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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333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4.25 08:00
조회
7,238
추천
110
글자
11쪽

19화: 조선인 공동체 결성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9화: 조선인 공동체 결성


귀향길에 오른 낙민 마을 주민들은 저마다 짐마차와 말에 몸을 실었다. 하루 동안 온갖 험한 일을 겪은 탓인지, 주민들은 매우 피곤해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이내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잠시 후, 주민들의 상태를 대충 파악한 대성이 고담을 불렀다.


“고담아, 아무래도 오늘 마을에 들어가기는 힘들 것 같아."


"그런 것 같다. 한숨 자고 가야 할 것 같은데."


"맞아. 일단 먼저 돌아가서 만식이 아저씨께 상황을 전해줘. 그리고 내일 아침에 낙민 마을에서 만나자고 말씀드려.”


“알았어. 조심해서 와.”


고담이 먼저 떠나고 한참을 더 이동한 끝에, 대성 일행은 낙민 마을에 다다를 수 있었다. 대성은 일행과 함께 불을 피우고 주민들이 잘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다음날, 대성은 낙민 마을 주민들과 함께 대들보에 매달렸던 시신들을 수습하고 폐허를 정리했다. 주민들은 참혹하게 최후를 맞은 이웃들을 보며 비통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흑흑··· 다음 생에는 힘없는 나라 말고 좋은 나라에서 태어나시게···”


살아남은 주민 중 일부는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들은 차갑게 식은 촌장 일파의 시신에 대고 그동안 쌓아왔던 좋지 않은 감정을 풀어냈다.


“에휴···! 어차피 죽어서 영원히 누워있을 거, 평상에 누워있을 시간 쪼개서 대비 좀 하지 그러셨소···!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이오···!”


“아이고, 내 팔자야···! 똘똘한 청년 말만 제때 들었어도 이렇게 잿더미가 되진 않았을 터인데··· 대체 이 사람들이 뭐라고 떠받들었을까···”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거늘, 화만 낸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어쨌거나 함께 살았던 이웃이네. 가는 길은 곱게 보내주세.”


어쨌든 죽은 자에 대한 모독은 없었다. 참사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은 서운함과 좋지 않은 감정을 마음속에 묻어두고, 촌장 일파의 마지막 가는 길을 예를 지켜 배웅해주었다.


그 사이, 소식을 전해 들은 만식과 상기가 주민들을 이끌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만식은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자식을 대하듯, 대성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모두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와 줬구나. 잘했다.”


“아저씨가 마을을 든든하게 지켜 주신 덕분입니다.”


대성이 말했다. 그는 곧이어 만식 옆에 서 있던 상기에게 저격 소총을 돌려주었다.


“촌장님의 총이 없었다면 무사히 돌아오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총이 좋아서 그랬겠느냐, 다 네 실력이 뛰어나서 잘할 수 있던 것이지.”


“과찬이십니다.”


“본래 좋은 물건이란 좋은 물건을 찾아가는 법이지. 그 총은 이제 네 것이다. 저번부터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네가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구나.”


상기는 대성에게 저격 소총을 다시 넘겨주었다. 그리고는 천리군 병사들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병사들은 거적때기에 대충 가려진 채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저게 낙민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었다던 놈들이냐?”


“그렇습니다. 천리군이라고 하더군요.”


“천리군?”


“혹시 아십니까?”


대성이 물었다. 그러자 상기가 학을 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모를 리가 있나. 민위군과 함께 이 근방을 먹네, 마네 하는 놈들인데. 내 저번에 말하지 않았느냐.”


“그 지역 패권을 다툰다는 마적단 말입니까?”


“사실 마적단보다는 군벌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애당초 봉천 군벌에서 갈라져 나온 놈들이니까.”


“그렇군요.”


“그런데 이놈들 시체는 뭐하러 가져온 것이냐? 다른 놈들과 함께 태워버리지 않고.”


비단 상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럴 만도 한 게, 가장 잔혹한 짓을 저지른 이들은 천리군 병사들이었다. 누구 말마따나 당장 능지처참을 당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정작 사후대접은 가장 좋게 받고 있었다. 숯덩이가 되었을 시장 상인이나 들짐승의 먹잇감이 되었을 민위군 병사들과 달리, 천리군 병사들은 묫자리까지 마련되어있었다.


하지만 대성도 제비뽑기하듯이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그가 곧 천리군 중대장을 구덩이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이렇게 해야 후환이 없을 테니까요.”


“후환이 없다고?”


상기는 아직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성을 바라보았다. 대성은 남은 천리군 병사들의 시신을 밀어 넣으며 설명을 계속했다.


“인신매매 시장을 관리하던 민위군 녀석의 품에 노란색 천과 경고문 한 장을 넣어 놓았습니다.”


“경고문?”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우리를 능멸한 자들은 처단해야 마땅하다,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천리군이 자주 쓰는 문장 같아요. 며칠 안으로 또 다른 민위군 병사가 발견하겠죠.”


“그럼 민위군이 천리군을 가만두지 않겠구나. 가뜩이나 사이도 안 좋은데 말이지.”


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우리가 의심받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마 두 세력 간에 전면전이 일어날 거다. 싸울 명분이 마땅치 않아서 서로 으르렁대기만 했으니···”


“그렇다면 대비를 확실히 해야겠군요.”


대성은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천리군 병사들의 시신 위에 타다 남은 목재와 돌들을 올리고 흙으로 촘촘히 덮었다.


수습이 얼추 끝난 낙민 마을에는 정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땅에 묻어두었던 술 재료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시 후, 만식이 대성을 불렀다.


“태준아.”


“예.”


“남은 주민들은 어찌할 셈이냐? 모두 우리 마을에 들일 것이냐?”


“일단 마땅히 머물 곳도 없는 실정이니, 당분간은 백산이나 신한 마을에 머물러야겠지요. 하지만 그다음은 저들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대성은 발효된 곡물 앞에 앉아있던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는 전날 밤 아무도 챙기지 않는 ‘무당 아주머니’를 유일하게 챙겼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다친 주민들을 위해 스스로 자원하여 먼 거리를 걷겠다고 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물론 대성 일행이 말을 교대로 갈아타자고 결정한 덕분에 발이 망가지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대성은 그와 짝을 이뤄 말을 교대로 탔고,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 만식, 상기보단 연배가 낮았던 남자의 이름은 ‘이호철’이었다.


대성은 그가 새로운 낙민 마을의 촌장이 되어주길 바랐다.


“호철이 형님. 생각해보셨어요?”


“뭐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겠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기왕 이렇게 된 거, 다시 시작해야지. 잘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다만.”


“잘하실 거에요.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주세요. 구해드릴게요.”


대성이 말했다.


낙민 마을 주민들은 화마 속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살림살이를 챙겨 들고 떠날 채비를 했다. 다행히 다른 마을에서 이들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별 왕래 없이 살았다고는 해도 어쨌든 같은 조선인 아니더냐? 서로 잘 살도록 도와야지.”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놈들이 누구인지 알아? 즈그들끼리 치고받는 놈들이여. 고것들은 잘 되려야 잘 될 수가 없당께.”


“언제 어디서 태어났든 간에 결국 한 핏줄 아이가? 어려울 때일수록 밀어주고 끌어주는 게 도리지.”


백산과 신한 마을 주민들은 오히려 적극적인 도움 의사를 표했다. 그들은 인제야 한 이웃이 된 것 같다며, 백산과 신한 마을 사이에 새로운 낙민 마을이 세워지는 것을 환영했다.


그렇게 낙민 마을 주민들은 이웃들의 위로와 환영을 받으며 길을 나섰다. 그런데 오직 한 명만이 낙민 마을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바로 대성을 뜨끔하게 만들었던 ‘무당 아주머니’였다.


“신(神)께서는 다른 곳으로 가실 생각이 없으시오. 여기 남아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을 위로할 생각이시라오.”


“아주머니 심정이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서낭당이야 다른 곳에 다시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상기가 말했다. 그러자 무당 아주머니가 버럭 화를 냈다.


“예끼 이 사람아! 큰일 날 소리 하지 마시오. 신체(神體)는 함부로 옮길 수 있는 것이 아니오.”


“그래도 혼자 계시기엔 여긴 너무 위험합니다. 그러다 마적이 또 쳐들어오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그땐 신께서 알아서 판단하실 거요.”


무당은 타다 만 방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애당초 그녀는 상기와 대화를 나눌 생각도 없는 듯했다. 결국, 어른들은 설득하길 포기하고 발을 돌렸다.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내 걱정하지 말고 마을이나 잘 신경 쓰시오.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되었으니까.”


그리고는 다른 사람에게 시선 하나 주지 않은 채, 대성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사실 대성도 마음 같아서는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무당이 옳았다고, 자신은 후손들의 세계에서 왔다고.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어차피 아무도 믿지 않을 게 분명했다.


“정말 볼수록 이상하단 말이지··· 꼭 다른 세상 사람 같단 말이야··· 이상해··· 정말 이상해.”


무당은 대성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같은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낙민 마을 재건 사업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낙민 마을이 세워질 곳은 백산 마을과 신한 마을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백산 마을과 신한 마을 주민들은 낙민 마을 재건 사업을 자기 일처럼 성심성의껏 도와주었다. 낙민 마을 주민들 역시 이전의 폐쇄적인 성격을 버리고 누구에게든지 자신들이 먼저 다가가려 했다.


더불어 낙민 마을 주민들은 대성이 진행하는 군사교육프로그램도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했다. 몇몇은 아예 술 빚는 일을 때려치우고, 거의 전업 수준으로 마을 방위 임무를 맡겠다고 나설 정도였다.


“누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아예 공동 방위군 자체를 따로 운영하는 게 낫지 않겠소?”


“그렇게 할 생각이라면 언제든지 말씀하시오. 우리가 기꺼이 맡아 드리리다. 남 취하게 하는 것보다 남을 지키는 게 훨씬 나은 일 같구려.”


물론 이들이 직업 군인이 될 일은 없었다.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대성은 낙민 마을 사람들이 24시간 보초를 서는 것보단 제 몸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남부럽지 않게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낙민 마을 주민들은 충분히 그 기대에 부응하려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처음으로 결성된 ‘조선인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다. 덕분에 재건 사업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었다.


이는 곧 마을 재건에 필요한 인프라를 하루라도 빨리 마련해주어야 함을 의미했다.


대성은 시장에 내다 팔 물품과 사야 할 물품의 목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백산 마을에 오게 된 이래 처음으로 외지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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