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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리아의 서재입니다.

복수하다 세계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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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리아
작품등록일 :
2022.09.07 12:53
최근연재일 :
2022.11.04 18:20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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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36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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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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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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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적임자는 어디에?

DUMMY

조중호 대한민국 경찰청장이 무장하고 도주 중 저항을 하다 행방불명 되었다는 소식은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게다가 죄목도 살인교사, 조직범죄, 불법무기 소지 등등 다양했다.


인터넷에서는 경찰을 비난하는 글과 조중호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를 했고, 급기야 총리가 사과까지 했다.


차수진 기자는 아직 본경기는 시작도 하지 않은 기사들로 일약 스타기자가 됐고, 다음 인사 때 사회부 차장자리는 예약해 놨다고 했다.


반면에 주식회사 그래비티는 내가 제공했던 파세나이트 4단계 추출기술을 띄우기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조중호가 행방불명 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러웠고, 주말이 시작되는 오늘 정재석이 올 거니까 그래비티 김태석의 분위기도 알 수 있을 거다.


대사 집무실로 런던에 있는 나의 회사 사장인 톰 맥닐로부터 전화가 왔다.


“회장님, 안녕하셨습니까?”


“네, 톰. 일은 문제없죠?”


“네, 너무 아무 문제가 없다는게 좀 걸릴 뿐입니다.”


이 아저씨는 걱정이 없어도 걱정이다.


“그나저나, 나스닥에서 매입한 그래비티 주식이 10대 1 액면분할 하고도 5배가 올랐습니다.

평단 2000달러에 샀으니까, 수익이 25배 난 상태입니다. 계속 들고 갈까요? 아니면 지금 수익 청산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까?“


100억달러어치를 구매했었다. 그게 거의 1년만에 2500억 달러가 됐다면 내 예상 이상이었다.

그래비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이 됐고, 김태석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됐다.


“조금만 더 놔 두세요.. 지금의 두배가 되면 바로 매도 시작하십시오. 물량 터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뭐, 거래량이 많아서 길어도 한달이면 충분합니다.”


“네. 그렇게 해 주시구요.

음..., 파세나이트가 지금 한국으로만 나가죠?“


톰 맥닐은 나의 당연한 질문에 자신이 혹시 놓친게 없나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네..., 그렇죠. 한국 외에는 중력제어장치가 개발되지 않았으니까요.”


중국으로 기술이 유출되었다면 짐바브웨에서 중국으로 밀수출 되는 파세나이트 물량도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걸 완벽히 틀어쥐어야 했다.


“확실치는 않지만, 파세나이트가 중국으로 밀수출 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짐바브웨 정부와 이 부분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조사를 좀 해 주십시오.

짐바브웨측에는 제가 이야기 해 놓겠습니다.“


난 추가로 몇가지 지시를 더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생에 백룡회는 나를 중국으로 데려갔다. 거기서 6단계까지 파세나이트 추출법을 개발했었다.


말이 6단계지, 그게 되면 거의 무한의 청정에너지가 생기는 거다.

당연히 백룡회에게 있어서 세계 에너지 패권을 쥐는 결과가 되었을 거다.


내 품속의 스마트폰이 울려댔다.

짐바브웨 총리실 번호였다.


“네 박민섭니다.”


“야! 이... 이....”


분명 힐스보로우 박사의 목소린데 말을 못하고 있었다.


“이..이..새끼야! 너 지금 바로 내 앞으로 튀어 와. 딱 12시간 준다!”


힐스보로우 박사의 반응을 보니 물건이 잘 도착했나 보다.


“워 워, 박사님 혈압 올라가요. 진정하시고 말씀하세요.”


꿀꺽꿀꺽


힐스보로우 박사가 냉수를 들이키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적나라하게 물 넘기는 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


“외교행낭이란게 도착했는데 말이야.”


상당히 많이 진정된 목소리였다.


“엄청 큰 알미늄 사각 컨테이너드만. 딱 사람 서넛 들어가기 좋은.”


그랬지 거기 물건 넣어 보냈으니까.


“그거 제가 보낸 거 맞아요.”


“그거 열어보고 외교부 직원 기절했다 이 놈아! 처음에 시체라고 생각해서 난리가 났는데. 아니 산 사람을 외교행낭에 넣어 보내!!”


“그거 보낸다고 한국 국토교통부 장관 승인까지 받았어요. 위험물 아니란 증명서 다 떼구요. 보안검색 면제 확실히 받았구요.”


힐스보로우 박사가 어이없는 듯 답했다.


“허.., 그래 좋아. 근데 그 인간이 왜 한국의 경찰청장이냐고? 우리 정보부에서 신원조회해 보고 또 기절했다, 이놈아.”


“제가 짐바브웨 가서 처리할 거니까 그놈 조용한 감옥에 잘 처박아 놓으세요.”


한참을 더 욕을 먹고 나서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이제 난 한국 대통령과 짐바브웨 총리한테 상습적으로 욕을 먹는 사람이 됐나보다.



“무슨 통화를 그렇게 하세요, 대사님?”


며칠만에 차수진 기자가 왔다. 우리 대사관을 제집 드나들 듯 하는 여러명 중 하나다.


“아! 잘됐네요. 안그래도 차수진 기자 생각이 필요했는데.”


“어머~, 웬일로 우리 대사님이 저를 필요로 하실까요?”


이 여자가 웬 교태? 내가 울트라 특종 소스라 그런가.


“백룡회 뒤에 중국정부가 있는거 아닐까요?”


그러나, 차수진 기자는 조금 회의적인 듯 했다.


“글쎄요..., 중국이 배후에 있다면 벌써 기술 카피해서 제품 나와야 되는거 아닌가요?”


그래서 나도 헷갈린다.

만일 중국 정부가 결국 태양회의 뒷배라면 왜 지금 중국은 조용한 걸까?

유구한 짝퉁의 역사적 관점에서 봐도 중국넘들이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가만 있을 놈들이 아니잖아.

중국에서 뭔가 획기적인 카피제품이 튀어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러게 말입니다. 뭔지 모르지만 더 큰 걸 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하기야 기술 유출이 되었다면 벌써 중국에서도 반중력 자동차가 나왔을텐데 그건 좀 그러네요.“


지난 40년간의 고고한 베끼기 역사의 흐름을 종식한다는 일은 중국이 대가리에 총 맞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었다.

근데 전혀 안 움직인다.


차수진 기자가 곰곰이 생각하고는 나에게 결정타를 먹인다.


“김태석이가 중국에 기술을 넘긴다?

이것도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난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아~ 모르겠다. 산책이나 합시다.


난 차수진 기자와 함께 생각에 잠겨 산책을 하며 상황실로 걸어갔다.

날씨는 기가 막히는구나...


치포와 정재석, 찬이가 함께 뭔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저 세명이 모이면 뭔가 사단이 난다. 아니, 찬이는 순진하니까 빼고.


“캡틴, 조중호 납치하고 일주일간 비서실이 뒤집어졌어요. ”


‘납치’? 정재석 이놈이 내가 조중호를 바다에서 건져낸 걸 안단 말이야?

난 조용히 재석을 방 구석으로 데려갔다.


“너 누구한테 들었어? 조중호 살아있다는 얘기.”


재석은 저쪽에서 찬이와 같이 있던 치포를 가리켰다.


“캡틴, 치포도 아는데 당연히 저도 알고 있어야죠. 캡틴 오른팔인데.”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별 시덥지도 않은걸 감춘다는 표정으로 당당히 날 바라봤다.

아 씨, 모르겠다. 우리편만 알고 제발 새어나가지 않기를 기도해야지. 재석이 겉으로는 촐싹대긴 해도 비밀은 잘 지킬....까?


“아까 하던 얘기나 계속 해 봐.”


“네. 태양회로서도 조중호가 최전방에서 험한 일을 많이 맡았을테니 출혈이 클 거에요.”


재석은 걱정이 태산인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태양회에서 캡틴을 제거하란 명령을 내렸지만, 캡틴이 먼저 백마파를 쳤잖습니까.

제 명석한 두뇌로 분석하기로는 이제 본격적으로 캡틴을 죽이려고 할 겁니다.

최악에 대사관을 습격하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이었다. 평소에는 촐랑거리지만 생각을 하고 움직이는 친구다. 그러니까 나한테도 사기치지.


“그리고, 조중호가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순간에 도망쳤어요.

물론 검찰이나 정부쪽 어디선가 정보가 새어나갔을 수도 있지만, 우리쪽에서 나갔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이건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 대사관에 적의 첩자가 있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긴 아니었다.


“치포! 오늘부터 대사관 출입하는 모든 인원에 대해서 감시를 강화하자고. 물론 비밀리에.”


이 정도만 얘기해도 치포는 다 알아듣는다. 혹시나 하는 거지만, 첩자가 없다는 걸 확실히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근데 캡틴, 전에 말씀하신 인원 있잖아요? 주변에 없어요. 못 찾겠더라구요.”


정재석의 입에서 사상 처음으로 못한다는 말이 나왔다.

나의 인간적인 승리긴 한데, 찾을려는 인원이 없으면 곤란한데.

그건 그거고, 임무 완수를 못한 것에 대해서는 나도 즐길건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정재석이, 그렇게 큰소리 치더니 안되는것도 있었네? 난 워낙 잘나신 분이라 램프만 문지르면 팍팍 뭐가 튀어나올 줄 알았지.”


재석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정말 기분이 상쾌하다. 보너스 1억, 피규어 4천8백, 거기에 상황실 옆방에 고오급 침실까지 내 돈으로 꾸며놔서 이러는거 절대 아니다. 나의 모든 퀘스트를 완벽하게 컴플릿 해 오던 유능한 재석에게 받은 실망감이 너무 커서 이럴 뿐이다.


“대한민국에 기계 공부하고, 눈치 빠르고, 말빨 좋고, 배짱 좋은 사람이 다 죽어버렸나 보네. 내가 원하는 조건이 그렇~게 어려운 거였나?”


재석이 씩씩거렸다.


“그 중에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태양회에 원한 가진 사람들이 없더라구요.”


재석 답지 않게 변명으로 일관한다. 이럴때는 ‘제가 능력이 모자랐습니다.’라고 인정하는게 국룰 아닌가.


“그러니까요. 처음부터 큰소리 안 치셨으면 저도 딴 루트로 알아봤겠지요, 정재석 과장님?”


“제가 18명이나 면접을 봤다구요. 근데 저도 공대생들이 세 개의 학파로 나뉘어져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학파? 뭐 경제학에서 말하는 뉴케인스, 시카고 학파 이런거?

그럴 리가...


“개또라이에 똥고집 마이웨이 학파가 제일 많았구요, 나는 지상최고의 공학자 학파, 세 번째는 제대로 말도 못하는 덜떨어진 학파 이렇게요.


공대생들은 다들 그렇게 상식적인 사람이 없어요? 가만히 보면 캡틴도 첫 번째 학파에 속하는 공대생이잖아요.“


이건 정말 응징이 필요하다. 전 세계의 공대생을 도매급으로 처리해서 비상식적인 인류로 규정하다니, 저 놈은 전생에 히틀러였음에 틀림없다.

무려 600만명에 달하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민족을 말살한 놈!


나의 인류애에서 내뿜어진 분노가 놈의 목을 조르며 배에 주먹을 냅다 꽂을려는 찰라,


“대사님! 무슨 짓입니까, 이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서슬 시퍼런 눈이 내 앞에 번득였다. 유미나 실장.


“유실장, 저 놈이 전세계 공대생을 욕보인, 아니 아우슈비츠로 보낼려는 놈이에요. 저거 인간이 아닙니다. 히틀러의 빙의...”


“마 돼쓰요!

어머! 고향 사투리가 다 나오네.“


“아니, 유실장도 공대잖아. 분노가 끓어오르지 않아요? 저 놈이 공대생들보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그런데.... 내 손아귀에서 풀려난 재석이 완벽한 동작그만 자세로 유미나 실장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거 저거..., 저 또라이. 유실장 바라보는 눈 봐라. 갑자기 한눈에 반한 눈빛인데?


재석은 나의 경멸어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미나 실장에게 다가갔다.

유미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

하지마 임마! 갑자기 웬 고백분위기야? 너 거기서 고백까지 나오면 오늘 나한테 죽을지도 몰라. 내 소중한 유미나 실장을 감히 깜도 안되는 놈이 넘보다니.


“유실장님, 사랑합니다!”


“이~런 쉐이가!!”


달려드는 나를 피해 유미나 실장 뒤로 숨는다. 비겁한 자식.

재석이 갑자기 내게 대들 듯 엄청 큰 목소리로 외쳐댔다


“사람 구했어요!! 구했다고요!! 캡틴이 원하던 사람 여기 있네요!!”


응? 사람? 무슨 사람?

우리 다툼의 본질을 완전히 잊어버린 난 잠시 아이큐가 60으로 다운됐다.


“여기 있잖아요! 무려 기계공학 석사에, 눈치 빠르고, 캡틴을 한방에 조지는 말빨, 그리고 대통령실에 대고 ‘그렇게 비서질 잘하면 니가 박민서 비서 해 보던가!’라고 소리지르는 배짱. 거기다 100% 순도의 신뢰성. 딱 유실장이네!“


미친넘. 내가 어떤 임무에 투입할 줄 훤히 아는 놈이 감히 유실장처럼 가냘프고...는 아니고 배짱 좋은 여자를 추천해?

음..., 배짱 좋지, 믿음직하지, 임기응변 정신 투철하지, 나를 지리게 하는 카리스마까지.

그래도 마초남인 이 박민서가 여성을 그렇게 험난한 마굴로 보낼 수는 없다.

그런데..., 21세기잖아. 인류 역사상 가장 남녀평등에 가까운 세상.

유미나 실장이 남자라고 가정 해 보자. 당근 빠따 바로 임무 투입이다. 저 정도 적합한 인물이 없다.

근데 현실은? 여성이잖아.

21세기, 21세기, 남녀평등, 남녀평등.


재석이 녀석은 아예 유실장이 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나보다. 남녀평등에 있어서는 나보다 더 진화된 놈이 틀림없다, 자존심 상하게... 아니야, 재석이 놈은 나보다 더 목표지향적일 뿐이야. 속물 같은 넘.


“저..., 유미나 실장님!”


진중한 모드로 입을 열었다. 대사의 권위와 캡틴의 카리스마로 유실장을 설득해야 한다.


“안합니다, 대사님!”


아프다. 정말 한마디도 안 꺼냈는데.

정재석 마저도 나를 같잖다는 듯이 설득 잘 해 보시지라는 표정이었다.


“대사로서의 명령입니다!”


난 바로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그만두겠습니다. 후임자 빨리 뽑아주세요!”


그래도 내 말은 좀 들어보고 말을 하지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안 하겠다니..., 눈치는 겁나 빠르다. 역시 적임자다.


옆에 있던 재석이 나섰다.


“유미나 실장님, 잠시 저하고 이야기 하실래요?”


“아니요, 안 할랍니다.”


유실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유실장님, 어머니 좋아하시죠?”


유실장은 뜬금없는 이야기에 재석을 바라보지만, 넘어가지 않겠다는 자세를 굳힌 것으로 보였다.


“우리 캡틴 어머니를 태양회 놈들이 죽였어요.”


유비서가 최근부터 상황실에 출입했기 때문에 전체 이야기를 몰랐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놀라는 눈치다.


치포와 찬이도 측은하게 나를 바라봤다.


“찬이 아버님도 태양회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캡틴의 동료였던 Y대 김형우 교수님도 태양회에서 죽였구요.”


모두가 숙연해졌다.


“잠시만 저한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제가 다 설명드릴께요. 그때도 싫으시면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유미나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재석과 함께 옆방으로 사라졌다.

불쌍한 유미나 실장. 정재석이 친 거미줄에 붙어버린 한 마리 나방이 되어 헤어나오지 못하리라.




유실장과 재석이 따로 오리엔테이션에 들어가고 난 다음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찬이야, 유미나 실장 경력 조작하는게 가능하냐?”


찬이가 그답지 않게 머뭇거렸다. 너도 정재석의 마구니가 씌인 것이냐? 유일하게 양심이 살아있는 착한 찬이마저?


“제 능력으론 어렵구요. TF팀 협조 얻어서 하면 되긴 될거에요. 유실장님 해외유학도 한 걸로 조작해야 하잖아요?”


역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바로 알아먹는 찬이.


“TF 팀하고 의논해 줄래? 저엉말 필요한데. 논문이 필요하면 내가 몇 개 줘도 되는데. 해외에서 나하고 접점을 만들어서 공동연구 한걸로 해 줄수 있지?”


찬이가 여전히 머뭇거렸다. 오늘따라 얘가 왜 이래? 경찰청 서버도 겁 없이 해킹한 전적을 가진 녀석이.


“미국 M공대 서버를 해킹하란 말이잖아요!

할려면..., 하긴 하는데..., 한사람 인생이 바뀌는 건데 괜찮아요? 유실장님한테 물어봐야 하지 않나요?“


착한 찬이는 세계시민의 양심에 금가는 짓을 하기가 어려운가 보다.

난 찬이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좀 더 적극적으로 부탁을 할 필요가 있다. 경찰청 서버도 해킹해 놓고 이제와서 망설이다니, 이건 정재석의 영향이 틀림없다.


“그래, 그럼 유미나 실장 본인이 허락하면 괜찮지?”


“네, 하지만 신중하게 생각하시라고 제가 얘기할 겁니다.”


나와 찬이는 유미나 실장과 재석이 나오기까지 무려 두시간을 기다렸다.

역시 유미나 실장은 재석의 사기적인 능력으로도 설득하기가 힘든 모양이다.


마침내 재석과 유실장이 상황실로 돌아왔다.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유미나 실장의 눈이었다. 약간 충혈되고 풀린 눈, 대량의 뽕을 맞은 상태, 몸이 약간 흐느적거려야 했고, 두 팔도 언밸런스하게 놀고 있는 상태. 정재석이의 혓바닥에서 나온 뽕을 맞으면 발생하는 현상이다.


“유실장님?”


아직 오리엔테이션 뽕의 여파가 남았는지 내 말을 못 들은 듯 했다.


“유실장님!”


“네.., 네, 대사님!”


“어때요? 하실래요?”


그녀의 눈에 빨간 불꽃이 잠시 일렁인건 나만의 착각이었나? 굳게 쥔 주먹이 보이고, 옆에서 흐뭇하게 미소짓고 있는 정재석이 보였다.


“합니다! 무조건 합니다. 아니, 하게 해 주세요, 캡틴!”


내가 좀 당황스럽다. 두시간 전만해도 씨알도 안 먹히던 유실장이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정재석은 마구리 정도가 아니고 사람의 영혼을 교체해버리는 능력자임에 틀림없다.


난 유미나 실장에게 미국에서 나와 공동연구를 한 것으로 모든 걸 꾸미고 싶다고 고백했다. 거기에 파생되는 조작이 참 많다는 점도 설명하고, 물론 이 일이 끝나면 바로 돌리는 건 당연한거고.


“끝나면 모든게 제대로 돌아오는 것 맞죠, 대사님?”


“네, 그건 저와 여기 있는 찬이가 약속드립니다.”


“제 인생 몇 년 정도는 걸겠습니다!”


참 바람직한 자세의 인간으로 바꿔놓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힐스보로우 박사의 트릭과 함께 내게는 세계 2대 미스테리 중 하나다.


찬이는 말없이 전화를 들어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고 있었다. 뭔가 단체작업이 필요한가 보다.







태양회와의 싸움에 바쁜 와중에도 TSS 메탈에서 테스트 하는 선박용 중력제어장치 개발에 소홀할 수는 없었다.


멋진 2개의 마그네틱 링에 둘러싸인 15미터나 되는 길이의 첨단기술의 집약체. 배에 쓸거라 크긴 크다.

회귀 전에 개발했을 때보다 훨씬 성능이 좋게 설계한 도면을 TSS 메탈에 제공하고 내가 직접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부품설계부터 모든 것을 관리하면서 시제 장치 개발이 드디어 완료되었다.


“멋있지 않냐? 사내라면 말이야 뭔가 이런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어봐야 하는거야!”


TSS 메탈 서일신 사장은 혼자서 뽕에 취해 완성된 3000톤짜리 선박에 흠뻑 취해 있었다.


중고 배를 사서 블록을 자르고 엔진 빼내고 중력제어장치 집어넣고 다시 붙인다. 뭐, 간단히 설명하면 그랬다.

배관, 배선, 전자제어장치를 다시 설계하고 갖다 붙인걸 생각하면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회귀 전에 어떻게 이걸 해 냈는지 모르겠다.


기관실에 서서 중력제어장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난 왠지 강렬한 전자파가 날 덥쳐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고 대대손손 딸만 출산할거란 망상에 빠져 오른손엔 펜을, 왼손에 거시기를 잡고 전자파 블로킹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우웅~~


웅장한 중력장치의 고리가 회전을 가속시키고 푸르스름한 빛이 생겨났다.


20노트, 25노트, 27노트, 29노트, 30노트,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난 조타실로 뛰어 올라갔다. 바다를 가르고 있는 시원한 전망이 눈에 들어왔다.


“하하하하하, 이 얼마나 가슴 뿌듯한 광경인가! 대양을 가르는 모든 배가 이제 TSS 엔진을 가슴에 품고 저 우주까지 뚫고 올라가는 일만 남았네, 하하하하.”


서일신씨, 나가도 너무 나가네. 저 정도면 치사량의 엔돌핀 같다.


서일신 사장이 극악한 양의 엔돌핀에 취해 죽기 전에 구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난 빠르게 관심사를 돌려야 했다.


“언제 언론에 공개하실 겁니까, 사장님?”


“이번 3척의 배에 시험운항이 2주 뒤면 끝날거네. 그때 언론에 발표해야지.

근데 자네가 4단계 추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데 왜 그래비티와 손 잡으란 거지?“


“한번에 조지면 재미없잖아요?”


서일신 사장은 벙찐 표정으로 날 응시하고는 허탈한 한숨을 내뱉는다.


“그 참, 생긴거 답지 않게 섬세하게 놀려 그러네. 그냥 한방에 조지지.

그래, 내가 해야할 일이 뭔데?“


“기다려 보세요. 때가 되면 가르쳐 드릴께요.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자구요.

그보다, 이 친구는 유미나 박사라고 제 수제자에요. 전화상으로 말씀드렸지만, 저 말고는 전 세계에서 선박용 중력제어장치 만들 사람은 이 친구밖에 없습니다.”


난 옆의 유미나 실장을 소개했다.

서일신 사장은 아주 놀라고 반가운 얼굴로 유미나 실장의 손을 덥석 잡고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유미나 박사님, 이런 대단한 분이 저희 회사로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서일신 TSS 메탈 사장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유미나 실장은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사장님. 아직 제가 미천해서 여러모로 박민서 박사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만, 잘 부탁드립니다.”


훈훈한 인사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서 사장님도 임자 만난거지 뭐. 이제 대사관에서 감히 내게 덤빌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음하하하하.


“유미나 박사가 앞으로 TSS 메탈 중력제어장치 개발 및 생산 모두 담당하실 겁니다.”


정재석과 함께 옆방으로 들어가고 난 이후 아마도 재석의 사이비 전도사의 혀가 열일을 했을 거다.

죽어도 하기 싫은 일도 죽을테니 하게 해 달라고 말하게 만드는 재석이 놈은 그 입담만 봐도 히틀러의 빙의가 틀림없다.


난 그녀의 새로운 직장인 TSS 메탈에서 최고의 대우를 약속해 줬다.


그리고, 중력제어장치에 대한 일타강의, 밤샘강의가 이어졌고, 대사관 내 개인 연구실에서의 실습이 이어졌다. 부품을 만들 회사들도 같이 다니면서 다 소개했다.

원래 기술이라는게 적절한 장비와 도구가 있다는 조건 하에 핵심을 알고나면 구현이 쉽다. 그러나 보통 그 핵심원리를 알아내는데 뼈를 깎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나같이 천재적인 원개발자가 그 핵심을 팍팍 짚어주는데 못 따라올 학생은 알고보면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인 거다.


거기에 부품별 소재 물성부터 설계도와 공정별로 세분화된 매뉴얼까지 줬으니 기초적인 지식만 있으면 생산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문제가 있으면 나한테 연락하면 그만이고.

그녀에게 필요한건 몇 년간의 필드에서의 경험뿐이다.


옛날 범선 같았으면 서일신 사장이 마스트 꼭대기에 올라 앉아 칼을 휘두르며 ‘전진! 전진!’을 외칠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오늘부터 연안 항해, 차후에는 원양으로 나가는 시험항해를 통해 장치의 문제점을 체크해 나갈 작정이었다.


“TSS 메탈을 세계 최고 회사로 만들려구요.”


선미에 서서 배가 그려낸 항적을 바라보며 유미나 실장에게 나의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 TSS 메탈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형태의 중공업 회사가 될 겁니다.”


“어떻게 하실지 앞으로 흥미진진하게 보겠습니다, 대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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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거래 22.10.30 715 28 12쪽
61 유미나 납치 22.10.29 746 27 13쪽
60 메이드 인 차이나 Vs. 메이드 인 짐바브웨. 22.10.28 773 31 18쪽
59 그래비티 인수 22.10.27 802 32 14쪽
58 파나마???-김태석의 최후 22.10.26 850 29 20쪽
57 블러핑 22.10.25 847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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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디에고 가르시아 22.10.22 962 30 13쪽
54 저한테 맡기시죠. 22.10.21 950 33 14쪽
53 태양회 침투 22.10.20 980 30 15쪽
52 조중현을 이용하다! +1 22.10.19 1,031 35 16쪽
51 북경출장 22.10.18 1,118 32 12쪽
50 정재석이 알아버렸다. 22.10.17 1,107 32 12쪽
49 리 샤오보를 찾아서 22.10.16 1,157 33 13쪽
48 복수전(2) 22.10.15 1,206 39 13쪽
47 복수전(1) 22.10.14 1,228 36 13쪽
46 대사관을 방어하라!(2) +1 22.10.13 1,172 30 12쪽
45 대사관을 방어하라!(1) 22.10.13 1,166 31 14쪽
» 적임자는 어디에? 22.10.12 1,251 35 23쪽
43 대통령을 설득하다. 22.10.11 1,237 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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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조중호를 잡아라!(1) 22.10.09 1,248 33 12쪽
40 200 대 2는 힘들어! 22.10.08 1,249 38 12쪽
39 꿈틀대는 악(惡) 22.10.07 1,263 36 15쪽
38 민태완 22.10.06 1,313 35 13쪽
37 왜 내 말을 안 믿어주냐고!!! 22.10.06 1,321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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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어머니? 22.10.03 1,415 38 13쪽
31 인간도 아닌 것들 +2 22.09.30 1,437 35 14쪽
30 드러나는 보이지 않는 손 22.09.29 1,472 36 12쪽
29 물주와 호구. 22.09.28 1,529 38 15쪽
28 재회(再會) 22.09.27 1,534 40 13쪽
27 정말 뒈질뻔 했다. 22.09.26 1,553 39 12쪽
26 단체로 복수하자! 22.09.24 1,615 41 13쪽
25 사이코와의 대화. +2 22.09.23 1,618 39 12쪽
24 박민서가 한국에? +1 22.09.22 1,644 42 13쪽
23 인질구출이 죄(罪)다? +1 22.09.21 1,673 40 14쪽
22 난 직원이 아니에요! 22.09.20 1,687 39 11쪽
21 박민서는 금기어? +1 22.09.19 1,697 4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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