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야구단 인수
연령제한으로 못 보신 분들을 위한 29,30화 줄거리
동욱은 루비의 트라우마를 치료해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힐링을 시전했다
나름 좋았다
예하 엄마의 병실을 병원 최상층 VIP실로 옮겼다.
간병인이 계속 교대하며 엄마의 팔다리를 주물러 약한 몸의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을 자극하며, 간호사 한명은 병실 입구에 항상 대기한다.
방문객을 위한 고급 침대도 있어서 편히 잘 수 있다.
거대한 투석기가 병실로 들어와 이 자리에서 바로 투석을 해 준다.
최고의 서비스.
티비도 보고 싶은 채널 볼 수 있고, 보고 싶은 영화를 말하면 틀어준다.
그래도 환자는 똑같이 힘들다.
예하는 슬픈 눈으로 엄마를 보며 말했다.
“엄마 나 갈게. 또 올 거야.”
“그래. 착한 사람 같으니 더 열심히 연습해. 젊은 사람이 참 이해심도 깊지.”
다른 이들의 위로가 엄마에게도 역시 상처였던 것 같다.
예하는 엄마의 마른 손을 쓰다듬다가 병실을 나왔다.
아직 어두운 새벽.
죄송하게도 열 명의 경호팀이 따라붙었다.
미안하다고 했지만, 되려 하는 게 너무 없어서 미안하다며 꾸벅거린다.
경호팀의 차를 타고 가는데 이상한 사람이 자꾸 떠오른다.
이상한 사람.
부잔데 돈을 이상하게 쓰는 이상한 사람이고.
잘 생겼는데 거지같이 꾸미고 다니는 이상한 사람이고.
재산이 엄청난데 삼각김밥만 3일 내내 먹는 이상한 사람이고.
거래할 때 소리소리 지르는 무서운 사람이고.
귀한 돈을 막 뿌리는데... 고맙고...
그러면서도 몸을 요구하지도 않고...
진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나 하고 싶은 대로 살라고 한다.
이상하지만 고맙고 너무 받아서 미안하게 만드는 사람.
“집에 가서... 깨우고 같이 운동하자고 해야지. 스물넷인데 배만 뽈랑 나왔잖아. 안 좋은 자세로 투자만 해서 그래.”
챙겨줘야 한다.
돈 벌 줄만 알지 다른 모든 게 어딘지 불안한 사람이다.
온갖 생각을 하며 옥수역에 내려 작은 마트에 들렀다.
이런저런 식재료를 사고 집에 도착하니 아침 해가 살랑 고개를 내민다.
‘자고 있으려나. 자고 있겠지?’
조용히 현관문을 열었다.
집이 얼음장이다.
거실 탁상엔 맥주캔들이 있고, 베란다 문이 열려서 2월 초 야외 기온과 똑같다.
소파 위엔 얇은 살얼음이 껴 있다.
맥주 흘렸나?
“...... 챙겨줘야 해.”
고작 하룻밤 나갔다 왔더니 집안 꼴이.
예하는 자는 동욱을 깨울까봐 조용히 안방 문을 열었다.
거실보단 따뜻하지만 냉골인 안방에서 동욱이 이불을 둘둘 두르고 번데기처럼 자고 있다.
“...... 챙겨줘야 해.”
멋있는데...
한심해...
이게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인거야?
예하가 준비한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는데 벨이 울린다.
예하가 열어주니 루비가 들어온다.
“꺄아. 언니. 맞다. 어제 미안했엉.”
“아냐 나도 좋았어.”
안에 들어온 루비가 식탁 맞은편에 앉으며 빤히 바라봤다.
“하이!”
“어. 하이.”
“...... 어제는 미안. 조승학이 죽었다고 해서 뭔가 맥이 탁 풀렸어.”
“어. 맥이 풀렸지. 완전히.”
“어. 어? 아이씨 진짜.”
루비가 주먹을 들어 어깨를 쳤다.
예하는 그 모습에 뭔가 껄쩍찌근한 감각을 받았다.
뭔가... 수상하다.
언니가 언제부터 오빠한테 말을 놓았지.
어제 오빠를 좀 보필해달라고 해서 인가.
아니 그런데 이건 친한 것보다 더 좀 가까워 보이는데.
어. 음. 언니 요즘 되게 위태로워 보였는데 좀 힘이 생긴 거 같네. 어... 잘 된 건가?
예하가 단짠오묘한 표정을 지을 때 전화가 왔다.
요즘 난 집에 있을 땐 전화기도 챙기지 않는다.
예하가 강아지처럼 쪼르르 달려가 안방에서 폰을 들고 왔다.
“오빠. 채변오빠.”
“어. 스피커.”
두 손에 샌드위치를 들어서 어쩔 수 없다.
-일단 어제 저녁에 변호사들이 가서 확인했다. 자살이라 하고 이미 화장했다.
“개자식들. 대놓고 사기 치네.”
-부검도 불가능하고 대신 검시내용은 볼 수 있었는데 수상해.
“자살이라면서요?”
-자살인데 총알 세발로 죽었어. 뇌에 두 발, 심장에 한 발.
“네. 에? 뭐지?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그 반응이면 잘 들은 거 맞아. 뇌에 두발 박혔고, 심장에 한발 박혔어. 뇌 두발을 쏜 다음에 심장을 터트렸는지, 아니면 심장에 쏘고 나서 뇌에 두발 갈겼는지는 모르겠어.
“...... 왜 그랬을까요? 자살로 위장하려면 한발로 해야 하지 않나?”
-나도 그게 궁금해. 그래서 진짜 조승학일 수도 있겠다고 의심가기도 하고.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뇌에 두발, 심장에 한발 쏴서 자살하는 게 가능해?
뭔가 놓친 게 있나?
“우릴 혼란시키기 위해서?”
-어찌됐든 보통 놈들은 아니야.
“그러네요. 무서븐 놈들.”
-대체 왜 그랬지? 우리가 잘 못 짚었나? 이미 영상 올라왔고 돈도 송금했는데.
“모르겠어요. 어쨌든 영상은 됐나요?”
-돈이 고생 많이 했다. 링크 보냈으니 확인해봐.
“네.”
전화를 끊으니 예하가 알아서 톡에 들어간다.
가오리와 닥똥의 채팅방에 +300이 눈에 선하지만 채변의 메세지를 눌렀다.
링크를 타고 가니 유투브 영상이 떴다.
필리핀에 사는 이주교포다.
[요즘 조승학이 진짜인가 가짜인가로 소란스럽더군요. 어떤 자산가가 이 일에 궁금증을 느꼈는지 제게 한 가지 일을 부탁했습니다. 과연 언론이 떠드는 대로 진짜인지 가짜인지가 궁금하다 하시더군요.
그분이 100억을 맡겼습니다. 이 백억은 필리핀 중앙은행에 맡겨졌고, 진짜 김유현이 수령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3년 전 군대를 전역했고, 1년 전부터 조승학 대신 군 생활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유현 씨. 세상에 나오세요. 100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 은행과의 협약증서가 있습니다.
당신이 김유현씨라면 바로 100억을 받습니다. 나오세요. 혹시 김유현씨가 주변에 숨어있다면 끄집어 내 데려오세요. 데려오신 분은 1억을 받습니다. 어서 빨리 김유현씨가 나타나 상금을 수령해 가길 바랍니다.]
영상 주소는 양심기자들에게 뿌렸고,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한 기자들은 기사를 쓰며 링크를 걸었다.
백제그룹아.
니들 이제 좆 됐다.
“오빠... 이게 무슨 소리야?”
예하가 흙빛이 돼 더듬더듬 물었다.
“말 그대로. 조승학 대신 군생활 하던 김유현이 죽었다는 소리지.”
“에... 그래도 군대 발푠데. 군대에서 자살했다고 했는데?”
“군대를 믿어? 그럼 쿠데타도 안 일어났겠네.”
“그때는 완전 옛날이고.”
“사람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사는 거야. 아닐 수도 있지. 진짜 조승학이 죄를 뉘우치고 자살했고, 김유현은 대리 군생활 죄로 벌 받고 있을 수도 있지. 만약 그렇다면 김유현은 100억을 벌고 해피엔딩. 그런데 이럴 확률이 몇 프로일까?”
“0%. 그 새끼가 자살했을 리 없어.”
루비가 대답했다.
조금 여유가 생겼던 표정이 경직되고 분노에 잠식되었다.
하아. 조승학 개새끼.
“굳이 총알 세발을 쏜 건 이해되지 않지만, 분명 죽은 건 김유현일거야. 조승학은 아마도 지금쯤 어디선가 성형하고 있겠지. 어쨌든 백제 그룹을 박살내고 나면 그놈 잡기 쉬워. 조금만 기다려. 내 원수기도 하니까.”
예하를 보고, 루비를 보고 다짐했다.
당장은 행방을 알 수 없다.
흥신소 직원이 아무리 유능해도 군대 내부를 뒤지고 다니다간 뒤진다.
숲에 불을 질러 튀어나오게 만들어야지.
두 달이면 될 거다.
“예하야. 오늘 일정은?”
“점심에 원주.”
“아. 오늘인가. 알았어. 준비해줘.”
방에 가서 일일 출금신청을 하고 코인흐름을 확인한 후 나왔다.
준비를 마치고 나가니 현관부터 경호할 도팀장과 경호원 한명, 그리고 루비가 서 있었다.
“어 언니?”
“전에 나도 비서 하라고 했지? 생각해보니까 예하 혼자 24시간 비서하는 건 너무 힘들 거 같더라. 내가 참 무심했지.”
“하앙. 나 하나도 안 힘든데.”
“그래도 개인 시간이 전혀 없잖니. 오빠. 나도 비서 할게. 낮엔 함께 하고 밤엔 교대로.”
밤엔 교대로란 말이 낭심을 짜르르 울립니다.
근데 밤에 비서가 필요없잖아.
낮에도 하는거 없지만.
“...... 그래. 갑시다. 원주로.”
일이란 것은 방향을 잡고 나면 금방금방 진행된다.
야구단 인수는 김하나 팀장의 기업조사팀이 주도했고 채인수와 황영석이 보조 했다.
사흘 전 김하나 팀장이 설명했다.
“적정 인수가격은 90억. 이건 권리금 같은 겁니다. 여기에 매년 구단 운영비가 130억 정도 소요됩니다. 추가로 야구협회에서 협회비 30억을 내라고 합니다. 이걸 내야 프로야구리그에 참여할 수 있대요.”
타이밍이 좋았다.
개인 소유였던 MFC 로봇 구단은 구단주가 횡령 배임으로 감옥에 가면서 올해 운영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주인을 찾지 못하면 올해 프로야구는 9구단 체계로 돌아갈 뻔 한 상황.
덕분에 일이 금방금방 진행되었다.
“줘버려요. 얼마 하지도 않네.”
권순진이 끼어들었다.
“문제는 이 협회비를 30억을 낼 필요가 없다는 거지. 명분도 없고, 약관에도 없어. 자기들이 힘들게 만든 판에 껴들었으니 돈 내놓으라는 건데, 이건 한마디로 용돈 줄래? 꺼질래? 랑 똑같은 거야. 반 일진이 착한 애들 삥 뜯듯이 말이야.”
“졸라 개새끼들이네요.”
“어.”
“... 줘버리고 자금추적 되요? 나중에 횡령으로 조지죠.”
개새끼들이면 조져도 되잖아.
이전에 닥똥이 자기가 왜 구단주 하고 싶은지 열변을 토로했기에 협회도 함께 조지기로 했다.
“그래. 그럼 자금에 미리 잉크 좀 묻혀나야겠네. 그리고 말이야. 친구가 하고 싶다고 해서 사주는 거라고 했지?”
“네.”
“그럼 구단 이름은 친구 이름으로 할 거야? 사주되 우리도 최소한의 이득은 뽑아야 하지 않겠어?”
“이득이요?”
“미래 그룹. 그룹 홍보에 쓰자. 어차피 우리 같은 금융기업이 이름을 알리려면 마케팅 비용을 써야 하거든. 그런데 야구단을 운영하면 마케팅이 자동으로 돼. 이번에 사는 MFC가 원주 연고지니 최소한 강원도 전체와 전국의 야구팬은 우리 이름을 알 수가 있지. 미래자산운용으로 이름붙이면 야구팬들은 적어도 한번은 검색할 거고 펀드에 넣을 때 우리 거에 먼저 넣겠지.”
“마냥 적자가 아니네요.”
“그렇지. 그래서 나도 찬성하는 거고. 앞으로 투자금 모아 펀드 만든다고 했잖아. 그거 마케팅 비용 생각하면 야구단에 투자한 금액 대부분 회수할 수 있어.”
“그러네요.”
닥똥에게 전화해 허락을 받았다.
“우리 이름으로 할 게요.”
“어.”
곧장 야구단 인수가 진행되었다.
2월 스프링캠프가 코앞이었고, 무려 30억의 용돈을 아무 말 없이 던져줬더니 협회에선 간이며 쓸개 다 내줄 것처럼 신속하게 도와줬다.
[MFC의 새로운 주인, 미래펀딩은 누구?]
ㄴ 이건 또 무슨 듣보잡이냐
ㄴ 하아 또 리그 수준 떨어지네
ㄴ 여기 등록된 운용자금 1조던데?
ㄴㄴ 1조원? 그런데 아무도 몰라?
[최종입찰에 탈락한 백제 통신, 중소기업은 구단을 운영할 수 없다]
ㄴ백젴ㅋㅋㅋㅋ
ㄴ문상왔습니다 백제rip
[9개 구단 한목소리로 우려의 목소리, 모기업이 작으면 프로야구계 전체가 흔들린다]
ㄴ 놋네 목소리?
ㄴ 게비오의 자랑 놋네 자이언트
[미래, 적자운영으로 파산할 것, 야구계 원로의 경고]
ㄴ 솔까 좆소기업이 운영할 수 있냐?
ㄴ 환하 치킨스보다 잘하지 않을까?
ㄴ 발로 운영해도 놋네 비밀번호 못 찍음
ㄴㄴ 언제적 놋네냐 지금은 환하지
우려의 기사가 난무하는 가운데 일주일 만에 구단을 샀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듯 한 속도였다.
한 푼도 안 깎으면 이게 가능하다.
- 작가의말
야구소설 아닙니다 시스템소설이에요.... 그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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