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0,869
추천수 :
13,729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6.19 23:42
조회
5,573
추천
93
글자
11쪽

37화: 공격은 최선의 방어 (6)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37화: 공격은 최선의 방어 (6)


총성이 멎은 평원 위로 어둠이 내려앉은 가운데, 전후 처리 작업이 시작되었다. 대성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분대원들은 횃불을 들고 교전에서 살아남은 마적단원을 찾아 나섰다.


그들은 운 좋게 목숨을 건진 마적이 무릎 근방까지 오는 깊숙한 풀숲 어딘가에 숨어있을 거라 확신했다.


“개만도 못한 자식들. 아까만 해도 그렇게 소리를 내지르더니만, 쥐죽은 듯이 가만히 있네.”


“형님. 좀 전에 분대장님 하는 말 못 들었수? 무슨 혈관 어쩌고 하는 부분 맞으면 금방 죽는다며.”


“죽긴 뭘 죽어. 그냥 해본 말이겠지. 하여튼 이놈들 걸리기만 해봐. 아주 배로 갚아줄 것이여.”


분대원들은 마적 등쌀에 수도 없이 시달렸던 과거의 자신들과 지금까지 당하고 살았던 동포들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여기 한 놈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분대원들은 마적단원들을 한두 명씩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땅바닥에 힘없이 엎어져 있는 마적단원들을 발로 차서 뒤집어버리고, 심장 부근에 총부리를 들이댔다.


하지만 분대원들에게 돌아온 것은 그간의 수모에 대한 복수심이 아니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기분이었다.


“뭐여··· 설마···?”


딱딱하게 굳은 목석을 다루는 듯한 괴이한 느낌에 분대원들은 총을 거두고 마적단원들을 자세히 살폈다.


천운을 타고난 마적, 정체를 알 수 없는 총알 세례에서 목숨을 부지한 채로 발견된 마적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작은 총알구멍을 지니고 죽어버린 마적들뿐이었다.


“뭐여? 정말로 다 죽은 것이여···? 다리에 총알구멍 하나 뚫리고 만 줄 알았더니만···”


“그럼 분대장 말이 참말이었단 말이여? 이만한 상처에서 피가 그렇게 많이 나온다고?”


“맞는 모양이여. 으··· 이것 좀 보소. 옷이고 흙이고 전부 시뻘겋게 되어부렸어.”


분대원들은 저마다 작지 않은 충격을 받은 듯한 얼굴로 한 마디씩 중얼거렸다.


적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긴장감으로 가득할 줄만 알았던 잔당 제거 작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성이 가르쳐준 대로 적을 제압하고 능숙하게 포박하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다.


전후 처리 작업에서 분대원들이 할 일은 얼마 없었다.


교전 전후로 사망한 마적단원들의 시신을 한곳에 모으고 쓸만한 소지품을 챙기는 수습작업만 남았을 뿐이었다.


물론 교전에 참여했던 모든 인원이 전후 수습을 목표로 같은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개중에는 여전히 생존이 최우선 목표인 자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상관이 갑작스러운 하극상을 일으켰을 때부터 교전이 끝날 때까지 지독하게 살아남은, 칠곡 마적단 최후의 생존자였다.


최후의 생존자는 어둠을 타고 점점 좁혀오는 횃불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교전 현장을 어떻게든 벗어나 보려고 했다.


[컥··· 빌어먹을···]


그러나 마음먹은 만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대단치 않은 부상이라고 생각했던 허벅지 상처 때문이었다.


[머리에 맞은 것도 아니고··· 큭···! 이까짓 작은 상처가 대체 뭐라고···!]


그는 혀를 깨물고 싶은 고통을 참아가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하지만 적들의 감시망을 벗어나기는커녕, 피로 흥건해진 땅바닥에서도 제대로 나올 수 없었다.


허벅지에 생긴 작은 구멍은 선홍 빛깔 피를 끊임없이 내뿜으며 생존자의 자유로운 육체 활동에 큰 지장을 주었다.


미지의 적에게 포위당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맑은 정신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흐트러졌다.


몸에 깃들었던 모든 기운이 썰물 빠지듯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콜록콜록···! 빌어먹을 자식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 같으니라고···!]


최후의 생존자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동료의 총탄에 쓰러진 말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황천 갈 운명이었으면 그냥 혼자 곱게 갈 것이지··· 나는 대체 왜 걸고넘어지는 건데···!]


사지에서 탈출할 기회를 눈앞에서, 그것도 동료 때문에 놓쳐버린 마적단 최후의 생존자는 실성한 사람처럼 바닥에 대자로 뻗은 채, 헛웃음만 들이켰다.


[애당초 이런 파렴치한들과 일한 내가 머저리지. 동료 다리에 총알도 박아 넣는 대단한 자식들인데···]


최후의 생존자는 미지의 적에게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다른 동료들의 시신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그가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탈출을 목전에 두었던 그에게 총알을 박아 넣은 이는 그동안 동고동락했던 동료가 아니었다.


바로 미지의 적을 이끌던 남자, 대성이었다.


-퍼억!-


[으윽!]


대성은 사실상 저항 불가 상태가 된 최후의 생존자를 간단히 제압한 뒤, 능숙한 손놀림으로 손발을 꽁꽁 묶었다.


그리고는 천을 몇 개 꺼내어 총상을 입은 생존자의 허벅지에 단단히 묶어주었다.


“분대장님. 수색 완료했습니다.”


“생존자는?”


“모두 죽어있었습니다.”


“그러면 이 녀석이 마지막 생존자로군. 마을 쪽 동태는 어때? 특이사항 있어?”


대성이 물었다. 그러자 분대원은 손을 들어 마을을 가리켰다.


굳게 걸어 잠겼던 마을 문은 어느새 다시 열려 있었고, 마적단의 몰락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주민들은 교전에서 승리한 세력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다만 두려워하는 기색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늘 그래 왔다는 것처럼 새로운 지배 세력이 마을에 입성하기만을 기다리는 듯했다.


물론 풀잎을 온몸에 두른 희한한 모습이 익숙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대성은 분대원들에게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는 마을 주민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직 파견대 도착 안 했지?”


“네. 그래서 주민들과도 접촉하지 않고 있어요. 이제 어떡할까요?”


“내지시는 파견대가 올 때까지 유효해. 그렇게 신호 보내줘.”


“알겠습니다.”


“그전에 우선 정보부터 얻도록 하자. 시간 얼마 없으니까.”


대성이 말했다.


***


수습 작업을 마친 분대원들이 주민들과 어색한 시선만 주고받고 있는 가운데, 대성은 마적단 최후의 생존자와 마주 앉았다.


단시간에 많은 피를 흘린 생존자는 어지러운 듯,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잠시 후, 대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이, 마적. 내 말 들리나?]


[뭐, 뭐야··· 너 이 자식 북경에서 온 놈이었냐···?]


[그건 알 거 없고. 남은 시간 얼마 안 되니까 바로 시작하자. 우선-]


[아니야··· 너··· 너 조선인이지? 아까 다 들었어. 콜록, 조선인들만 쓰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


[콜록콜록, 인제 와서 침묵해봐야 소용없어··· 내가 조선인들과 같이 지낸 게 몇 년인데 눈치채지 못할 것 같아···?]


[휴··· 그래, 맞아.]


[콜록··· 네··· 네가 어디서 왔든, 무슨 짓거리를 했든, 일절 신경 쓰지 않겠어. 그러니 제발 목숨만큼은 살려줘··· 부탁한다.]


[뭐라고?]


으레 의미 없는 협박이나 할 것으로 생각했던 대성은 마적이 건네는 의외의 부탁에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놀란 것도 잠시, 대성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는 이내 분노가 서린 눈빛으로 마적을 노려보았다.


[다시 말해봐. 내가 무슨 짓을 했든 신경 쓰지 않겠다고?]


[그, 그래··· 네가 우리한테 한 짓··· 우리를 기습 공격한 일 말이야··· 아무 데도 말하지 않을 게···!]


[······]


[저, 정보가 필요해···? 알고 싶은 거 있으면 바로 물어봐···!]


대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내··· 내가 아는 선에서 다 말해줄 게. 잘, 잘 들어봐···! 저, 저기 마을 촌장 놈 집에 천자 녀석이 애지중지 다루던 금고가 있어···]


마적단 생존자는 대성이 따로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아는 정보를 술술 말해주었다.


[마을 식량 창고 안에도··· 그, 비밀 창고가 하나 있는데··· 안에 아편이 있어···!]


[······]


[그, 그걸 팔면 목돈도 만질 수 있을 거야···! 네, 네가 피지만 않는다면···]


그와 함께 살려 달라는 말도 잊지 않고 꼬박꼬박 덧붙였다.


[진짜 아는 거 다 말해줄게. 그러니까 제발 살려줘··· 제발···]


살아남고자 하는 마적의 집착은 불로장생의 비기를 찾고자 갖은 노력을 기울였던 옛사람들 못지않았다.


하지만 삶에 대한 처절한 미련도, 한때 충성을 바쳤던 조직과 마을의 비밀도 대성을 설득하진 못했다.


대성은 처음부터 마적을 살려 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는 파견대가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기 무섭게 마적을 데리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대성이 마적을 끌고 향한 곳은 마을 바깥에 있는 조선인 정착촌이었다.


마적단에게 별의별 탄압을 받던 조선인들이 비참한 삶을 살던, 현실에 펼쳐진 지옥과도 같은 곳이었다.


[콜록···! 뭐야··· 뭐하는 거야···? 저쪽은 왜, 왜 가는 건데···?]


[······]


[야! 저기는 왜 가느냐고···!]


[몰라서 물어?]


[뭐?]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대성이 마적의 허벅지에 감겨 있던 천 조각을 풀어주며 말했다.


[난 애당초 널 살려줄 생각이 없었어.]


[커헉···! 야··· 이건 말이 다르잖아···! 설마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


[컥! 콜록콜록콜록! 근데 왜 그러냐고!!! 다 말해줬는데!]


마적은 기가 막힌 듯, 연신 피가 섞인 기침을 해댔다.


하지만 대성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착각을 단단히 한 모양인데, 잘 들어. 기본적으로, 난 애초에 정보를 알려달라고 묻지 않았어.]


[뭐···?]


[네가 자발적으로 다 불어댔을 뿐이지.]


[이··· 이런 개만도 못한 조선인 따위가···]


[적어도 기생충처럼 사람들을 갈취하며 사는 너희보단 낫지.]


[너 이 자식···! 커헉···!]


[그리고 네가 착각하고 있는 게 한 가지 더 있는데, 뭔 줄 알아?]


대성은 출혈을 이기지 못하고 저항할 힘마저 잃어버린 마적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으···.]


[네놈의 생사를 결정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는 거야.]


[으아악!]


대성은 비틀대는 마적을 조선인들이 서 있는 쪽을 향해 힘껏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마적에게 천천히 모여드는 조선인들을 보며 말했다.


“부상이 심해 얼마 버티지 못할 겁니다.”


“······”


“마지막 가는 길 섭섭지 않게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대성은 조선인들을 뒤로 한 채, 곧장 파견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적이 술술 털어놓은 정보를 얼추 들었던 파견대는 대성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대성이 합류하기 무섭게 마을 안으로 진격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많이 늦었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자여, 왕이 되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공지: 69화는 4월 9일 오후 12시(정오)에 연재됩니다. +1 20.04.08 269 0 -
공지 연재공지: 60화는 1월 28일 오후 6시에 연재됩니다. 20.01.28 203 0 -
공지 연재공지: 59화는 1월 18일 오후 8시에 연재됩니다. 20.01.18 199 0 -
공지 연재공지: 55화는 12월 15일 오후 7시에 연재됩니다. 19.12.15 195 0 -
공지 5월 둘째 주 주말(5/11~5/12) 연재 공지 +2 19.05.11 357 0 -
공지 4월 8일 본문 수정 공지 - 가독성 개선 작업 (프롤로그~3화) / 작업 완료 19.04.08 562 0 -
공지 연재시간은 미정입니다. +1 19.04.03 10,649 0 -
210 후기 +24 21.01.04 1,553 46 2쪽
209 208화: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완결) +2 21.01.04 1,812 43 12쪽
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24 53 13쪽
207 206화: 해방 (1) +3 20.12.31 1,541 50 12쪽
206 205화: 결전 (4) +3 20.12.30 1,466 42 12쪽
205 204화: 결전 (3) +1 20.12.29 1,398 38 12쪽
204 203화: 결전 (2) +1 20.12.25 1,557 41 12쪽
203 202화: 결전 (1) +1 20.12.24 1,519 33 12쪽
202 201화: 최후통첩 (4) +4 20.12.23 1,575 36 12쪽
201 200화: 최후통첩 (3) +3 20.12.18 1,658 39 13쪽
200 199화: 최후통첩 (2) +3 20.12.17 1,588 41 12쪽
199 198화: 최후통첩 (1) +3 20.12.16 1,670 43 12쪽
198 197화: 서울 진격 (4) +3 20.12.11 1,847 44 12쪽
197 196화: 서울 진격 (3) +2 20.12.10 1,684 43 12쪽
196 195화: 서울 진격 (2) +1 20.12.09 1,705 49 13쪽
195 194화: 서울 진격 (1) +3 20.12.05 1,868 54 12쪽
194 193화: 인천 상륙 작전 (3) +1 20.12.03 1,814 45 12쪽
193 192화: 인천 상륙 작전 (2) +1 20.12.02 1,776 45 13쪽
192 191화: 인천 상륙 작전 (1) +2 20.11.27 1,880 44 13쪽
191 190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4) +3 20.11.26 1,819 49 13쪽
190 189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3) +1 20.11.25 1,814 47 12쪽
189 188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2) +2 20.11.20 1,932 44 12쪽
188 187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1) +3 20.11.19 1,980 4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