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선전포고2
백제그룹의 지배기업인 백제 건설은 오늘 특히 바빴다.
정체불명의 적은 오늘 작정한 듯 보도 자료를 쏟아냈다.
창업자인 할아버지의 친일이력과 영월 광산을 훔친 증거까지 꺼냈다.
시위도 최고조고, 불매운동은 전국민이 다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룹의 비서실, 기획실, 홍보팀 등 본사 인원 전원이 수습을 위해 목이 터지도록 전화를 돌려야 했다.
그럼에도 끝내 정치권이 나섰다.
그간 정에 호소하고, 은연중 협박하면서 경찰과 검찰, 정치권을 막았는데 끝내 청와대가 나섰다.
특검이 예고되면서 이제 모든 범법 행위를 감출 준비를 해야 했다.
너무 바빠서 그룹 주식 따위 살필 겨를이 없었다.
“회장님.”
목이 쉰 비서실장 배정구가 왔다.
“왜?”
“미래 그룹이라는 데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저희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답니다. 믿을 수 있는 기자의 제보입니다.”
“끕. 그놈들은 뭐지? 어쨌든 뭔데?”
“사전정보는 없고, 방송 주소만 있습니다.”
“방송?”
배정구가 사전에 받은 주소에 들어가니 여자 셋이 떠들고 있는 인터넷 방송이다.
“수준 떨어지게. 이딴 거면 볼 거 없겠어.”
라고 말을 하는데 여자애가 큐 하니까 기자회견장 화면으로 바뀌었다.
기자 100여명이 모인 회견장은 거대한 규모가 느껴졌다.
저 정도 기자가 모였으면 뭔가 중요한 말을 하겠지.
끄려는 배정구를 막고 방송을 봤다.
-...... 미래펀드는 백제그룹의 모든 계열사 주식을 평균 14.8% 보유했으며 주식 취득 목적은 백제 그룹 경영권 획득입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저놈! 저놈들이었어!”
조준선이 놀랄 때 배정구는 곧장 전화기를 잡고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분 확인해! 우리 지분! 백제 건설 지분 몇이야?”
잠시 후 비서실 직원이 뛰어 들어왔고, 방금 프린트 된 따끈한 종이를 받은 배정구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거... 이거였구나......”
돈은 더없이 솔직하다.
채인수가 지분획득이라는 말을 하자마자 기자 중 일부는 전화를 했다.
“백제 사. 최소 3연상이야. 최대한 사.”
전화를 받은 이들은 곧장 백제 관련주의 장후 시간외 거래창에 들어갔다.
떨어질 대로 떨어져 바닥에서 횡보하던 백제 계열사와 하청업체들의 모든 주식 가격이 시외 가격 상한선인 +10%에 달려 있다.
그 가격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충격소식의 수혜를 받은 이들은 대부분 예하의 방송을 보던 이들이었다.
채인수의 기자회견을 송출하는 동안 여자들 앞으로 갔다.
“제시는 애초에 방송하기로 했는데 두 분은 다시 물어볼게요. 기자회견이 나가면 엄청난 욕을 먹게 되요. 잘못한 거 하나도 없는데 욕먹는다고요. 그러니 마지막으로 기회 드릴게요. 제시 혼자 방송해도 되니까 나오시죠. 괜히 묶여서 욕먹지 마세요.”
“네? 싫은데요?”
“그러게요. 혼자 하루 종일 방송 어떻게 해요. 우리가 도와줄 거에요.”
“이해가 안 되시나본데 엄청 욕먹을 거에요.”
“후훗. 100만 유투버는 하루에 만개의 욕을 먹어요.”
“그니까. 우릴 너무 무시한다. 멘탈 약하면 진작 접었어요. 욕쯤이야 뭐 다 먹죠 뭐.”
“전 재산 잃은 사람의 분노를 모르시네요. 진짜 칼 들고 달려들어 찌를 수도 있어요. 평생 보디가드와 다녀야 해요.”
“그러죠 뭐.”
“경호팀 소개해줄래요?”
언제 이렇게 끈끈해졌지.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잖아.
“그래요. 존중할게요. 경호팀은 저희가 붙여드릴게요.”
“땡큐!”
“뭔가 사선을 넘는 기분인데. 언니. 제시. 우리 전우 같지 않아?”
쟤들 아직 기자회견의 의미를 모르나.
아. 안보고 있구나.
기자회견이 끝나고 화면이 예하쪽으로 바뀌었다.
후원창에 곧장 질문과 욕설이 줄기차게 올라왔다.
“에.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저도 지금 처음 들었어요. 힝. 저희가 뭐 아나요? 돈 준다니까 고용된 건데.”
예하는 진짜 모르는 것처럼 말했다.
연기 참 잘한다.
“여기 민지민지 언니랑 소정언... 아니 모닥불PD언니는 아예 고용되지도 않았어요. 제가 처음 방송하는 거 도와주러 구경 왔다가 계획에도 없이 끼어들었어요.”
끊임없이 욕이 쏟아진다.
굳이 1만원을 후원하면서 욕을 쏟아낸다.
-이시1발련드라 뷰2지속에 전동드릴을 넣어서 내장 싹 다 갈아버릴련들.
이런 류의 심각한 욕이 줄을 잇는다.
고소는 당연히 할 거지만 그와 상관없이 그들의 심정이 이해된다.
백제그룹의 주가는 전부 1/3이 되었다.
주식 3억을 갖고 있던 사람은 2억이 증발하고 1억만 남은 것이다.
아마도 자신이 돈을 잃은 게 우리 때문이라 생각할 것이다.
머릿속이 분노로 가득차 굳이 만원씩 내면서까지 욕하는 사람들.
우리의 발표는 호재다.
적대적 경영권분쟁은 실적 상승이나 신기술 개발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호재다.
채인수와 권순진의 예측은 현재가의 열 배 상승이다.
버틴 이는 처음 가격보다 세배 이상 벌 수 있다.
그들은 지금 축배를 들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욕하는 이는 이미 눈물을 흘리며 손절했겠지. 그러니 욕하지.
내린 자기 탓은 없다. 세력을 욕할 뿐이다.
솔직히 우리가 흔든 게 맞으니 얌전히 욕을 먹어야지.
한편 바닥에서 싸게 주운 야수는 10배의 수익을 거둔다.
그들은 우릴 고마워하는 마음이 눈곱만큼만 있고 99%는 자신의 현명한 야성을 칭찬하겠지.
애초에 그게 세상이다.
서운할 것도 없고, 화낼 일도 아니다.
“무시해 제시야. 후원 댓글 보지 마. 모니터링 화면에 챗창 지워줘요.”
기술팀에 따로 부탁했다.
“네. 에... 그럼 정리해 드릴게요. 미래그룹 산하의 미래펀드는 아일랜드 본사의 지시를 받아 백제 그룹 계열주를 집중 매입했습니다. 의외로 쉽게 매입이 되었기에 3일 만에 14%를 넘겼으며 이렇게 된 이상 경영권을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이건 전문적인 설명이 필요하기에 사장님이 답변하기로 했습니다. 사장님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곳으로 오고 계십니다. 지금 질문을 해주시면 리스트업 해뒀다가 사장님이 오시면 하나씩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오후 4시 막히는 길을 뚫고 채인수가 오는 동안 예하는 피디가 걸러주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다가 특이한 질문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예? 미래펀드 구매 방법이요? 홈페이지에도 영상이 있고, 유투브 채널에도 있는데. 급하다고요? 네. 아무 증권사 홈페이지나 앱에 들어가셔서 펀드상품 란으로...”
갑자기 미래펀드 가입 방법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고, 실검에도 올랐다.
오후 네시 10분. 채인수의 발표 1분후.
모든 백제 계열사, 하청업체 주가가 +10%에 고정되었다.
곧장 사려고 했지만 사지 못한 누군가가 돈 벌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렸다.
즉각 행동하고, 자랑했다.
<흑우들아 돈 벌 방법 알려 주마>
미래펀드 사라. 현재 미래펀드 자금 1조6000억. 경영권 분쟁으로 5배 뛰면 8조 된다. 내 생각에 20배 뛰면 32조다. 근데 오늘 미래펀드 사면 당연히 내 수익률도 20배 된다. 수수료 50% 떼도 10배다. 오늘 1억 넣으면 보름 후 10억 된다고.
ㄴ헐 진짜네 고마워 샀다
ㄴㄴ 어디서 사는데!
ㄴ 아놔 혼자 먹으려고 했는데
ㄴ 다섯시 증권사 마감 전까지 사면 돼
ㄴ 산다 지금이 기회다
ㄴ 등신아 딴놈 끼면 이율 희석되잖아
ㄴㄴ 힉 맞네
ㄴㄴㄴ 오늘 30% 먹을 거 너 때문에 10퍼밖에 못 먹겠다
이 계산이 맞다.
펀드 자금이 100배 1000배 되면 희석되겠지만, 그래도 안 사는 것보다 이득이다.
글을 읽은 이들이, 혹은 방송에서 설명을 들은 이들이 즉각 증권사 앱과 홈페이지에 달려갔다.
그리하여 모든 증권사 홈페이지가 마비되었다.
대한민국 모든 포털 사이트의 실검은 정오부터 미래그룹이 차지했다.
제시, 미래펀딩 야구단, 모닥불, 야구 드래프트, 야구 FA 등.
채인수의 기자회견 이후론 다르지만 여전히 미래그룹이 먹었다.
채인수 사장, 백제그룹 지분률, 백제 경영권, 미래그룹 지분, 미래펀드, 미래 펀딩, 미래펀딩 야구단 제시, 모닥불PD 등등.
실검 1위부터 20위까지 대부분을 독차지한 가운데 검색어 1위는 미래펀드 가입방법이었다.
“반갑습니다. 미래 그룹 한국지사장 채인수입니다.”
명동에서 옥수동으로 40분 만에 온 채인수는 곧장 카메라 앞에 앉았다.
민지민지, 채인수, 예하, 모닥불 순이다.
원래는 둘만 앉는 거였는데 두 여자가 막무가내로 끼어들어서 대그룹이 되었다.
미녀 셋 사이에 낀 채인수는 참 못생겼다.
키 170에 마르고 평균적인 얼굴이지만, 옆에 예하가 있으니 암만 봐도 마른 오징어다.
민지민지와 모닥불도 예하 곁에선 굴욕샷이 잡히긴 하지만 그래도 생물고등어수준은 되는데.
“질의응답에 앞서 발표할 게 있습니다.”
조준선 사장님 보고 계시나요? 오겡끼데스까?
이 악 다무세요.
한대 더 때립니다.
이번 건 엄청 아플 거예요.
“미래그룹은 계열사 전체 지분의 14.8% 차지했고, 이 중엔 백제 건설 지분은 22.3%입니다. 경영권을 인수할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하는바, 3주후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제의합니다. 모든 대주주분께 임시주주총회에 대한 메일을 전했습니다. 주총에 산정할 안건은 첫째 대표이사 해임과 본인의 대표이사 취임입니다. 이후 백제 광업을 비롯한 모든 계열사의 임시 주총을 열어 대표이사 자리를 가져오겠습니다.”
백제 광업은 시세를 타지 않으며 언제나 안정적 수익을 거두기에 이번 사태에도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지분 대부분을 연기금과 대형 기관들이 배당을 먹으려 들어가 있기에 5%이상 구매할 수 없었다.
지분 5%로는 백제 광업을 도저히 먹을 수 없다.
정상적으로는.
하지만 첫째 안건 백제 건설 대표이사가 된다면 백제 건설이 보유한 백제광업 지분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백제 광업을 먹는다면 다음 회사, 그 다음 회사 등 순서대로 모든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가져올 수 있다.
정부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순환출자지배.
백제그룹은 그 구조다.
백제건설 하나만 먹으면 나머지 몽땅 먹을 수 있다.
“또한 임시주총에서 의결할 의제로, 둘째, 저희가 취임하게 될 경우 백제통신을 현금매각해서 전액 주주에게 배당하겠습니다.”
통신3사에 뒤를 잇는 2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알뜰폰 서비스 회사, 백제통신.
황금 알을 낳는 캐쉬카우다.
팔면 4조원 정도 나오려나.
팔아서 몽땅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방송을 보고 있던 조준선이 거품을 물었다.
“미친! 이런 미친 새끼! 그걸 왜 팔아!!!! 백제 통신을 왜!”
“사장님. 지금 블록딜이. 건설사 지분 7%에 3000억을 부릅니다.”
지주회사 백제건설 지분이 부족한 걸 안 배정구는 부랴부랴 전화를 돌리면서 대주주에게 지분 구매 혹은, 지지를 부탁했다.
그러다가 지분 7%를 3000억에 주겠다는 기관을 만났다.
“3000억은 너무 비싼데 그래도 사시겠습니까?”
“못 사!”
“네?”
“못 산다고! 다시 연락해봐! 두 배 줘도 못 사! 아니 넌 비서실장이란 새끼가 지분관리도 안하고!”
조준선이 골프채를 들고 일어났다.
사색이 된 배정구는 다급하게 재차 전화했지만 상대의 거절의사를 들었다.
“이 개새끼야! 일도 못하는 새끼가 실장 직에 있으니 회사 꼴이 이 모양이지!”
퍽퍽퍽.
“악. 잠시만. 왜 그런지. 윽. 으악. 엌.”
배정구는 왜 상대가 거부했는지 확인도 못한 채 기절할 때까지 맞았다.
- 작가의말
글을 읽고 소버린 슼을 떠올렷으면 정답입니다
글을 쓸때 개연성 때문에 써도 될까 망설일때가 많은데 실제 현실에선 소설 이상의 개막장전개 이상이 일어나죠
소버린은 주sk의 모가지를 잡고 슼텔레콤을 매각한다는 말로 주가를 10배 띄웠었죠 소설은 현실을 못이겨요 ㅋㅋ
가끔 뉴스를 보면서 어 졸라 호재네! 라고 생각해 주식을 찾아보면 이미 상한가
가끔 상 아닌 게 있어서 오예개꾸르~ 하며 사면 거기가 고점... 예 주식은 가장 냉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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