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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325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7.07 23:58
조회
5,729
추천
90
글자
11쪽

39화: 자중지란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39화: 자중지란 (1)


달빛이 밤하늘을 가득 채운 가운데, 마적단 부역자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조선인을 향해 한없이 저주를 퍼붓던 자도, 거짓 눈물을 흘리며 의미 없는 충성 맹세를 하던 자도 말이 없었다.


평범한 개척민, 무자비한 마적단원 가릴 거 없이, 모든 사람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던 아편 역시 더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성은 아편 더미와 함께 불타오르는 부역자들의 시신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다 끝냈느냐?”


“네.”


만식의 물음에 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 떼러 왔다가 되려 하나 더 붙인 기분이네요.”


“어쨌든 우릴 노렸던 자들 아니더냐. 언젠가 해야 했을 일이다,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


만식이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왕 노릇을 하던 조선인이 권좌에서 쫓겨난 이래, 민위군 통제하에 놓여있던 지역은 최악의 무법천지로 변해버렸다.


그와 함께 인적, 물적 자원을 지녔던 정착촌들은 내실과 관계없이 마적단의 수탈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수탈 대상으로 전락한 마을은 식량과 거주지는 물론이요, 일꾼과 총알받이까지, 마적단이 요구하는 모든 것들을 내놓아야만 했다.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적단의 요구를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잔혹만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정착민 대부분은 최악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백산 마을 주민들은 달랐다.


그들은 대성의 주도하에 치렀던 여러 번의 전투를 통해 마적단이 무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백산 마을 주민들은 그간의 노력으로 이룬 자그마한 희망, 조선인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무기를 들 생각이었다.


한 마디로, 굳이 선제공격을 감행하지 않았더라도 칠곡 마적단과는 언젠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단지 자신들이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몰랐을 뿐이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칠곡 마적단 최후의 생존자가 알려줬습니다.”


대성이 만식에게 말했다.


“아편이 자신들을 망쳤다고 말이죠.”


“일국을 무너뜨린 물건이다. 사람 인생 하나 망치는 거야 일도 아니지.”


“제 말은 아편이 누군가의 인생을 망쳤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냐?”


“이걸 한 번 보십시오.”


대성은 만식에게 황색 비단으로 치장된 지도 한 장을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지도에 표시된 빨간 점들을 일일이 손으로 짚으며 말을 이었다.


“모두 이 마을을 공격했거나, 칠곡 마적단과 충돌했던 세력들입니다.”


“전부 이 아편을 노렸던 모양이구나. 그만큼 돈이 되는 장사도 없으니까.”


“그렇습니다. 이제는 갖다 팔 아편도 없겠지만, 문제는···”


“놈들은 우리가 아편을 불태워버렸다는 사실을 아직 모른다는 거지.”


만식은 아편 더미와 부역자 시신이 묻힌 구덩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성을 찾으러 나왔을 때와 다르게, 그의 얼굴에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잠시 후, 그가 마을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당분간 여기 머물러야 할 것 같구나.”


“그래야겠죠.”


“일단 들어가자. 계속 잠도 자지 못했을 터인데.”


“그렇지 않아도 들어갈 참이었습니다.”


“들어가서 괜히 딴짓할 생각 말고 푹 쉬도록 하여라. 오늘 공격하는 놈은 내가 어떻게든 막아낼 테니.”


다행스럽게도 한밤중에 공격을 감행하는 마적단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대성과 만식은 날이 밝기 무섭게 마을 근처를 배회하는 자들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보고 과정에서 묘사된 거주자들의 모습은 제각각 다를지언정, 한 가지 공통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바로 무장을 갖췄다는 점이었다.


때로는 마을 쪽을 향해 직접 총구를 겨누면서 도발을 하기도 했다.


다만 이미 마적단과 몇 번씩 전투를 치른 백산 마을 주민 기준으로 볼 때, 그리 위협적인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오늘 나타난 자들은 총 세 명이었고, 그중 한 사람만 소총을 들고 있었습니다.”


“나머지는요?”


“나머지는 권총만 갖고 있었습니다. 분대장님이 쓰시는 연발 권총 말고, 리볼버요.”


새롭게 확보한 마을 근처를 노리는 세력들은 비단 무장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전력도 대성이 이끄는 조선인 공동체에 비해 열세인 것 같았다.


정찰에 동원되는 마적단 인원은 기껏해야 세 명을 넘지 못했고, 그마저도 빈약한 무장을 하고 있기 마련이었다.


기선 제압을 최우선순위로 목적과 관계없이 항상 많은 머릿수를 내세우던 과거의 행보와는 사문 다른 모습이었다.


“분대장. 마을을 배회하던 자들을 또 발견했소. 두 명뿐이었지만.”


“두 명이요? 그 정도면 지나가던 행인이라 해도 별 상관없을 것 같은데요?”


“우리도 처음에는 포수인 줄 알았소만··· 망원경으로 자세히 살펴보니, 팔에 백색 완장을 차고 있었소.”


“그럼 민위군에 몸담았던 놈들이 맞죠. 지금은 누굴 따를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그렇다고 생각했소. 게다가 놈들이 끌던 말 위에는 시체도 얹어져 있었소.”


“시체요?”


아편을 노리는 마적단들은 서로 협력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대성은 정착민들로부터 이러한 정황 증거를 뒷받침해주는 증언을 여러 번 들을 수 있었다.


조선인이고 중국인이고 할 거 없이, 정착민들은 칠곡 마적단이 그나마 오래 버틸 수 있었던 이유로 다른 마적단들의 알력 다툼을 꼽았다.


“태준아, 마을 사람들이 뭐라고 증언하더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어부지리로 지금까지 살아남았던 겁니다.”


대성이 말했다. 그는 칠곡 마적단 본부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각종 서류를 만식과 파견대원들에게 보여주었다.


“칠곡 마적단에서 경계대장을 맡고 있던 자가 남긴 기록입니다.”


“당일 사망자, 부상자, 소비한 탄약 수량과 손상된 무기까지··· 자세하게도 적어놓았구먼.”


“잘 보시면 적군에 대한 기록도 자세히 적혀 있을 겁니다.”


대성이 한자가 빼곡히 적힌 서류 한 면을 가리켰다.


죽은 경계대장이 남긴 기록에 의하면, 칠곡 마적단은 민위군 총대장의 친위대를 궤멸시킨 시점부터 다른 세력의 공세에 시달린 듯했다.


그리고 칠곡 마적단이 총대장 친위대를 기습할 당시에 친위대는 정보원의 예상과 다르게 상당히 오래 버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나름대로 우수한 장비와 충성심으로 무장한 친위대의 완강한 저항으로 인해, 칠곡 마적단은 대천리군 원정대 구성을 기반 삼아 이룩했던 수적 우세를 모두 잃어버렸다.


“총대장 친위대를 공격한 당일에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군.”


“아마 이때 많은 병력을 잃었던 탓에 다른 세력을 제대로 통합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가지고··· 아까운 목숨만 버렸구나. 이 마을에 사는 조선인들을 친위대로 만들었던 게냐?”


“아닙니다.”


대성이 고개를 저었다.


“여기 부역자가 남긴 인적사항 명부가 있습니다. 친위대원들은 모두 외부에서 모집한 이들이에요.”


“그래? 친위대 중에 이 마을 출신 조선인은 아무도 없는 것이냐?”


“없습니다. 마을 주민 명부에 아예 대놓고 명시되어 있더군요. 이 마을 조선인은 쓸만한 자원이 못 된다고요.”


“그런 말까지 남겼어?”


“친위대는 대부분 부양할 가족이 없거나, 가족과 연을 아예 끊은 자들이었습니다. 하나같이 본래 살던 지역에서 큰 사고를 쳤고요.”


“범죄자들만 모아서 친위대를 만들었군. 그 백준홍이라는 놈, 보통내기가 아니야.”


“만약 살아있다면 정말 조심해야 할 인물입니다.”


“이주민 관련해서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겠어.”


“저도 아저씨 말씀에 동의합니다. 뭐, 어쨌거나 칠곡 마적단은 친위대가 완강하게 저항한 탓에 많은 병력과 함께 내전을 주도할 힘도 잃어버렸습니다.”


대성이 말했다.


내전에서 우위를 차지할 인적 자원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칠곡 마적단은 조선인 총대장을 무너뜨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권을 거머쥐지 못했다.


오히려 힘의 공백을 초래하면서 아편 시장 지배를 노리는 온갖 마적단들의 공세를 감당해야 했다.


게다가 조선인 총대장의 귀환을 바라는 중국인 부역자들의 공작까지 이어지면서 칠곡 마적단은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단지 대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세력이 있어서 잠시나마 명줄을 유지했을 뿐이었다.


그 세력은 바로 중국인 부역자들이었다.


대성은 중국인 부역자들의 행적이 향후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곧이어 또 다른 서류를 회의실 탁자 위로 내밀었다.


“이건 또 무엇이냐?”


“중국인 부역자들이 수집한 정보입니다. 민위군에 소속된 각 마적단의 인원 현황이 담겨 있습니다.”


“백준홍이 시킨 것이로군.”


“그럴 겁니다. 아무래도 자기 등에 칼을 꽂을지도 모르는 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태준이 네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구나. 다른 마적단의 인원 현황을 알 수 있다는 말은 곧···”


“현재 이 마을을 노리는 세력의 규모를 알아낼 수 있죠. 여기 살생부가 같이 있으니까요.”


죽은 이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대성은 아편 판매권을 독점하고 싶어하는 자들의 규모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강력한 친위대와 칠곡 마적단의 대규모 병력이 사라진 틈을 타, 어부지리를 노렸던 자들의 규모는 걱정했던 만큼 많지 않았다.


물론 마약을 노리는 자들이 하나로 뭉친다면 앞날을 장담하기 힘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간간이 들려오는 보고에 의하면, 그들이 앞으로 뭉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더불어 대성 역시 이들이 앞으로도 힘을 모으지 못하게끔 할 생각이었다.


그는 아편 중독자의 노리개로 전락했던 마을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마을의 지속적인 안전을 확보할 계획을 구상했다.


“경계임무에 투입되는 인원은 앞으로 마을을 배회하는 자들을 보게 될 시, 그들의 동선부터 먼저 기록해주시기 바랍니다.”


“동선이요?”


“네. 대략 어디서 오고 어디로 빠져나가는지, 숲을 지나는지 아니면 산을 타고 다니는지 꼼꼼하게 기록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파견대원들은 대성의 지시에 따라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거수자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기록했다.


그와 함께 대성은 정착민들의 정보와 죽은 이들이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지역 환경 파악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토벌 작전에 동원되었던 인원을 다시 소집하여 그들에게 정보를 알려주었다.


“지금까지 거수자들이 나타났던 시간, 장소를 종합해봤습니다. 잘 숙지해주시기 바랍니다.”


“내친김에 다른 위험한 싹도 없애버릴 참이신가 보오.”


“그런 셈이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다르다고요?”


“녀석들이 어부지리로 우리 점령지를 차지하고 싶은 만큼, 저도 어부지리로 그들을 제거할 생각입니다.”


대성이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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