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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217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6.09 14:48
조회
5,811
추천
95
글자
11쪽

36화: 공격은 최선의 방어 (5)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36화: 공격은 최선의 방어 (5)


-타앙!-


한줄기 화염과 함께 세상 밖으로 나온 총성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경, 경계대장님···?]


의심병이 극에 달한 보스의 행태에 한숨만 짓던 마적단 경계병들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표정으로 직속상관을 쳐다보았다.


술 취한 모습을 감추기에만 급급했던 주정뱅이들의 반응 역시 경계병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딸꾹··· 흡!]


눈앞에서 벌어진 돌발상황은 주정뱅이들을 감싸고 있던 술기운을 쫓아내기에 충분했다.


술기운이 달아나버린 주정뱅이들은 마치 처음부터 술을 마시지 않은 것처럼 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


못다 한 술잔치를 아쉬워하는 마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총성이 울려 퍼진 현장을 바라보는 주정뱅이들의 머릿속은 단 한 가지 감정, ‘충격’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충격을 받은 이들 중에는 작전을 개시하려던 백산 마을 저격수 분대도 있었다.


방아쇠를 당길 최적의 순간을 재면서 분주하게 지시를 내리던 대성도, 긴장된 마음으로 손바닥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던 분대원들도, 할 말을 잃은 채 총격이 일어난 장소만 바라보았다.


그들 또한 마적단원들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


고요한 초저녁 하늘을 반으로 갈라버린, 경계대장의 은빛 리볼버가 만들어낸 우레와 같은 총성은 그만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게 적과 아군 가릴 거 없이, 무기를 지니고 있던 이들의 시선은 모두 하늘로 돌아간 관동천자의 시신으로 향했다.


동시에 거친 숨을 동반한 경계대장의 폭언이 이어졌다.


[헉헉··· 미친놈··· 당장 궤멸하게 생긴 마당에 부하들을 반역자로 몰고 앉아있어? 빌어먹을 아편 중독자 자식 같으니라고!]


[저기 경계대장님···]

[야, 너··· 너 방금 무슨 짓을···?]


마적단원들은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아직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다.


그저 두 눈을 부릅뜨고 죽은 관동천자와 씩씩거리는 경계대장을 번갈아 보기만 할 뿐, 단원 대부분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물론 행동에 제약이 따를 정도까진 아니었다.


오히려 비슷한 행각을 벌인 전력이 있던 만큼, 아니, 가장 먼저 벌인 자들이었던 만큼, 사태를 파악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마적단은 두 개의 파벌로 갈라졌다.


그리고 다 같이 힘을 합쳐 조선인 마적단을 참살하던 시절도 잊어버린 채, 서로에게 총구를 들이댔다.


내분의 서막을 먼저 연 이들은 죽은 관동천자에게 충성을 바쳤던 단원들이었다.


[이··· 이 반역자 자식!!! 무슨 짓을 벌인 게야!]

[경계대장! 네, 네놈이 감히··· 폐하를?]

[저 반역자 자식 당장 잡아!!!]


그들은 충혈된 눈으로 경계대장을 노려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경계대장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참내. 그간 아편에 취해서 밤낮도 구분 못 했던 것들이. 누굴 잡겠다고?]


그는 오히려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성질을 참아가며 보스의 비위를 맞추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고작 그 인원으로 나와 내 부하들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대단한 용사들 납셨구먼.]


경계대장은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를 구사하며 옛 지도부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관동천자를 따르던 자들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머릿수가 너무 적었다.


결국, 무덤에 가는 날까지 관동천자를 모시기로 마음먹었다던 자들이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굴복하기 전까지 욕설 몇 마디 하고 마는 것뿐이었다.


[짐승만도 못한 반역자 놈들···!]


[아편에 취한 소리 그만하고. 어서 총 내려. 칠곡 대단(大團) 두령의 명령이다.]


[씨··· 빌어먹을 놈···]


[어서 내려. 이마에 납 조각 박히기 싫으면.]


경계대장은 대권이 자신에게 넘어왔음을 확신했다. 그는 얼마 안 되는 옛 지도부 세력이 머지않아 무릎을 꿇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근거리에 자신의 머리를 노리는 자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의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현 시간부로 칠곡 마적단 토벌 작전을 시작합니다. 총원 사격 개시!”


교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대성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드럼통을 살짝 치는 듯한 작은 총성이 몇 발씩 평원을 가로질렀다.


최우선 표적으로 지정된 경계대장과 그의 옆에 바짝 붙어있던 충복들은 그렇게 명령 한 번 내리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겨, 경계대장님! 아니, 두령님! 두령님!]


[뭐야! 어떤 놈들이야? 어디서 쏜 거야? 으아악!]


문창성이 어렵게 구해온 구식 소음기는 실로 막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서로 총을 내리라며 바락바락 악을 쓰기만 하던 마적단원들은 총알이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고 땅바닥에 그대로 얼굴을 처박거나 허벅지를 붙잡고 쓰러졌다.


[아악! 내 다리! 내 다리가···!]


평생 남에게 고통만 주며 살아왔던 자들은 직접 겪는 고통이 어떤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니 고통을 제대로 참을 리가 없었다.


[아아아악! 이런 개 같은···! 아악!]


저격수들의 기습에 바로 절명하지 못한 마적단원들은 저마다 피격당한 부위를 붙잡고 사방이 떠나가라 울부짖었다.


적의 위치도 발견 못 한 상태에서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전술적 금기였다.


동시에 얼마 남지 않은 본인들의 명을 더 빨리 재촉하는 치명적인 오판이기도 했다.


그렇게 마적단은 새로운 돌발상황과 마주했다.


“분대장! 저기 좀 보시오!”


“보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문을 닫아버렸소.”


“저 마을 주민들도 어지간히 시달렸던 모양이네요.”


“아무렴 마적 본성이 어디 가겠소? 버러지 같은 놈들. 꼴 좋구먼.”


대성과 분대원들은 잠시 사격을 멈추고 마적단 스스로 초래한 돌발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마적단원들은 그야말로 진퇴양난과도 같은 상황에 몰려 있었다.


-꽝! 꽝! 꽝! 꽝! 꽝!-


[이 배신자들아! 문 열어! 안 열어? 당장 열란 말이야!!!]


단원들은 굳게 닫힌 통나무 문을 온 힘을 다해 두들기고 주민들을 불렀다.


하지만 주민들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고, 문을 다시 열어주지도 않았다.


이는 마적단에게 무언의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개자식들아 문 열라고!!! 다 죽고 싶어? 다른 마적단이라고 더 나은 대접을 해줄 것 같아?]


[······]


[같은 한족 끼리 이럴 셈이냐! 문 열라고!!!]


-탕! 탕! 탕! 탕! 탕!-


악에 받친 마적단원들은 문틈 사이로 총을 마구 난사했다. 물론 아무 소용없는 짓이었다. 마적단에 대한 악감정이 극에 달한 주민들은 손바닥이 들어갈 틈조차 주지 않았다.


뒷배가 사라져버린 단원들이 살아남을 만한 시나리오는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가장 좋은 도주 수단인 말은 굳게 닫힌 통나무 문 너머에 꽁꽁 묶여 있었다. 그렇다고 위치도 모르는 적 앞에서 방방 뛰어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말 그대로 인과응보요, 풍전등화였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 생존자들은 땅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아버렸다.


저격수 분대원들은 전의를 상실한 채, 실성한 사람처럼 앉아있는 마적단원들을 보며 승리를 확신했다.


동시에 토벌작전을 마무리하고자 일제히 총을 들어 올렸다.


“분대장. 저쪽 주민들이 문을 열어줄 것 같진 않은데, 이제 슬슬 끝내는 게 어떻겠소?”


“맞아요, 분대장님. 괜히 시간 질질 끌지 말고 단번에 쓸어버립시다.”


분대원들은 목숨이 붙어있는 적군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장전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분대장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대성이 내린 지시는 분대원들의 예상과 사뭇 다른 것이었다.


“모두 총 내리세요. 저들을 상대로 구태여 총알을 더 쓸 필요는 없습니다.”


“분대장. 그게 무슨 말이오? 아직도 소리가 많이 들리는데.”


“그들은 모두 총상을 입은 자들입니다. 다들 어딜 맞췄는지 대충 기억하시죠?”


“분대장이 가르쳐준 대로 하체 근방을 맞추었지요. 한 놈은 그··· 등의 중간 지점, 간이 있는 곳을 맞췄고.”


“훈련했던 대로 잘하셨군요. 다른 분들은 어딜 맞추셨죠?”


대성이 물었다. 다른 분대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때도 얘기했던 것 같은데, 여러분이 맞추신 부위는 모두 큰 혈관이 지나는 자리입니다. 거기 맞으면 오래 못 버팁니다.”


대성이 말했다.


“모두 잘 들으세요. 교전은 거의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조선인들의 안전을 확보해주십시오. 남은 적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대성이 교육했던 내용을 뒤늦게나마 떠올린 분대원들은 그의 지시에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곧장 조선인 정착촌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대성은 분대원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확인한 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토벌 작전의 마지막 표적은 과다출혈로 사망할 게 분명한 부상자들을 제외한 진짜 생존자들이었다.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 진짜 생존자들의 시선은 모두 한 장소, 아니, 한 생명체에게 쏠려 있었다.


바로 정찰대장 여씨의 ‘말’이었다.


평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던 그 말은 칠곡 마적단 몰락의 시발점인 동시에 마적단 생존자의 생명을 연장해줄 유일한 탈출 수단이었다.


말이 도망친 곳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는 사지 멀쩡한 생존자는 단 세 명.


총알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총상 하나 입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들은 생존을 최우선으로 추구할 인물들임이 틀림없었다.


‘굳이 다 처리할 일도 없을 것 같군.’


생존자들은 적의 눈치보다 동료의 눈치를 더 주의 깊게 살폈다. 동료에 대한 믿음, 힘을 합쳐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생존자들은 사생결단을 낼 각오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계대장의 리볼버에서 첫 총성이 울린 이래, 두 번째 총성이 전장을 반으로 가르며 지나갔다.


동시에 승자 없는 복수극이 펼쳐졌다.


-탕!-

-탕!-

-퓽!-


인간 군상의 밑바닥을 보여준 복수극은 대성이 개입한 다음에야 끝을 맺을 수 있었다.


대성은 조선인들의 안전을 확보했다고 보고하는 분대원들에게 마적단 세력이 궤멸했음을 알려주고, 작전 종결을 선언했다.


“현 시간부로 토벌 작전이 종료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물론 공격 작전 전체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대성과 분대원들은 교전의 피로함을 풀 새도 없이 곧바로 후속조치를 시작했다.


“연락병은 지금 바로 백산으로 돌아가서 결과를 알리세요.”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파견대가 올 때까지 적군 상태 확인 작업을 하시기 바랍니다.”


“예!”


대성은 분대원들과 함께 마적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교전 초반에 총상을 입었던 마적 중에는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전멸한 것은 아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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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후기 +24 21.01.04 1,555 46 2쪽
209 208화: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완결) +2 21.01.04 1,817 43 12쪽
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29 53 13쪽
207 206화: 해방 (1) +3 20.12.31 1,542 50 12쪽
206 205화: 결전 (4) +3 20.12.30 1,467 42 12쪽
205 204화: 결전 (3) +1 20.12.29 1,399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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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201화: 최후통첩 (4) +4 20.12.23 1,577 36 12쪽
201 200화: 최후통첩 (3) +3 20.12.18 1,659 3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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