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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검의 놀이터

흔한 망한 서버의 망한 길드의 망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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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검[飛劒]
작품등록일 :
2013.03.05 14:00
최근연재일 :
2013.04.08 12:21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11,069
추천수 :
508
글자수 :
125,977

작성
13.04.0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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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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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1쪽

5. 네가 성(城)이면 우리는 파성(破城)이다! 의지는 좋았지만…(5)

DUMMY

시간이 흘러 배가 항구에 도착했다. 배에서 밖으로 이동하자마자 황량하고 시커먼 모데토스의 암석들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메마르다 못해 삭막하기까지 한 검은 돌산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이하고도 거대한 석상들이 유독 많은 탓에 시야 확보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위드리스의 설정 상으로는 사이비 종교의 본거지인 만큼 섬뜩한 토템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나마 날씨가 맑아서 덜 우울해 보이는 것이 다행이었다.

“어, 카르 형이네요…… 파티 초대할게요.”

허공에서 레닭이 내려오더니 파티 초대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승낙을 하자마자 레닭이 ‘비행의 축복’스킬을 사용했다. 평상시 파티원, 길드전 시 길드원들에게 일시적으로 비행 능력을 부여해주는 스킬이었다. 곧 강희성의 몸이 지상에서 둥실 떠올라 10여 미터 정도 치솟았다.

‘비행하는 건 오랜만인데.’

선인을 제외한 나머지 직업군은 자가 비행 능력이 없었다. 미미한 바람이 볼을 스치자 조금쯤은 갑갑한 마음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일단 마을 쪽부터 해서 한 바퀴 쭉 둘러보려구요.”

천령은월의 말에 강희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곤 자연 탐지 스킬을 사용하며 활을 바투 쥐었다. 일단 싸우러 온 게 아닌 만큼 선제공격은 삼가야 하겠지만 경계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가자.”

그 한 마디를 시작으로 세 명은 마을 쪽으로 움직였다.

위드리스는 설정에 충실한 게임이었다. 날개 달린 부활석조차 시커먼 빛을 발하는, 매캐한 안개와도 같은 그런 풍경이 곧 눈앞에 펼쳐졌다. 마을 전체에 음울하게 깔린 정체 모를 낮은 메아리가 음산한 분위기를 더했다.

거기에 협조라도 하듯 마을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었다. 유령 마을이 있다면 바로 이런 분위기일까 싶을 정도로, 기계적인 NPC들 말고는 단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한 줄기 약한 바람만이 고요하게 흘러갈 뿐.

“조용하네요.”

은신한 자객이라도 있을까봐 잔뜩 긴장하고 고도를 낮추어 상점 쪽으로 다가갔던 천령은월이 머쓱해하며 돌아왔다.

“역시 망한 마을이라 그런가. 혹시 모르니까 필드 쪽도 돌아보자.”

“원래 그럴 거였는데요 뭐.”

옆에서 멀뚱히 있던 레닭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리스를 불러 뭔가를 검색하더니 입을 열었다.

“검색해 보니까 여기 주인은 ‘벚꽃빛깔’이라는 길드인데 말이죠…… 으음, 아무래도 이 길드 사람들 대부분이 게임을 접고 유령 마을이 된 게 아닐까 싶은데요……. 사람도 열댓명 뿐이고요…….”

길드를 만든 뒤에 점령한 마을이 있으면 으레 그곳에 사람이 많이 모이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자기네 땅이라는 인식이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레닭의 추측이 아주 근거가 없는 건 아니었다.

“불야성 쪽에서도 점령해 봤자 득 될게 없다고 생각해서 손을 안 댄 건가?”

“그럴 지도요…….”

모데토스는 섬이다. 물론 점령하면 귀환석을 통해 바로바로 갈 수 있지만 육지에 비해서는 침입에 대한 빠른 대응이 힘들며 딱히 특산물이나 이점도 없다.

강희성은 잠시 턱을 괸 채 고민하다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우린 이런 데라도 급해. 더 돌아보자. 진짜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점령해야 하니까.”

필드 자체가 좋지 않기는 해도 점령 효과로 얻는 아이템 획득률과 경험치 상승 버프는 포기할 수 없는 달콤한 꿀이었다. 두 사람도 동의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곤 항구 반대편으로 향했다.

그나마 반질반질하게 다듬어진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험악한 바위지대가 펼쳐졌다. 바람이 석상을 스치며 웅웅거리는 소리가 필드 몬스터들의 주기적인 괴성과 겹쳐 울렸다.

‘쓸데없이 이런 건 잘 구현했다니까.’

탐지 스킬에 사람이 잡히지 않는지 유의하면서 천천히 전진하길 20여분. 필드 초입부를 벗어나서 본격적으로 몬스터가 많아지는 지역에 돌입했을 때였다.

“스톱.”

탐지권에 두 명의 사람이 잡혔다. 강희성의 제지에 레닭과 천령은월도 흠칫하더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윽고 강희성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대지를 훑었다.

‘한 명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 근접 격수류인가……. 한 명이 가만히 있는 게 신경 쓰이는데…….’

근접 계열로 추측되는 쪽은 크게 걱정할 것이 없었다. 환영검사나 소환사라면 조금 귀찮겠지만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는 수준이다.

‘가만히 있다면 필시 저격수일 확률이 높지.’

필드에서 한 곳에서 자리를 잡고 정적인 사냥을 하는 부류는 딱 두 가지다. 속사(速射)수와 저격수. 그 중에서도 저격수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속사수의 경우에는 두 개의 크로스보우에서 나오는 미친 물량의 볼트 덕분에 어느 정도 이동하면서 몰이사냥을 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2.5km라는 사거리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서 탐지된 상태라 육안으로 상대를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다. 저격수는 선인의 카운터로, 화살 한 방으로 날고 있는 선인을 추락시키고 스킬을 강제로 해제해 버릴 수 있었다. 여차하면 쏴 버릴 기세로 강희성은 활에 화살을 메겨 시위를 당겼다.

“싸, 싸우게요?”

“만약을 대비해서.”

신중한 그의 태도에 천령은월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민감한 거 아닌가요? 레닭 형이랑 필드 엄청 다녔지만 웬만해선 그냥 지나칠 수 있었는데.”

“저쪽에 저격수가 있는 것 같아서 그래.”

“……!”

저격수란 말에 천령은월과 레닭의 얼굴빛이 변했다. 저격수가 레드 페어리에서 드문 직업이라 여태껏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랐다.

저격수의 사정거리는 강풍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대공(對空)으로도 1km가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선인이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제한 고도는 50m 정도. 굳이 비교하자면 터무니없이 낮다.

“조심해서 전진하ㅈ……”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쐐액! 하는 파공음이 귀청을 찢었다.

‘이 거리에서 화살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으악!”

파악! 하는 강한 소리와 함께 레닭의 비명이 허공을 울렸다.

“레닭 형! 우와악!”

천령은월이 발치를 스쳐 추락하는 것이 눈앞에 보였다고 인식하자마자, 몸을 감싸고 있던 미묘한 기운이 한 번에 사라지더니 시야가 확 뒤집혔다. 동시에 강한 충격파로 인해 세 사람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떨어져 나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커흑!”

[낙하의 충격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25% 감소됩니다.]

단단한 돌바닥에 제대로 부딪쳐 몇 바퀴 구르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그나마 높이가 10미터 정도여서 다행이었지, 50미터에서 추락했으면 찍 소리도 못하고 즉사했을 판이었다. 어질어질한 몸을 벌떡 일으킨 강희성은 재빨리 포션을 꺼내 마시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2.5km 이상의 사거리, 맞은 직후의 충격파…… 110제 스킬인 중력파 화살이다!’

이어서 치밀어 오르는 것은 짜증과 분노였다.

‘대체 왜 100이 넘는 저격수가 이딴 곳에 있는 거냐!’

으드득. 이를 갈며 강희성은 황급히 길드 채팅으로 탭을 돌렸다.

-둘 다 괜찮아?

-으으으, 저야 뭐 죽지는 않았어요.

-저, 저도…… 죽진 않았는데 상극 페널티가 발동했…어요……. 20분…….

바람 속성인 선인과 대지 속성인 저격수.

이와 같이 서로 상극인 직업군끼리 맞붙었을 때, 한쪽이 일방적으로 큰 피해를 가하면 당한 쪽은 ‘상극 페널티’를 받는다. 이는 일정 시간 동안 강력한 스킬의 사용을 통제하고 기본 능력치를 크게 저하시킨다.

다시 말해, 현재 레닭의 전투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레벨 차이가 꽤 큰 상대한테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당한 것이라 페널티 시간도 제법 길었다.

‘예상은 했지만…….’

강희성은 저격수가 탐지되었던 방향으로 시선을 틀었다.

‘아마 중력파 화살이 있다면 하위 호환인 지기 흡수도 있겠지.’

아직 레벨 92인 시점에서는 매우 불리했다. 이쪽은 스킬이 모자라서 타겟을 잡지도 못할 지경인데 저쪽에서는 ‘지기 흡수’ 스킬을 통한 사거리 증대로 2km까지 자신을 겨냥하여 쏠 수 있다.

-형, 어떡할 거예요?

천령은월이 재촉했다. 강희성은 탐지 범위 내로 속속들이 들어오는 기척을 느끼곤 미간을 찌푸렸다.

-그냥 보내주려고 할 것 같진 않으니 싸워야겠지.

루얀에서 얻은 교훈을 곱씹는다.

‘내가 싸우지 않는다 해서 저쪽이 칼을 거둔다는 보장은 없다.’

이유 따위는 필요 없었다. 중요한 것은 저쪽이 이방인을 반기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육지라면 여기저기로 이어진 길을 통해 도주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이곳은 섬. 만약 어찌저찌 도망쳐서 배를 타러 갔는데 출항 시간이 아니라면 그대로 몰살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진짜 저격수가 있을 줄이야…… 이거 큰일인데요. 여기서 죽으면 마을에서 리젠되자마자 계속 학살당할 수도 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배를 타야 해요.

천령은월은 역시 상황 판단이 빨랐다. 강희성은 주변의 지형을 눈으로 익히면서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화살이 드문드문 날아왔지만 석상 덕분에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탐지 범위에 잡히는 건 일곱 명이야. 아까 레닭이 말한 대로 벚꽃빛깔 길드원이라면 이 인원이 전부라고 봐도 되겠지. 보통 길드원 동시 접속률이 잘 해봐야 50%정도니까…….

‘전부이길 빌고 있는 거지만.’

최소 110짜리 저격수가 있다. 그 사실은 같은 레벨대의 상대가 더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사한다.

-어, 어떡하죠…….

-침착하자. 적을 죽이기보다는 저지하면서 항구 쪽으로 빠지자. 은월이, 환영 쓸 수 있지?

-당연하죠.

대답을 들은 강희성은 재빨리 미니맵을 펼쳤다. 세 사람은 삼각형 모양으로 떨어져 나가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레닭이 가장 뒤쪽으로 날아간 상태였다.

-일단 레닭은 그 상태에서 슬슬 뒤로 빠져. 요란하게 굴지 말고. 은월이는 나랑 같이 적을 저지해야겠다.

그러면서 잠깐 눈을 감고 환영검사의 전투 스타일을 떠올렸다.

원거리에서 환영으로 적을 혼란시킨 다음, 대검과 물 속성을 이용한 강력한 한 방 공격으로 적을 빈사 상태로 몰아넣는다.

-환영 필드를 만들어 놓되 혹시라도 따라잡힌다면 상태 이상만 걸고 바로 이탈해.

그리고서는 길드 채팅으로 맵을 띄운 뒤 약간 뒤쪽의 거대한 새 모양의 석상을 지목했다.

-여기서 나랑 합류하자. 레닭은 선인이라 그래도 기본적으로 기동성이 있으니 빠지기 쉬울 거야. 괜히 돌아오지 말고 그대로 항구까지 쭉 가서 먼저 돌아가.


작가의말

 

어제 지갑을 잃어버렸었습니다. sigh...

다행스럽게도 착한 분이 주우셔서 찾았습니다만

정말 염통이 쫄깃한 하루였네요.

어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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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5. 네가 성(城)이면 우리는 파성(破城)이다! 의지는 좋았지만…(2) +18 13.04.03 2,902 23 9쪽
24 5. 네가 성(城)이면 우리는 파성(破城)이다! 의지는 좋았지만… +11 13.04.02 3,384 24 9쪽
23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7) +6 13.03.30 3,528 21 9쪽
22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6) +15 13.03.29 3,269 27 9쪽
21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5) - 수정본 +18 13.03.28 3,452 19 15쪽
20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4) - 수정본 +11 13.03.27 3,569 20 9쪽
19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3) - 수정본 +13 13.03.26 3,475 20 12쪽
18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2) +12 13.03.25 3,260 20 10쪽
17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7 13.03.23 3,711 17 11쪽
16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7) +9 13.03.22 3,578 17 13쪽
15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6) +11 13.03.21 3,550 23 10쪽
14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5) +10 13.03.20 3,544 13 9쪽
13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4) +6 13.03.19 3,583 15 10쪽
12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3) +13 13.03.18 3,628 19 13쪽
11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2) +8 13.03.16 3,756 17 11쪽
10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10 13.03.15 3,969 19 9쪽
9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4) +8 13.03.14 3,800 18 11쪽
8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3) +13 13.03.13 3,973 12 13쪽
7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2) +11 13.03.12 4,058 16 10쪽
6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8 13.03.11 4,042 13 12쪽
5 1. 강남은 친구 따라 가고, 망섭은 여자 따라 간다. (4) +5 13.03.09 4,216 13 12쪽
4 1. 강남은 친구 따라 가고, 망섭은 여자 따라 간다. (3) +8 13.03.08 4,188 14 8쪽
3 1. 강남은 친구 따라 가고, 망섭은 여자 따라 간다. (2) +12 13.03.07 4,562 18 7쪽
2 1. 강남은 친구 따라 가고, 망섭은 여자 따라 간다. +4 13.03.05 4,954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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