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본론은 제목과 같습니다.
우선 추천글 써 주신 레이나크 님과 근경 님 두 분께 감사 인사 올립니다. 그때는 공지를 쓰지 않았지만 민트맛피자님께도. 그밖에도 이 작은 글을 따라와 주시는 몇 안 되는 분들께도. 후원 주신 분들께도. 모두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ㅅ^
저는 쓰면서 즐거웠고, 스스로는 좋아할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스스로 good을 논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입니다만, likable은 얼마든지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제 취향 자체가 보편적인 것은 아니지요. 덕분에 성적은 처참하게 망하고 있지만 엄청난 선물들을 받게 되었습니다.
딱히 궁금하실 분은 많지 않겠으나 이 공지에서는 이 글에 엮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몇 가지 이야기해 볼 생각입니다. 그게 아무래도 추천글들에 대한 응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 리메이크 이전
이 글은 원래 <프린세스 메이커> 스타일의 육성-모험 이야기였습니다. 그때의 이강현은 소시민이었고, 딸이 나왔고(!), 상태창도 있었습니다. 아마 기획의도를 충실히 따라갔더라면 거대한 위협은 배경으로만 깔린 일상-힐링-육아물이 되었겠지요―기획의도를 충실히 따라갔더라면요.
원고지 80매 분량의 단편은 기획의도에 충실할 수 있지만, 장편은 모든 것을 글쓴이의 제어 하에 놓기가 지극히 어렵습니다. 웹소와 같은 초장편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요. 제가 그 사실을 재차 깨달은 건 30화 근방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사이코드라마가 되었고 주인공은 퀜틴 콤슨과 필립 말로의 융합체처럼 중얼거리고 있었으며 상태창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소년병에 대한 윤리적 고민은 덤입니다. 저는 최대한 문피아 주류에 가까운 테이스트로 글을 쓰고자 했는데 저 자신이 그게 불가능한 사람이었던 것이지요.
때마침 컨택이 왔습니다. 9화쯤 업로드된 상태로 선작수는 8인, 처참하게 망한 글이었는데 컨택이 오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편집자님과의 첫 전화에서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웹소설 출판하기는 버킷리스트고, 뭐가 어떻게 되든 간에 무조건 완결을 낼 수 있다. 대신 무엇을 쓰더라도 너무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집자님은 OK를 했지만 딸을 빼고 리메이크를 하자고도 했습니다. 저 또한 그 방향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글을 갈아엎는 데에는 긴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지금의 <계약직 신으로 살아가는 법>입니다.
2. 글의 방향
저는 65화 가량의 비축을 들고 시작했으며 그 갭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요컨대 연재된 부분은 2권 초반까지지만 저 스스로는 4권 중후반의 일들을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잠정적인 플롯은 그보다 더 멀지요.
이 글의 챕터는 총 여섯으로 나뉩니다:
1: 서장(1-30)
2: 말루카의 피 웅덩이(31-92)
3: 수정 요새(93-140?)
4: 강철 군체(141-170?)
5: 황무지의 학자들(171-210?)
6: 불멸의 제국(211-250?)
7: 야스와다의 파멸(250-300?)
서장은 단편 호흡의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무대 위에 느슨하게 얽힌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글의 나머지 부분은 장편 호흡의(출판시장 기준에서의 장편입니다) 연작이 될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서장은 계산과 타협의 결과물입니다. 최대한 익숙하고 보장된, 많은 사람에게 소구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로 글을 채워 넣었지요. 하지만 말루카 이야기가 중반쯤에 접어들자 심장이 뇌를 이기더군요.
따라서 제가 타협하지 않은 결과물을 50-60화 근방에서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게 78화까지 달려가서 결말을 내는 것까지도요.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을 테마와 전개는 아닙니다만 저는 쓰면서 즐거웠습니다. 그러니 저와 취향이 같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거워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3. 연참과 비축
레이나크 님께서 장문의 추천글과 함께 연참을 원하셨으므로 공물을 바칩니다. 다만 (60화 가량의 비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참은 유료화(만약 한다면)와 같은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전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설정과 떡밥을 대강 스케치한 후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앞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식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이게 성립하려면 최소한 2권 분량의 비축이 있어야 합니다. 라이브로 쓰면 불가피한 구멍이 좀 생기겠지요. 완성도를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4.
날씨가 춥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2월 15일 9시 기준으로 영하 13도를 찍고 있는 탓인지 난방을 아무리 해도 실내 온도가 22도 이상으로 올라가질 않고 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건강하시길.
긴 사담 읽어 주신 점 감사드리며 이 공지를 여기에서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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