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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458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11.12 18:00
조회
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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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글자
11쪽

52화: 흑하(黑河)의 괴인들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52화: 흑하(黑河)의 괴인들 (2)


하늘을 수놓았던 붉은 노을이 지평선 너머로 서서히 물러날 무렵.


냉기를 머금은 세찬 저녁 바람이 산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가운데, ‘종합 평가형 훈련’이 시작되었다.


-알림. 현 시각 5km 근방에서 관동군이 대규모로 이동하고 있다는 첩보 접수!-


-영내 총원 경계에 만전을 기할 것! 이상 총사령명 당직사관.-


-훈련! 총원 전투배치! 훈련!-


시작은 늘 그래 왔듯 전투준비태세 점검이었다.


정적에 잠겨 있던 지하기지는 요란한 경보음과 함께 분주해졌고.


침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교육생들은 방송이 나옴과 동시에 군장을 챙겼다.


-훈련! 알림. 관동군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음! 사령부 명령에 의거, 현 시각 부로 기지를 포기한다!-


-영내 총원은 지정된 위치로 이동할 것! 이상 총사령명 당직사관.-


지정된 장소로 모이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5분 남짓.


그것도 완전한 무방비 상태,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곤히 자고 있었다는 가정하에 주어진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기지를 관리하던 일반 병사들은 5분 안에 기지를 나가기는커녕 잠에서 깨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교육생들은 달랐다.


아니, 달라져야만 했다.


[교관님께 보고 드립니다! 교육생 전원 전투배치 완료했습니다!]


[낙오자는?]


[없습니다! 전원 배치 완료했습니다.]


대성은 이마에 땀방울이 가득 맺힌 교육생들을 일일이 살폈다.


보고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제시간에 나오지 못한 인원은 한 명도 없었다.


[흠. 이제야 좀 적응이 되었나 보군. 잘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단계로 바로 넘어가도록 하지. 모두 군장을 내려놓는다. 실시.]


교육생들은 굳은 표정으로 대성 앞에 군장을 내려놓았다.


장난질을 그만둔 지는 한참 되었지만, 마음을 졸여오는 긴장감은 여전했다.


그러나 마음만 그랬을 뿐, 교육생들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불평 섞인 한숨이나 내뱉던 과거의 군벌 오합지졸이 아니었다.


[건초더미도 없고, 벌레만 잔뜩 불러모으던 간식도 안 보이고···]


[······]


[딱 관동군 골통 박살 내는 데 필요한 물건만 챙겼군. 한 명도 빠짐없이. 좋아.]


대성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동안 깐깐한 기준 맞추느라 수고 많았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관동군이 깔볼 일은 없을 거다. 너희 손에 쥐도 새도 모르게 죽게 될 테니까. 알겠나?]


[알겠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평가훈련을 시작하겠다. 모두 앞에 놓여 있는 복장으로 갈아입도록. 실시!]


검사가 끝날 때까지 정면만 쳐다보고 있던 교육생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발밑을 살폈다.


교육생들의 군장 옆에는 못 보던 옷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옷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총탄에 찢긴 자리도.

총탄에 스러진 무명용사들의 핏자국도.

아무것도 없었다.


교육생들이 받은 옷은 전장의 발자취가 전혀 묻지 않은 완전한 새 군복이었다.


[이, 이건···?]


[새 전투복이다. 지금 바로 입도록 해라.]


[알, 알겠습니다···]


[모처럼 받은 새 보급품일 테니 간수 잘하고.]


[예···]


[어때? 마음에 드나? 나름대로 특별 제작된 맞춤형인데.]


[······]


교육생들의 반응은 미묘했다.


물론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상태가 어떻든 입대 후 처음으로 받아보는 새 군복이었으니까.


총알 한 발도 아쉬운 마당에 따끈따끈한, 그것도 고위 장교단에나 갈까 말까 한 새 군복을 받는다?


이는 곧 자신들이 군에서 유의미한 자원으로 인정받았음을, 그만큼 막대한 중책을 맡았음을 의미했다.


따라서 군복을 받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특별히 불만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군복’이었다.


‘이게··· 진짜 군복이 맞긴 맞나···?’


‘다 좋은데 생김새가 영···’


‘이걸 입고 싸우라고···? 왜놈들이 광대라고 놀리지나 않으면 다행이겠구먼.’


대성은 교육생들이 새 군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알고 있었다.


그들 기준으로 강군의 군복이란 각종 장식이 달린 화려한 제복이었지, 녹, 갈, 황, 회색과 같이 칙칙한 색으로 정신없게 도배된 옷이 아니었다.


순백색의 단단한 원단 위에 염료를 묻힌 판을 밤새도록 댔다가 뗐다가 하며 제작한 맞춤형 군복.


아직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에게 ‘가형 얼룩무늬 전투복’은 그저 각설이 복장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들의 눈을 뜨게 만들기 위해서는 신형 전투복의 위력을 직접 체감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갈아입을 거야? 여기까지 와서 전부 원대복귀 하고 싶나?]


[아, 아닙니다.]


교육생들은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군복을 갈아입고 군장을 챙겼다.


[다 갈아입었나?]


[예, 그렇습니다!]


[좋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평가하도록 하겠다. 각 교육생은 내가 호명하는 대로 자리를 이동하기 바란다.]


대성은 교육생들을 두 분대로 나누고 분대 최선임자에게 지도를 주었다.


최선임자들이 받은 지도에는 옛 민위군 구역, 조선인 정착촌을 중심으로 짜인 행군 경로가 그려져 있었다.


[각 분대 최선임자는 이제부터 분대장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예.]


[잠깐 시간을 줄 테니 각자 받은 지도를 잘 비교해보도록.]


[······]


[다 살펴봤나? 어떤 차이가 있지?]


[경로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들려야 하는 마을은 같지만, 일정이 겹치지 않습니다.]


[공통점은?]


[공통점은··· 음··· 아, 하,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망설이지 말고 대답해보도록. 공통점도 있나?]


[있습니다. 거주민이 가장 많이 사는 마을을··· 정면으로 가로질러야 합니다.]


[제대로 봤군. 좋아. 잘 파악했어.]


교육생들에게 주어진 세 번째 과제는 ‘괴인’으로서 마지막 순회공연을 펼치는 것이었다.


[모두 잘 들어라. 정착민들은 그동안 정체 모를 ‘괴인’들 때문에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평가 기준은 간단했다.


[많은 이들은 새로운 마적단이 나타난 것으로 믿었다. 일부는 일본군이 밀정을 보낸 것이 아니냐고도 말했지.]


전술 행군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들키지 말 것.


[하지만 근래 들어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너희를 산짐승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 목격담을 만들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제 너희에게 남은 과제는 두 개다.]


[······]


[주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져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새로 받은 전투복이 향후 작전에 어떤 역할을 할지 파악하도록 해라.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럼 교육생 총원은 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해산!]


교육생들은 해산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는 얼마 안 있어 도시전설에나 나올 법한 ‘괴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숲에 널린 잡초더미와 쓰다만 실타래를 적절히 엮어서 만든 길리슈트는 얼룩무늬 전투복과 어우러져 감쪽같은 위장 효과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괴인으로 변신한 교육생들은 동료와 상관들을 뒤로 한 채 전진기지를 나섰다.


대성 역시 일행을 데리고 교육생들의 뒤를 따랐다.


“교육생들이 우리를 의식하지 않도록 적정거리를 유지해. 움직이자.”


***


며칠 뒤...


-킁···! 헤에에~ 에취~!-


-아이고 깜짝이야. 거참 재채기 한 번 요란하게 하네.-


-으··· 벌써 겨울이 오는 가벼. 바람이 예사롭지 않구먼.-


-매년 맞는 바람인데 예사로울 게 뭐가 있나? 그냥 세월만 가는 거지 뭐.-


주민들은 저마다 코를 훌쩍이며 땅을 다지거나 수확한 구황작물을 바구니에 담았다.


-올해는 유독 장작을 많이 팼네. 가을 내내 숲에서만 살았던 것 같아.-


-다른 해보다 오래 머물 수 있었지. 마적 만날 일이 없으니.-


장정들은 숲에서 팬 장작더미를 지게에 싣고 마을 창고로 향했다.


만주 벌판을 가로지르는 혹독한 겨울바람을 견디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했다.


겨울철 저장음식을 만들고.

목화씨를 모아 솜과 무명을 만들고.

다시 그것들을 모아 겨울을 지낼 옷과 이불을 만들고.


냉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벌판 위, 그곳에 터를 잡은 거주민들은 본격적인 겨울맞이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도 하나로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겨울이었다.


마적단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주민들에게 남은 걱정거리는 당장 찾아오는 자연의 위협뿐이었다.


그렇게 총과 칼을 들고 행패를 부리던 이들의 존재는 빠르게 잊혔다.


-그나저나 그놈들은 어떻게 됐어?-


-그놈들? 누구? 마적?-


-아니 진작에 삼도천 건넌 놈들 말고. 그 있잖아, 마을 근처 막 어슬렁거리던 자식들··· 이름이 뭐더라··· 그···-


-아~! 그 ‘괴인’인지 괭이인지 하던 놈들?-


-그래! 총 들고 다니던 놈들 말이야.-


-총? 총을 들고 다녔다고? 이상하다···? 그냥 산짐승 아니었나?-


주민들이 잊어버린 존재는 비단 마적뿐만이 아니었다.


-그것들이 산짐승이었어?-


-사람이라는 증거가 있어야지. 누구 하나 제대로 본 적이 없잖아. 요즘엔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고.-


-하긴··· 최근에 누가 봤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자고로 눈이 어두울 때는 고라니도 처녀 귀신으로 보이는 법이여. 아마 뿔이 큰 노루나 먹이 찾으려 내려온 곰이었을 거야.-


-그럼 지금까지 산짐승 몇 마리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는 거네?-


-내 말이 그 말이여. 괜히 우리끼리 겁먹어서. 사내 체면에 말이야···-


-그렇게 된 것이었구먼. 그럼 태준이는 여태 뭘 한 거야?-


-뭐하기는, 그냥 헛고생한 거지. 엊그저께 또 찾으러 떠났다는데, 어째 헛물 들이킬 거 같아.-


‘괴인’들은 이미 산짐승이 된 지 오래였다.


주민들은 괴인들이 실존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단잠을 자던 그들 옆을 바로 지나갔음에도···


마을에 잠시 머무는 동안 대성은 괴인에 대한 어떤 목격담도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가 목격담을 만들어야 할 판이었다.


[마실은 잘 갔다 왔나?]


[예, 그렇습니다!]


[조사 결과, 교관은 주민들이 너희를 봤다는 어떤 목격담도 들을 수 없었다.]


[......]


[모두 수고했다. 세 번째 평가도 전원 합격이다.]


[감사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던 산짐승.


아니, 굳이 정체를 알 필요가 없던 산짐승.


조선인 정착촌에 전해지는 도시전설의 일부로, 어린아이들의 이야깃거리로만 남게 된 ‘괴인’들은 큰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와 함께 자긍심을 느꼈다.


‘이제 두세 번만 잘 넘기면 된다. 어떻게든 버텨내자. 너는 할 수 있다!’


‘조금만 버티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친우의 행복을 앗아간 놈들에게 철퇴를 내릴 수 있으리라.’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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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208화: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완결) +2 21.01.04 1,822 43 12쪽
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32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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