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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가니에(GON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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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3
최근연재일 :
2022.06.09 23:59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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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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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수 :
59,330

작성
22.05.2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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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Ep.03 나지르의 마지막 빛(3)

DUMMY

그레이스의 기다란 검이 뽑혀 나오는 것을 보며, 나는 그레이스를 예의주시하기보다는 주변을 더욱 세심하게 살폈다.


어차피 한번은 몬스터가 아닌 인간과의 실전을 가져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차에, 그레이스와의 갈등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린 등급에 필적할 것이라는 나지르의 초급간부인 그녀는, 확실히 나보다 한 수 아래. 그렇기 때문에 그녀보다는 오히려 외부의 변수를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도 주변에는 어떠한 낌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신 혼자서 나지르의 보물을 찾아서 어쩌려는 건가요? 나지르의 보물은 당신 같은 어중이떠중이에게 어울리는 물건이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 임무가 그걸 찾는 게 아니었나요?”

“...내가 동행하고 있는 이유를 모를 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말장난 하지 마시죠?”

“흥. 말장난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짜증나는군요.”

“뭐가 짜증난다는 거죠?”

“고작 NPC가 이 엿 같은 게임 속에 갇혀 있는 유저의 마음을 알리가 있나? 그 아이템은 너희들보다 나한테 가장 필요한 거라고.”


나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기 보다는 혼잣말처럼 궁시렁거렸다.


그런 나의 푸념을 듣고는 그레이스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또 그런 식으로 선을 긋는 것처럼 얘기하는 군요? NPC? 유저? 그게 다 무슨 소리죠?”

“알 거 없어요. 덤빌 거면 빨리 덤벼 보시죠.”

“흥.”


타앗!


내 얘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그레이스는 바닥을 박차고 나에게 쏘아져 날아왔다.


카각!


호오.. 예상보다 묵직하다. 만약 그레이스가 등급 시험을 치른다면, 확실히 그린 등급은 상회하는 실력. 어쩌면 브라운 등급 역시도 노려봄 직한 실력일 것 같았다.


그렇기에 그린 등급을 받은 나를 상대하는 그레이스는 지금 어느정도 방심하고 있을 것이다.


비전기

허보(虛步)


순식간에 그레이스의 뒤를 잡은 뒤, 일부러 느리게 검을 휘둘렀다.


캉!


“크읏..”


그레이스의 당황한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우리 가문의 비전기에 놀란 것이리라. 하지만 나는 이 실전 기회를 천천히 그리고 되도록 오래 음미할 생각이다.


“흐아아!!”


그레이스는 몸을 비트는 허리 힘으로 빠르게 검을 횡으로 휘둘러 왔다.


엄청난 길이의 검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 그리고 커다란 회전반경으로부터 얻어지는 물리적인 힘. 분명 만만히 볼 만한 공격은 아니었지만..


휘익.


너무 눈에 뻔히 보인다. 이런 공격쯤 간단히 자세를 낮춰 피할 수 있다.


그리고 공격에 맞서지 않고 피한다면, 자동적으로 커다란 빈틈을 적에게 내어주는 썩 좋지 않은 무술이다. 나지르의 제자들은 굳이 왜 이런 무술을 익히는 걸까? 아니, 애초에 힐러들이 마법이 아닌 근접 무기를 익히고 있다는 것부터가 재밌다.


콰앙!


그녀의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나를 스치면서, 내가 서있던 자리에 있던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를 거의 줄기 중심까지 박살내며 들어갔다.


“흐읏..!!”


검이 나무에 박혀 당황하고 있는 그녀를 나는 천천히 기다려줬다.


“지금 뭐 하는 거죠?”


나무에서 검을 빼낸 그레이스는 황당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뭐가요?”

“당신.. 실력을 숨기고 있었군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


그녀는 대답 대신 검신을 어깨 위로 올려 단단히 틀어 쥐었다. 끈질기군?


콰앙!


그레이스가 나의 기이한 움직임에 대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탓에, 근처의 애꿎은 나무들만 박살이 나고 있다.


콰아아악!


엄청난 힘이긴 하다. 사람 허리통 만한 나무는 가볍게 베어 넘길 정도이니.


그레이스의 노란 머리칼이 점점 땀으로 젖어, 어두운 빛깔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제 충분한 것 같다. 브라운 등급에 거의 다다른 자의 실력은 이 정도라는 것을 몸으로 직접 겪어보니, 확실히 두 달 전 치렀던 등급심사 때 진심을 다 했다면 브라운 등급 이상을 받았을 것 같다.


게다가 남들에게는 도서관과 여관을 오가는 샌님 같은 일상만 보여줬지만, 방 안에서 끊임 없는 명상과 이미지 트레이닝 역시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지금 상태창에 표시된 나의 마나 이해도 수치는 16. 두 달 여의 기간동안 내가 느낀 바로는 이 마나 이해도라는 수치가 전투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엄청나다.


따라서 나의 성장 역시 그 ‘제이’ 못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카앙!


“크읍..!!”


정면으로 검을 맞대도 그레이스의 힘에 절대로 밀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압도한다.


내가 유저이기 때문에 이 NPC를 가볍게 압도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엿같은 게임 특성상, 그런 배려는 전혀 없을 것이다. 이 상황은 순전히 나의 재능과 이전의 노력들이 만들어낸 결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게임에 적합한 인재인 것 같다.


콰아앙!!


그리고 이 여자는 이 주변 나무를 다 베어버릴 생각인 것 같다.


까앙!!


까앙? 방금 전 그레이스가 내려친 그루터기에서 뭔가 이질적인 소리가 났다. 흥분한 그레이스는 눈치 채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며 나에게 달려들고 있다.


온 신경이 모두 그 그루터기에 몰리는 느낌이다. 저기에 분명 뭔가 있다. 나지르의 보물들에 대한 단서일까?


카갉!


지치지도 않는지 그레이스는 계속 검을 휘두르며 악을 써댔다.


그럼.. 슬슬 끝내볼까?


상대방이 내 간격 안으로 들어올 때, 마나를 허리와 허벅지의 근육으로 전달한다. 전투강화복이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힘과 그 원리가 같다. 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이뤄지는 횡이동은 어머니의 가문에 이어지는 근육의 절제술이 동반된다. 때문에 적이 봤을때, 나는 마치 아무런 예비동작 없이 사라져버린 느낌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비전기

허보(虛步)


다시 한번 그녀의 뒤를 잡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봐 줄 생각이 없다.


퍼억! 풀썩.


칼자루로 목 부위를 내려지자, 그레이스는 그대로 전원이 꺼진 로봇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푹신한 풀숲으로 쓰러졌으니, 크게 다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이상한 소리가 났던 그루터기로 직진했다. 그러고는 바로 기이한 소리를 냈던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 여기저기 살피기 시작했다.


“와..우..”


언뜻 지나치며 봤을 때도 심상치 않았지만, 일단 그루터기의 엄청난 직경은 이 나무가 살아있던 시절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직경은 거의 성인 남자 서너명이 팔은 뻗어야 겨우 끝에 닿을 수 있을 정도인 것 같았다.


가니에의 1년은 365일. 1년이 422일인 지구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하루의 시간 역시 지구처럼 24시간으로 나뉘어져 있고, 체감상 그 길이가 비슷하다. 이 별이 한 바퀴 자전하는 속도가 비슷하다는 얘기겠지. 그렇게 종합해봤을 때, 나무는 지구의 나무로 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수 천년은 살았던 나무라고 생각된다.


그 나이를 알 수 있게 해 줄 나이테는 너무나도 희미해져 있었고, 여기저기 찢기고 베이고, 이름 모를 벌레들이 보금자리로 삼기도 했다. 이정도였으면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 나무였던 흔적은 아예 사라졌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도, 이 나무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 그루터기를 보호하는 어떤힘이 있는 것일까?


스르릉.


당장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니, 최대한 단순하게 부딪쳐볼 수밖에 없다.


까앙!!


역시나 단순한 그루터기의 느낌이 절대 아니다. 한낱 죽은 나무일 뿐인데, 전력으로 휘두른 검이 제대로 박히지 않는다.


“자.. 뭔가 수상한 녀석인 건 확정이고..”


그루터기 한가운데로 올라선 나는 주변 풍경을 눈에 담으려 둘러보기 시작했다. 풀숲에 얌전히 쓰러져 있는 그레이스가 약간 처량해 보이긴 했지만, 뭐 별 수 있나? 그러게 얌전히 자고 있던가.


“흐음..”


분명 힘을 실어 검을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루터기로 그 힘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확실히 뭔가가 그루터기를 방어하고 있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단 말이지.. 후우..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아예 그루터기 한가운데에 앉아버린 나는 머리를 열심히 굴리기 시작했다.


“내 공격을 막은 미지의 힘. 그리고 힘은 곧 에너지... 그런데 이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는 대부분 마나.. 마나.. 그래 마나..”


어딘가에 이 미지의 힘의 근원인, 마나를 공급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루터기에 앉은 채로 천천히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이 세상에 풍부하게 퍼져있는 청량한 에너지원이 몸 속을 내달리며 신경망을 타고 심장 아래로 모였다가, 다시 몸을 순환했다.


‘있다!’


느껴졌다. 엉덩이 아래에 마나의 덩어리가 확실히 존재했다. 그 마나가 내 검격을 막는 힘의 근원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다음은 어떻게?


“하..”


다시 막막한 상태에 도달했다. 이 그루터기 안에 있는 힘의 근원을 살펴보고 싶어도, 그루터기에 직접적으로 해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나는 방금 전까지 엉덩이를 대고 앉았던 자리에 귀를 대보기도 하고, 손을 모아 대화를 시도하기까지 했다.


“계세요..?”


당연히 어떤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하.. 뭐 하는 거냐 진짜.. 어이 그루터기 씨. 아니.. 보물들을 숨겼다는 제니, 그리고 케이디 씨.. 대체 여기다가 무슨 짓..”

[드디어 불렀군요.]

“...?!”


순간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귀에 직접적으로 들린 소리가 아니었다. 나는 반신반의하여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 누구.. 세요?”

[방금 불렀잖아요. 당신이.]

“제니.. 씨? 아니.. 남자 목소리니까.. 케이디?”

[맞아요.]

“홀리.. 쒯! 찾은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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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p.01 새와 알, 그리고 새로운 세계(3) 22.05.13 49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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