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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난무하고 강한 자가 왕이고, 윤리나 상식 교육은커녕 글을 익힌 이도 거의 없고, 복지도 없어 기근이나 재해가 나면 인근 주민들이 도적떼로 변하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닌, 그런 전근대 시대에 심지어 일종의 전사계급이라 볼 수 있는 무림인이니 저 정도는 이상하지도 않고 개연성에 문제도 없다고 봅니다.
좁은 국토와 도덕성, 명분이 정치 철학에서 가장 우선시 됐던 특이한 조건 덕에 중앙 정부의 행정력과 통제가 동시대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국토의 변방까지 세밀하게 뻗어져 있었고, 삼강행실도 등 일반 백성들에게도 공통 윤리를 교육했던 조선의 양반 계급조차 현대인의 윤리, 상식 기준으로 보자면 온갖 몰상식과 미개함, 야만의 종합입니다. 슬견설에서 양반인 저자가 하인들에게 하는 내로남불이나 열녀와 수절에 대한 사회적 압박, 연좌제, 압슬과 같은 고문, 효수 등등 끝이 없지요. 심지어 주인공은 전사계급으로 볼 수 있는 무림인이지만 동시에 교육받지 못하고, 가난하고(어릴 때 고아였고 사부도 이류낭인이었으니 절정에 오른 이후에는 다르더라도 이전에는) 법, 상식, 윤리, 정부의 통제보다 폭력, 혈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보복을 가깝게 느끼며 살아왔겠지요. 시대적으로 가부장에 마초 문화, 명예 중시도 있었겠고요.
기분 나쁘게 봤다고 칼부림이 일어나는 낭인의 삶을 살아왔다는 서술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이런 사회에서는 보편의 윤리나 상식보다 자기에게 잘못이 있어도 혈연, 혹은 자기 사람들을 감싸는 게 우선이고 모욕 당했다고 느끼거나 적이 있다면, 특히 성인 남성이라면 그를 폭력 없이 해결하려는 건 윤리적인 게 아니라 도리어 겁 먹은 것이고 수치스런 일입니다. 서양에서 결투가 그리 성행했던 이유 중 하나도 자신을 향한 모욕, 적대를 방치하는 것은 불명예로 여기는 마초 문화 때문이니까요.
현대인인 독자들이 낯설게 느낄 수는 있지만 송, 명, 청 같은 과거에서 타임 슬립한 주인공들이 몇 달만에 깔끔하게 현대인으로 적응하는 게 되려 이상하고 개연성 없는 일이지 이런 주인공의 모습이 개연적으로나 작품성으로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절대 다수의 웹소들이 전근대 중국인 설정만 있고 사실상 현대인이니 아주 엄격하고 정교하진 않더라도, 이런 리얼리티 추구의 시도는 다양성과 신선함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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