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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리아의 서재입니다.

복수하다 세계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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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리아
작품등록일 :
2022.09.07 12:53
최근연재일 :
2022.11.04 18:20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98,380
추천수 :
2,500
글자수 :
403,491

작성
22.09.26 18:20
조회
1,553
추천
39
글자
12쪽

정말 뒈질뻔 했다.

DUMMY

조중호가 점심시간 끝나고 1시 15분에 온다고 했으니 좀 있으면 김태석과 조중호를 회장실이라고 적힌 저 저주받을 던전의 최종보스 방에 함께 밀어넣을 수 있다. 이번이 아니면 이 첨단 꼬리표를 둘 다에게 한꺼번에 달 수 있는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른다.


정재석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탯줄을 통해 얌얌 먹었던 영양분의 힘까지 짜내 머리를 굴려 봤지만, 저 두 보스몬스터에게 1미터 이내로 접근해서 30초 동안 있어야만 폰에 자동으로 침투하는 도청 프로그램, 일명 ‘써리’를 밥값하게 만드는게 너무 어려웠다.


30초. 짧은 것 같나?

F1 레이싱 카가 무려 2.5킬로미터 거리를 달려갈 수 있는 시간.

투웨니 포의 바우어 형님에게는 적 1개 중대를 알라 곁으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이다.

전지전능한 하나님은 천지창조 첫날 딱 3초만에 우주에 빛을 만들고 하루종일 놀았다.


30초면 10개의 우주에 빛을 만들 수 있는 시간.

실로 억겁과 같은 30초다.


그러나, 이건 캡틴의 특급 퀘스트. 이걸 해내지 못한다면 캡틴 중대의 부중대장으로서 체면도 서지 않을뿐더러, 저 무서운 치포 실장의 경멸스러운 갈굼과 유일한 부하인 찬이의 비아냥거림을 받게 될것이고, 향후 물밀 듯이 입대하게될 미래의 중대원들에게도 두고두고 무능한 부중대장으로 낙인찍혀 군령이 서지 않는 당나라 중대가 될 것이다.


한시간 안에 최종보스를 거꾸러뜨릴 묘수를 짜내야 한다.

정재석 자신은 언제 순삭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게다가 잡몹으로 위장까지 하고 있는 저레벨 과장 플레이어.

민첩 제로, 체력 제로, HP는 보스 몬스터 피어 한방에 제로를 찍을 수준. 있는 거라곤 만랩 찍은 인트, 다른 말로 잔머리.

버스 해줄 동료도 없는 곳에서 하드캐리를 해야 하는 재석에게 믿을 건 역시 잔머리 뿐이다.


일단 밥을 먹자. 밥 먹고 나면 인간은 세계관이 달라지니까.

오늘 뇌에서 소비한 영양분이 들어간 양보다 많아서 체지방이 쑥쑥 빠져나가는 것 같다.


“대수야! 우리 기획실의 라이징 스타 대수! 잘 지냈냐?”


“어? 정재석! 어떻게 같은 빌딩에 있으면서 이렇게 얼굴 마주치기가 힘드냐? 역시 비서실이 바쁜 모양이네?”


기획실의 박대수 과장과 정재석은 입사동기였다.


뇌에 단백질을 공급해줄 불고기를 먹으며 여느 회사원이 그렇듯 사내의 실체없는 그러나 너무나 출처와 논리가 정연해서 도저히 의심스럽지 않은 음모론과 카더라 통신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말이야. 연구실에 있는 동기 얘기로는 조중현 소장이 드디어 큰 건을 해 냈다더라고.

나도 엔지니어가 아니라 잘은 모르겠는데, 다음 단계 에너지 추출을 해 냈다던데?“


이건 빅뉴스다. 보통 사내 찌라시는 사고의 발원지에서 기획실, 비서실, 다음엔 전사적으로 퍼지게 된다.

그 말은 정재석이 이 소식이 퍼지는 피라미드 구조상 제법 위쪽에 속한다는 사실.

그리고 가장 늦게 아는 사람이 보통 사장이나 회장이다.

오케이! 이건 파세나이트 4단계 추출 기술이 완성됐다는 의미. 이런 소식은 확인과정을 한번 거치고 바로 회장에게 꽂아넣는 것도 가능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일단 회장실에 들어갈 명분은 확보.

역시 동기가 최고다!


식사를 마치고 물을 플라스틱 컵에 한가득 받아온 동기 박대수 과장은 물에 100원짜리 동전만한 알약 두 개를 넣는다.

약 껍데기에 적힌 글자 ‘알카셀처’.


위장병, 감기몸살, 두통, 심지어 숙취까지 없애준다는 만병통치약이자 지난 90여년간 전 미국인의 건강을 최전선에서 책임져 왔던 알약.

영롱한 하얀 거품을 물속에서 뿜어내며 순식간에 자신을 녹여내며 위장에서 뿜어져 올라오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오는 지독한 위액을 강력한 중탄산나트륨으로 밀어내며 우리의 식도와 위장을 보호하는 가디언 오브 위장.


그 알약을 보는 순간 정재석은 마치 탄산나트륨의 세례를 받은 듯 마음이 청량해지고, 식도에서 트림을 부르며 방금 먹은 식사가 위장에 안착했음을 알리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뇌에서까지 느꼈다.


“대수야. 그거 두알만 주라. 나도 요즘 위장이 안 좋아서.”


“그래.”


재석의 착한 동기 대수는 좋은건 나누어야지라는 동료애의 발로에 알카셀처 두 알을 재석에게 기꺼이 넘겼다.


서둘러 자리로 돌아온 재석은 정보의 출처인 연구소의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보스몬스터 2가 왔다. 회장실의 보스몬스터 1과 함께 저 방에서 틀림없이 우리 캡틴을 조질 음모를 꾸미고 있을 터였다.


이 모든 음모를 파 헤치는게 정재석의 손에 달려 있었다.

재석은 풀 메탈 정장의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천천히 그러나 당당하게 회장실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똑똑똑


“뭐야? 들어와!”


보스몬스터 1의 신호를 받고 재석은 드디어 방으로 입장한다. 만약을 대비한 차선책인 알카셀처 두알을 주먹에 불끈 쥐고.


표정은 비장하게 그러나 환희를 주체하지 못하는 충직한 그래비티맨의 위상을 표현하고 있다. 재석은 침투 프로그램이 든 전화기의 앱을 활성화시켰다.


“회장님!”


김태석과 조중호가 뜬금없는 찌끄래기 과장의 등장에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낸다.


“조중현 소장님이..., 드디어 해냈다는 소문이 기획실을 통해서 제 귀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방금 확인해 보니 확실한 것 같습니다.”


6년간의 조중현 소장의 삽질을 생각하면 두 보스몬스터들이 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바로 캐치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좀 더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 그들이 앉아 있는 소파로 더 접근을 해야 한다. 1.5미터까지 접근했다.


“저는 잘 모르겠지만, 파세나이트 다음단계 추출법 개발에 성공하신 것 같습니다.”


“뭐...?!”

“뭐라고...그..그게 정말인가?”


재석은 더 가까이 가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들과 감정적 동화를 저 깊은 내면으로부터 일으켜내고야 말았다.


그렁그렁한 눈물을 사슴 같은 눈망물에 담으며 김태석 바로 앞 70센티미터에 다가갔다. 조중호도 당연히 소파에서 일어나며 재석에게 다가왔다.

OK, 둘다 1미터 이내 접근. 재석의 품 속의 앱이 열심히 저 둘의 전화기에 도청 프로그램 써리를 심기 시작했을 것이다.


“드디어 해 낸 것 같습니다, 회장님! 그토록 원하시던 4단계 추출 말입니다!!”


난 이 감동의 물결을 앞으로 27초 더 유지해야만 한다.


“잠깐만.., 잠깐만.”


씨발!

김태석이 재석에게서 1미터 밖으로 벗어나더니 책상의 유선전화 수화기를 들어올린다.


“어. 조중현 소장 연결해!”


둘의 전화기가 모두 1미터 이내에 있어야만 앱이 전송된다. 기다려야 한다. 꼴랑 3초 전송하고 김태석이 재석과의 유효거리에서 벗어났다.


“어이 조중현이! 정말이야? 4단계 개발한거 맞아?”


“어. 어. 비서실에서 알려줬어. 야 이 놈아! 고생했다. 진짜로 해 냈구나. 그래 그래, 빨리 회장실로 와 임마. 너희 형님도 여기 계신다. 그래 임마. 그래.., 기다리고 있으마.”


전화를 끊은 김태석은 다시 조중호에게 다가오더니 둘은 굳게 악수를 나눈다.


“형님, 조중현 소장이 진짜 해 냈답니다. 추출 실험을 반복해서 더 해보고 보고할려고 했답니다. 하하하하.”


거리 유효, 다시 앱이 침투하기 시작한다.

26, 25, 24, 23, 22, 21, 20, 19, 18.


둘이 얼싸안고 거의 파티 분위기다.

18초 남았다. 어떻게든 난 이 자리에 붙박이로 서 있어야 한다. 시간을 끌기 위해 뭐라도 해야한다.


“회장님, 너무너무 축하드립니다. 그래비티 만셉니다, 회장님!”


재석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김태석 회장에서 손을 내밀었다.

평소 같으면 감히 회장에게 악수를 청하다 목을 내 놓을 일이지만, 이 기쁜 소식을 알려준 재석에게 김태석은 악수가 아니라 아예 깊은 허그를 시전했다.


17, 16, 15, 14, 13, 12, 11,10.


역시 억겁의 시간이다. 이제 딱 10초. 10초만 견디면 된다.

광란의 도가니가 식지 않아야 한다. 두 보스몬스터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이 순간이 재석에게 신이 준 인생 최고의 스릴 넘치는 순간이다.


10초, 10초란 말이다! 왜 조중호가 또 자리를 벗어나냐고...!!!


“김회장, 이럴게 아니라 일층에서 내 동생 환영해 줘야겠네. 이게 보통 일인가, 안그런가!”


이 시점에 꼭 그렇게 허겁지겁 밖으로 나가야 하냐고!

김태석과 조중호는 방문을 향해 발길을 옮기려 했다.


아~~!!! 이것만은 안쓰고 싶었건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 정재석은 알카셀처를 입속에 털어넣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덜덜덜덜덜


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알카셀처가 목구멍에 있던 수분과 만나 마구마구 거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하얀 거품이 재석의 입으로 새어나온다.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지는 소리를 들은 김태석과 조중호는 재석에게 급히 다가와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재석의 상태를 살핀다.


“이 봐! 누구 들어와 봐!”


조중호는 밖에 대고 고함을 지르며 밖으로 뛰어 나갈려 한다.

재석은 그를 놓아줄 수 없다.

‘에라이 모르겠다.‘ 재석은 왼손으로 김태석의 양복 팔을 잡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조중호의 멱살을 휘어 잡고 경련을 계속 일으켰다.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려는 두 사람.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온 몸을 비틀며 절정의 간질 연기를 보여주는 정재석.


9, 8, 7, 6, 5, 4, 3, 2, 1, 0.


됐다! 프로그램을 심었다!

그러나 여기서 경련을 끝내면 안된다. 게다가 알카셀처 두알이 너무 많은 양인가 보다. 입에서 나오는 거품이 멈추지를 않는다. 이제는 거품 때문에 숨 쉬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어어어어억, 허허허어억~~”


숨이 막힌다. 목이 너무 따갑다. 이건 아닌데. 뭔가 잘못됐다.

‘와 씨발. 진짜 죽을 것 같다!’


“어어어어억~~!! 사...사..살려...주세요!”


임무는 완수했는데.., 숨이 안 쉬어진다. 거품만 입과 코에서 하염없이 쏟아진다.

‘어무이, 아부지, 캡틴! 재석이는 이렇게 장렬하게 전사합니다.’


그렇게 정재석은 의식을 잃어갔다.



“으으으음...”


재석이 눈을 뜬 곳은 병원의 응급실이었다.

코에는 산소관이 꽂혀있고 산소가 폐로 팍팍 들어오는게 느껴졌다.


‘살았구나!’

재석은 누운채로 자신의 폰을 꺼내 들었다. ‘써리’ 프로그램이 제대로 심긴 듯 파란 불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비서실장이 옆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일어나 재석에게 다가온다.


“정 과장, 정신이 좀 드나? 괜찮아?”


이거 간질 있다고 비서실에서 쫓겨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면 캡틴 중대에서 재석의 가치가 확 떨어지는데, 어떻게든 비서실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


“죄..죄송합니다. 너무 기뻐서... 추태를 보였습니다.”


응...? 비서실장의 표정에 오로지 걱정과 희열만 보인다.


“이 사람아, 걱정하지마. 회장님께서 오죽 했으면 그렇게 기뻐서 경기까지 일으키는 충직한 직원이라고 널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셨어.

금일봉에 3일 휴가까지 주시면서 푹 쉬다 오라했으니까 푹 쉬어, 푹.“


역시 복터진 과부년은 넘어져도 가지밭이라더니, 꽁돈에 휴가까지, 게다가 가장 중요한 퀘스트 완료.


정재석의 앞날은 꽃길만이 펼쳐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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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메이드 인 차이나 Vs. 메이드 인 짐바브웨. 22.10.28 773 31 18쪽
59 그래비티 인수 22.10.27 803 32 14쪽
58 파나마???-김태석의 최후 22.10.26 851 2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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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태양회 침투 22.10.20 980 30 15쪽
52 조중현을 이용하다! +1 22.10.19 1,031 35 16쪽
51 북경출장 22.10.18 1,118 32 12쪽
50 정재석이 알아버렸다. 22.10.17 1,107 32 12쪽
49 리 샤오보를 찾아서 22.10.16 1,157 33 13쪽
48 복수전(2) 22.10.15 1,206 39 13쪽
47 복수전(1) 22.10.14 1,228 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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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물주와 호구. 22.09.28 1,529 38 15쪽
28 재회(再會) 22.09.27 1,534 40 13쪽
» 정말 뒈질뻔 했다. 22.09.26 1,554 39 12쪽
26 단체로 복수하자! 22.09.24 1,615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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