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비연
조 운룡이 듣던 것과 다른 내 모습이 무지 궁금한 지 내 곁에 바짝 붙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나란 놈을 분석하는데 골몰한다.
당연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조운룡이 나를 어떻게 궁금하지 않을까 싶다.
“은우 공자는 무공을 얼마나 익혔소, 소문에 어릴 때 무공과 학문에 두루 두루 천재였다 하던데...”
기억 상실을 줄기차게 밀어 붙인다.
“글쎄요, 무언가 실마리가 풀리면 이것 저것 생각나긴 하는데 내가 스스로, 무엇을 끄집어 내기는 쉽지 않아서...나도 나를 모르겠네요..”
"더구나 어릴 적 내가 어땠는지는 알 수가 없지요."
이런 예의 바른 관계는 불편하다.
“아하, 저보다 댓살은 연배이시니 편하게 말을 놓으시지요, 혹시 청 일운 형님을 아시는지 몰라도 그분과도 한 시진 만에 호형 호제 하게 되었지요!”
조 운룡은 기다렸다는 듯이 단박에 받아들인다.
“청 일운. 잘 알지, 같은 무관을 다닌 적도 있고...그 친구가 상당히 협의로운 친구네, 무공도 강하고, 아마 그 청 일운이 청 가장을 한 단계 올려 놓을거야!”
“하하. 은우 공자가 생각보다 호탕하네...듣던 것과는 달라! 청 일운 같은 친구를 다 사귀고..”
“어떻게 들으셨는데요?”
조 운룡의 얼굴에 먹구름이 지나간다.
“아무래도 우리가 속은 것 같아, 왜 그런 헛 소문이 돌았나 모르겠네!”
“헛 소문요?”
“그건 신경 쓸 필요 없고...기회가 되면 은우 공자 무공을 보고 싶군!”
조 운룡은 속이 편치 않다.
그 때 분명히, 세세하게 살피고, 이런 저런 곳에서 정확한 정보를 들었는데..
관씨 세가 잔치 때 비무하는 모습을 보고, 고개가 절로 갸웃 거려 졌다.
하지만 용모가 여자보다 더 예쁘장한 것이, 그 소문이 거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사내 냄새가 물씬 풍기지 않는가.
어깨가 그 사이에 딱 벌어 진 것이,완전 다른 사람이다.
말투도 호탕하다.
더구나 청일운 같은 괜찮은 인간과 호형 호제하는 사이라니,
그 사람을 잘 모르면 그 사람이 사귀는 사람을 보라 하는 만고의 진리에 해당하는 말이 있지 않나.
짧은 시간에 사람이 저리 변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건 분명히 정보의 오류 이거나, 관공자 말 대로 몸에 병증이 있어, 잠깐 그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 할 수 있다.
“곤륜에는 무슨 일로. 가는 거지요?”
“우리 조 가장이 돈 장사 해서 먹고 사는 만금장이지 않나, 이제 만금장은 그냥 사천 만금장으로 분리하고 있네...우리는 조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오대세 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무가를 만들려 하네...이건 조부 때부터 준비해온 조 가장의 오랜 꿈이야!”
이미 만금장과 제법 떨어진 곳에 장원을 마련하고 무가의 면모를 갖추어 놓고 있다한다.
“그래서 중원의 무가들과 혼맥도 쌓고, 인물 교류도 하고 있네...곤륜도 그중 제일 중요한 교류처 중 하나지...무공에 관한 조언도 많이 듣고 비무도 하면서 도움을 받고 있어 그 보답으로 많은 물자와 금전을 준비 했지.내가 형제가 둘 누이가 둘이거든 저 애가 막내 누이고...무공은 제일 강해..아주 열심이거든..”
조 비연이 두 사람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 그 혼맥 중 하나가 관씨 세가?
관씨 세가가 그 무가에 끼어들 만큼 무공이 세나?
하긴 관사대, 관호대, 관룡대만 해도 이백 여명 무사가 있다 했으니...만만치는 않겠다.
내가 집안인 관씨 세가에 대해 별반 아는 것이 없다.
조 운룡의 말로는 조 가장 이외 청 가장, 사마 세가 공손 세가, 진 가장 등등 여러 세가가
호시탐탐 오대 세가에 버금가는 무가로 올라서려고 공을 들이고 있다 했다.
그 중 제일 선두에 선 무가는 독고 세가이고, 별도로 삼문련을 결성해 삼문련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가히 떠오르는 중원의 신흥 무가다.
이미 오대 세가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고 있다 한다.
그 사기꾼 이름을 들으니 기가 차서 비꼬아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호오, 독고 세가라면 신룡이라 불리우는 독고 영이라는 무사의 가문 아니오? 듣자 하니 아주 미남자 인데다가 무공도 이미 벽을 넘었을지 모른다 하던데 거기에 혼맥을 맺으면 아주 좋을 것 같은데요. 하긴 거기 들이대는 가문이 어디 한 둘이 아닐 거 같긴 하네요!”
조 운룡이 반응이 없다.
뒤에 바짝 붙어 따라오는 조 비연이 듣게 한발 더 나아간다.
“이번에 한설 검도 흔쾌히 북해 빙궁에 양보한 거 보면, 아주 협의 지사인 것이 분명하고..”
최소한 조 비연이 독고 세가에 엮이어 드는 건 막아 주어야지.
조운룡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흠, 근자에 말이야, 혼사가 깨어진 것이 있어서 혼사 건은 신중을 기하고 있네.”
"거기다, 독고 세가가 어쩐지, 꺼려지는 부분이 있어."
“저런, 어쩌다가! 상심이 크시겠소!”
조 운룡은 나를 보며 기가 막힌 듯 허탈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다 슬쩍 뒤를 돌아 조 비연의 안색을 살핀다.
‘저 애가 상처 받지 않아야 할 텐데.’
"그래, 관 공자가 무작정 강호 주유를 하눈것은 아닐거고, 강호 만행 목적이 뭐지?"
"어머니, 어머니가 사라졌소,, 단지 사라진것이 아니라, 사천의 그 가문의 터전이 완전히 재 가 되어 있었소."
"저런! 그럼 호연 세가가 관공자 모친의 가문이라는 말이네! 호연 세가 실종에 대한 소문은 나도 들어 알고 있지."
"이건 큰 사건이지, 비록 크지는 않지만 가문 하나가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렸으니..."
"살아 있기만 하다면 꼭 찿아서 모시고 싶소."
어두워진 표정을 본 조 운룡은
화제를 돌린다.
“은우 공자가 탄 그 말이 비리비리하게 보이더니 보기와 다르네...제일 생생해!”
로시 새끼가 히히힝 거리며 반응한다.
“이놈이 체력도 체력이지만 천재 말이에요,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다 말입니다.”
“호오, 그래? 그래서 내 칭찬에 저리 반응하나?”
로시 놈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아주 휼륭한 표정을 지으려 애써지만, 그건 태생적으로 글러 먹었다.
"크크, 그런데 이놈 몰골이 영 아니라서, 같이 다니기가, 남세 스럽긴 해요"
"푸풋 푸르릉!"
이놈이 골이 날때 나는 소리를 한다.
18, 18 하는거 같다.
달리고 달리다 보니 어두워졌다.
적당히 평평하고 넓은 자리를 찾아 여장을 풀었다.
“식사는 앞으로 우리와 같이 하세!”
나는 로시 이놈에게 다시 단단히 주의를 주고 왔다.
“너 또 여색을 탐하는 물의를 일으키면 정말 자른다!”
검을 만지며 말했지만 저놈이 내 마음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온다..
나 같은 명마를 죽이겠어? 바보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하긴 뭐, 사회적 물의만 안 일으키면, 뭐라 하겠나.
조 가장 일행은 만금장의 재력 덕분에, 숙수를 데리고 다니는지 아주 제대로 된 식사 음식이 차려졌다.
조 운룡이 살갑게 음식에 대해 말해 준다.
“관공자, 당나귀 고기 좋아하나?”
당나귀 고기 말은 들었어도 먹어 본 적은 없다.
“먹어 본 적이 없긴 한데, 좋은 음식이라는 말은 들어 보았지요.”
“이게 당나귀 고기라네...여행자들이나, 무사들이 지칠 때 기운을 유지하는 데는 아주 좋은 음식이야, 당나귀 놈들이 워낙 버티는 힘이 좋지 않나.”
역시, 재력이 풍부한 사람들과 동행하니. 이런 호사를 누린다.
작은 살점, 한 덩어리 집어 들고, 맛을 본다.
과연 부드럽고 아주 풍미가 있다.
나는 체면 차리지 않고 큰 덩어리를 집어 산적처럼 먹어 치웠다.
내 식성에 같이 앉은 무사들이 다 놀란다.
저 인간이 마치 산적처럼 먹네, 그리 생각하겠지.
배를 채우고 나니, 이제 무사 본연의 호기심이 발동한다.
“운룡 형님, 조 가장도 무공 수준이 상당히 높겠지요? 사천 만금장 주인이시니 돈에 구애는 안 받을 실 거고...영약, 좋은 무술 사부, 이거면 단박에 무공 수준이 올라가지 않나요?”
“글쎄, 영약도 한 두 개는 돈으로 구할 수 있어도..그것이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직계 가족만 겨우 영단 하나 씩 챙겼네...무공 사부라는 것도 말이야, 일류 고수야, 돈으로 초빙할 수 있지만.. 벽을 넘은 고수는 돈에 구애 받지 않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라, 모셔 오기 쉽지 않지.”
“은원에 따라 아낌없이 주는 무인도 있겠지만 아직 그런 큰 인연은 만나지 못 했네...”
“일류 고수라는 것도 만만치 않지요, 대부분의 무사들이 이류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나요?”
“무인이라는 것이 말이야, 군병과 달라서 떼 거리 많다고, 다 되는 건 아니더라!, 결정적이 무인, 초 고수가 있어야 돼, 그게 아니면 무가로 대접 받기 힘들어!”
그건 맞는 말인 거 같다.
무가는 그 상징이 되는 초 고수가 있어야, 인정을 받는다.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 되는 건 초 고수의 이야기뿐이다.
구대 문파도, 오대 세가도 다 상징이 되는 개파 조사와, 초 고수들이 있다.
여기에서 슬슬 염장 지른다.
“대환단, 자소단, 소환단 이런 거 구해 먹고 열심히 심법 수련하면서 추궁 과혈을 받으면, 임독 양맥 타통 하기가 수월하다 던데...그런 건 어디서 못 구하나요? 욕심나는데....”
“하,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우리 조 가장에서 단 두 개 천신 만고 끝에 구한 적이 있어! 자소단 두 개를...”
“와우, 자소단을 두 개씩이나? 당연히 공자님 두 분이 드셨을 거고...아무래도 가문을 이으려면. 아들들이 당연히 그랬겠지요”
“휴, 그게 나만 먹었네, 하나는 장주가 멀리 내다보고 다른 세가에 줬어! 지금 생각하니 비연 저 애가 먹었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남궁 비연, 조 비연 이름 이 똑 같다.
남궁 비연은 조금 철없는 소녀 같고, 조 비연은 조숙하고 단단한 마음이 느껴지는 철이 들대로 들고, 기품 있는 여자 무사 같다.
“그리 할 때는 그 것이 더 큰 결과가 예상 된다는 건데...왜 한숨을 쉬세요, 뭐가 잘못 되었나요?”
“잘못 되었지. 아주 천재적인 어린 애를 장래를 약조하고 크게 투자 했는데...그만 파혼하고 말았어!”
“그 당사자가 뒤 켠 에서 따라오고 있는 저 누이라네..”
“저런,! 자소단이 아직 남아 있지는 않을 거고...상심이 크겠네요, 저 누이 동생이라면 절대 파혼 당하지는 않았을 거고, 무슨 일이 있었군요! 그 파혼 당한 놈이...”
“염치없는 놈, 자소단 까지 얻어먹고 어떻게 처신했길래. 파혼을 당하게 만들어!.”
조 운룡이 다시 기가 찬 표정을 짓는다.
하늘도 기가 차서 더 푸르댕댕해 진거 같다.
기억 상실! 이거 아주 편리한 천하 제일 초식이다.
“도저히 파혼 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 때는....”
“뭐, 더 좋은 일이 있겠지요...인간사가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형님!”
전생에는 나이 많은 사람에게 형님이라 불러본 적 없다.
그러니, 나이 많은 선배나 상사에게 아무 것도 얻어 먹은 것이 없다.
전생의 내가 가진 재주도, 돈도, 가족도 제대로 없으면서 참 꼬장 꼬장한 놈이었다..
나는 지금 관 은우가 되었으니 경험이 가르쳐 준 이런 변화는 당연하다..
“그렇겠지? 지금도 장주가 영단을 구하기 위해 사방으로 선을 대고는 있어...”
듣다 보니 이건 내가 방관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말하자면 조 가장은 피해자다.
가해자는 관 은우의 몸에 괴이한 침을 찔러 넣은 그 놈이고.
자소단 값은 갚아야, 마음이 후련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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