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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향달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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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헬로! 동물의 왕국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널향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5
최근연재일 :
2022.07.15 19:00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8,988
추천수 :
39
글자수 :
357,119

작성
22.07.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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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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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55화 악연(2)

DUMMY

텅 빈 장례식장.

쓸쓸히 타오르는 향초의 연기만이 망자를 위로하는 것 같다.


“저희 왔어요. 아줌마.”


홀로 빈소를 지키고 있던 왕조연은 장명 일행을 보자 왈칵 눈물을 쏟았다.


“잘 버티시는 것 같더니···.”

“이장님이 자네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하셨어. 그리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자기는 이 힘든 세상을 빨리 정리 할 수 있어 홀가분하다고···. 흐흐흑!”


왕조연은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러자 참고 있던 한청아도 울고 철보도 눈물을 훔쳤다.

장명과 일행들은 영정 사진 한 장 없는 빈소에 향을 피우고 고인을 위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모두가 잠든 늦은 새벽.

빈소를 묵묵히 지키던 장명은 심란한 마음에 바람이라도 쐴까하여 장례식장 밖으로 나왔다.

새벽 찬이슬을 맞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다 장례식 입구로 다시 돌아오던 그때, 계단에 쪼그려 앉은 두 남녀를 발견했다.


‘백인선? 불곰?’


이들은 바로 백인선과 불곰이었다.

장명이 다가가자 이 두 사람도 장명을 알아봤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놀라운 표정을 짓는다.


“장명?”

“무슨 일이지? 누가···?”


“불곰의··· 할머니···.”


사정을 모두 알진 못했지만 불곰이 할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김혁철 밑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


“많이··· 섭섭하겠군.”

“오래 고생하셨으니 이젠 편히 쉬는 게 더 좋을지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불곰의 눈은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너는 어쩐 일로?”

“아는 지인이···.”


장명과 백인선의 짧은 문답을 끝으로 세 사람은 잠시 아무런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적이 길어지자 조금씩 어색해졌다


“저기···.”

“그럼 난 이만···.”


어색함이 싫었던지 장명은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장명은 빈소로 돌아가는 길목에 상주 천기호라는 이름이 걸린 빈소를 볼 수 있었다.


인자하게 웃고 있는 할머니의 영정사진.

그 사진을 잠시 보고 있자니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장명은 아무도 지키지 않는 빈소로 들어가 향을 피웠다.

그런 후 진정 고인의 명복을 빌며 편안 안식을 기도했다.


장명이 돌아서 나오려는데,


“와줘서 고맙다. 덕분에 할머니가 걱정을 덜었겠어. 살아 계실 때 입버릇처럼 친구 좀 사귀라고 하셨는데···. 찾아온 널 보며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친구···.”


장명은 잠시 고개를 돌려 할머니 영정사진을 물끄러미 한 번 쳐다봤다. 착각이겠지만 왠지 불곰의 친구를 반기는 미소 같았다.


장명이 막 빈소를 나가려는데 때마침 들어오는 백인선과 마주쳤다.


“뭐 좀 먹을래?”


그러고 보니 언제 밥을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장명이 망설이며 서 있자 백인선은 장명을 이끌어 자리에 앉히고 손수 음식을 내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무렵부터 밥상이란 것 앞에 앉았던 기억이 언젠지 가물가물하다.

몇 숟갈 떠먹던 장명은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고 그때부턴 무슨 일인지 한 끼도 못 먹은 사람처럼 음식을 구겨 넣기 시작했다.


“천천히 먹어. 음식 많아.”


백인선은 손수 물까지 따라주며 장명이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랜 시간 정말 원 없이 밥을 먹은 장명은 오랜만에 느껴지는 포만감과 왠지 모를 편안함에 스르륵 눈이 감겼다.


화들짝!


정말 정신없이 잠을 잔 것 같다.

달콤하고 깊은 잠.


“일어났어?”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백인선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앉아서 잠들어 버린 장명에게 어깨를 빌려 준 것일 테다.

몇 시간이나 이렇게 앉아서 자고 있었던 것일까.


“많이 피곤했나봐?”

“미··· 미안. 이제 가볼게.”


장명이 막 나가려는데 한 무리의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하나같이 검은 슈트를 입고 나는 조폭이요 하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빈소로 들어섰다.


“미안하다. 불곰, 일찍 온다는 게 일이 많았다.”


김혁철이다.

고등학교 시절 장명을 왕따 시켰던 주범.

보아하니 지금은 주식회사 천지를 등에 업고 조폭 행세를 하고 다니나 보다.


수십 명의 사내들은 각자 가져온 화환을 정리하는가 하면 두둑한 봉투를 꺼내 조의금 상자에 넣는다.

이들이 나타나자 조용하던 빈소는 번잡해지기 시작했다.


장명은 나가려다말고 김혁철을 마주치는 바람에 식당 한쪽 구석에 다시 조용히 앉았다. 김혁철이 자신을 알아본다면 괜한 분란이 일어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오판이었다.

김혁철을 비롯한 건달들은 식당 모든 자리를 차지하고 앉더니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형씨, 합석 좀 합시다.”


자리가 부족했던지 건달 몇 명이 장명의 동의도 없이 무작정 옆자리에 앉아 버렸다.


‘지금 나가는 게 오히려 눈에 띄겠어.’


장명은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렸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남의 장례식장에서 괜한 분란을 만들기 싫었기 때문이다.


부하들은 김혁철이 잔을 들면 술을 따라주고 밥을 먹자고 하면 수저를 준비해준다. 하나부터 열까지 성실히도 챙기며 부단히도 고개를 숙이며 충성하는 척을 한다.


“원래 장례식장은 좀 떠들썩해야 돼. 그래야 고인이 외롭지 않게 잘 가거든. 크하하하!”


마치 제 사무실에 있는 양 큰소리로 웃어대는 김혁철.

그 의도가 정말 상주를 위로하고 고인의 명복을 바라는 것인지 코웃음이 쳐지는 광경이다.


“어이! 반장! 이리 와봐!”


김혁철이 백인선을 부른다.

고등학교 시절 같으면 어림없을 행동이지만 이제 자신이 고용주이지 않던가.

백인선은 불편한 기색이 가득하지만 김혁철에게 다가갔다.


“앉아. 고등학교 동창끼리 한잔하게.”


백인선이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내며 김혁철 맞은편에 앉았고 김혁철은 백인선의 잔에 소주를 가득 채워준다.

넘칠 만큼.


“크흐흐흐! 예전에 말야. 얘가 우리 반 반장이었거든? 그땐 얼마나 도도했는지 내 뺨까지 후려쳤지. 크하하하!”


김혁철은 주변 부하들에게 자신의 과거 얘기를 들려주며 호탕하게 웃는다.

마치 즐거운 추억을 얘기하듯···.


“백인선, 그땐 네가 내 밑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지? 안 그래? 참 인생 모르는 일이야. 사실 너는 공부를 잘해서 판검사 정도는 될 줄 알았거든.”


쨍!


김혁철은 백인선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쳤다.

장례식장에서 술을 마실 땐 잔을 부딪치지 않는 것이 예의건만 이 빌어먹을 자식은 그런 것도 아랑곳 않는다.


“마셔! 마셔! 오랜만에 친구끼리 찐하게 한번 마셔보자고···.”

“여긴 클럽이 아냐. 조용히 식사만 하고 그만 일어서는 게 좋겠다.”


백인선이 조용히 내뱉은 충고에 주변에 있던 부하들의 인상이 굳어진다.

감히 누구에게 훈계 질을 하느냐는 눈빛이다.


“참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냉랭한 성격은 안 바껴. 그치? 우리가 참 허물없는 사이긴 한데···. 그래도 동생들도 많고 한데 내 체면 좀 살려주면 안 되냐?”

“네 체면 살려주려고 그러는 거야. 대표라는 사람이 직원들 앞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잖아. 안 그래?”


백인선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김혁철의 인상이 굳어졌다.


“야! 앉아!”


김혁철이 고함치자 일순 주변에 정적이 흘렀다.

잠시 멈칫 했던 백인선이 다시 걸어 나가려 하자 건달 두 명이 백인선의 앞을 가로 막았다.


“대표님께서 앉으라잖아. 좋게 말로 할 때 알아 듣는 게 어때?”


그리곤 그 중 한 놈이 백인선의 양어깨를 잡더니 힘을 주어 억지로 자리에 앉히려 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장명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그때,


“아악!”


불곰이 먼저 나타나 건달의 팔을 잡고 꺾어 버렸다.


“네가 지금 누구에게 손대고 있는지 알고 있나? 대표님과 내 친구다. 네까짓 놈이 감히 손댈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크으으···”


불곰이 더 세게 팔을 꺾자 건달의 입에선 신음이 세어 나왔고 앉아 있던 건달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나 불곰을 에워쌌다.


“대표님, 정말 이러실 겁니까?”


불곰이 김혁철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후훗!”


김혁철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불곰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자신보다 한참 더 큰 불곰을 올려다보는가 싶더니 백인선의 어깨를 잡았던 건달에게 시선을 돌렸다.


짜악! 짜악!


그리고는 사정없이 뺨을 갈겨버린다.


“이 새끼야! 감히 내 친구한테 손을 대? 시발! 뒈져!”


퍼억! 퍽! 퍽!


그리고는 쓰러진 부하를 사정없이 차고 밟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시발! 죄송? 내 체면을 이따위로 구겨놓고··· 죄송? 뒈져! 시발 새끼 뒈지라고···!”


김혁철은 마치 미친놈처럼 날뛰며 쓰러진 부하를 발로 밟고 식탁 위 식기를 쏟아 부으며 화풀이를 해댔다.


“허억! 헉! 헉! 아 시발! 이 슬프고 엄숙한 날, 이 새끼 때문에 분위기 완전 잡쳤어!”

“커억! 컥! 컥!”


부하는 쓰러진 채 피를 게워내고 있었다.


“보기 싫어! 이 새끼 치워버려!”


김혁철의 말 한마디에 부하들이 일사분란하게 주변을 정리했다.


“하아! 젠장! 불곰, 야! 미안하다. 이런 슬픈 날 좀 참았어야 되는데···.”

“···”


불곰이 아무런 말이 없자 김혁철은 좀 멋쩍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옆으로 손을 뻗자 옆에 있던 부하가 알아서 손수건을 건네준다.

김혁철은 피 묻은 손을 닦고 흐트러진 머리를 매만지더니,


툭! 툭!


불곰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빈소 입구로 걸어 나갔다.

그러자 그 뒤로 부하들이 우르르 따라 나간다.


“빌어먹을··· 새끼!”


분해서일까, 무서워서일까 백인선의 손이 파르르 떨렸고 결국 견디지 못하고 의자에 덜썩 주저 않았다.

불곰은 그런 백인선을 무심한 듯 바라보았지만 잔에 물을 채워 건네주었다.


장명은 백인선 왜 김혁철 밑에서 일하고 있는지 지금 행동에서 어느 정도 가늠을 할 수 있었다.

단지 돈이 필요한 일이면 혐오하는 사람 밑에서 일하진 않을 테니···.


“옛말에 범을 잡으려면 범굴에 들어가란 말이 있지. 허나 그 말이 범과 같이 어울리란 말은 아냐. 네가 비수를 품고 있는지 짐승이 정말 모를까?”

“그럼? 씨발! 그럼! 내가 뭘 해야 하는데···! 내가 그 꼴을 당하고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어? 말해봐! 말해 보라고···! 아흑! 흐흐흑!”


백인선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억울한 듯 장명을 가슴을 주먹으로 때린다.


“···”

“어디 있었어! 그동안 넌 대체 어디 있었냐고···!”


그리고 참고 있던 원망스런 말을 쏟아 냈다.


부모님을 짐승에게 잃었다.

그리고 짐승들에게 납치당해 죽을 뻔했고 장명의 어머니가 죽어가는 모습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해야만 했다.


어린 소녀가 이런 고통의 시간들을 감내 할 수 있다는 게 과연 쉬운 일이었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장명은 미안한 생각과 함께 연민이 느껴졌다.


백인선은 장명의 대답을 기다리다 결국 아무런 대꾸도 없자 그만 뛰쳐나가 버렸다.


“세상에 그런 짐승들이 많나?”

“수도 없이···.”


“끔찍하군.”

“인간 사이에 숨어 기회를 엿보고 있지. 인간의 목숨을 해치는 일 따위는 서슴없이 저지른다. 뭐, 따지고 보면 인간도 별반 다를 것 없지만···.”


“백인선은···.”

“꽤 친해졌나 보군.”


불곰이 입에 담는 백인선의 이름이 익숙해 보인다.


“백인선은··· 시한포탄 같아. 언제 스위치가 켜질지 가늠이 안 되는···.”

“걱정되나?”


“그··· 그건···.”

“그럼, 네가 지켜줘. 이제껏 네 할머니를 지킨 것처럼···.”


장명은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빈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저녁, 아무런 조문객 찾지 않는 빈소에 불곰이 찾아왔다.


“인선이가 돌아오질 않아.”

“집에 갔겠지.”


“아니, 어제 자기 가방도 그대로 두고 나갔어. 집으로 갔다면 들러서 가방이라도 가져갔어야지. 아무래도 불안하다.”


어제 김혁철과의 사건도 있었기에 찜찜한 장명이었다.


“내가 클럽으로 가보지.”

“같이···.”


“넌 할머니 곁을 지켜야지.”


장명은 그렇게 장례식장을 나섰다.

철보와 한청아가 따라오려 했지만 이장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야 했기에 겨우 설득하여 한청아만 동행하기로 했다.




재밌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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