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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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복입니다, 전하!”
에밀이 오두막 안으로 뛰어 들어오며 외쳤다.
“아군이 완전히 포위되었습니다. 수천이 넘는 적들이 사방에서 공격해오고 있습니다.”
“역시 함정이었어!”
카린이 프레이르에게 외쳤다. 프레이르는 욕을 내뱉으며 명령을 내렸다.
“방진을 만들어서 방어해요!”
“너무 늦었어! 기습을 당해서 전열을 가다듬을 새가 없어!”
카린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몇 개의 화살이 프레이르가 있는 오두막으로 날아와 박혔다. 사방에서 함성 소리와 비명 소리가 벌목장을 에워싸고 있었다.
“포위를 뚫고 퇴각해야 합니다!”
에밀이 프레이르에게 소리 질렀다.
“이대로 가다간 전멸 당하고 말겁니다.”
“젠장......”
프레이르가 탄식했다. 그 역시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사방이 포위된 상태에선 퇴각해야만 했다.
“기사들을 선두로 세워서 원래 돌아왔던 길로 퇴각 시켜요!”
프레이르가 사람들에게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물자는 모두 버리고 무기만 챙겨서 퇴각하라고 명령을 내려요!”
“알겠습니다, 전하.”
에밀과 기사들이 오두막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우리도 나가자, 프레이르.”
카린이 프레이르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지금 바로 퇴각해야 해.”
프레이르는 분노로 이글거리면서도 냉정을 잃지는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풀어뒀던 가신들과 함께 무기를 챙기고 오두막 바깥으로 나갔다.
오두막 바깥으로 나오니 이미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기습을 당한 프레이르의 병사들은 당황해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장교들이 자리를 지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지만 패닉에 빠진 병사들은 각자의 자리를 버리고 도망쳤다. 하지만 사방이 적에게 둘러싸였기 때문에 대열에서 이탈한 병사들은 곧바로 수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여 손쉽게 학살당했다.
수많은 병사들이 끊임없이 죽어갔고 그때마다 병사들은 더욱 공포에 질렸다. 거기다 침착하게 명령을 내려야 할 기사들은 처음 겪어보는 전투에 잔뜩 얼어버려 병사들 이상으로 냉정함을 잃고 있었다.
한 기사가 등을 보이고 도망치자 그를 따라 다른 병사들이 프레이르가 있는 쪽으로 도주했다. 그러자 방어선의 한 귀퉁이가 무너졌다. 그 뻥 뚫린 곳을 따라 수십 명의 적들이 함성을 지르며 쇄도해 들어왔다.
“전하를 지켜라!”
가신들이 외쳤다.
“전하를 지키면서 길을 열어라!”
50여명의 파이크병들이 파이크를 앞으로 겨누며 반란군들을 막아섰다. 프레이르의 친위대 중에서도 최정예의 군대였다. 그들에게 반란군의 화살이 집중되었지만 파이크병들은 마치 고슴도치처럼 프레이르의 정면을 지키며 천천히 앞으로 전진해갔다. 그들은 대오를 유지하며 정면으로 달려드는 적들을 꾸준히 밀어내며 퇴로를 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무너진 전열은 병사 몇 사람이 용감하게 나선다고 해서 지켜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파이크병들이 반란군의 화살에 하나둘씩 쓰러질 때마다 대오에는 구멍이 생겼고 그 틈을 타 적들이 파이크병들에게 달려들어 그들을 쓰러뜨렸다. 최정예로 구성된 파이크병들조차 그 대열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칫.”
카린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 그녀는 뭔가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땅 속에서 불기둥이 솟아오르더니 돌진해오던 적들을 단숨에 불태워버렸다.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대여섯 명의 적들이 순식간에 숯더미로 변해버렸다.
그 모습에 반란군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마법사의 공격만큼 일반 병사들에게 무서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정예 파이크병들조차 눈 앞에서 타죽는 적들을 보고 움찔할 정도였다.
하지만 카린은 불만족스럽게 혀를 찼다.
“비 때문에 마법의 위력이 평소의 반도 안 나와. 이대론 안 되겠어.”
카린은 이렇게 말하며 프레이르에게 외쳤다.
“내가 돌파구를 열테니까 프레이르 당신은 기병들과 함께 그쪽으로 퇴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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