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0,839
추천수 :
13,729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4.20 23:59
조회
7,088
추천
101
글자
11쪽

16화: 구출작전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6화: 구출작전 (2)


‘저 사람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학살 현장을 둘러보던 대성은 마을 중앙부로 달려갔다.


그는 곧 익숙한 얼굴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대성과 함께 달려온 청년들 역시 대들보에 매달린 촌장의 시신을 보며 분통을 터트렸다.


“저런 썩을 놈들 같으니라고···! 할아버지뻘 되는 사람을 저리도 잔인허게···”


“낙민 마을 촌장이야. 옆에 매달린 사람들은 촌장과 같이 다니던 자들이고.”


“저 할아버지가 촌장이라고···? 그 민위군인지 뭐시기인지한테 술 갖다 바친다던?”


“맞아.”


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민위군한테 당한 게 아니야.”


촌장의 가슴팍에는 칼에 꽂힌 종이가 한 장 있었다. 대성은 종이에 쓰인 글을 천천히 읽었다.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우리를 능멸한 자들은 처단해야 마땅하다.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거짓을 고하지 말지어다. 천리군 총사령, 강석(天理軍 總司令, 姜石)···”


“잠깐만, 강석이라면··· 그 돌쇠가 지 부르고 다니던 이름 아니여?”


“그랬지.”


“이럴 리가 없는디··· 강석이, 아니, 돌쇠는 네가 분명히 죽였잖여. 어떻게···”


“진짜 강석은 죽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가짜와 달리 낙민 마을에 뭔가 원한을 품고 있었고.”


대성은 촌장 가슴팍에 꽂힌 종이와 목에 걸려있던 노란색 천을 걷은 다음, 가방 속에 넣었다. 그리고 촌장의 눈을 감겨주었다.


“수습은 나중에 하도록 하고, 일단 출발하자. 하영아, 어느 쪽으로 왔었는지 기억나니?”


대성이 묻자 하영이 손을 들어 마을 한구석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나무 하나가 반쯤 타버린 오색빛깔 천 조각들을 거느린 채 위태롭게 서 있었다.


“저, 저거 어째 서낭당 나무 같은디··· 천벌 받으려고 작정했구먼.”


“······”


청년들이 질색하는 얼굴로 멀찍이 서서 나무만 쳐다볼 동안, 대성은 나무 앞으로 다가가 근처를 유심히 살폈다.


“태준아? 그런 데 가까이 가면 안 돼야.”


“하영이 말이 맞아. 말발굽과 사람 발자국이 벌판으로 이어져 있어. 가자, 이쪽이야.”


마적에게 끌려가던 낙민 마을 주민들의 처절한 몸부림은 벌판 곳곳에 남아 있었다. 대성 일행은 마적과 주민들의 흔적을 쫓아가며 벌판을 가로질렀다.


“하영아, 아직도 많이 남았니?”


“네. 돌이 많이 쌓인 곳이 나올 때까지 가야 해요. 거기가 보이면 멈춰야 해요.”


“멈춰야 한다고? 왜?”


“그 이상 넘어가면 언덕에 있는 사람들한테 들킬 거에요.”


하영은 ‘시장’ 주변을 돌아다니는 보초들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청년들의 얼굴에는 곧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태준아, 사람들 진짜 구할 수 있겄냐? 보초 몇 명이 몇 시간마다 바뀐다는 말은 인원이 많다는 뜻 아녀? 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그랬지.”


“이걸 우짜스까나··· 돌쇠처럼 술에 떡이 된 것도 아닐 테고. 이거 저승사자한테 제 발로 찾아가는 거 아니냐?”


“철인이 말이 맞아. 태준아, 돌아가자. 놈들이 정신 놓고 있어야 기습할 수 있지 않겠냐.”


“그려. 안타깝긴 해도 우리까지 죽을 순 없잖여. 그랬다가 저놈들이 우리 마을에도 쳐들어오면 어떡하려고 그르냐.”


청년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모든 마적이 백산 마적단처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놀고먹지는 않을 터, 자칫하면 자충수가 두는 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흠··· 그럼 일단 ‘돌무더기’가 있는 곳까지만 가보자. 상황을 보고 판단해보자고.”


“그려. 여기까지 온 거 무작정 내빼기는 좀 그러니께···”


***


얼마나 더 달렸을까, 기억을 더듬어가며 길을 찾던 하영이 갑자기 말을 세우고는 일행을 불렀다.


“저기에요.”


일행은 하영이 가리킨 돌무더기 쪽을 주의 깊게 보았다. 그들은 곧 언덕 위를 서성이는 보초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식들 허리 꼿꼿이 세운 거 보게. 태준아, 이거 가능하겄냐. 보초만 서너 명인디, 저 연기 나는 곳에는 훨씬 많이 있을 거 아녀. 답이 안 나오는디.”


“여기서만 보면 답을 찾을 수 없지. 일단 말에서 내려.”


“내리라고? 너 시방 저기 들어갈 생각이여?”


“아직 견적 뽑아보지도 않았어. 일단 내려. 옷도 갈아입고.”


“갈아입으라고? 설마 ‘길리’ 그 뭐시기 말하는 거여?”


대성은 당연하다는 듯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하영이는 따로 챙겨 온 거 없으니까 여기 있어. 말 최대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네.”


“얘들아 다 입었어? 가자.”


대성은 백산 마적단 토벌 작전 이후 손수 제작한 ‘길리 슈트’를 입고 옛 고분처럼 생긴 돌무더기까지 기어갔다.


“그래도 돌무더기가 커서 다행이네. 이상한 짓만 안 하면 들키진 않겄- 잠깐, 태준아, 태준아, 너 시방 또 뭐하는 거여?”


“뭐하긴 뭐해. 총 꺼내지.”


“총? 서, 설마 바로 공격할 생각이여?”


“그 정도로 미치진 않았어.”


대성은 철인에게 망원경을 건네준 뒤, 신한 마을 촌장에게서 받은 저격 소총을 들었다.


“일단 어떤 놈들인지 알아봐야지. 너희도 언덕 좀 봐 줘.”


대성은 조준경으로 보초가 있는 곳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새롭게 마주한 적은 어딘가 어설펐던 백산 마적단과는 확실히 달랐다. 피곤함에 절은 어린 소년도 없었고 술에 취해 해롱거리는 정신 나간 사람도 없었다.


그때였다.


“태준아.”


“왜. 뭐 특이한 거 있어?”


“일로 와서 저거 좀 봐봐.”


대성은 철인이 가리킨 쪽으로 총구를 돌렸다.


“봤어? 언덕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거.”


“응. ‘민위군’하고 ‘천리군’ 깃발이 같이 꽂혀있네. 나머지 하나는 뭔지 모르겠고.”


“태준아, 암만 봐도 우리 그냥 가야 할 거 같어. 깃발 개수만 따지면 마적단만 세 개여, 세 개. 이거는··· 안돼.”


“뭐가 안 되는데?”


대성은 조준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자 철인이 답답한 듯, 그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지금 네가 하려는 거. 기습 말이여, 기습···!”


“기습 안 할 거야.”


대성은 총을 등에 메고 앞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야, 태준아···! 어디 가는 거여? 야···!”


“너희는 오지 말고 여기 있어.”


“뭐라고? 너 혼자 뭐하려는 건데?”


“놈들 ‘기만’하러 간다.”


“기만?”


“상황 잘 보고 있어. 내가 신호 보내면 바로 움직이고.”


대성은 풀숲에 바짝 엎드린 채 보초들이 있는 곳으로 조금씩 기어 올라갔다. 그는 언덕을 배회하고 있는 보초들의 팔을 주시했다.


그들은 저마다 완장을 하나씩 차고 있었다.


‘민위군은 백색 깃발, 천리군은 노란색 깃발··· 보초 두 놈은 백색 완장, 나머지 두 놈은 노란색 완장···’


백색 완장을 찬 보초가 노란색 완장을 찬 보초와 같이 다니는 경우는 없었다. 민위군은 민위군끼리만 다녔고, 천리군은 천리군끼리만 다녔다.


그리고 보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보다는 서로 기싸움만 하기에 바빴다. 심할 때는 서로의 앳된 얼굴에 총구를 들이밀며 욕설을 주고받기도 했다.


물론 그냥 소 닭 보듯 하며 자기들끼리 떠들 때도 있었다. 마적 생활을 오래 하면서 마음에 긴장이 사라진 건지, 주변 경계도 잘 하지 않고 이야기 삼매경에만 빠져 있었다.


대성은 그때를 노렸다.


[탕! 탕!]


총성이 울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적 몇 명이 몰려왔다.


[어떻게 된 거야? 어디 있던 놈이야? 색깔 확인해봐.]

[배, 백색입니다··· 그··· 진씨, 곽씨 형님이요···]


총알이 날아온 방향과 총알의 종류에 관한 확인은 없었다.


그들은 죽은 마적이 찬 완장 색깔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대성이 남기고 간 선물도 발견했다.


[여기··· 노란색 천입니다···]


완장 색깔을 확인한 마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색 완장을 찬 마적들은 총을 꺼내 들었다.


[이런 빌어먹을 군벌 찌그레기들이···! 모두 총 내려놓고 손들어. 손들어!]


동료를 잃은 민위군 소속 마적들은 이성을 잃은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빨리 안 내려! 머리통에 바람구멍 나고 싶어?]


별생각 없이 뛰어왔던 천리군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반항 한 번 못하고 총을 내려놓았다.


[야!!! 거기 뭐하는 거야! 미쳤어? 총 안 내려? 총 내려!]


하지만 언덕 위에는 또 다른 천리군이 있었다. 그들은 총을 든 민위군을 향해 총을 겨누고 벌판 전체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비상! 지금 민위군 놈들이 총을 들고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비상!]


민위군도 이에 지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저런 잡놈들이···! 천리군이 우리 민위군 병사를 죽였다! 천리군이 우리 민위군 병사를 죽였다!]


그렇게 마적들이 벌이는 소란은 언덕 너머에서 다른 이들이 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대성은 조준경에 들어오는 각 마적의 인상착의와 행동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총소리 한 번 난 거 가지고 뭔 난리들이야? 누가 죽어?]

[대장님, 진상병과 곽상병이 천리군한테 살해당했습니다.]

[뭐?]


대성은 ‘대장’이라 불리는 자에게 총구를 돌렸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장발에 우락부락한 체격을 지닌 ‘대장’은 중국 무협영화에나 나올 법한 대도(大刀)를 차고 있었다.


그리고 누렇게 바랜 군복을 입은 천리군 한 명을 대도를 만지작거리며 노려보았다.


[어이, 천리군 중대장이라 했나? 지금 우리랑 한 판 해보자는 거야? 어떻게 된 거야?]


[허허, 참나··· 이놈들 죽은 게 왜 우리 탓인데? 증거 있나? 무식한 놈들이 생각도 제대로 안 하고.]


[여기 있다, 이 말라깽이 자식아!]


천리군 중대장이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민위군 한 명이 노란색 천을 들고 흔들었다.


[어··· 그, 그건···]


갑자기 튀어나온 자신들의 상징에 당황했는지, 천리군 중대장은 실소를 흘리며 먼 산만 바라보았다. 그러자 민위군 대장이 대도를 넣었다 뺐다 하며 비아냥거렸다.


[말 안 하는 거 보니까, 네놈들이 한 짓 맞나 보네. 아예 처음부터 날 쏘지 그랬냐?]


[허... 헛소리 하지마 우리가 안 했어.]


[왜, 머릿수 딸려서 명령 내리기가 무섭더냐? 근데 차라리 거리 있을 때 쏘는 게 나았을 거 같은데···?]


[무섭긴 개뿔··· 근본 없는 마적 주제에··· 네놈들이 우릴 이길 거라 생각해? 주접떨지 말고 총 내려놔.]


[나는 애당초 총을 든 적이 없어. 우린 가까이 있을 땐 총 같은 거 안 쓰거든. 한 번에 한 발밖에 쏘지 못하는데 싸움이 되겠냐?]


민위군과 천리군 사이의 거리는 소총 하나 정도 길이밖에 되지 않았다.


민위군 대장의 부하들도 대도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어, 어디서 굴러먹다 들어온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천리군 총사령 직속부대다··· 우리를 건들면 전면전이라는 거 모르나?]


[글쎄··· 네 말대로 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냥 근처에 있는 마을에 뒤집어씌우면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까?]


민위군 대장이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끝에 대화 부분을 좀더 추가했습니다. 이게 최종본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자여, 왕이 되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공지: 69화는 4월 9일 오후 12시(정오)에 연재됩니다. +1 20.04.08 269 0 -
공지 연재공지: 60화는 1월 28일 오후 6시에 연재됩니다. 20.01.28 203 0 -
공지 연재공지: 59화는 1월 18일 오후 8시에 연재됩니다. 20.01.18 199 0 -
공지 연재공지: 55화는 12월 15일 오후 7시에 연재됩니다. 19.12.15 195 0 -
공지 5월 둘째 주 주말(5/11~5/12) 연재 공지 +2 19.05.11 357 0 -
공지 4월 8일 본문 수정 공지 - 가독성 개선 작업 (프롤로그~3화) / 작업 완료 19.04.08 562 0 -
공지 연재시간은 미정입니다. +1 19.04.03 10,649 0 -
210 후기 +24 21.01.04 1,553 46 2쪽
209 208화: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완결) +2 21.01.04 1,812 43 12쪽
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24 53 13쪽
207 206화: 해방 (1) +3 20.12.31 1,540 50 12쪽
206 205화: 결전 (4) +3 20.12.30 1,464 42 12쪽
205 204화: 결전 (3) +1 20.12.29 1,397 38 12쪽
204 203화: 결전 (2) +1 20.12.25 1,556 41 12쪽
203 202화: 결전 (1) +1 20.12.24 1,517 33 12쪽
202 201화: 최후통첩 (4) +4 20.12.23 1,574 36 12쪽
201 200화: 최후통첩 (3) +3 20.12.18 1,657 39 13쪽
200 199화: 최후통첩 (2) +3 20.12.17 1,587 41 12쪽
199 198화: 최후통첩 (1) +3 20.12.16 1,670 43 12쪽
198 197화: 서울 진격 (4) +3 20.12.11 1,847 44 12쪽
197 196화: 서울 진격 (3) +2 20.12.10 1,684 43 12쪽
196 195화: 서울 진격 (2) +1 20.12.09 1,705 49 13쪽
195 194화: 서울 진격 (1) +3 20.12.05 1,868 54 12쪽
194 193화: 인천 상륙 작전 (3) +1 20.12.03 1,814 45 12쪽
193 192화: 인천 상륙 작전 (2) +1 20.12.02 1,776 45 13쪽
192 191화: 인천 상륙 작전 (1) +2 20.11.27 1,880 44 13쪽
191 190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4) +3 20.11.26 1,819 49 13쪽
190 189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3) +1 20.11.25 1,814 47 12쪽
189 188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2) +2 20.11.20 1,932 44 12쪽
188 187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1) +3 20.11.19 1,980 4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