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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211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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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19.04.27 10:00
조회
6,987
추천
115
글자
12쪽

20화: 폭풍 전야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20화: 폭풍 전야 (1)


“그냥 건질 것 하나 없는 촌락처럼 보이게 해야 해. 절대 먼저 도발하지 마.”


“알았다.”


“반드시 명심해. 공격 의사가 명백히 있다고 판단될 때만 전투배치 붙어.”


“아따~ 도대체 몇 번을 얘기하는 것이여. 어여 갔다 오기나 혀. 이미 다 준비해놨으니께."


철인이 마을 곳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전략적 요충지에 만들어진 방어 시설들은 대성의 군 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제작된 위장막으로 감쪽같이 가려져 있었다.


총기와 탄약 역시 마찬가지였다. 철인은 더 이상 걱정하지 말라는 듯, 대성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주었다.


“우리 인쟈 총구에 얼굴 들이밀고 그러던 사람들 아니여. 너나 괜히 시장 가서 의심받지 말으라고."


“알았어. 갔다 올게.”


대성은 만식의 짐마차에 몸을 실었다.


시간을 거슬러 조선인 정착촌에 오게 된 이래, 처음으로 마을 근교가 아닌 외지에 나가보는 것이었다.


그는 어엿한 자경단원으로 성장한 친구들과 마을 주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장이 있는 마을을 향해 길을 나섰다.


“아저씨. 아까 철인이가 한 말 있잖아요.”


“패물 말이냐?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네?"


"나랑 거래하는 장물아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 받아주니까 특별히 의심받을 일 없을 게다.”


만식이 말했다.


짐마차에는 짐승 가죽을 포함한 여러 잡동사니가 실려 있었다.


하지만 대성이 진짜 팔고자 하는 물건은 따로 있었다.

바로 마적을 토벌하면서 얻은 패물이었다.


그는 패물을 처분하여 얻은 재원으로 조선인 공동체의 근대화와 부국강병에 필요한 물품을 구할 생각이었다.


“태준아.”


“예?”


“그 뭐냐··· ‘돌격소총’이랑 ‘소음기’라 했던가··· 네가 고안한 물건들 말이다. 정말로 만들 수 있는 게냐?”


만식의 물음에 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소음기는 이전에 이미 개발된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구태여 제작에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돌격소총은 아주 조금씩 진행하더라도 지금부터 개발을 시작해야 했다.


“지금 당장 만드는 건 무리겠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해야만 합니다.”


“하긴 권총도 되는데 소총이라고 안될 건 없지. 어쨌든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혼자서 한 발로 씨름하는 놈들 몇 명은 상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맞습니다. 그게 돌격소총의 매력이라 할 수 있죠.”


대성과 만식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여정을 계속했다.


‘외지’는 백산 마을로부터 상당히 먼 곳에 있었다. 만식은 가는 길 틈틈이 대성에게 ‘외지’에 대하여 설명해주었다.


“민복부(民福部)라··· 이름 한 번 참 이상하게 짓는군요.”


“민위군 지배하에 놓인 마을은 이름이 하나같이 다 그런 식이야. 아마 머무는 내내 민위군놈들을 보게 될 거다.”


“그러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바로 알 수 있겠네요.”


“그렇다고 봐야지. 다만 오늘은 힘들 테고, 아마 하룻밤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을 거다.”


만식이 호언장담한 것과 달리,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중간 기착지에 자리 잡은 한 숙소에서부터 상황이 대강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성씨. 소식 들었소?”


“무슨 소식?”


“민위군 말이오. 이번에 그놈들 주둔지 중 하나가 아주 작살이 났다오.”


만식과 안면이 있던 숙소 주인은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난 것마냥 사색이 된 얼굴로 마적단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중간 기착지에 사는 사람들 역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민위군 주둔지가 천리군 총사령 직속부대한테 초토화되었다’는 이야기만 하기에 바빴다.


그와 함께 조만간 전쟁이 일어날 거라는 유언비어를 흘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분위기를 보니 열심히 수소문하며 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구나.”


그렇게 대성과 만식은 마을 주민들이 나누는 민위군과 천리군간의 전력 비교 분석을 들으며 하룻밤을 보냈다. 진실을 알고 있던 두 사람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


“주인장, 잘 머둘다 가오. 조만간 또 봅시다.”


다음날, 대성과 만식은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려 했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숙소 주인이 만식을 불러 세웠다.


“저기, 성씨! 할 말이 있소! 잠깐이면 되오.”


“말씀하시오.”


“그··· 총기 말이오··· 웬만하면 가져가지 않는 게 좋을 거요.”


“허허, 아침부터 농이 심하구려. 마적 소굴을 들어가는데 총을 가져가지 말라니.”


“농담 아니오. 마을에 들어가는 순간 총기고 탄약이고 전부 다 빼앗기게 될 거요.”


“총기랑 탄약을 빼앗는다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요? 그동안 그냥 들여보내 주지 않았소?”


만식이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숙소 주인은 민위군이 총기와 탄약을 마련하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고 말해주었다.


“전쟁에 필요한 물건은 다 쓸어담는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렇게 들었소. 어쨌든 절대로 돌려주지 않는다고 하니, 여기에 맡기든가 하시오.”


민위군과 작정하고 푸닥거리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총기를 놔두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선택지가 마땅치 않았던 대성과 만식은 숙소 주인에게 총기를 맡기고 ‘민복부’로 향했다.


“아저씨. 아무래도 검문을 하는 모양입니다. 대비를 좀 해야겠습니다.”


대성은 술 한 병을 통째로 비우고 가방에 넣어놓았던 패물을 꺼냈다. 그러자 만식이 물었다.


“설마 술병에 넣으려는 것이냐?”


“예.”


“흠··· 그놈들 특성상, 어차피 열어보려 할 터인데.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낫지 않겠느냐?”


“저한테 다 생각이 있습니다. 아저씨는 그냥 보조만 맞춰 주시면 됩니다.”


대성은 근처에 있던 냇가로 가서 술병을 깨끗이 씻은 다음, 패물을 집어넣었다.


그렇게 얼마를 더 갔을까, 마침내 마을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대성은 망원경을 들어 신기루처럼 보이는 마을을 살폈다.


망원경에 비치는 마을은 지금까지 봤던 조선인 정착촌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마적이 직접 컨트롤하는 곳이라 그런가. 나름대로 요새화되어 있군.’


목책으로 둘러싸인 마을 입구에는 ‘민복부’라 적힌 표지석과 함께 민위군을 상징하는 백색 깃발이 보란 듯이 펄럭이고 있었다.


그와 함께 목책 곳곳을 돌아다니는 병사들도 보였다.


“네가 생각한 계획이 잘 먹혀 들기를 바란다···”


만식은 짐마차를 마을 입구로 천천히 몰았다.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백색 완장을 찬 병사 두 명이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대성과 만식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총구를 들이대며 언성을 높였다.


[멈춰라! 어디서 온 놈들이냐?]


[우리는 조선인 정착촌에서 온 사람들이오. 시장에서 물건을 좀 사고팔고자 왔소.]


만식이 서투른 중국어로 말했다. 그러자 총을 겨누었던 병사 중 한 명이 망루 쪽을 보며 소리쳤다.


[어이! 거기! 여기 조선인 왔단다! 그만 자고 내려와!]


[아, 거참 귀찮게시리··· 정착촌에 조용히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왜 오고 난리야. 짜증나게.]


이내 또 다른 병사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구수한 욕설을 내뱉으며 대성과 만식이 있는 곳으로 터덜터덜 걸어왔다.


‘그래도 꼴에 같은 조선인이라고 총부리는 안 들이미네.’


조선인 병사는 중국인 병사처럼 다짜고짜 총부터 들이대진 않았다.


하지만 교대를 앞두고 휴가 복귀자를 맞이한 위병소 근무자처럼 온 세상 모든 짜증이 담긴 눈으로 두 사람을 째려보았다.


“조선 사람이라고?”


“그렇소이다.”


“일단 내려.”


만식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짐마차에서 내렸다. 대성 역시 군말없이 조선인 병사의 지시에 따랐다.


그 순간, 조선인 병사가 대성에게 소리쳤다.


“야, 야! 동작 그만! 야!”


“저··· 저요···?”


“그래!”


“저 부르신 거··· 맞아요···?”


대성은 말을 최대한 길게 늘이는 한편, 외양간에 있는 황소마냥 눈을 끔벅거렸다.


“저 부른 거 맞죠···?”


“그래, 너 인마, 너! 그 병은 왜 갖고 내려? 마차에 다시 갖다놔. 어서.”


조선인 병사가 술병을 가리켰다.


하지만 대성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도리어 어깨를 잔뜩 움츠리며 술병을 있는 힘껏 꽉 부여잡았다.


그런 답답한 모습은 한 성질 하는 마적의 분노를 이끌어 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놈이 미쳤나··· 야, 너 어디 모자라? 술병 내려놓으라고.”


“술병이요···? 술이 어디 있는데요···?”


“뭐?”


조선인 병사는 기가 찬 듯, 헛웃음만 지었다.


“진짜 모자란 놈인가 보네. 야, 네가 들고 있는 병 말이다. 나 그거 뭔지 알거든? 그게 술이 아니면 뭐냐? 요강이냐?”


“마··· 맞아요···! 이거 그거 맞아요, 요강! 제 요강이에요!”


“뭐··· 뭐라고?”


“이거 제 요강 맞아요···! 우리 아저씨가 나 아무 데나 소변보지 말라고 줬어요.”


대성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조선인 병사는 생각하기를 그만둔 듯, 만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만식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인생사 새옹지마를 깨닫고 달관한 도인과 같은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곧 만식이 말했다.


“애가 어릴 적에 냇가에 빠졌었다오. 그 이후 날 아버지라 부른 적이 없구려···”


"......"


조선인 병사는 대성과 만식을 번갈아 보았다.


“욕봤소.”


그렇게 한 마디를 남기고는 망루로 발걸음을 돌렸다.


[들여보내.]


[저 애송이가 들고 있는 병은? 저건 검사 안 했잖아?]


[검사하지 마.]


[왜?]


[그럼 남의 오줌 냄새 맡아볼래?]


조선인 병사의 마지막 한 마디를 끝으로 더 이상의 검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대성과 만식은 ‘요강’으로 둔갑한 보물 상자를 가지고 시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각 지의 상인들이 몰리는 곳답게 시장에서는 온갖 종류의 물품이 거래되고 있었다.


그러나 만식은 어느 곳에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는 요강을 가슴에 소중히 품은 대성을 데리고 시장에서 가장 구석진 곳까지 들어갔다.


“여기야. 시장을 방문한 어느 누구도 들어가지 않는 곳이지.”


“그럴 만도 하네요. 이런 곳에 서점(書店)이라···”


“들어가자.”


대성과 만식은 ‘서점’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문창성(文昌星)’을 간판으로 걸어 둔 가게는 말만 서점이었을 뿐, 사실상 별의별 잡동사니를 모아 놓은 창고에 불과했다.


그리고 자칭 서점 주인이라는 사람도 책과는 별 인연이 없어 보였다.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우리 전우(戰友)님 아니신가?”


‘문창성(文昌盛)’, 일명 ‘조선 장물아비’라 불리는 가게 주인은 한때 만식과 함께 항일 의병에 투신했던 동지이자,


“근데 이거 어떡하나··· 요즘 무기 들여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서···”


무기와 각종 서양제 물건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밀매상이었다.


“아마 쓸 만한 무기는 구하기 어려울 걸세. 미안하네.”


창성은 못내 아쉬워하는 듯한 눈초리로 만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만식이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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