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공격
마오 주석은 기분이 너무 좋아 한잠도 자지 못했다.
마침내 미 제국주의자들이 중화의 기세에 질려 함대를 물리고 짐바브웨로 가는 통로를 열었다는 보고를 어제 받고 미리 파티도 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일찍 웨이 국방부장이 가져온 소식에 서류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원정함대가..., 원정함대가 전멸했다고?”
웨이 국방부장의 얼굴도 벌겋게 상기되어 말을 내뱉지 못한 채 우물거리고만 있었다.
“하~, 예, 예. 주석님.”
마오 주석은 화가 폭발해 버렸다.
“무슨 소리야! 어제만 해도 미군이 물러났다고 파티까지 열었는데, 함대 전멸이라니! 미국이 핵이라도 쏜거야! 이게 무슨 일인지 확실하게 파악 한거야? 정확한 정보야?”
웨이 국박부장이 들고 있는 서류를 뒤적였다.
“해..핵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습니다. 하하하지만 엄청난 폭발로 함대 전체가 폭발과 쓰나미에 묻혀버렸습니다.”
쾅~~!
수류탄이 터진 소리만큼 큰 책상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무슨 폭발이냐고!”
“그 그건 아직. 적의 신형 폭탄 같습니다.”
아침 뉴스에는 미군이 물러나고 인민해방군의 승리만이 남았다는 소식이 도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정군이 전멸했다는 소식을 알릴 수는 없었다.
“각부 부장들 모두 호출해!”
마오 주석은 옆에 서 있던 비서실장에세 명령하고는 대처방안에 대해 머리를 굴렸다.
[중국 원정군이 핵공격을 받았다. 애석하게도 원정군 해군이 큰 피해를 봤다. 그러나 우리 인민해방군은 굴기의 정신으로 적을 향한 복수전에 돌입할 것이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국제사회에 암묵적으로 용인된 사항이므로 우리는 짐바브웨에 대한 핵공격을 심각하게 논의 중에 있다.
짐바브웨는 이런 비극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 하루빨리 무조건 항복을 하기 바란다.]
CCTV에 나온 중국 외교부의 성명을 들은 짐바브웨, 한국, 미국 당국은 중국의 핵사용 위협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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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핵도 없는 우리를 향해 핵공격을 하겠다고? 그리고 우리가 핵공격을 한 것도 아니잖아.”
중국의 적반하장이 하루이틀 일이 아님에도 힐스보로우 총리는 새삼스럽게 이를 갈았다.
“힐스보로우 박사님, 다음 단계 진행합시다. 우리도 성명발표는 해야지요.”
[우리는 중국 해군에 대한 핵공격을 가한 적이 없다. 파세나이트에서 추출한 재래식 무기일 뿐이다.
중국에게 경고한다. 우리 영토에 핵이 한방이라도 떨어진다면 중국에게도 파멸적인 결말이 기다릴 것이다.
이미 베이징, 다롄, 상하이, 푸저우, 샤먼, 광저우를 포함한 147개 지역에 우리 재래식 무기가 배치되어 있다. 미사일로 공격할 필요조차 없다. 우리가 단추만 누르면 중국해군이 전멸했듯이 그 도시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미국과 UN도 중국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했지만, 중국이 짐바브웨에 핵미사일을 쏜다고 해서 미국이 중국을 핵공격할 일은 없다고 보는게 현실적이었다.
짐바브웨는 아직은 미국의 동맹국도 아니었고, 파세나이트 개발로 동맹보다는 느슨한 연합체의 성격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한국의 국정원을 통해 중국 주요도시에 묻어놓은 파세나이트 5단계 추출물은 언제든 핵에 버금가는 폭발을 일으킬 수 있었다.
우리의 발표에 오히려 놀란 건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였다.
“힐스보로우 총리님, 정말 중국 도시에 이번 공격과 같은 공격을 할 준비가 된 겁니까?”
레이먼 노리스 미 대통령의 긴급통화가 이루어졌다.
“네 대통령님. 각 지역당 100그람 정도의 파세나이트 5단계 추출물을 묻어놨습니다. 각 폭탄은 10메가톤의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리스 대통령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사일을 쏠 필요도 없이 적지에 묻어놓기만 하는 소량의 물질. 어떤 형태로든 기폭만 된다면 적에게는 악몽과 같은 무기가 될 터였다. 게다가 방사능도 없다.
“저희 짐바브웨는 죽어도 혼자 죽지 않을 겁니다. 중국이 핵공격을 해 온다면 중국을 200년 전으로 돌려놓겠습니다.”
노리스 대통령이 오히려 급해졌다. 공화당 대통령이었다면 마냥 강경책을 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노선은 조금 달랐다.
중국이 괴멸적인 피해를 입는다면 세계경제는 향후 50년간 빙하시대를 겪어야 했다. 게다가 파세나이트 기술의 중요부분을 담당하는 짐바브웨가 사라진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골치아픈 문제였다.
프랑스가 중국과 짐바브웨 중재를 위해 가장 먼저 나섰다. 이어서 미국, 독일, 영국의 특사들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그리고 중국의 특사로 외교부부장 차오오싱이 짐바브웨로 왔다.
하라레는 소개령이 내려 텅 비어 있었다. 공항만이 외국으로 사람들을 실어나르거나 외국에서 들어오는 무기류를 하적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쟁상황실에서 우리는 힐스보로우 총리와 함께 하라레 총리실로 다시 가야했다.
중국 특사의 태도는 고압적이었다. 기선제압? 아니면 정말 우리를 아래로 보는 걸까. 핵무기를 가졌다는 자신감은 파세나이트 무기 때문에 희석됐나 했는데 아닌가 보다.
짧은 탐색전 끝네 거친 말들이 오갔다.
“우리 중국의 핵이 짐바브웨 도시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파세나이트 추출기술 전체를 양도하고, 그리고 원정함대 피해에 대한 손실 5천억달러를 배상하시오.”
헛웃음이 나왔다. 결국 파세나이트 기술을 홀라당 먹겠다는 얘기였다. 거기에 함대 피해에 대한 배상은 덤으로.
“이것 보세요. 중국 147개 도시와 전략거점에 파세나이트 폭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각각 10메가톤의 위력이에요. 핵 한방이라도 우리 짐바브웨 영토에 떨어지면 중국과 공멸입니다. 짐바브웨엔 사람이 살수 없겠죠. 하지만 파세나이트탄이 폭발한 중국에는 사람이 살 수 있어요. 아마도 상당히 넓은 땅을 우리 짐바브웨를 위해서 할양해야 할 겁니다.”
내 속내를 드러낸 말에 중국특사는 발끈했다. 우리땅 핵으로 마구 오염되면 너희들 땅 내놔야 할거다. 이건 내 계획 중 일부였다.
“뭐라! 소국 주제에 감히 대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항하겠다?”
“대항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한차례 대승을 거둔 것 같은데요, 전권대사님?”
토마스 음팔라 외교부 차관도 대화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우리는 이미 중국해군을 전멸시켰다. 중국이 핵이 있으면 우린 파세나이트탄이 있다. 공멸할 것이냐, 전쟁을 그만둘 것이냐.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중국의 자존심과 그놈의 체면 때문에 이대로 물러날 리가 없었다.
사실상 어느 한쪽이 박살이 날때까지 갈 수밖에 없다는 게 나의 지론이었다. 전쟁의 원인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중국이 원하는 건 결국 기술이었다. 그건 줄 수 없었다.
가장 큰 문제가 짐바브웨 국민들의 생각이었다. 중국은 엄청 쎄고 큰 나라다. 그런 나라와 짐바브웨가 붙으면 당연히 진다라는 생각.
그래서 남아공, 잠비아, 보츠와나로 피난간 국민이 전쟁 발발 삼일째인 오늘 100만명에 달했다.
다행히 중국해군 전멸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들은
‘어? 설마? 정말? 우리가 이겼다고?’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분명한 점은 이대로 가면 양국은 공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잃을게 많을까요, 우리가 잃을게 많을까요.”
잃을게 없거나 적은 사람은 막 덤빌 수 있다는 점은 국제외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만든 기반은 우리에게 크긴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서 형편없었다. 다시 일으킬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100년을 다시 노력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인민들이 굶어죽는 사건도 두세번 겪어야 할거고. 공산당은 끝난다.
나의 차분한 질문에 차오오싱 부부장도 같이 차분해진 듯 했다.
“그렇다면 파세나이트 기술만 우리가 받고 양보하겠소. 다른 피해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말이오.”
이것들은 교육이 안된다. 명분없이 기술탈취를 위해 일으킨 전쟁을 기어이 목표달성까지 하겠다고 우기고 있었다. 굳이 경험을 해야 배우는 하수들이 중국을 이끌고 있는 것 같았다.
중국과 짐바브웨의 협상은 그리 길지 않게 서로의 입장만 고집하다가 끝나버렸고, 중국으로 파견됐던 서방국가의 특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계속해서 중국이 짐바브웨에 대한 핵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우리 정보부에 경고해 왔다.
“정체불명의 미사일 탐지!”
짐바브웨 전쟁지휘부에서 미국의 이지스함으로부터 중국의 미사일 발사를 가장 먼저 통보받은 것은 CIA 연락관이었다.
“마다가스카를 동부 500킬로미터 해상에서 잠수함에서 발사했습니다. 세발입니다. JL-2 미사일로 추정.”
JL-2가 뭐지? 난 다른 미국 연락관에게 물었다.
“열발의 90킬로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 발사용 미사일입니다.”
순간적으로 현기증이 왔다. 열발의 90킬로톤 미사일. 미사일 하나에 핵탄두가 자그마치 열발이나 들어있다고? 짐바브웨에 그렇게 많은 중요한 목표물이 있기나 한건가 싶었다. 그런 미사일을 세발이나 쐈으면 도합 30발.
“USS 스프루언스와 윌리엄 피 로렌스에서 요격합니다.”
릴레이 되어 전달된 지휘부 레이더에 요격 미사일이 점을 이루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게 보였다.
중국이 기어이 일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를 통해, 그리고 직접적으로 그렇게 경고했다. 미디어를 통해서도 파세나이트탄 공격을 할 것이라고 그렇게 경고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공멸을 선택했다.
요격 미사일들이 핵미사일을 덮쳤다.
“1번 미사일 요격 성공! 2번, 3번 요격 실패! 미사일 대기권을 벗어났습니다.”
끝난건가! 천조국이라매! 딸랑 세발 날린 미사일을 못 잡는단 말이야?
“미사일 하강할 때 기회가 한번 더 있습니다.”
내 이마와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우리가 이룩한 산업시설, 도시가 다 무너져 내린다 생각하니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다시 요격합니다!”
미사일들이 날아올랐다. 점점이 가까워지는 떨어지는 핵미사일과 날아오르는 미사일들. 서로 먹히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불의 화신들이었다.
“3번 미사일 요격 성공! 아~!! 2번 미사일 요격 실패. 씨발! 핵탄두 분리되었습니다. 핵탄두 열발. 하라레, 불라와요, 뉴 마스빙고, 그웨루....”
모두가 내가 발을 디디지 않은 곳이 없었다. 거기 살던 사람들은 거의 다 피난했겠지만, 그곳의 벽돌 한 장, 나무 한그루가 모두 우리의 재산이었다.
나와 짐바브웨 각료들이 한참을 달려 동굴 밖으로 나갔다.
우르르릉~~!!
약한 지진처럼만 느껴졌다.
그리고 눈에 보였다 백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곳에서 버섯구름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서쪽, 남쪽 저 멀리에서 솟아오르는 버석구름들.
침착하자. 침착하자. 너무 격렬한 감정의 쓰나미에 휩쓸릴 것 같았다.
“힐스보로우 박사님, 보복 공격 하겠습니다!”
힐스보로우 박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분노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난 전세계 방송사로 보낼 내용을 녹화했다. 방금 떨어진 핵폭발의 버섯구름 영상들과 함께.
[짐바브웨에 핵탄두 열발이 떨어졌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비열한 짓입니다.]
핵폭발 영상이 동시에 펼쳐졌다.
[짐바브웨는 보복공격을 감행할 것입니다. 이틀 후, 중국의 다음 도시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이 도시에 있는 중국 민간인들은 대피하십시오.
그리고 전 세계 해커 여러분, 중국 인터넷망에 지금 저의 영상을 내 보내 주십시오. 중국 인민들은 실상을 알지 못합니다. 중국 내 SNS든 TV든 어떤 미디어든 간에 네트워크를 해킹해서 퍼뜨려 주십시오.]
그리고 공격할 중국의 도시 리스트를 띄웠다. 일차 공격리스트 70개의 도시였다.
몇시간만에 CWZ(Cyber Warriors for Zimbabwe)란 조직적인 해커 집단이 등장하더니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세계 해커들의 대중국 전쟁 참여를 독려했다.
공개된 사이트도 있었지만 마치 점조직처럼, 세계 각지에서 각자의 모니터 앞에서 또다른 전쟁을 시작했다.
중국이 아무리 사이버 대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전세계 해커들이 달려들자 막을수 없었다.
세계 주요 TV뿐만이 아니라 중국 국영방송에도 중국 SNS에도 나의 경고와 중국 해군이 폭침하는 영상, 짐바브웨가 핵공격을 받는 영상과 함께 나의 경고가 도배가 되었다.
이런 사실을 믿지 않는 중국인이 절반쯤 됐고, 반신반의하는 인간들도 많았다. 그리고 눈치빠른 소수의 사람들은 시골의 친척집으로 짐을 싸 떠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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