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화장실
경찰에 잡히면 죽는다.
모든 경찰이 부패하지 않다는 거 안다.
부패한 경찰은 극히 일부다.
그래도 나는 잡히면 끝난다.
내가 가짜 택시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백제그룹이 알고 있다.
그러니 미행이 붙었겠지.
조승학을 팬 내가 경찰에 붙잡힌다면?
백제그룹에선 배후를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고문할 것이다.
돈 1억에 영혼을 팔 자는 얼마든지 있다.
멀쩡한 사람 고문해 살인범으로 만드는 경찰이 있고, 살인사건의 증거를 없애 풀어주는 놈도 있다.
단언컨데.
난 고문을 단 1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미래에서 돌아온 것도 전부 나불댈 자신 있다.
삐요삐요 끼이이익!
경찰차가 정문 쪽에 줄줄이 멈춰 섰다.
“경찰을 뚫... 지는 못하겠죠?”
도팀장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가 어떻게든 시선을 끌어보겠습니다. 그때 연습생인 척 빠져나가십시오.”
“오빠. 나랑 가자. 지하 2층 주차장을 통해 나가자.”
예하가 손을 이끌었다.
“건투를.”
도팀장이 멋지게 말하고 달려갔다.
그 뒤로 경호팀이 달려가고 나와 예하도 따라갔다.
헤어지는 인사하고 같은 방향으로 갈 때 그렇게 뻘쭘하던데.
계단 쪽엔 뒤늦게 온 덩치 일곱이 쓰러져 있었다.
왜 이것뿐이지?
아. 1층에서 나머지가 쓰러졌구나.
계단 1층까지 오자 여기저기 덩치들이 쓰러져 있고, 내 경호팀도 쓰러져있다.
제길.
죄송합니다.
마침 들어오는 경찰을 향해 도팀장이 달려갔다.
그 뒤를 팀원들이 따라가는데 여자 한명이 내게 온다.
“부탁드립니다.”
대표실에 있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다.
일단 받고 예하가 끄는 대로 지하로 갔다.
지하 1층을 지나려는데.
삐요삐요 소리가 들린다.
아래에서.
“주차장에 경찰이 왔나봐.”
예하가 울상을 지었다.
“1층과 지하 말고 나갈 길 없어?”
“없어요. 차라리 1층에서 창문을 깨고 나갈까?”
“아니야. 경찰은 바보가 아니야.”
뒷돈을 받아 사건을 망치는 일부 부패한 경찰이 문제지 평상시의 한국경찰은 세계 최고수준의 치안력을 갖고 있다.
프랑스 경찰로 생각해선 안 된다.
“숨자. 숨을 곳 있어?”
“어? 아. 그래. 따라와봐.”
예하는 지하 1층 계단에서 머리만 내밀고 복도 좌우를 봤다.
“오빠. 따라와.”
계단과 마주보는 곳에 화장실이 있다.
예하는 손을 잡고 여자화장실로 안내했다.
여기가 여자화장실이라는 곳인가.
처음 뵙겠습니다.
예하는 들어가자마자 불을 껐다.
비상구 초록 불빛만 은은하게 보인다.
예하는 문을 하나씩 열어 사람이 있는지 보며 화장실 끝 칸으로 이끌었다.
문을 여니 비상구 등마저 막혀서 너무 어둡다.
휴대폰 손전등 모드를 켜고 보니 청소자재가 그득 쌓여있다.
“여기 앉아서 엉덩이 뒤로 쭉. 더 벽에 닿을 때까지. 됐어. 이제 몸을 왼쪽으로 틀고 쭉. 쭈쭉. 끝까지 들어가.”
쌓여있는 청소자재 아래에 틈이 있었다.
거기 완전히 감춰졌다.
“찾아! 몇 명 모자라!”
밖에서 고함소리와 쾅쾅 소리가 들린다.
놀란 예하가 몸을 날리듯 기어들어왔다가 뒤를 보고 울상 지었다.
“엉덩이가 튀어나와. 힝.”
하더니 내 다리위로 올라온다.
무릎으로 내 다리 양쪽을 짚고 다가와 상체를 바싹 붙인다.
나는 ㄴ 자 형태로 앉아있고 예하가 그 위에 마주보고 포개 앉은 형태가 되었다.
전문용어로 좌상위... 아니 이건 그거 할 때 쓰는 용어지.
“오빠. 다리 좀.”
예하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데... 미치겠다.
“어?”
“발끝이 밖으로 나가있어. 저러면 보여. 무릎 세워.”
“어? 어.”
무릎을 조심스레 세우며 당기니 푹신한 살과 닿는다.
“헛. 미안.”
“아니야. 더 당겨야 해.”
“어.”
무릎을 당기니 예하가 엉덩이를 앞으로 비비적 당기며 들 공간을 만들어 줬다.
어색하다.
더없이 어색하다.
허벅지에 예하의 엉덩이 감촉이 느껴지고 예하의 숨결이 뜨겁다.
부들떠는 예하의 허벅지가 느껴진다.
왜.
예하도 부끄러운가보네.
......
아니다. 그게 아니야.
“혹시 자세 불편해?”
“아니 괜찮아. 버틸만해.”
“그냥 앉아.”
“하지만.”
“그런 자세론 오래 못 버텨. 최대한 편하게 앉아.”
“... 어. 실례요.”
예하가 살며시 엉덩이를 내리는데. 정확히 거시기 위에 앉았다.
내 것이지만 내 심장처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그 녀석은 이미 커져있는 상태.
“아. 미안.”
예하가 엉덩이를 드는데 눌린 녀석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아니야. 그냥 앉아. 앉아서 힘 빼고 대신 더 이상 움직이지 마. 그게 제일 나아.”
남자는 여자의 몸을 잘 모른다.
평생토록 모를 거다.
여자도 남자의 몸을 잘 모른다.
눌린다고 그리 아프거나 힘들지 않다.
긁히거나 베이는 쪽으론 엄청 아프지만 압력에는 강하다.
“알았어.”
딱딱한 녀석 위에 예하의 중요부위가 내려앉는다.
예하는 조심히 다리에 힘을 빼며 체중을 실었다.
눌린다. 눌린다.
눌릴수록 얇은 옷 너머 맞닿은 부위가 상상되어 점점 딴딴해진다.
“미안하다. 이 와중에.”
“아냐. 괜찮아.”
예하가 체중을 전부 풀었지만 많이 아프진 않다.
오히려 기분 좋은 무게감이 뿌듯하다.
“새벽엔 주차장 문도 잠가?”
“안에서 열 수 있어. 섹콤 있지만 열고 튀면 될 거야.”
섹 뭐요? 뭐라고요?
“오 오빠?”
“그래. 버티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하체에 느껴지는 예하의 체온에 정신이 없고 귓가에 느껴지는 예하의 숨결이 너무 뜨겁다.
암순응한 눈이 천천히 적응하자 예하의 모습이 보였다.
가슴이 닿지 않도록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고, 두 손은 마임하듯 보이지 않는 벽을 손에 댄듯 하다.
“새벽까지 여기서 못 나가겠지?”
“어? 아아. 그렇지. 다른 덴 숨을 공간이 없어. 여긴 우리가 몰래 과자 먹는 자리. 선생님이나 매니저들은 몰라.”
그렇구나. 청소도구 아래 빈공간이 작위적이다 했더니 그런 용도구나.
타다다닥!
삐요삐요!
밖에선 꾸준히 소음이 들린다.
그럴 때마다 예하의 허리가 굳는 게 느껴진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팔을 뻗어 예하의 등을 감쌌다.
“오빠?”
“흑심은 전혀 없고, 난 누구와도 사귈 생각 없어. 그러니 그냥 기대. 새벽까지 버텨야지.”
예하의 등을 당겨 몸에 붙였다.
가슴에 닿는 가슴이 부드럽다.
밑에 녀석은 더 커진 기분이다.
“지금 믿으란 말만큼 믿을 수 없는 게 없겠지만. 진짜 흑심은 없어. 최대한 편히 기대. 그 자세론 너 허리 끊어져.”
“어. 어어. 믿을게. 내 천사오빠인데.”
차라리 잘됐다는 듯이 예하가 안기며 어깨에 턱을 올린다.
덕분에 볼과 볼이 맞닿았다.
끄응.
왼쪽 다리에 체중이 실려 피가 안 통한다.
엉덩이에 힘을 빡 줘서 꿈지럭하며 체중을 반반 분배하는데.
“하앙.”
......
“...... 미안. 하품했어.”
“...... 내가 더 미안.”
얘가 특별히 민감한 체질이 아니라면 지금 상황에 흥분한 거겠지.
나처럼.
생식기가 맞닿아있는데 갑자기 움직이며 비벼졌으니.
“아냐 진짜야. 갑자기 하품해서 미안해요.”
“어. 믿어.”
개뿔.
“진짜. 진짜진짜. 진짜래두.”
“쉿.”
탁탁탁.
발소리가 들린다.
“아 짜증나. 찾긴 뭘 찾으라고.”
여자목소리가 들리고 문이 벌컥 열린다.
예하와 난 숨조차 참았다.
화장실 불이 번쩍 켜지며 예하의 새빨간 옆얼굴이 보인다.
“있긴 뭐가 있어? 조폭매니저랑 조폭이랑 싸운 걸 왜 우리한테.”
쾅. 쾅. 쾅.
발로 변기문을 하나씩 차고.
쾅.
그림자 졌던 청소도구실이 밝아졌다.
“아무것도 없구만! 짜증나!”
안 들켰다.
탁. 탁. 탁.
멀어지는데.
띠리리리.
맙소사 내 전화기다.
“학. 누구? 사람이다!”
“나 예하야!”
소리치자마자 예하가 소리쳤다.
여자애가 달려왔다.
“어? 너? 요즘 안 나왔잖아. 뭐야? 여기 왜 숨어있어?”
띠리리리.
눈치 없는 벨아 좀 멈춰라.
“힝. 그게...”
몸을 뒤로 젖힌 예하가 당황해서 말을 못 꺼낸다.
“어? 뭐야? 과자기지에 왜 남자 발? 어?”
머리 위가 환해진다.
대걸레 자루 위에 절묘하게 걸쳐진 걸레들이 들춰졌다.
민망해라.
아이돌 지망생처럼 보이는 예쁜 애가 우리 둘이 안고 있는 자세를 도끼눈을 하고 째려본다.
“남자? 우리 연습생 아닌 거 같은데.”
예하가 날 가리려는 듯 폭 안겨와 얼굴 옆에 자기 얼굴을 둔다.
“내... 남친이야.”
“미친년. 여기 왜 남친을 데리고 들어와?”
“그. 엠티비가 없어서. 힝.”
엠티비? 음악채널?
“하. 미친년. 하다하다 모텔비 없다고 화장실에 끌어오냐. 너 꼰지를 거야.”
모텔이구나.
“하지마. 나도 너 지켜줬잖아.”
“내가 뭐?”
“너 키스하다 나한테 걸린 거 세 번이잖아.”
“내.. 내가 언제.”
“윤우. 수규. 루이스까지. 루이스는 아예 끝까지 갔었잖아. 3번 연습실에서.”
정글이군요.
여긴 정글이었어요.
“힉.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다 알어. 너 빼고 다 알걸.”
“야야야야. 루이스 이번에 데뷔하잖아. 제발 비밀 지켜줘.”
“지금까지 지켜줬잖아. 그러니 나도 한번만 비밀로 해줘.”
“하아. 미친년. 알았어.”
머리 위가 어두워진다.
헤어 디자이너가 쓰다듬듯 걸레가 조물조물 펴지더니 완벽한 은신을 이뤄냈다.
“이번만이다.”
“고마워 미주야.”
“너도 비밀 지켜.”
탁. 탁. 탁.
운동화 떠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띠리리리.
아 씨발 또.
이젠 움직여야 한다.
서둘러 바지춤을 뒤적여 핸드폰을 당긴다.
앉아서 다리를 세우고 있으니 청바지 주머니가 접혀 핸드폰이 잘 안 나온다.
꿈지럭대며 핸드폰을 꺼내는데 예하는 또 하앗~ 하고 가짜 하품을 하고.
아주 지랄났다.
“거기 누구야?”
“나 미주예요.”
벌컥!
띠리리리.
문 여는 소리와 동시에 핸드폰을 꺼내 소리를 껐다.
“여보세요! 화장실요! 당연히 1층이지. 왜요? 없어요. 아무것도! 로드오빠 왜요?”
전화 받는 척하면서 로드에게도 말을 거는 미주.
잘하네. 착해. 너 키워줄게.
“안에 아무도 없어?”
“없어요. 있긴 누가 있다고 그런담 진짜.”
미주는 짜증내며 나갔고, 남자가 슬쩍 들어왔다.
저벅. 저벅.
두근. 두근.
끼이이.
저벅저벅.
두근두근.
저벅.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끼이이.
청소함 문이 열려 환해지고 잠시 후.
저벅 저벅.
발소리가 멀어졌다.
쿵.
문이 닫혔다.
그제야 우린 잊고 있던 한 가지를 떠올렸다.
“예하야. 숨셔도 돼.”
“후우우우우. 후아. 후아.”
둘은 한참동안 숨만 쉬었다.
어찌나 긴장했던지 내 아래 저 녀석도 작아졌다.
“푸흡. 핸드폰 진짜.”
“아 맞다.”
지금이라도 무음으로 바꾸자.
숨자마자 했어야 했는데 그 긴 시간동안 예하 몸에만 신경 쓰던 내가 참 한심하다.
“네 건?”
“아 맞네.”
너도 나와 같구나.
상체를 떼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꾼 예하가 다시 자연스럽게 안겨온다.
그러라고 하긴 했는데 너무 자연스러워서 민망하다.
볼을 붙이고 한참 가만히 있던 예하는 쿡쿡 웃었다.
“쿡. 큭큭큭쿠쿡쿡.”
터져버렸다.
본인은 참으려고 하는데 그럴수록 더 터지는 게 웃음이란 놈이지.
쿡쿡 웃으면서 몸이 흔들리는데 그럴 때마다 가슴의 뭉클한 감촉과 하부의 체중이 몸을 마구 자극한다.
“예하야. 진정해.”
“크큭. 미안. 쿡. 아니 너무 웃기잖아.”
“진정해. 참아. 착하지.”
“아 웃기지 좀 마. 쿠쿡쿡.”
너한테 한 말 아니었는데.
그놈이 올라온다. 진정해 아들아.
커진다.
추정몸무게 50KG을 들어 올리려 기를 쓴다.
“......”
청바지와 트레이닝복과 팬티 두개를 통과해 느껴졌나 보다.
여자였던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인진 모르겠다.
예하의 웃음이 멈췄다.
“미안.”
“아니 괜찮아. 자연스러운 거라고 배웠어.”
“위에서 드드드. 떨어서 그래.”
“어? 나 때문? 미안.”
“아니 니 탓하는 게 아니고.”
탁탁탁.
쉿.
“아 짜증나. 이런 날까지 연습시키고 지랄이야.”
“그니까. 조폭들 연장질 했는데 이런 날은 조퇴해야 하는 거 아니야?”
“맞다. 검객 언니 봤어? 은색 검 휘두르는데 우리 돼지들 막 두동강이 나더라.”
“및인년 또 소설 쓴다. 그거 삼단봉이야. 경찰들이 들고 다니는 거.”
“어쨌든 돼지새끼 그거 쳐맞고 자빠지는데 속이 다 시원하더라.”
“맞아. 그 변태새끼. 뒤졌으면 좋겠다.”
여긴 정글이구나.
그들이 나가고 다시 숨을 쉬고.
탁탁탁.
솨아아아아.
오줌발이 강한 걸 보니 오래 참았구나.
나가고 다시 숨을 쉬고.
“듣고 싶어 들은 거 아니야. 나 변태 아니야.”
“누가 뭐래. 내가 끌고 왔잖아.”
“아. 맞네.”
탁탁탁.
둘이 또 숨을 멈췄다.
탁.
푸터터터터턱.
호쾌하게도 쏟아내네.
그래. 아이돌은 똥 안 싼다는 환상 따위 산타크로스와 함께 날려버린 지 오래지.
만, 좀 깬다.
치이이이이.
비데?
하아아. 하앙. 하아.
“......”
왜 예하의 볼이 뜨거워지지.
부스럭.
예하가 쿰지럭 움직이더니 두 손바닥으로 내 귀를 막는다.
하아 하앙.
여기는 정글이구나.
- 작가의말
휴게소입니다 화장실 한번 다녀오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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