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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내 일상] 스타카토 -3- 무제1

-무제1-



영국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 『코스타커피』 한 때 자주 들렀던 커피샵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영국도 대한민국도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 대한 단서는 하나다. 건조한 사막 나라. 


커피샵에서 별 일 없이 창가에 비친 세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유리창 밖 세상과 단절 되어 있는 것 같아 안도감을 느낀다. 여기에서 돈 몇 푼 있으면 두시간 정도 앉아 있다 가는 이 시간이 내게는 돈 주고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치이다.


창가를 마냥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친 동냥하는 아이가 창가에 다가선다. 이젠 익숙할 때가 됐는데 아직도 이런 순간에 나는 움찔하게 된다. 의례적인 순간들이지만 대개 이럴 때 나는 아이의 눈빛, 손짓, 표정, 짧은 말 한 마디까지 관찰하게 된다.


커피샵 안에 있는 내가 돈을 줄리가 없는데 이 아이는 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계속 떠나지 않고 내게 눈빛과 손짓을 보낸다. 웃으면서 동냥하는 아이의 모습 속에 진실함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표정 속에서 읽히는 게 있다면, ‘내가 요구하는 게 별 것 아니고 아저씨가 나한테 줘도 별 문제가 아니’라는 짧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유리벽 사이에 두고 내게 보낸다. 


아가야, 

미안한데 아저씨는 너한테 돈 줄 생각이 없어.

그냥 다른 사람한테 가 봐.


불과 조금 전까지 눈빛에 참 많은 것을 보내던 이 젊은 아가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그렇게 어딘가로 가버리는 아이를 보며 생각하게 된다. 돈 몇 푼 주지 못하는 내가 야속한 걸까 아님 하필 가족과 조국으로부터 버림받은 나를 알아보지 못한 나를 알아보지 못한 아이가 야속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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