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사냥3
“증거는 충분하죠?”
“어. 나중에 우리 정체를 들켰을 때 좋은 목줄이 될 거야. 그게 아니면 누군가 정의로운 자가 터트리겠지. 며칠 기다리자고.”
“네,”
언론사의 본성이 이런건 아니 벌 줄 생각은 없다.
다만 훗날 언론이 날 공격하면 입을 닥치게 할 방패를 하나 쥐었다.
저들은 메일 하단에 수신자 명단을 추가한 이유를 아직 이해 못했다.
니들은 정보를 받았고, 언론의 의무를 저버리고 공개하지 않았다.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백제그룹은 하한가를 찍었다.
이건 너희 모두의 약점이 된다.
“하루가 길다.”
“오빠... 밥은...”
“아.”
아무것도 안 먹었구나.
예하는 눈치 보며 아무 말도 못하다가 이제라도 머뭇머뭇 말했다.
“채형. 밥 시켜먹죠. 점심도 안 먹었죠?”
“잊었다. 너무 바빴어.”
“예하야. 비싼 걸로. 최대한 비싼 걸로 종류별로 시켜줘.”
을지로에 마련한 사무실엔 20여명이 있다.
그들을 위해 40인분을 배달 주문했다.
족발 치킨 피자 초밥 스테이크도시락 등등이 줄서서 들어온다.
“절대 돈 아끼지 말고 제대로 챙겨요.”
“어. 나도 정신이 없었다.”
나도 채변도 하루 종일 전화만 했다.
전화 받고 조율할 게 너무 많았다.
워낙 많이 시켰기에 먹고 싶은 것 눈치 보지 않고 집어 먹으며 모니터링을 이어갔다.
“어? 하나 떴습니다.”
백제, or 조승학으로 검색하니 드디어 기사가 떴다.
기사는 아니다.
기자의 블로그다.
-내가 시발 편집장한테 빠꾸 먹고 좆같아서 여기에 쓴다.
[진짜 조승학의 실체와 가짜 조승학의 실체.]
이하 내용은 메일 받은 것 그대로 복붙이다.
자기 생각 없이 제보 그대로 전한 것이다.
기자리스트까지 모두.
“아. 젠장. 무기 하나 잃었네.”
“그래도 양심적인 사람 하나 찾았네요. 저 사람은 기록해 놨다가 나중에 만나죠.”
양심적인 사람이라면, 옳은 정보를 제보하면 제대로 해 주겠지.
이제 이슈가 되면...
지워졌다.
3분 만에.
“시총 29위의 힘이 이정도구나.”
“이건 포탈에서 지운 거 같네. 실시간 모니터링 하다가 뜨자마자 막은 것 같다.”
30분 쯤 후 또 누군가 반란을 일으켜 sns에 글을 올리고, 지워졌다.
1시간 쯤 후 또 누군가가.
그나마 외국계 SNS는 오래 버티다 지워졌다.
덕분에 조금씩 소문이 퍼진다.
“양심적인 기자 리스트 작성하는 걸로 끝나겠네.”
“내일 우리가 터트리면 되죠. 됐어요. 이거면.”
밤 10시. 밤샘할 모니터링 요원이 출근했고, 낮근무조가 퇴근한다.
한 달간 24시간 야근시킬 수 없다.
돈은 많으니 제대로 쉬게 하고 제대로 일 시킨다.
그래야 배신하지 않지.
“우리도 퇴근하죠.”
“난 좀 더 보다가 갈게.”
“형이 핵심이에요. 쉴 때 쉬세요.”
“어? 어. 그래.”
긴긴 시간 다져오던 복수심을 터트려 흥분상태였던 채인수가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래. 마라톤인데. 끝까지 달리려면 체력분비 잘 해야지. 간다.”
“수고했어요. 내일 봐요.”
“어.”
채인수가 경호원들과 떠나고 나만의 택시에 탔다.
“도팀장님 오랜만이네요.”
“네. 이번 주엔 야간 근무조에요.”
싱긋 웃는 도윤정의 차에 타고 옥수동 집으로 가려는데.
띠리리리.
내 전화가 아니다.
예하가 전화를 받았다.
“네. 루비언니. 네? 습격이요?”
루비라면 지금 엔터건물에 있을 거다.
“차 돌려요. 마포. 컥.”
습격 소리를 듣자마자 지시를 내렸다.
도팀장은 영화에서처럼 불법유턴을 끼기기긱했다.
왼쪽에 앉아 전화하던 예하가 내게 날아와 뭉클 안겼다.
“이거 불법적인 일이 될 지도 모르는데.”
경호원은 사람을 보호하는 직업이며 자격증을 소지한 직업인이다.
자칫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전 차량 마포로. 마포 BJ엔터로. 구오빠한테 전화해서 지원요청 해.”
인이어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지시부터 한 도팀장이 웃으며 말했다.
“협박받는 불쌍한 여자애들 구하러 가는 거잖아요. 우리가 원해서 가는 거에요. 사장님 멋져요.”
“그러시다면야. 뭐.”
버텨라. 루비야.
어쩌다 날아와 안긴 예하는 놀랐는지 한참동안 내려오지 않았다.
3년차 걸 그룹 러블리돌의 센터 루비.
원래 역사대로라면 한 달 후 자신이 협박받은 증거와 성접대를 강요받은 증거 등을 터트리고 자살한다.
그리고 세상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게 안타까워서 돕기로 했다.
그녀에게 딱히 바라는 건 없었다.
그저 이번 일이 터진 후 너희 영상이 물 타기로 이용될 테니 그 전에 자료를 빼내는 데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
혹시라도 백제를 무너뜨릴 재료가 부족할 때 운 좋게 재료를 건네준다면 고마운 거고.
깊게 끌어들이지 않았기에 자세한 계획도 날짜도 말해주지 못했다.
그저 오늘 아침에 예하가 시작이라는 문자하나 넣었을 뿐이다.
루비는 1주일동안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여자들을 모았다.
전부 조승학의 휴대폰에 있던 영상 속 여자들이다.
조승학은 자신의 폰에 누군가를 괴롭히는 영상들만 들고 다녔다.
묶어놓고 패며 강간하는 영상.
약 먹이고 강간하고 협박하는 영상.
구타하는 영상.
고문하는 영상.
중요한 영상은 없었지만, 그 당사자들에겐 큰 상처다.
루비는 영상 속 여자를 조용히 만나 그들의 영상을 건네주고 자신이 당한 영상도 보여주며 동지를 모았다.
어떤 세력이 조승학을 공격한다.
그때 원본을 빼낼 수 있다.
함께하자.
현역 연예인, 연습생, 데뷔 못하고 그만둔 연습생 10여명을 모았다.
아침에 예하의 연락을 받고 동영상을 찾아본 그들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혼란 속에 소속사를 뒤져 꺼내면 된다.
사무실의 인적이 뜸해진 저녁시간, 인권해방전사들이 4층 대표실로 올라갔다.
“대표니이임~”
조승학은 1년 전 군인 신분이 되면서 대표에서 물러나 방학동에 은신했고, BJ엔터는 바지사장이 운영했다.
저녁시간에 바지사장에게 달려가 안기는 척하며 음료수를 먹였다.
수많은 여자들의 인생을 무너뜨린 그 알약이 들어있다.
해방전사 열 명이 대표실로 들어와 문을 잠그고 잠든 대표를 꽁꽁 묶었다.
“일어나!”
깨우고.
“협박 자료 어디 있어?”
질문했다.
“이 썅년들이 미쳤나!”
고문했다.
여자라고 꼬집거나 머리카락만 쥐 뜯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몽둥이로 패고 볼펜으로 눈동자를 찌르고 콧구멍에 볼펜을 깊게 쑤신다.
“엌. 그만. 앜. 그만. 알려줄게. 살려줘!”
1분도 안 걸렸다.
대표가 컴퓨터 비밀번호를 알려줄 때 사무실 문이 쿵쿵거린다.
“대표님!”
“너희 뭐야? 안 열어?”
“뿌개! 다 들어가!”
“남자 연습생들 다 불러와! 지원 요청해!”
어설펐다.
아마추어로선 이게 최선이었다.
“큰일 났다.”
“막아야해! 책상 옮겨!”
“몸으로 막악.”
대표실 벽은 얇은 합판이다.
몸을 날리면 박살나는 정도.
열 명이 부랴부랴 가구를 옮기고 몸으로 막으며 예하에게 전화했다.
백제건설 비서실장이 정신없이 아들을 수송할 때 본사에 있던 조준선은 장 막판 하한가를 보며 이게 끝이 아닌 걸 알게 되었다.
잠시 후 기자들에게 전화가 오고 그들이 받은 메일이 도착했다.
대리군생활을 하던 가짜 조승학의 정체.
이건 덮기 힘들다.
상대가 제대로 칼을 갈았다.
이제부터 최대한 피해를 줄여야 하고 이럴 땐 스캔들이 최고다.
가난한 개돼지들은 재벌의 작은 실수보다 연예인의 섹스에 천 배 더 관심 가지니까.
아들놈이 취미생활 하라고 만든 엔터가 있어 다행이다.
비서실에서 관리하는 자료를 살펴보니 본사에 보관중인 자료는 써먹을 수 없다.
협박 자료는 양날의 검이다.
내가 필요할 때 협박할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 유출되면 나까지 죽는 폭탄이 된다.
판, 검사, 의원님들에게 접대한 영상인데 이거 터트렸다간 아예 산산조각난다.
그래서 비서실 직원들을 엔터로 보냈다.
가볍게 터트릴 만한 연막탄을 건져오라고.
끼이이익!
마포의 BJ엔터테이먼트 사옥 앞에 택시가 멈춰 섰다.
뒤이어 차량 세 대가 멈춰서고 일반인 복장의 경호원들이 뛰어나왔다.
사옥 입구엔 두 명의 떡대가 서있었는데 부딪치자마자 모닥불에 떨어진 눈송이처럼 녹아 없어졌다.
질질 끌려가 사라진 덩치 둘.
“저도 가보겠습니다. 안전한 차량에 계세요.”
도윤정 팀장이 뛰어내리더니 허벅지에서 작은 삼단봉을 꺼낸다.
차라락.
삼단봉이 펴지자 하나의 검처럼 된다.
택시기사 복장의 강한 여성.
그녀가 뛰어가는 걸 보며 예하가 들썩인다.
“언니... 멋져.”
뒤차에서 운전을 하던 여성 두 명이 나와 택시 주변을 서성였다.
남겨준 경호원이 둘.
차가 견인되지 않게 막는 역할인가.
동욱은 경호팀이 들어간 건물을 올려다봤다.
직사각형 상자 같은 4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루비는 괜찮을까.”
20분이나 지났다.
신호 어기고 과속하고 마구 칼치기하며 왔는데도 꽤 오래 걸렸다.
“히잉. 루비언니......”
해가 진 어둠속에 시커먼 건물이 불길하게 서 있다.
“너도 여기 있었겠네.”
“그렇지. 3년 동안을.”
“끔찍한 곳이겠다.”
“아니야. 좋았던... 기억도. 어쩌면......”
예하가 많은 것을 담은 눈으로 건물을 올려다봤다.
끼이이잉~
등골이 오싹한 예감이 들었다.
뒤쪽에서 검은 세단 다섯대가 줄지어 달려온다.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 경호팀이 달려온다.
“운전해서 빠져.”
경호원이 달려와 운전석문을 여는 순간 세단 두 대가 앞을 가로막고 섰다.
택시가 빠져나갈 곳이 없다.
“피해요. 막고 있을 게요.”
“젠장. 예하야 따라와.”
차문을 열고 내리는 사이 세단에서 덩치들이 줄줄이 뛰어내린다.
내 경호원은 둘 뿐.
달려서 저들을 제칠 수 있나?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
운동부족.
불가능.
“따라와.”
예하의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달렸다.
1층에 로비가 있고, 한켠에 덩치 넷이 기절해 있다.
정면 보안실 창문에 내 경호원 둘이 보인다.
CCTV를 지우려는 듯 ... 박살내고 있다.
파괴!
스트리트파이터투 보너스 스테이지에서 아도겐으로 자동차를 박살내는 명장면 같다.
“적이에요. 도와줘요.”
소리치는 사이 덩치들이 뛰어 들어왔다.
“예하야. 대표실로 안내해.”
“이쪽!”
예하가 손을 잡아당기며 안내했다.
건물 중앙의 넓은 계단을 뛰어 올랐다.
2층을 지나치며 슬쩍 보자 연습생과 직원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쭉 뻗어 보다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움츠린다.
3층도 마찬가지.
4층 근처에 오자 액션영화에서 듣던 소리가 들린다.
퍽. 딱. 콱. 슁. 큭. 억.
짝. 짝. 짝!
“누구야? 배후가 누구냐고?”
구출된 대표가 루비의 뺨을 거칠게 때렸다.
“조까 개새끼야.”
“하아. 이 시발년들이. 니들 다 죽고 싶어서 왔지? 니들 영상 내일 전 세계에 뿌린다. 니 애미 니 애비 니 남자친구 니 초딩 동창들 다 볼 수 있게 된다. 싫으면 당장 말해! 배후가 누구냐고?”
짝. 짝. 짝!
“누가? 뭐컥!”
“헉. 뭐얔칵.”
루비 등을 구타하는 와중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대표는 고개를 들어 뒤를 봤다.
합판벽이 무너진 너머로 다른 매니저들과 연습생들이 있다.
있었는데 폭풍에 쓸려가는 갈대처럼 눕는다.
매니저가 불러 멋모르고 올라온 연습생들이 저항도 못하고 자빠지고
덩치좋은 매니저들이 휘날린다.
우수수 누운 뒤로 청바지에 니트 차림의 평범한 이들이 나타났다.
“뭐야? 니들? 컥.”
말하는 입에 발이 처박히고.
“뭐야. 안 놔? 놔악!”
멱살 잡힌 매니저가 엎어치기 한판에 기절한다.
쿵. 쿵. 쿵.
순식간에 연습생과 매니저들이 쓰러졌고, 루비와 습격자들을 구타하던 매니저들도 박살이 났다.
빠각!
대표를 마지막으로 전부 쓰러졌다.
“여자들부터 챙겨.”
도팀장이 지시했을 때 윤동욱이 도착했다.
시체처럼 널브러진 남자 연습생들을 뛰어넘으며 도팀장에게 달려갔다.
“팀장님!”
“엇 왜 올라오셨지.”
“밖에 습격. 스물 이상 왔어요.”
“그 정도면 피해 없이 해치울 수 있어요. 상대가 전문 무술팀이 아니라면.”
“경찰이 올 수도 있어요. 자료 챙겨서 빠져야 해요. 루비 씨. 루비! 대표놈이 누구죠?”
루비의 얼굴이 피투성이지만 다른 게 급하다.
“저... 저기......”
“도팀장님. 컴퓨터 통째로 챙겨 싣고요, 대표 놈 깨워서 백업한 자료, 유에스비나 뭐 그런 게 있는 지 확인해 줘야 해요.”
“예.”
도팀장의 손짓에 남자 셋과 여자 하나가 계단 쪽으로 달려갔고, 한명은 컴퓨터 본체를 거칠게 들어 달려 있는 선들을 뜯었다.
예쁘장한 검객 도팀장은 기절해있는 대표의 거시기를 거칠게 밟았다.
“컥. 살려...”
기절한 남자는 저렇게 깨우는 거군.
“컴퓨터 말고 백업한 자료 있어?”
도팀장은 거시기 위로 발을 높이 쳐들고 질문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있습니다 있어요. 클라우드에! 구글 클라우드. 아이디는!”
도팀장은 그 얼굴에 핸드폰 녹음기를 들이대며 다시 물었다.
스펠링 하나하나 천천히 녹음한 후 물었다.
“유에스비나 따로 백업한 하드는?”
“없습니다. 없어요. 없어요. 그거 유출되면 다 죽어요. 절대 휴대하는 짓 못해요.”
“그래 믿을게.”
콰직.
끄오오오.
어휴 보는 내가 다 아프네.
무섭다. 강한 여자.
“떠나죠.”
밖을 보니 경호원들이 손을 탁탁 털면서 올라오고 있다.
무섭다.
이게 전문 경호인의 클라스인가.
도팀장이 루비와 여자들을 일으켜 세우는데 불길한 소리가 들린다.
삐요삐요삐요삐요.
- 작가의말
오늘도 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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