원들은 땅을 얕게 파고 주변에 널린 풀을 이용하여 은폐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관찰을 시작했다.


대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섯 번째 평가를 ‘가장 빨리 통과한’ 소대원들과 함께 비행장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격납고와 관제탑이 바로 보이는 곳이었다.


대성 휘하의 소대원들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관동군 병사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들의 임무는 격납고와 관제탑에서 근무하는 장병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소대장님. 아무래도 저쪽에 있는 건물이 식당인 것 같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있군. 아마 저 녀석이 제일 짬 낮은 놈일 거다.]


[짜, 짜 뭐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흠, 그러니까··· 그, 뭐냐··· 군에서 암암리에 쓰던 용어인데···]


[조선군 말입니까?]


[그, 그래. 대충 서열을 뜻한다고 보면 된다. 저기 옆에 있는 놈들을 잘 봐봐.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옆에서 발로 툭툭 차고 있잖아. 상급자였으면 저렇게 못 하지.]


[그럼 그렇지··· 하다하다 이젠 같은 동포까지 괴롭히는군요. 아니면 군기라도 잡는 것일까요?]


[정상적인 군대는 저딴 식으로 군기를 세우지 않는다. 병사들이 먹다 남긴 음식에 얼굴 처박는다고 일을 더 잘할 것 같나? 하급자의 원한만 살 뿐이지. 소중한 전우 한 명만 잃게 되는 거야.]


대성이 말했다.


음식물 쓰레기로 한바탕 일을 치른 졸병은 얼굴에 묻은 찌꺼기를 닦아내며 헛구역질을 했다.


선임병들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돌렸다.


[주의 사항에 하나 기록해둬라.]


[예? 주의 사항이요?]


[비행장 진입 시 병사 식당과 막사 주변부터 잘 살펴보라고. 바로 잠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일부 인원이 막사 바깥에 나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어둬.]


[알겠습니다. 작전 개시 전에 전파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대원들은 특이사항 없나?]


[있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구역을 감시하고 있던 소대원이 말했다. 그는 대성에게 쌍안경을 넘겨준 뒤, 병사 식당에서 약간 떨어진 작은 건물을 가리켰다.


[저기 종종걸음으로 가는 놈 보이십니까?]


[굉장히 급해 보이는데. 그나저나 언제 나타난 거야?]


[소대장님이 이야기 나누실 때 건물에서 나오더군요. 식당 뒤편으로 순식간에 들어가서 제대로 보지 못하셨을 겁니다.]


[잠깐, 식당 뒤로 들어갔다고? 저 복장으로?]


[저 복장으로 음식재료까지 날랐습니다. 저희가 감시하던 건물로요.]


‘당번병이구나.’


대성은 현역 시절 보았던 사관당번을 떠올렸다.


사관당번은 편제상 조리병이었다.


하지만 하는 일만 보면 거의 레스토랑 웨이터나 다름없었다.


주방 고정 멤버를 제외한 당번 대부분은 조리복 대신 말끔한 근무복을 입었고, 조리 기구 대신 사기그릇을 들었다.


그리고 요리 대신 서빙을 했다.


‘사실 저는 조리병도 아닙니다. 원래 갑판인데 한 명 전역한다고 팔려온 겁니다. 그래도 처음에는 장교하고 일한다길래 대단한 건가 싶었는데, 그게 웨이터 노릇 하는 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래도 갑판보다는 편하지 않아? 배 한 번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아주 개고생을 하더만.’


‘고생하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군대인데. 기왕 온 거 그냥 빡세게 고생하는 게 기억에라도 남지 않겠습니까? 제가 하는 건 참··· 이게 군인인지 호텔 직원인지. 전역하고 호텔 서빙이나 해볼 생각입니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자조하곤 했다.


[소대장님 저기 보십시오. 저놈 들고 가는 거 보이십니까?]


[간부들 먹성이 아주 대단한가 보네. 저 건물 계속 예의주시하도록 해. 아마 저기서 ‘표적’이 나올 거다.]


[알겠습니다. 저기서 나오는 놈들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확실하게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성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작은 건물은 간부 전용 식당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간부들은 말끔하게 차려입은 당번들의 인사를 받으며 각자의 근무지로 향했다.


일부는 관제탑으로 들어갔고, 일부는 전신주와 전선이 어지럽게 엉킨 건물로 들어갔다.


그를 뺀 나머지는 격납고 쪽으로 걸어왔다.


그들은 다른 동료에게서 찾기 힘든 두꺼운 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더불어 자기 얼굴 절반만 한 고글까지 머리 위에 쓰고 있었다,


전형적인 조종사의 모습이었다.


[목표 발견했습니다.]


[확인했다. 녀석들 인상착의 확인했지?]


[예.]


[저놈들과 정비병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기록해라. 어디서 머무는지, 밤에 나와서 다른 일을 하진 않는지 말이야.]


[알겠습니다. 사소한 동선 하나 놓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예.]


[될 수 있으면 얼굴도 기억해둬라. 확실하게 총알을 박아줘야 할 놈들이니까.]


***


관동군 비행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경계병들은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무료함을 달랬고, 근무를 마친 병사들은 단체로 검술을 연마하거나 공을 차며 시간을 보냈다.


일진이 안 좋았던 병사들은 아무 잘못 안 한 하급자들에게 벌을 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정비병들은 적진에 폭탄을 퍼붓고 온 항공기를 수리하는데 하루를 다 썼다.


조종사들은 그런 정비병 옆에서 무용담을 자랑하기 바빴다.


하지만 무용담 자랑으로 24시간을 다 소비하진 않았다. 조종사들은 공구 돌리느라 정신없는 정비병들을 뒤로 한 채, 지휘소의 장교들과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다음 작전을 논의했다. 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야간 비행 또한 없었다.


조종사들은 일과가 끝남과 동시에 저녁 식사를 하고 간부 전용 막사로 돌아갔다.


사병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야간 근무가 있는 병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막사에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들이 막사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자기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것도 며칠씩이나.


[보고해라.]


[예. 경계병과 관련한 특이사항은 딱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병사들도 야간에 그러던가?]


대성이 물었다.


[예. 감시탑에 올라간 두 명 중 한 명은 열에 아홉 앉아서 잤습니다. 하급자는 항상 먼 산만 쳐다봤고요. 선임병이 안 자는 경우는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후임병 팰 때?]


[그렇습니다.]


[순찰조는? 여전히 감시탑 밑에서 자던가?]


소대원은 딱히 설명할 필요도 없다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다른 특이 사항은? 막사 주변은 어때?]


[거기도 똑같습니다. 하지만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열한 시 넘어서까지 때리진 않으니까요. 그 전에 다 끝내고 들어갑니다.]


[하여튼 대단한 놈들이야. ‘프래깅’이 발생하지 않은 게 용하군. 경계조는 감시탑 사다리가 정확하게 보이는 위치를 찾도록 해.]


[······]


[우리가 들어가는 시간에 한 놈은 반드시 앉아서 자고 있을 테니까. 경계병 중에서 목격자가 나와선 안 된다. 알았나?]


[명심하겠습니다.]


소대원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감시탑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모든 감정을 감출 순 없었다.


저격 소총을 받은 일부 소대원은 불안한 기색을 알게 모르게 드러냈다.


최고가 아니라는 생각, 마땅히 이 자리에 있어야 했을 최정예 자원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성은 달랐다. 그는 긴장한 일부 인원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을 건넸다.


[네 번째 평가는 더 이상 생각하지 마라. 너희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군인이다. 상대가 어떤 인생을 살았든 간에 말이야.]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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