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철산고
원래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는 쉽다.
예하가 다시 찾아오는 건 충분히 예상했다.
후훗.
“무서워. 세상 사람들이 전부 나한테 욕하면서 소리 지르는 것 같아.”
“... 그래.”
이유는 좀 달랐나보다.
“이제 다 날 알겠지?”
“어. 오늘 본사람, 내일, 모레 실검을 보고 유투브 동영상을 찾아본 사람, 무수히 뿌려질 움짤로 볼 사람 합치면 다음 달이면 한국인 모두가 알걸.”
“후우우우우. 이게 데뷔한 기분이구나.”
“그렇지.”
“그리고 난 선전포고의 선두에 선 거고.”
“...... 어.”
“뭐랄까. 태풍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야.”
“태풍의 눈엔 바람 한 점 안 부는데?”
“우이씽. 말이 그렇다고요.”
“네.”
예하가 눈치보다가 슬금슬금 침대에 눕는다.
이불을 젖히고 들어와 내 쪽을 보고 눕는다.
옆에서 빤히 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스읍, 하.
스읍, 하.
자꾸 흥분되는 기분을 일단 가라앉혔다.
그 후 냉철하게 생각했다.
할까?
말까?
해도 될까?
하지 말까?
나는 냉철하다.
어떡하는 걸 예하가 가장 좋아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눈을 뜨고 옆으로 누웠다.
누운 채 마주본 자세.
예하는 움찔 놀랐다가 태연한 척 내 눈을 본다.
“뭘 봐요?”
“니 얼굴.”
눈은 크지만 과하지 않고 몰리거나 벌어지지 않다.
눈 아래 작은 애교살이 있지만 다크서클을 만들 정도는 아니다.
눈 위의 옅은 쌍꺼풀은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눈을 키워주고, 긴 속눈썹은 아름다운 음영을 만든다.
코는 높고 오뚝하되 너무 크거나 날카롭지 않고, 입술은... 보통사람하고 똑같은 것 같다.
얼굴은 크지 않고 길지 않고, 둥글지도 않게 적당한 계란형이고, 턱선이나 광대는 날렵하되 돌출되지 않았다.
피부는 잡티하나 없고 주름이나 모공이나 점 하나 없이 순수하다.
하나하나 보면 적당히 예쁜데 합쳐놓고 보면 완벽하다.
눈이 크다, 코가 길다, 이런 평가를 할 수 가 없다.
그냥 가장 적당하다.
“예쁘다.”
“헷.”
예하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예하가 눈을 감으며 움추린다.
얼굴로 흘러내려온 머리카락을 쓸어 뒤로 넘겼다.
날렵한 목선이 나오며 한층 더 예뻐졌다.
손을 떼자 예하가 눈을 뜬다.
그러다 자기를 빤히 보고 있는 날 보고 다시 눈을 감는다.
“해도 돼?”
흠칫.
목이 어깨 속으로 들어갈 정도로 움츠린다.
“아아. 그게... 나... 오늘은 진짜 무서워서 온 건데. 마음의 준비가 아직.”
“그래. 안 할게.”
고문하러 온 거였군.
“어? 진짜?”
“그래. 그런데 이거 나한테 고문인거 알아?”
예하가 눈을 번쩍 뜬다.
“괴로워?”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과 한 침대에 있으면 하고 싶지. 하지만 참아야지.”
“어... 어...... 그럼 해도 돼.”
라고 말하면서 눈을 맥주 마시는 카이지처럼 감지 말라고.
“아니 참을 게.”
“참을 수 없잖아. 남자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 상대에 따라서도 다르고.”
“어?”
“뭐랄까...... 하고 싶지만, 미움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니까. 오늘을 위해 평생 미움받기 싫어. 준비됐다고 할 때까지 참을게.”
“에. 헤헤. 헤헤헤헤.”
망가졌나.
“진짜?”
“어. 진짜.”
“그럼 오빠. 키스만 할래?”
“하는 건 나중이고?”
“...... 어. 준비가......”
날 고문해서 죽일 셈인가?
그래도... 키스는 하고 싶다.
천천히 상체를 들며 다가갔다.
예쁜 얼굴이 확대된다.
예하는 눈을 뜨고 빤히 쳐다봤다.
예하의 눈을 보며 입술을 댔다.
닫은 입술끼리 부딪치고 하나 둘 셋 세고 뗐다.
“헤헤. 헤헤헤. 좋다.”
이상하네. 키스를 모르나? 비무장 지대에서 20년 동안 혼자 살았나?
입술을 벌리고 접근했다.
다가가자 예하가 눈을 감는다.
입술로 예하의 입술을 덮고, 천천히 입술을 닫으며 쓸었다.
“흐읍.”
입술을 떼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진짜 몰랐다고?
연기인가?
다시 접근했다.
예하는 눈을 감았는데 긴장하는 게 보인다.
입술을 덮고 혀로 예하의 입술 전체를 핥았다.
“흐잇.”
핥고 핥다가 입술사이를 집요하게 노렸다.
예하는 호미로 캐낸 조개처럼 입술을 꽉 다물고 버틴다.
입술을 떼고 원래자리에 누웠다.
그러고 한참 있으니 뻘 밖에 나온 조개가 천천히 눈을 뜬다.
귀엽다.
“왜 웃어?”
“너 키스 모르지?”
“아니야. 알아. 당연히 알지.”
“영화에도 많이 나오지 않아? 드라마에서도 나오고.”
진짜 이상하네.
“그건... 그건 섹스 할 때 하는 키스잖아.”
대체 성교육을 누구한테 배웠니? 섹스란 말은 또 쉽게 하네.
“그럼 우리가 처음에 한 키스는?”
“감정을 교류하는 키스잖아.”
버드키스를 그렇게 분류하나.
분류법을 모르겠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다.
완벽해 보였던 예하가 미숙한 점도 보여주고.
“그럼 섹스 할 때 하는 키스 할까? 섹스는 하지 말고.”
“히익.”
왜 부끄러워하는데?
너가 했던 말인데.
“...... 그게 돼?”
“참을 수 있어. 중간에 니가 해달라고 졸라도 참을 거야.”
“어... 어... 그럼... 섹스 빼고 다 해도 돼.”
너 그 말의 의미를 아니?
괜히 물어보지는 않았다.
산통 깨기 싫어서.
다시 얼굴을 접근하니 눈을 또 질끈 감는다.
입술은 또 꽉 다물었고.
“아... 해봐.”
“아...”
“에... 해봐.”
“에...”
하란대로 하는 게 참 귀엽다.
“에 하고 혀를 이 앞으로 내밀어봐 둘리처럼 메롱~ 해봐.”
시키면 그대로 한다.
입을 크게 벌려 예하의 입술 전체를 덮고 예하의 혀를 입술로 가볍게 감쌌다.
“흐읍.”
혀를 내밀고 소리를 내니 목 안쪽에서 얼빠진 소리가 난다.
웃음을 참으며 다시 입을 벌리고 혀를 갔다 댔다.
“크히.”
놀라면서도 혀를 치우지는 않는다.
예하도 날 위해 진심이다.
혀를 한참 쓸다가 예하의 어깨를 잡아 눕혔다.
위를 보고 누운 자세.
입이 연결된 채 한 다리만 예하 다리 위로 올리고 몸을 절반만 포갰다.
예하의 왼쪽 가슴이 내 가슴에 닿는 느낌이 나고 내 왼쪽 팔꿈치는 예하의 오른쪽 가슴을 살짝 눌렀다.
그대로 키스만 이어갔다.
“흐으. 흐으. 흡.”
괴로워 보인다.
“됐어. 이게 키스야.”
“흐읍.”
“혀 넣어도 돼. 이제 시키는 대로 안 해도 돼. 하고 싶은 대로 해.”
“아...... 그렇지.”
예하의 표정에 반성합니다 라는 말풍선이 보인다.
“하고 싶은 대로.”
“어.”
입을 가져가니 눈을 감으며 입을 살짝 벌린다.
혀를 넣으니 안쪽에 숨어있는 혀가 또 딱딱하게 굳는다.
입을 뗐다.
“내 혀는 가만있어볼게.”
“어?”
입술을 덮고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리고 코로 숨만 쉬었다.
예하의 혀가 머뭇머뭇 다가온다.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대낮에 거실을 방문한 새앙쥐처럼 조심스럽다.
혀끼리 닿자.
도망간다.
다시 조심스레 다가왔다가.
살짝 감싸 안는다.
예하의 혀가 내 혀를 핥다보니 부드러워졌다.
부드럽게 핥다가 혀를 기준으로 뱅글 돌리기까지 한다.
신음소리는 내지 않는다.
능동과 수동.
이건 정말 신기한 작용이다.
여자가 위에서 스스로 움직이면 여자의 신음이 줄어든다.
여자가 누워 남자만 움직일 때보다 십분의 일로 줄어드는 느낌이다.
키스도 그렇다.
그렇게 흐읍흐읍하던 예하가 한 번도 신음소리를 내지 않는다.
수동에 더 큰 쾌락이 있을까?
아니면 그저 신호인 것일까?
천천히 입을 떼니 예하의 혀가 따라오다가 떨어졌다.
목을 길게 든 예하가 감은 눈을 뜨더니 내 눈을 보고는 고개를 베개에 댔다.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어? 어어.”
“내가 키스할 때랑 예하 네가 키스할 때랑 어느 때가 기분이 좋았어?”
“어? 어? 모르겠어.”
“똑같았어?”
“에...... 내가 할 땐 혀를 어디로 움직여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전엔 뭐랄까 무서웠어.”
그 차이가 신음을 내는 건가.
다시 입술을 가져갔다.
예하는 실눈을 뜨고 입을 벌렸다.
조금 여유가 생겼네.
입을 대고 혀를 쑥 넣었다.
예하의 혀가 단단하게 굳었다가 천천히 풀어진다.
예하의 뱃속까지 들어갈 것처럼 길게 늘여 혀와 입천장과 혀 밑을 고루 핥았다.
“흐읍. 흐아. 흐아.”
신기해.
그런 생각을 하며 키스를 이어갔다.
왼팔에 살짝 눌린 가슴을 슥슥 문지르며 왼 손바닥은 머리카락을 넘긴 오른쪽 귀를 쓰다듬었다.
귀 전체를 살짝 스치듯 쓸자 예하가 비명처럼 소리를 낸다.
인공호흡 당하는 중.
입을 떼고 귀에 집중했다.
“흐아. 하아. 하아.”
자극이 쎈지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며 내 손바닥을 누른다.
좋은 자세다.
예하의 왼쪽 볼에 내 왼쪽볼을 맞댔다. 예하가 흠칫 굳는다.
얼굴을 돌리지 못하게 살짝 누르며 천천히 볼을 핥고 내려가 왼쪽 귀에 혀를 댔다.
“끼잇.”
퍽.
놀란 예하가 움츠렸고, 어깨로 철산고 스킬을 시전 했다.
“어? 어? 괜찮아? 오빠 괜찮아?”
예하의 강력한 어깨올려치기가 내 턱을 강타했고 벌려진 이빨 사이로 혀가 나와 있었다.
“오빠 괜찮아?”
“아아아.”
말도 안 나온다. 너무 아프니 비명도 안 나온다.
“히잉 어떡해.”
예하가 달려가 불을 켜고 와서 내 혀를 살핀다.
내밀어진 혀는 집어넣지도 못 한 상태.
“피는 안 나는데 이빨자국이 선명해 히잉. 잠깐 잠깐.”
예하는 핸드폰을 들고 혀 깨물었을 때 약을 검색했다.
그러고 전화한다.
“언니. 미안한데요. 약국에서 알보칠 좀 사다 주세요. 제가 혀를 깨물어서. 죄송해요. 언니.”
우리가 나가면 경호팀 50여명이 따라야한다. 차라리 심부름 시키는 게 낫지.
아니 그보다 뭐라고요?
알보치이일?
알보칠이라고 그러셨소?
네가 나 때리지 않았니?
때리고 또 때리려고?
예하 너 솔직히 나 싫어하지?
“으으으으으으.”
신음소리와 함께 고개를 흔들었다.
예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본다.
“많이 아파요 빨리요.”
그러고 전화를 끊는다.
야이녀나.
아 답답해.
핸드폰을 들어 검색했다.
딱 뜨네.
옳아메디.
손가락으로 짚어줬다.
“그게 좋아? 알았어.”
두 번 죽는 불상사는 없었다.
다행히도.
5분 쯤 지나자 통증이 줄어들었고, 10분쯤 지나니 말도 할 수 있었다.
혀가 입안 어디에 닿지 않게 조심해야 했지만.
“아... 으읏겨.”
“힝. 미안. 미안해 오빠. 내가 고의가 아닌 거 알지.”
“그래서 화 아내자나.”
“히이잉. 좋았는데. 진짜 미안.”
“아. 하하하악. 아 어차피 모하느 나리어네.”
아, 어차피 못하는 날이었네.
차라리 잘 됐다.
패팅하다가 못 참고 덮쳤으면 신뢰를 잃었을 텐데 이리 됐으니.
아우우우우.
경호원이 올라와 약을 건네줬고, 예하는 갓난아기 엉덩이에 분 바르듯 조심해서 약을 발랐다.
이때쯤 혀의 통증은 좀 가라앉았고, 대신 부어올랐다.
“이거... 먹어도 되겠지?”
예하가 설명서를 뒤적이며 중얼거렸다.
“당연히 되지. 입안에 바르는 약이니까. 왜?”
“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얌.”
고개 돌리면서 그러면 다 들키잖아.
“키스는 무리야.”
“누가 한 대?”
고개를 팽 돌리는 게 참 귀엽다.
“불 끄고.”
“넵.”
“여기서 잘 거야?”
“어? 안 돼?”
“아니. 자자.”
부디 낼 모레 혀가 가라앉을 때까지 마음의 준비를 끝내주시오.
섹스가 아니어도 그 유사행위 또한 인간관계를 드라마틱하게 가깝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예하는 옆에 누워 잠시 눈치를 보다가 팔과 다리를 올려 안겼다.
가슴 두개가 내 가슴과 옆구리를 압박한다.
너 이거 고문이거든요.
혀는 다쳤어도 섹스는 할 수 있는데.
하아.
다치게 했으니 보상해달라고 할까.
하아.
내가 말하기 힘든 걸 아는 예하는 말없이 안겨 있었다.
내 얼굴을 보다가 내 팔에 얼굴을 묻었다가 겨드랑이에 얼굴을 넣었다가.
그러다 잠들었다.
힘들었겠지.
반대쪽 팔로 예하를 감싸 안고 잤다.
- 작가의말
아몰라 로코 쓰고 싶엉
죽이고뺏는거만 쓰면 사람이 각박해진다궁
혹여 신고당할 요소가 있다면 저한테 신고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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