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세얼간이2
가오리를 까자.
“이 새끼 좀 올라왔지?”
“좋은 세상 가셨네.”
“둘이 갈까? 좋은데.”
“콜.”
공수가 바꼈다.
유연한 팀 구성이야말로 3인팟의 장점이지.
“아 진짜래도. 날 보며 웃고 있어. 앗. 엿들었나보다 모른척하네.”
가오리가 얼굴 들이대며 속삭이는데 개똥같다.
“네. 다음 시발꿈.”
“너님은 시발꿈을 꾸었습니다.”
“아 진짜래두. 앗 나간다. 풉 터져서 얼굴 가리고 뛰쳐나갔어. 엥? 일행 다 나간다. 후에엥.”
슬쩍 돌아보니 요리접시는 비어있고, 소주 두병과 잔 하나만 있다.
경호팀은 술 마시지 않고 예하 혼자 마셨구나.
“야이 개새끼야. 너 때문에 나가는 거 아니야! 엿 듣는 거 들켜서 민망하니까. 너 때문에 갔어.”
“오오. 당신의 추리에 100점 드립니다.”
“아놔. 이게 내 잘못인가.”
“니 잘못임. 암튼 니 잘못임.”
“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어. 가만히 놔두면 세상을 아름답게 가꿀 미녀를 네가 스토커 취급해서 쫒아버렸지.”
“피고를 사형에 처한다.”
오랜만인데 닥똥하고 호흡이 잘 맞네.
원래 누구하나 물어뜯을 땐 완벽한 호흡을 맞추게 되지만.
그보다 나만 예하가 위대하다 느끼는 게 아니다.
마주치는 모두가 감동할 미모다.
역시 클래스는 영원하다.
“하여튼 가오리 개새끼. 인생에 도움이 안 돼요. 등 뒤의 향기가 좋았는데.”
“응?”
“뭔소리여?”
“예쁜이가 앉은 순간부터 그 매혹적인 아우라가 뿜뿜해서 그냥 등 뒤에 존재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렜는데 너 때문에 갔잖아.”
“...... 미친 새끼.”
“너무 가셨습니다 선생님.”
“너 등짝에 코 달렸냐?”
“등으로 냄새 맡는 미친놈.”
공수교대.
이제 닥똥이 얻어맞는다.
“아놔. 나만 그래? 핸플씹새야. 너도 그랬잖아.”
“난 아님. 너만.”
“등에 코 달린 변태가 어디 감히 인류와 겸상하려 그래.”
“등짝에 방구껴볼까?”
“아크크큭. 좋다. 나 버퍼링 80퍼. 잠깐 기다려봐.”
하도 웃어서 턱이 아프다.
이놈들을 만나면 언제나 즐겁다.
가오리는 활발하고 웃기고 닥똥은 매우 내성적이라 모르는 사람 앞에선 목소리도 내지 못한다.
회귀전의 난 진지하고 근엄했고.
서로 개성이 다 다르지만 친구가 모이면 다 똑같은 병신이 된다.
44살까지 살면서 먹고살기 위해 온갖 일을 해야 했고, 다양한 사람을 경험했다.
그 다양한 사람들도 각자의 친구들과 모이면 다 똑같더라.
오직 부랄 친구 앞에서만.
창밖을 보니 이제 어둑해지고 있다.
아. 다섯 시에 만났지.
왜 새벽 네 시 같지?
“내가 돈을 졸라 많이 벌었어. 그러니까 달라는 거 다 줄 거다. 돈 생각하지 말고 평생 하고 싶은 거 다해.”
본론을 꺼냈다.
“......음. 학교 때려치우면 되나?”
“어. 니가 입사해서 평생 일하는 것보다 큰돈을 줄거야.”
“...... 그럼 난 바츠 서버로 돌아가야겠어. 내 통장에 하루 10만원씩 넣어주셈.”
“새끼야. 꿈 좀 크게 가져. 망하면 또 질러줄 테니까 막 질러. 계속 질러.”
“에휴. 어쩔 수 없지. 남성호르몬이 부족해서 활동적인 일을 못해. 쯧쯧.”
가오리가 물어뜯자 닥똥이 진심으로 발끈했다.
“개새끼야. 안 터졌어. 그냥 아팠다고. 불알 없으면 군대 못 가는데 난 갔다고 십새야.”
“...... 500만원의 2000배니까 하루 100씩 넣어도 만일이야. 10씩 넣으면 너 평생 못 받어.”
또 말이 끊어져서 과거로 돌아왔는데 가오리가 끼어들었다.
“오호라 10000일. 동정이 대마법사로 진화하는 시간이군요.”
“이 개새끼가.”
친한만큼 하도 막말을 해대서 셋이 만나면 셋 중 둘 이상은 반드시 싸운다.
대개 셋 다 싸우지.
“아놔 진지한 말도 못하겠네.”
일어나서 닥똥 뒤로 갔다.
버퍼링 110% 찼다.
등에 살짝 앉아서
뿌앙.
“야이시발.”
“오오. 바로 냄새 맡네. 등짝에 코 맞네. 맞아.”
“형 나이스샷.”
가오리와 하이파이브했다.
이렇게 놀다가 술집에서 쫓겨난 적도 여러 번 있지.
44살까지 먹고 돌아왔지만 이놈들을 만나면 자제가 안 된다.
아마 우린 80살에도 이러지 않을까.
또 정리되는데 한참 걸렸다.
사실 정리되지 않는다. 평생.
“나이트 가자. 나이트. 내가 쏜다.”
저놈의 나이트무새.
“야. 졸라 노땅 냄새나게 나이트가 뭐냐? 클럽도 아니고.”
닥똥이 옳은 소리를 했다.
“나이트는 웨이터 형이 여자를 모셔와. 클럽은 우리가 꼬셔야 하고. 어디가 가능성이 높겠어요? 우리가 클럽 가서 혼자서도 잘 할 수 있겠어요?”
“... 나이트요.”
닥똥이 졌다.
그렇지만 반항을 해본다.
“가오리가 도전을 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야이. 니들은 홈런 칠 생각밖에 없어서 그렇지. 그냥 놀러 가는 것도 재밌어.”
“나 이거 뭔지 알아.”
“포기하면 편해.”
“야이....... 니들이 세상을 야설과 야웹툰으로 배워서 그래. 여자 꼬셔서 당일에 모텔 데려갈 생각하고 가니까 무섭고 어렵고 공부할 거 많다 느끼지, 실제로는 그런 일 없어. 그냥 놀러가서 예쁜 애들 구경하며 춤추고, 그 자체도 재밌어.
웨이터가 데려온 처음 보는 여자를 술 먹여서 의식 잃게 만들어서 모텔 데려간다? 머릿속에서 그딴 생각을 지우면 모르는 여자와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재밌어. 생각해봐. 우리가 모르는 여자에게 말 걸어서 같이 술 마시며 대화할 수 있겠냐?”
“무리무리무리!”
“불가능.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우린 참 주제파악을 잘하는 것 같아.
지금은 좀 다르겠지만, 과거의 난 여자 앞에서 한마디도 못 했지.
닥똥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짝.
“그래서 나이트가 좋다고. 웨이터가 데려온 모르는 여자랑 대화 몇 마디라도 할 수 있잖아. 오늘 꼬셔서 원나잇 한다는 욕심만 버리면 그 자체도 꽤 재밌어. 안 되면? 또 다른 여자랑 대화하고. 그러다 정말 맘에 맞는 사람 만날 수 도 있고.”
“오오. 경험 많은 것 같다.”
“그러게. 그래서 연락하는 여자는?”
“있겠냐?”
“...... 한잔 마시자.”
“옙.”
거국적으로 한잔 마셨다.
생각해보니 새로운 경험이네.
전생에도 나이트를 한 번도 가본 적 없다.
섹스할 거면 그냥 돈 내고 업소 가는 게 낫다.
거리에서 볼 수 없는 놀라운 미녀가 알아서 다 해주는데 굳이 나이트를 갈 이유가 없지.
2차 욕심 없이 대화하러 간다라......
“가자. 오늘은 내가 쏴주마.”
“오올 이천배!”
“핸플형님 믿고 있었사옵니다.”
계산하고 나와 택시를 탔다.
가오리가 자기 가본데 있다며 강남역을 부른다.
택시타면서 얼핏 보니 뒤에 서 있는 카니발에서 예하가 보였다. 예하와 경호원들이 타고 있는 차다.
나 : 나이트 감. 집에 가셈
1 : 으이그 하여튼 남자들이란
나 : 그거 하러 가는 거 아님
1 : 믿겠습니다. 비서 따위가 믿어야져 뭐. 어쩐지 엄마 병원 가서 자라는 둥 미리 쫓아내려더라
나 : 그건 진짜 아니었어. 이거 계획에 없던 거야 가오리가 떠드는 거 들었잖아
1 : 네 믿습니다. 비서 따위에겐 그냥 명령만 하시면 됩니다. 아. 언니들도 거긴 가장 위험한 곳이라서 더 열심히 경호해야 한대요.
삐진 것 같다.
하긴. 삐지겠지.
“이 새끼 썸녀다. 썸녀랑 톡한다.”
“머여? 배신자여? 겨깨동무 풀었어?”
아우 샹.
강남의 나이트에 도착했다.
저녁 8시다보니 웨이팅도 없다.
앞에 있는 팀이 신분증 검사를 하는 걸 본 후 우리차례가 되었다.
“안 됩니다.”
컷 당했다.
“복장이 안 돼요. 군인 아저씨도... 안 돼요.”
가오리 놈만 살아남았다.
자존심상해.
“에휴 이 못생긴 놈들.”
가오리가 혀를 찬다.
스읍, 하.
스읍, 하.
진정되지 않는다.
코인 수백억 거래할 때만 엔돌핀이 넘치는데 가오리한테 외형으로 밀린 게 그 정도 충격이다.
“아놔. 우리가 옷이 허접하지 돈이 없는 게 아닌데. 가장 좋은 방으로 줘요. 1억 쓸게. 10억 쏠까요? 골든 벨?”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졸라 단호하다.
와 열 받어.
돈이 넘쳐나는데 겸손한 옷차림 때문에 쓰지 못하다니.
저 뒤에 서 있는 하얀 카니발에서 웃고 있을 예하의 표정이 그려진다.
옷을 사 입고 들어가도 되겠지만.
아 빡쳐.
띠. 띠 띠.
“형. 거기... 네.”
그간 여자가 생각날 때마다 호텔 콜이나 룸에 갔다.
돈 신경 쓰지 않고 최고로 부르며 놀았기에 난 특급 VIP고, 매니저 몇 명의 번호를 알고 있다.
여기 저기 다니면서 번호 받아놓은 게 몇 군데 있다.
전화를 몇 번 돌리니 한 군데 잡을 수 있었다.
띠리리리.
-배실장님?
백제건설 비서실장 배정구가 전화를 받았다.
“뭐야? 너 누구야?”
-전에 윤동욱이 방문하면 콜하라고 제게 지시하지 않으셨습니까?
“어어. 왔어?”
-킹스 나이트에 VIP룸을 예약했습니다. 3번방입니다.
“그래. 알겠다. 오늘 확인하고 내일 입금하마.”
-감사합니다. 또 불러주십시오.
“노래방이랑 똑같네.”
플로어는 1층인데 VIP룸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3층 큰 방에 들어가니 대형 노래방 룸 같은 시설이 반긴다.
한쪽은 노래방기계와 입구가 있고, 반대쪽은 대형 유리로 플로어를 내려다보는 구조다.
플로어와 테이블에는 이른 시간에도 절반정도 차서 적당히 한산하게 춤추며 노는 분위기였다.
“이 방 얼마냐? 졸라 비쌀 거 같은데.”
“내 지갑에 있는 돈의 천만분의 일이야.”
“...... 졸라 얼마 안하네.”
“너희도 막 써. 막 쓰고 또 달라고 해.”
“어. 그래야겠다. 시발. 천억.”
웨이터 형한테 팁 잔뜩 주고 부킹을 받았다.
한참 후 미녀 두 명이 잡혀 왔다.
그리고 따로 미녀 한 명.
나가면 또 오고.
나가면 또 데려오고.
예하의 0.3정도 미녀들.
와 엘리베이터 처음 타봐. 여기가 VIP 룸이에요? 오빠들 뭐하는 사람이야? 아이티 사업가래 꺄아. 이거 무슨 술이야? 엄청 비싸대.
나이트는 신기한 곳이다.
길가다 말 걸면 침 뱉으며 떠날 여자들이 매우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편하게 대하고 떠나간다.
“좀 놀다가 나중에 올게 오빠.”
“남자랑은 춤 같이 안 춰요.”
“일행이 불러서 갈게. 이따 콜미~”
나이트는 귀찮은 곳이다.
“욕심을 버리시게. 저런 미녀랑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지 아니한가.”
가오리는 진심으로 욕심 없이 왔나보다.
“...... 욕심 버렸는데 말하다가 자꾸 나가니까 화나네.”
“크크. 춤이나 한번 추고 올까?”
“야. 나 춤 못 춰.”
“아래를 보고 춤 못 추는 남자를 손에 꼽아봐.”
...... 무대를 보고 춤 못 추는 남자를 찾았다.
저놈, 저놈, 저놈, 저놈도...
90%가 멍하니 서서 좀비처럼 비틀거린다.
“춤 잘 추는 사람은 없다네. 진짜 간혹 한두 명 춤을 잘 출 뿐. 남의 시선 따위 무시하게나.”
“자신감이 생깁니다. 스승님.”
“아무도 네놈의 무가치한 몸짓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단다. 가자꾸나 제자들아.”
셋이 룸을 나서자 옆의 룸이 닫히는 게 보였다.
경호팀이군.
플로어로 내려가서 좀비 중 하나가 되었다.
혼자라면 절대 못 할 몹쓸 몸짓을 다 같이 하니 된다.
고맙다 이름 모를 친구들아.
니들도 춤을 못 춰서 너무 다행이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노래를 들으며 몸을 살랑살랑 흔들고 있으니 기분이 풀린다.
화려하게 흩날리는 조명이 근처의 여자를 비췄다 꺼졌다 하는데, 조명에 잠깐잠깐 스친 덕인지 다 예뻐 보였다.
여자들이 하는 걸 보다가 남자들이 하는 동작을 보다가 멋있어 보이는 동작을 따라하는 몹쓸 짓을 하다 보니 재밌다.
그렇게 놀고 있는데 분위기가 바뀐다.
우오오오 하는 소리가 들리고, 시선이 한쪽으로 쏠린다.
미녀가 나타났다.
쎄 보이는 여자 둘이 호위하듯 양쪽에 서서 가볍게 살랑거리고, 그 가운데는 절세미녀가 국가를 위태롭게 할 춤을 춘다.
예하다.
룸에 있을 땐 멀리서 지켜보다가 플로어로 나오니 춤추러 왔네.
나머지도 어디선가 날 지킬 테고.
예하는 매우 가볍고 편안하게 춤을 췄다.
섹시하려고 도발하지 않고, 눈에 띄려고 오바하지 않고, 그저 멜로디를 따라 살살 움직이는데 춤 선이 너무 예쁘다.
치유된다.
너무 완벽하다.
미모도 그렇지만, 춤 자체가 너무 예쁘다.
빠르게 가볍게 약하게 힘있게.
제멋대로 움직이는데 노랫말이 들리는 듯하다.
나 여기 있는데
그댄 어디 있나요.
기다리고 있는데
왜 오지 않나요.
노래는 팝송인데 예하가 부르는 의미가 춤을 통해 들린다.
여유 있게 음악을 타던 예하가 조금씩 조금씩 내 쪽으로 다가온다.
“오우 걔다 걔. 양꼬치.”
“이건 인연이야.”
“날 따라온 걸까?”
“그거네. 밖에서 기다리다가 내 택시를 쫓아왔군.”
“날 봤어!”
“나한테 온다.”
끝까지 불쌍한 내 친구들아.
예하가 살랑살랑 오다가 눈이 마주치자 웃는다.
어둡고 번쩍이는 스테이지가 대낮처럼 환하다.
“오빠. 잘생겼다. 나랑 같이 놀래?”
예하는 나에게 자긍심을 주었고, 내 친구들은 동시에 위궤양 걸린 표정이 되었다.
- 작가의말
저와 제 친구들이 44살보단 적지만...
지금도 저러고 놀아요. 고딩때랑 똑같이... 가끔 술집에서 쫓겨나기도... 데헷!
친구의 장인아버지도 친구들과 있을 때 우리와 똑같이 노시더라고요...이건비밀 헤헷
그러므로 개연성 있는거임 암튼 그런거임
리메전과 비슷하므로 오늘중으로 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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