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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0,820
추천수 :
13,729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4.23 21:00
조회
6,885
추천
106
글자
11쪽

18화: 구출작전 (4)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8화: 구출작전 (4)


-탕!-


[아악!]


시장 상인과 언쟁을 주고받던 민위군 병사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는 양손으로 깃대 파편에 긁힌 얼굴을 감싼 채 바닥을 마구 뒹굴었다.


[으아악! 내 얼굴···!]


[뭐야? 저 자식들 설마 진짜 쏜 거야?]


[으윽···! 다, 다 죽여버려! 저 배은망덕한 자식들 다 죽이라고···!]


그렇게 민위군과 시장 상인 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민위군 병사들은 자기네 언어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욕설을 내뱉으며 시장 상인들을 향해 얼마 남지 않은 총알을 퍼부었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도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만은 않았다.


[저, 저런 정신 나간 놈들을 봤나!]


민위군의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동료를 잃은 상인들 역시 걸쭉한 욕설을 외치며 완강하게 저항했다.


[장사꾼 노릇 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죄 호구로 보이더냐? 너희 사람 잘못 봤어. 우리도 왕년의 마적이야!!!]


그들은 넉넉한 총알 개수를 방패 삼아 쌍권총까지 쏘아가며 한때 모시던 주인을 몰아붙였다.


그러나 지나친 흥분과 패기는 독이 되어 돌아왔다. 먼저 감정을 터트리긴 했어도, 민위군 병사들은 자신들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내 이성을 되찾은 병사들은 엄한 저녁 하늘에 총알을 날려대는 상인들을 한 명씩 공략해나가기 시작했다.


“······”


그 시각, 대성은 자신의 총알에서 시작된 민위군과 시장 상인들 간의 결전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저기, 태준아···?”


“왜.”


“상인들 조금 있으면 전부 저승사자 만나러 갈 거 같은데, 이제 슬슬 나서야 하지 않을까?”


고담이 민위군 병사에게 총을 겨누며 말했다. 병사들을 말없이 노려보던 인영도 이제 때가 되었다는 듯, 방아쇠를 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대성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쟤네들하곤 싸울 필요 없어.”


“싸울 필요가 없다고? 그러다 민의군 자식들이 시장으로 들어가면 어쩌려고 그래?”


“그놈들은 들어가지 못할 거야.”


대성이 말했다. 그러고는 총구를 민의군의 교전 현장이 아닌 풀숲에 겨누었다.


“준비해.”


“뭐? 안 싸운다며?”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칼들이 없어졌어.”


“칼? 그건 민의군 자식들이- 잠깐, 설-“


[와아아!!!]


고담이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 보려는 순간, 풀숲에서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함성의 주인은 바로 천리군이었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다 썰어버려라!!!]


쥐죽은 듯이 숨어있던 천리군 병사들은 대도(大刀)를 들고 민의군에게 달려들었다.


[뭐, 뭐야! 으윽!]

[권총 있는 놈들 권총 꺼내, 권총 꺼내라고! 으악!]


민의군과 시장 상인 간에 간헐적인 총성만 오가던 교전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얼마 남지 않은 민의군과 천리군은 처절한 백병전을 벌였다.


거기에 시장 상인들까지 가세하면서 전투는 걷잡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냥 이참에 우리끼리 다시 시작해보자! 다 재껴!]


상인들은 ‘이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땅에서 뒹굴고 있는 마적들에게 총을 쏘았다.


그때였다.


-탕!탕!탕!탕!-


[으악!]


갑작스러운 총성과 함께 상인들이 쓰러졌다. 교전 현장을 지켜보던 대성 일행은 다급히 시장 쪽으로 총구를 돌렸다.


[버러지 같은 놈들 같으니···! 이제 다 끝이다!]


세 개 세력의 교전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쏠린 틈을 타 시장 잠입에 성공한 천리군 중대장이 소리쳤다. 그는 상처를 입은 다른 천리군 두 명과 함께 권총을 몇 개씩 챙겨 들었다.


[가자! 승리도, 여기 있는 모든 물건과 노예들도 우리 것이다!]


천리군 중대장은 병사 두 명을 데리고 언덕 위로 달려갔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탕! 탕! 탕!-


천리군 중대장이 쓰러진 뒤, 대성 일행은 남은 인원들도 쓰러트렸다. 이미 자기들끼리 목숨을 내던지다시피 하며 혈전을 벌인 터라, 총알을 많이 쓸 일은 없었다.


[으아아아!]


그 과정에서 용케 살아남은 시장 상인 한 명이 말을 타고 도망쳤는데, 대성은 그를 끝내 쏘지 않았다. 곧 고담과 인영이 쫓아가려 했지만, 대성이 제지하는 바람에 할 수 없었다.


“쫓아가서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다른 데 말하면 어떡하려고.”


“상인들에게 총알을 먹인 건 천리군이지 우리가 아니야. 일단 저 사람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자.”


상인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 뒤, 대성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불을 켜서 멀리 떨어져 있던 철인과 하영에게 신호를 보낸 뒤,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간 시장’에 잡혀 왔던 사람들은 밧줄에 묶인 상태로 외양간처럼 생긴 곳에 갇혀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교전에 휘말려 크게 다치거나 한 것 같진 않았다.


“······”


하지만 살면서 겪지 말아야 할 일을 하루 동안 모두 겪었던 탓인지,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몸만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성 일행을 발견하고는 기겁을 하며 땅에 넙죽 엎드렸다.


“사··· 살, 살려주십시오···! 뭐, 뭐가 되었든 간에 저희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시키는 일은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어떤 언어든 당장 배우겠습니다···!”


“제, 제발··· 죽이지만 말아주시오··· 부탁입니다···!”


주민들은 저마다 죽을죄를 지었다는 말을 외치며 절을 몇 번씩 올렸다.


“모두 진정하세요. 저희는 외국인도 아니고 마적도 아닙니다. 여러분을 구하러 왔어요.”


대성이 길리 슈트를 벗으며 말했다. 그러자 주민 일부가 고개를 들고 대성을 쳐다보았다.


곧 주민 일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다, 당신은 그때 우리 마을에 찾아왔던···?”


“맞아요.”


“여, 여긴 어떻게 알고···?”


“구조 요청을 받고 왔습니다. 마적들은 모두 소탕되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대성은 일행과 함께 낙민 마을 주민들을 풀어주었다. 마을 주민들은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오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위험하긴요. 총 몇 번 쏴주니까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 싸우던데요. 뭐. 그냥 풀 냄새만 주야장천 맡고 있었죠.”


대성이 너스레를 떨었다.


“진작에 당신 말을 들었어야 하는 건데··· 불경한 사람 취급하고, 마적에게 술 갖다 바칠 생각이나 하고··· 정말 죄송합니다.”


“너무 그렇게만 생각하지 마세요. 일부만 뭐라고 했지, 모든 사람이 그러지는 않으셨잖아요.”


“아니오···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소. 마적에게 술만 적당히 바치면 된다고, 그러면 건들지 않을 것이라고··· 당신 말을 제대로 듣기만 했어도, 이렇게 당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어쨌든 살아남은 게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돼요.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대성과 청년들은 조각조각 무너져내린 낙민 마을 생존자들의 마음을 일일이 달래주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덕분에 시간도 많이 흘렀다.


“태준아, 어떡할 거야? 사방이 어두컴컴한 게, 너무 늦은 것 같은데. 괜찮겠어?”


고담이 말했다. 저녁노을로 빛나던 하늘에는 어느새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주민들도 새벽녘부터 갖은 고생을 한 탓에 많이 지쳐 보였다.


곧 대성이 고담의 의견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낙민 마을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 걱정은 하지 마시오. 차라리 들판 한가운데서 자고 말지··· 여기는 안 되오···”


“어디라도 상관없소. 여기서만 벗어나게 해주시오···”


주민들은 밤을 새워서 걸어가도 괜찮으니, 마적 소굴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벗어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구출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 대성 일행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일단 준비하자. 말도 확보했고, 수레도 몇 개 있으니까 조금 피곤해지는 것만 빼면, 이동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거야. 자, 그럼 시작해보자고.”


대성이 말했다. 일행은 곧장 떠날 채비를 시작했다.


***


대성 일행은 상태가 괜찮은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으며 떠날 준비를 했다. 부상이 있어 말과 수레에 타야 하는 사람들을 분류하고, 시장에 구비되어 있던 각종 물품을 챙겼다.


“아주머니는 어디 다친 데 없으세요?”


대성은 주민들과 떨어져 있던 한 여인에게 말을 걸었다. 여인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몸 여기저기가 멍든 거로 보아, 마적에게 손찌검을 여러 번 당한 것 같았다.


“좀 다치신 것 같은데··· 많이 아프시면 수레에 타세요. 자리 마련해드릴게요.”


“······”


“아주머니?”


여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이상한 눈초리로 대성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때, 짐을 나르던 한 마을 주민이 말했다.


“굳이 물어볼 필요 없을 거요.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놔두면 알아서 할 테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 여자-“


“이상해···”


“에구, 또 시작이구먼··· 적당히 말동무 해주다 빠져나오시오."


마을 주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발걸음을 옮겼다. 곧 여인이 대성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상해, 정말 이상해.”


“제 얼굴이요? 그렇게 이상한 얼굴은 아니던데요. 하하··· 일단 일어나세요. 이제 가야 해요.”


“분명 죽었어야 할 상인데, 어째서 이렇게 팔팔할까?”


“예? 그게 무슨-”


“물에 빠져 죽었어야 할 놈이 대체 왜 살아있느냐는 말이야.”


“뭐라고요?”


대성이 황당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속마음은 정반대였다. 그때였다.


“거참, 무당 아주머니 또 이상한 소리 하시네. 이리 오세요. 이리 오시라고요.”


조금 전 짐을 날라주던 마을 주민이 다가와 여인을 일으켜 세웠다.


“느껴져. 분명 물에 빠져 죽을상인데, 망자(亡子)의 상인데, 이상한 기운이 들어와서 그걸 막았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모든 게 뒤틀려져 버렸어.”


“아, 그 이상한 소리 좀 그만하세요.”


“우리가 망할 게 아니었어. 운명이 통째로 바뀌었다고.”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누가 그런 헛소리를 믿어요? 빨리 따라오기나 해요.”


‘무당’이라 불리는 여인은 주민의 손에 이끌려 가면서도 대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대성 역시 여인에게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태준아, 무슨 일이여? 저 아짐 방금 뭐라고 하신 겨?”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 그보다도 준비 다 끝났어?”


“그거 말해주려고 온 거여. 챙길 거 다 챙겼고, 이제 출발만 하면 돼야. 그리고 네가 말한 대로 민위군 자식들 무기는 그냥 뒀어.”


철인이 말했다.


“그, 그럼 출발하자.”


대성은 철인을 따라 말에 올라탔다. 그렇게 밤하늘이 깊어가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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