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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225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5.06 10:00
조회
6,496
추천
112
글자
11쪽

24화: 영혼의 한타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24화: 영혼의 한타 (2)


동료의 원수를 갚겠다고 손수 나섰던 민위군 병사들의 우렁찬 함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병사들의 함성이 사라진 언덕 너머에서는 타자기를 치는 듯한 기관총 발사음만이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무자비하게 빗발치는 총알 세례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하는 자들의 처절한 절규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기관총의 마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 듯했다.


두 마적단이 공멸하기를 바랐던 대성은 본능적으로 일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설마 같은 민위군이 팀킬을 하진 않았을 테고. 본대 같은 게 있던 건가?’


불현듯 떠오른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저번처럼 민위군과 천리군이 사이 좋게 전멸하는 일은 없었다.


패잔병을 끝장내러 간다던 민위군 병사들은 기관총에 벌집이 된 시체 내지, 포승줄에 묶인 포로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포로로 전락한 이들의 뒤를 이어, 기관총이 실린 짐마차들을 앞에 내세운 천리군 본대(本隊)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에 맞서 총을 들 민위군 병사들은 남아있지 않았다.


이번 전투는 민위군의 완벽한 패배였다.


[꾸물대지 말고 앞으로 가!]


천리군은 포로들을 살려줄 생각이 딱히 없는 것 같았다. 천리군 병사들은 상처가 깊은 포로들을 거칠게 다루며 교전현장까지 억지로 끌고 갔다.


[너희 친구들 맞는지 확인해.]


병사들은 포로들에게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직접 확인토록 했다.


[맞아?]


[맞습니다···]


-퍽!-


[크게 말해! 하나도 안 들려.]


민위군 병사들은 먼저 보낸 이들의 얼굴을 확인하면서 별의별 이유로 볼기를 걷어차이고 개머리판으로 얻어맞는 등, 갖은 수모를 당해야 했다.


그런 수모를 당하는 이들 중에는 붉은 옷을 입은 민위군 부대의 지휘관, ‘계상건’도 있었다.


[아까 선발대는 왜 공격했지?]


[원수진 놈을 공격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한가?]


[인제 와서 머리 쓰려 하지 마. 우리도 다 보고 들은 게 있어.]


그는 참혹하게 죽은 동료들과 마주하는 동시에 각종 모욕을 동반한 심문까지 당해야 했다.


대성은 계상건을 심문하는 병사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조준경에 비친 병사는 차가운 주검으로 변한 ‘단치영’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적장을 어렵지 않게 찾아낸 대성은 고민에 빠졌다.


‘어떡하지. 저놈을 쏘게 되는 순간, 자기들을 공격한 자가 민위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텐데.’


짧은 시간 동안, 대성은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천리군이 동료들의 시신만 대충 수습하고 다시 돌아가는 것이었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그들도 선발대가 전멸하다시피 하는 피해를 보았으니, 나름대로 정비가 필요할 터였다.


‘땅에 엎어진 것까지 합하면 기관총만 세 정. 그리고 보병과 기병 다수.’


하지만 본대의 규모만 보면, 단순히 정찰이나 할 요량으로 찾아온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대성은 중화기 하나 없는 소규모 부대에 유린당했던 낙민 마을을 떠올렸다.


그러나 제아무리 백발백중의 실력을 자랑하는 저격수라도 혼자서 중화기 부대를 감당할 순 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아무 이유 없이 마을 하나를 잿더미를 만들었던 자들이었다. 지금 당장 적대관계를 지게 된다면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 지는 안 봐도 훤했다.


물론 전투에서 꼭 패배하리라는 법은 없었다. 사실 현 사태를 가장 간단하고 명료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전투를 벌여서 승리하는 것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이긴다면 중화기까지 확보할 수 있어. 하지만··· 만에 하나 한 명이라도 살아나간다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을 거야.’


대성은 천리군 지휘관에게 겨누었던 총을 들었다 내려놨다 하기를 반복했다.


애당초 적군의 말이 또렷하게 들리는 거리에서 방아쇠를 당기고 살아나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천리군 지휘관은 단치영이 쓰러진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그가 쓰러진 동료 지휘관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런 오합지졸들을 상대로 기관총까지 쥐여 주었건만, 추태만 부렸군. 이러니까 네 인생이 총알받이로 끝나는 거야.]


천리군 지휘관은 그동안 한솥밥을 먹고 지냈을 동료의 시신을 한심스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곳곳에 흩어져 있던 부하들을 불렀다.


[대충 확인 다 끝났으면 모여라! 잔챙이들 마저 처리해야지.]


천리군 병사들은 포로들을 지휘관 앞에 무릎 꿇렸다.


이윽고 지휘관이 포로들을 찬찬히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뭐 대충 분위기 보면 알겠지만, 난 이제 너희를 처형할 생각이다.]


[······]


[다만, 그 전에 물어볼 것이 몇 가지 있다. 어이, 민위군 지휘관. 협조해줄 수 있겠나?]


[어디 한번 해봐라. 아무도 답해주지 않을 것이-]


-타앙!-


적장의 얼굴에 대고 바로 방아쇠를 당기는 천리군 지휘관의 모습에 살아남은 포로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리군 지휘관은 아무런 동요 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이럴 때는 그냥 ‘예’라고만 말하는 거야. 알겠나?]


[······]


[알겠나?]


[예···]


두려움에 빠진 포로들이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천리군 지휘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좋아. 마음에 들어. 준비됐나?]


[예···]


[어느 주둔지에서 왔는지 말해.]


[······]


[근처에 있는 다른 부대 위치까지 말해주면 더 좋고.]


천리군 지휘관이 물었다.

하지만 포로들은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자 천리군 지휘관이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비아냥거렸다.


[그래, 좋아. 꼴에 조직원이라고 의리 한 번 지켜보겠다 이거지?]


천리군 지휘관은 가장 어려 보이는 포로의 머리에 리볼버를 들이대고 실린더를 돌렸다.


[헉!]


[어이 꼬마. 지금부터 두 가지 선택지를 주겠다. 기회는 한 번이야. 알겠어?]


[네··· 네···]


[너희 주둔지 어디 있어? 말해주면 집에 보내줄 게. 지금 당장.]


[아··· 그, 그게···]


[야 인마, 네 말하기만 해봐! 내가 반드시 너희 집으로 찾아가서 다 죽여-]


-탕!-


소년을 저지하려던 포로는 그렇게 이마에 구멍이 난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어이쿠, 총알이 들어 있었네. 없는 줄 알았는데.]


천리군 지휘관은 실린더를 한 번 더 돌린 뒤, 소년의 얼굴에 다시 겨누었다. 그러자 소년이 덜덜 떠는 목소리로 자신들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저··· 저는··· 주둔지가 아니라, ‘칠곡’이란 마을에서 왔습니다···! 민위군에 들어오면 음식과 돈을 준다고 해서··· 그래서 온 거에요··· 제발 살려주세요···]


[민위군에 오면 음식과 돈을 준다··· 모병을 했다는 거지?]


[예···! 나리 말이 맞습니다···! 천리군과 싸울 병사들을 모집한다 하였습니다.]


[정보원 보고가 사실이었군. 우리 추격부대 중 하나가 네놈들 주둔지 하나를 박살 내서, 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거병했다는 게···]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소년이 맞장구쳤다. 그러자 천리군 지휘관이 헛웃음을 지었다.


[참 기가 찰 노릇이야. 우리는 그놈들이 네놈들에게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지금까지도 안 돌아왔거든.]


[그, 그렇습니까···]


[나는 사실 그놈들이 그냥 어디 숨어버린 줄 알았어.]


[아···]


[우리 아버지 금괴, 아니, 아버지가 나한테 준 금괴를 들고 도망간 줄만 알았지. 전례가 없던 일이 아니었거든.]


[저, 저는 잘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소년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알면 큰일 나는 거지.]


천리군 지휘관은 괜찮다는 듯, 총을 집어넣고 소년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뭐 햇병아리는 이제 필요 없고. 지금부터는 경력 있는 놈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지. 먼저, 모두 이 근방 출신 맞지?]


[······]


[좋게 말할 때 대답해. 아니면 아니라고 솔직히 말하라고. 이번 질문은 너희 목숨만 달린 게 아니니까.]


포로들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부대를 이끄는 간부급이 아닌 이상, 대부분 근방에서 자원한 인원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백산 마을과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


-탕! 탕!-


천리군 지휘관은 대답을 듣자마자 간부급을 제외한 외지 출신을 죽여버리고, 근방에 거주하는 사람들 앞에 섰다.


[이 근방에서 마적 노릇을 하거나, 했다고 떠벌리던 조선인을 아는 자가 있나?]


[모, 모르겠습니다···]


[흠··· 모르면 안 될 텐데. 그놈이 내 금괴를 훔쳐갔거든.]


[마적이라 말하는 사람이 한둘이어야죠··· 이름도 모르는데··· 어, 어찌 알겠습니까···?]


[아, 맞네. 그래, 이름을 알려줘야지. ‘돌쇠’라고 했던가···? 아는 사람 있나?]


천리군 지휘관이 말했다.


익숙한 이름에 대성의 눈은 포로들처럼 커졌다.


천리군 지휘관은 오래전에 일망타진 당한 백산 마적단 두령, ‘돌쇠’를 찾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가 훔쳐갔다는 금괴를, 대성이 만든 무기창고 한구석에 고이 잠들어 있는 그 금괴를 찾고 있었다.


대성은 더 고민할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


그는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진지 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 수기를 꺼내 들었다.


[이 근방에서 활동하던 조선인 마적에 대해 아는 사람 말이야. 정말 아무도 없나?]


[그··· 조선인은 모르겠고···]


[뭐?]


[이 근방에서 마적 노릇 하던 사람은 하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시장에서 술 파는 사람이 그랬어요.]


[그래? 누구라고 하던? 아니, 어디 출신이라고 하던?]


천리군 지휘관이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말없이 버티고 있던 나이 많은 마적이 포로의 대답을 가로챘다.


[어차피 알아야 소용없을 것이다. 여기 없을 테니까.]


[뭐라고?]


[여길 담당하던 놈은 이미 오래전에 연락이 끊겼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기 없다는 것만은 확실해.]


[그럴 리가 없어. 아니, 그러면 안 되지.]


[안되긴 뭐가 안돼? 금괴를 가진 놈이 이런 척박한 곳에 남아 있을 것 같나? 따듯한 곳에 내려가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겠지.]


[입 닥쳐!]


알게 모르게 비웃는 듯한 마적의 태도에 천리군 지휘관은 총을 들고 그에게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그는 리볼버를 늙은 마적의 관자놀이에 갖다 붙인 뒤, 정신 놓은 사람처럼 실린더를 마구잡이로 돌려댔다.


[어디서 대충 주워들은 게 있는 모양인데, 말 빙빙 돌리지 말고 똑바로 불어. 알았어!]


[그냥 쏴. 더 할 말 없으니까.]


[아니야, 내가 보기에 넌 뭔가 알고 있어. 사실대로 말해. 그러면 살려줄 게. 이번에는 거짓말 아니야.]


천리군 지휘관이 애원하듯 말했다. 그러자 나이 든 마적이 비웃기 시작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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