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말
죄송하지만 이걸로 형식상으로는 1부 완결입니다.
지금 제가 이렇게 완결을 내려는 이유는 지금 제 형편이 그만큼 여의치 않아서입니다.
정확히는 8시간 이상씩 시간을 들여서 글을 쓸 여유가 없다고 해야겠죠. 그리고 어설프게 휴재를 내는 것도 마음의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1부 완결을 내더라도 루터스와 아리스의 갈등까지 그리려고 했지만, 현재 제 주변 상황으로는 그런 암울한 이야기를 도저히 쓸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어머니랑 개판 싸운 탓에 집에 있는 게 너무 힘들더군요. 사실 이 모든 원흉은 남보다도 못한 못난 아버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어쨌든 덕분에 지난 열흘 동안, 피방에 하루 종일 있거나, 친구 원룸방에 얹혀 지내는 중입니다.
매년 느끼는 건데 인생 참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이번 해에도 여러 의미로 파라 만장한 생활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2018년에 부모님 이혼 서류에 도장찍게 하고, 도피하듯 입대했던 군대에서 전역하고서 이제 숨 좀 트일까 싶었는데,
코로나로 안 그래도 없던 살림이 박살나고,
끝내 빨간 딱지까지 집에 덕지덕지 붙어보고,.
집안에 빨간 딱지가 붙은 건 68화 부근이었는데,
70화까지는 그래도 어떻게든 써놓은 플롯대로 꾸역꾸역 썼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이거라도 써야 했으니까요.
그냥 가만히 있으면 어디 돈이 나옵니까.
글이라도 써야지. 게다가 글 쓰겠다고 알바도 전부 그만둔 상태였으니.
그래서 알바 병행하면서 썼던 무료 연재 때처럼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썼습니다.
하지만 휴재 공지를 올렸던 토요일에 어머니랑 한바탕 크게 싸우고 나니, 제 현실이 얼마나 시궁창인지 새삼 느끼며 의지가 푹 꺾이더군요.
이미 노블에서 쓰던 전 작품에서 부모님 이혼 문제로 집안 사정을 털어놓은 게 있던 탓에, 이번에는 최대한 티를 안 내고 의연하게 쓰려고 했지만.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복잡한데,
그 이상으로 복잡한 사정들이 눈앞에 닥쳐오니 어떻게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2018년에 집안 쪼개지고, 도망치듯 군대 가기 전에 느낀 것인데.
빨간 딱지든 뭐든 돈 문제도 괴롭지만,
파탄 나는 인간관계가 제일 괴롭습니다.
더욱이 단순히 집안 문제로 끝나지 않고 친척까지 엮이는 게 참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어디 빨간 딱지가 그냥 붙겠습니까.
은행뿐만 아니라 손을 뻗을 수 있는 이곳저곳에서 돈을 끌어오고, 그러다가 안 돼서 끝나는 거죠.
그래서 정말로 죄송하지만, 지금은 잠시 글 쓰는 걸 손에 놓아야할 것 같습니다.
글에 대한 애정이나 책임을 떠나,
지금은 제 인생에 대한 애정이나 책임도 찾기 힘들군요. 이 순간에도 앞으로 제가 감당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숨이 막힙니다.
정작 저는 아무것도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주변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물론 이것 또한 독자분들한테는 결국 하찮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건 저도 압니다.
그래서 그냥 죄송할 따름이죠.
마음 같아서는 저도 온종일 글만 생각하고 살고 싶지만, 일단 지금은 제 인생과 주변에 어지럽게 꼬인 현실부터 푸는데 집중해야겠습니다.
당연히 어머니하고 화해도 하고요.
아버지하고 이미 원수 같은 남이 되었는데, 그렇다고 어머니하고도 남이 될 순 없잖아요.
뭐가 되었든 이런 식으로 끝내는 못난 작가라서 너무 죄송합니다.
그런데 뻔뻔하지만 저는 이대로 글 쓰는 걸 완전히 꺾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이 상황을 감당하려면 결국 알바를 병행하면서 글 쓰는 것밖에 없으니까요. 집 안에 붙은 빨간 딱지나, 친척 문제, 그 외 어머니 가게 상황을 비롯해 학업 문제가 해결되면 돌아올 겁니다.
원래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집안에 기대기 어려워서 어떻게든 학비를 마련하려고 시작한 일인데,
어느새인가 우선순위가 바뀌었네요.
아무튼, 하소연은 여기가 끝입니다.
모두들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개인적으로 서로 개판 싸우는 일 없는 화목한 가정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자영업 하시는 부모님이 있으면 옆에서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자영업 하시는 분들에게 2020년은 그야말로 지옥 같았을 겁니다.
Comment ' 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