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으로 가다 2
소호는 장천일이 사는 집 근처에서 머물며 장천일이 쉬는 날을 기다렸다.
그러나 좀처럼 쉬는 날이 없는지 집에 도통 오지를 않았다.
계속해서 기다리던 어느 날, 드디어 장천일이 집으로 왔다.
근 한 달여 만에 집으로 온 것이다.
소호는 장천일이 사는 집의 전각으로 날아가 지붕에 앉았다.
그중에 어느 전각이 장천일이 묵는 숙소인지 알아내기 시작했다.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귀를 귀울였다.
“천일아, 그리도 바쁘냐? 집에 얼마만에 온 것이냐?”
“숙부님. 죄송합니다. 하는 일도 없이 늘 바쁘네요.”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거야?”
“예. 식당에서 잘 먹고 다닙니다. 반찬이 잘 나와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가 이 집안의 기둥이다. 네 아버지가 우리 집안의 장손이었는데 일찍 돌아가시어 네가 우리 집에서 산다만 너는 장손임을 한시도 잊지 말거라.”
“예.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 지금도 좌장군의 신임을 받고 있느냐?”
“예. 운이 좋아서 좌장군님이 저를 어여삐 여기십니다.”
“감사한 일이구나. 너를 반듯하게 키운다고 키웠는데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
“아닙니다. 숙부님께서 저를 제 아버지보다도 더 귀히 키워주신 것 잘 알고 있사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원, 녀석···. 밤도 늦었는데 일찍 자거라. 내일은 쉬는 날이니 가까운 곳에 산보라도 다녀오너라.”
“예. 숙부님. 그러겠습니다. 그럼 편안한 밤 되십시오.”
장천일과 숙부란 사람과의 대화를 들으면서 장천일이 무척 반듯한 사람임을 느꼈다.
저런 사람을 사칭한다는 것이 왠지 죄를 짓는 것 같아 장천일보다 조금 더 아랫사람으로 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장천일은 쉬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일찍 일어나 아침 수련을 하고 아침을 먹는다.
군에서 지내는 병사이다 보니 일찍 일어나는 것이 몸에 배였나 보다.
아침을 먹고 난 후, 천천히 집을 나와 가까운 산사에 들렸다.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호연지기라도 다지는지 묵묵히 서서 자신이 사는 마을을 바라보았다.
같은 남자가 보아도 참으로 멋있는 남자이다.
게다가 반듯하고 성실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좌장군이라는 사람이 그리 좋아하겠지.
장천일은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서도 장천일은 그리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인 듯했다.
다음 날, 장천일이 황실로 입궐을 했다.
병사들이 드나드는 후문으로 들어갔다.
소호도 따라서 황실의 후문까지 따라갔다.
장천일이 들어가고 나서 한참 후, 장천일로 분해서 다시 후문으로 갔다.
후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의아해 한다.
“부관님. 아까 들어가셨잖습니까?”
“아, 내가 깜빡 잊고 온 것이 있어서 다시 나갔다 들어오는 중이라네. 미안하이.”
“아, 예. 그러셨습니까. 들어가십시오.”
장천일로 분해서 들어간 다음 도면으로 황실의 길을 익혔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 좌장군의 집무실로 가는지 알고 있다.
좌장군의 집무실로 가면서 장천일보다 더 아랫사람을 눈여겨보았다.
마침 한 사람이 부지런히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소호는 그의 뒤를 따라서 가다 전각 사이로 가는 것을 보고 그의 뒤로 다가가 뒷목에 있는 혈을 점했다.
비어있는 전각으로 끌고 들어갔다.
장천일의 얼굴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분해서 들어갔기 때문에 그 사람은 소호가 누군지, 왜 이러는지 몰랐다.
“지금 어디를 가는 중이었더냐?”
“그것을 왜 내가 말해야 하느냐? 너는 누구냐?”
“고생을 사서 하려고 하는구나. 그럼 시작해볼까?”
소호는 몇 군데 혈을 누르고 아혈을 점한 다음 분근착골을 실행하였다.
남자는 기겁을 하며 눈동자에 핏발이 가득한 채 노려보면서 온 몸을 구겼다.
사지근맥이 다 뒤틀리는 고통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침을 질질 흘리며 고통을 겪게 한 다음 잠시 멈췄다.
“다시 묻겠다. 어디를 가는 중이었더냐?”
“크헉··· 허헉헉··· 무기고를 가는··· 중이었다.”
“무기고는 왜?”
“병사들의 무기를··· 교체해주라는 명이··· 떨어져서 헉헉··· 재고를 확인차 가는 중이었다. 크허헉···.”
“네 이름이 무엇이냐?”
“벽사훈이다.”
“계급은?”
“부사관이다. 헉헉···.”
“너만 입을 다물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잠이 깨더라도 모른 척 해라.”
“어떻게 모른 척 할 수 있다는 말이냐?”
“조용히 감옥에서 죄인 한 사람 빼가는 일이다. 너만 조용히 입을 다물면 오랜 시간 아무도 모른다.”
소호는 벽사훈이라는 남자를 준비해간 노끈으로 손목과 발목을 꽁꽁 묶고 입으로 양말을 집어넣어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했다.
그러고도 안심이 안 되어 수혈을 눌러 잠을 자도록 했다.
소호는 벽사훈이라는 사람의 얼굴로 분하여 무기고로 향했다.
무기고에 가서 창의 재고가 몇 개나 있는지 일일이 세어서 확인을 하고 부관 장천일에게 향했다.
황실어림군의 전각은 몇 개의 전각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중에 좌장군이 근무하는 전각으로 가서 부관 장천일에게 무기고의 창이 몇 개 있다고 말했다.
부관 장천일은 알았다고 하며 그만 나가보라고 했다.
벽사훈으로 분한 소호는 부관의 집무실 밖에 서서 경계태세를 했다.
잠시 후, 장천일이 집무실에서 나와 어딘가로 향했다.
소호는 부관을 따라갔다.
장천일이 힐끔 뒤를 돌아보더니 왜 따라오느냐는 눈빛을 보낸다.
벽사훈은 모른 척 그냥 따라갔다.
장천일은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앞장서서 갔다.
좌장군의 집무실로 가고 있었다.
장천일이 좌장군의 집무실로 들어가고 소호는 밖에서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니까 좌장군과 부관 장천일이 같이 밖으로 나왔다.
같이 어디를 가나보다.
소호는 따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순간 갈등이 일었다.
그 갈등을 부관 장천일이 마감시켜 주었다.
“벽부사관은 여기서 기다리도록.”
“예. 알겠습니다.”
좌장군의 집무실에는 십여 명의 군사가 지키고 있었다.
이들의 눈을 피해 좌장군의 집무실로 들어가야 한다.
소호는 잠시 뒷간에 갔다 오겠다고 하면서 전각의 뒤로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소호는 좌장군의 집무실로 스며들었다.
집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밖에만 근무를 서고 있었다.
얼른 문서를 하나 적어서 좌장군의 직인을 찍고 나왔다.
그리고 아까 수혈을 눌러서 잡아 가둔 전각으로 가서 병사의 옷을 벗겼다.
다시 수혈을 점하여 잠을 자게하고 나왔다.
옷을 들고 감옥으로 향했다.
감옥은 한참을 가야 한다.
외성에 있었기 때문에 몇 번의 검문을 받아야 했다.
외성의 한쪽에 감옥이 있었다.
감옥의 관리자에게 문서를 보여주고 죄인을 보자고 했다.
좌장군의 직인이 찍힌 문서에는,
[이 문서를 보여주는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할 것!]
이라고 적혀 있었다.
감옥의 관리자는 소호를 데리고 감옥으로 들어가 지하로 향했다.
지하의 어느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양손과 발목에 찬 쇠사슬을 풀라고 했더니 풀어주었다.
할 말이 있으니 나가보라고 한 다음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았다.
온 얼굴과 몸에 피딱지가 엉켜있어 이 상태로는 데리고 나가기가 어려웠다.
한쪽에 물바가지가 있고 그 안에 물이 있어서 물로 얼굴을 좀 씻었다.
얼굴을 씻기고 머리를 단정하게 묶으니 좀 나았다.
가지고 간 옷으로 갈아입게 하고 나오라고 했다.
“어디로 데리고 가는 것이냐? 죽일 때가 된 것이냐?”
“시간이 없소. 얼른 옷을 갈아입고 나오시오.”
“나를 구하려고 온 것이냐?”
“그렇소. 그러니 빨리 옷을 갈아입고 나오시오.”
동창의 제독은 피골이 상접한 얼굴에서 그제야 눈빛이 빛났다.
옷을 갈아입은 제독을 데리고 감옥을 나오자 관리자는 의아해 하면서 말을 걸어온다.
“이보시오. 부사관. 왜 죄인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오?”
“그대는 문서에 쓰여 있는 대로, 나는 맡은 바 임무를 하면 될 것이오.”
“그 죄인은 수년째 여기에 있었는데 왜 갑자기 데려가는 것이오?”
“위에서 하는 일을 우리가 어찌 알겠소. 이제 그만 가도 되겠소?”
“뭐··· 그러시오. 거, 참 이상하군.”
감옥의 관리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어서 가라며 손을 휘휘 젓는다.
부사관은 소호가 시키는대로 입을 다물었다.
덕분에 전 동창의 제독이 감옥에서 나간 일을 금의위에서는 그 후에도 한참이나 아무도 몰랐다.
소호는 병사의 옷으로 갈아입은 제독을 데리고 후문으로 갔다.
“어? 부사관님. 오늘은 일찍 퇴근하시나 봅니다.”
“아닐세. 일이 생겨서 나가는 것이라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옆의 병사는 처음 보는군요?”
“들어 온지 얼마 안 되어서 잘 모를 것이오. 바빠서 그러는데 그만 가 봐도 되겠소?”
“아, 예. 얼른 가십시오.”
소호는 제독을 데리고 북경의 시내로 갔다.
포목점으로 가 옷을 사서 갈아 입혔다.
옷이 날개라고 그럴싸한 옷을 입혀 놓으니 나름대로 괜찮아 보였다.
소호도 옷을 한 벌 사서 갈아입었다.
그리고 마방에 들려서 말을 두필 빌렸다.
둘은 말을 타고 하남성으로 달렸다.
제독은 지치는지 헉헉 거리며 숨차했다.
제독은 내공이 금제를 당했으니 풀어달라고 했지만 소호는 목적지까지 가면 풀어주겠다고 했다.
소호는 객잔에 들려서 말을 좀 쉬게 하고 들어가 음식을 먹었다.
제독은 그제야 소호를 바라보면서 어디서 구해주는 것이냐고 물었다.
소호는 말을 안 해줄까 하다가 해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무림맹이라고 말해주었다.
제독은 생각이 많은가보다.
무림맹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이 뭘까 하며.
음식을 다 먹은 다음 다시 말을 타고 하남성의 무림맹으로 달려갔다.
내공을 수년간 금제를 당한 제독의 몸이 허하여 노숙은 피하고 객잔에서만 잠을 잤다.
드디어 하남성에 도착하였다.
하남성 무림맹.
마교보다 더 큰 부지에 전각들이 수백 채는 될 듯싶다.
마교도 엄청나게 크다고 생각했는데 무림맹은 마교보다 더 컸다.
무림맹 정문에서 문지기에게 황실에서 나왔다고 군사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문지기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한 다음 직접 뛰어갔다.
한참 후, 문지기는 뛰어서 온 다음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소호와 제독은 문지기를 따라서 한참을 걸어 어느 전각으로 들어갔다.
전각의 대청에는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었다.
시비인 듯한 여자가 차를 따라주었다.
마침 목이 말랐던 탓에 차를 마셨다.
차를 두 잔째 마시고 있을 때 중년의 풍채 좋은 사람이 나왔다.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소이다. 제가 무림맹 군사 제갈도성이올시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분은 의뢰하신 전 동창의 제독이시고 저는 암천에서 나왔습니다.”
소호는 30대의 장한으로 분하고 군사를 만났다.
이제 임무를 마쳤으니 이만 가보야겠다고 말하자 군사는 쉬지도 않고 왔을 텐데 좀 쉬었다 가라고 했다.
소호는 말씀은 고맙지만 그만 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군사는 고맙다며 소호에게 예를 표했다.
소호도 마주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고 무림맹을 나왔다.
무림맹을 나오면서 무인들을 보니 하나같이 각도가 꽉 잡혀있는 것이 군기도 매우 엄해보였다.
간혹 절정의 고수들이 보였지만 그 이상의 무인은 안 보였다.
정문을 나오려는데 엄청난 기운이 몰려왔다.
누군가 하고 보니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온 노인이었다.
아마 어느 문파의 장문인이나 장로쯤 되나보다.
지금까지 무림맹에서 본 사람 중 가장 내공이 강해 보였다.
소호는 기운을 갈무리해서 무인이 아닌 듯했다.
노인이 한쪽에 비켜서있는 소호를 보면서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기운이 갈무리 되어 있는 소호의 기운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상하다고는 생각하나보다.
하긴 무림맹에서 무인이 아닌 사람이 있는 것이 이상할지도.
모처럼 하남성에 왔으니 솜씨좋은 숙수가 있는 객잔에 들어가서 맛있는 거라도 먹으려고 객잔으로 들어갔다.
점소이에게 음식을 시켰다.
북경요리를 주문했다.
북경요리는 달리 경채라고도 불리며 고급스러운데다 사치스럽다.
육류를 기본으로 하여 짧은 시간 요리하는 튀김과 볶음이 유명하다.
혼자서 거하게 차려놓고 먹는 소호를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보았지만 소호는 말없이 음식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은 비풍신법의 경공을 발휘하여 아버지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대장간에 계셨다.
“아버지! 저 왔어요.”
“아이고, 우리 소호 왔구나.”
“아버지 이제는 그럴듯한 대장장이 같아요.”
“이놈아,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라. 하물며 대장간을 한지가 벌써 몇 년인데··· 하하하···.”
“점심은 드셨어요?”
“너 아직도 점심을 안 먹은 거야? 때 되면 밥을 잘 챙겨 먹어야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대장간 근처 객잔으로 가서 소호에게 음식을 시켜주고 자신은 나물에 술 한 병 시켰다.
소호가 술을 따라드리자 아버지는 흐뭇한 기분으로 술을 마셨다.
음식이 나와서 허겁지겁 먹는 소호에게 천천히 먹으라며, 허허··· 거리신다.
< 황궁으로 가다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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